여행&사진/여행후기

정해년을 보내며

유유(游留) 2007. 12. 29. 21:07

 

 

정해년 소회.....


 

 

일찍 저녁을 끝내고 킬트하는 마눌이 앉은 거실 소파에서 이제 막 청년으로 들어서는 어린
자식과 같이 바보상자를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낄낄 깔깔 거리며 바보상자의 송년 개그를 보고 있자니 그냥 슬그머니 쓸쓸한 생각이 듭니다....
벌써 또 한해가 내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지는구나...

 

할일은 태산같이 많은데 살아온 시간보다 짧은 나머지 시간에 어찌 저 일을 다 하고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가 있을까....
끝이 없는 질문의 자락이 그 시끄러운 바보상자의 환호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옵니다.

 

문득 아침 사설에서 읽은 주자훈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주자훈을 다시 찾아 나를 그 속에 담아보니..
참으로 가관인 363일을 살았습니다.  정말 가관입니다... 허허..


 

 

不 孝 父 母 死 後 悔 (불 효 부 모 사 후 회)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후에 뉘우친다.

효, 불효를 이야기 할꺼리도 않되는 나 자신이 무슨 염치가 있어 이 이야기를 줏어 담을수 있을까..
그저 저 소파에서 바보상자 보고 있는 아들녀석 보기에 참 염치없는 늙은이 입니다.....
죄송합니다. 할머니 아버지..   못난 자식이 지 새끼 옆에 두고 이렇게 또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不 親 宗 族 疎 後 悔 (부 친 종 족 소 후 회)
종족에게 친하지 않으면 헤어진 후에 뉘우친다.

하던 사업이 잘 못되어 살림살이 어렵게 된 형님께 안부 한번 전하지 않고 내 생활 탓을 하며 살아온 이 놈이
세상 사는 무슨 염치로 집안 이야기에 이러니 저러니 하겠습니까. 그저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섬유산업의 사양길로 하던 무역업 집어치우고 무너진 가슴 안고 찬바람 쓸쓸한데 끝없는 상념에 잠겼을
동생...  용기와 힘을 주지 못한 못난 형이 할말이 참으로 없으이..

 

시집간 여동생 춘삼월 봄날에 지 낭군과 오랜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이런저런 집안걱정에 눈물 흘리며 이
나라를 떠나간 그 모습이 못내 가슴에 저며...  혼자 눈가에 눈물이 고입니다.

어머님 생전에 그렇게 당부하셨던 막내 동생.. 혼자 먹고 산다고 저렇게 몸무림치며 나이 늦도록 장가도 못간
어린동생... 나이나 덩치만 컸지 아직도 나에겐 어린 피붙이...  피 나눈 나의 종족을 내 욕심이 그들을 내친건
아닌지..  부친종족 소후회 가 막급합니다....

 


不 接 賓 客 去 後 悔 (부 접 빈 객 거 후 회)
손님을 접대하지 않으면 헤어진 후에 후회한다.

해마다 모여 가족처럼 형제처럼 그렇게 정을 나누던 어렵게 사는 내 청년시절의 친구들..
올해는 무엇을 하다 초청전화 한번 하지 못하고 이렇게 해를 넘깁니다.

어제 그중 한 친구와 늦도록 술자리를 하였지만 이제 곧 국경을 넘어 돌아올 친구를 위해  집사람에게
이리저리 전화 넣어서 내 집 깨끗히 치우고 정리하여 맛난 음식 준비하고 좋은술 같이 할 수 있게 준비를
시켜야겠습니다.... 비록 이 해를 넘길지라도..


 

不 治 垣 墻 盜 後 悔 (부 치 원 장 도 후 회)
담을 쳐놓지 않으면 도둑맞은 후에 뉘우친다.

가져 갈 것도 없으니 걱정도 없다 하고 세상을 삽니다만... 그래도 나에겐 하찮은 물건이라도 견물생심이라
좋은 사람을 나의 그리 하찮은 생각으로 한순간의 실수를 저지를 만한 빌미를 미리 없애는것도 보시라는 생각
다시 해 봅니다.  아들이나 딸아이나 앞으로 그리 교육을 시키고 가르켜야 할것 같습니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도 없이 물질이나 마음이나 그렇게 마음가짐을 하겠습니다.


春 不 耕 種 秋 後 悔 (춘 불 경 종 추 후 회)
봄에 심지 않으면 가을이 온 후에 뉘우친다.

작은아이가 이번에 대학시험을 치루었습니다. 어릴때 부터 공부를 시키기 보다는 뛰어놀게 두었더니..
뿌린데로 거둔다고 역시 이번 대학에 많이 힘이 들어하고 있습니다.

애비된 입장에 공부에 찌들린 자식보다 씩씩하고 당당한 아들로 자라주기 바라는 마음에서 소신이라는 그
핑계로 억지 공부를 시키지 않은 요즘...  후회가 살짝 됩니다.

 

진작 남들처럼 극성맞게 시킬걸 .. 내가 잘못했나.. 그런 상념으로 힘들어하는 작은아이를 봅니다.
어찌 해야 부모의 노릇이 당당할 수가 있을까요.  참으로 어렵습니다. 내 어머님도 날 낳아 그렇게 고생
을 하셨을 겁니다. 워낙 천방지축이어서.. 아마 다른집 아이보다 몇배 힘이 드셨을 겁니다...

지금 내가 내 아이의 봄에 씨를 뿌려주지 않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에 몹시 혼란스럽니다. 이 계절에..

 


少 不 勤 學 老 後 悔 (소 불 근 학 노 후 회)
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은 후에 뉘우친다.

소년이노 학난성이란 글귀가 있지요...
역시 배움은 젊어서 하는게 훨씬 재미가 있습니다.  내 나이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나이지요
올 한해 중 삼분의 일을 그 공부라는 것을 해 보았습니다.  역시 공부는 젊어서 하는게 맞습니다.....

젊어 공부 하지 않으면 늙어 후회가 딱 맞습니다.  내 아들이 이 대목에서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아직 젊을 날이 훨씬 더 많으니 이제부터라도 공부를 하겠지요...
늙어서 후회를 하기전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할 공부를 지금이라도 하십시다.  십년뒤 보다 지금이
젊으니 아직 공부할 젊은이 아닙니까.. 우리 모두..


 

色 不 謹 愼 病 後 悔 (색 불 근 신 병 후 회)
색을 조심하지 않으면 병든 후에 뉘우친다.

동서고금의 진리이지요.. 건강하고 적당한 사랑은 인간의 본능이자 삶의가장 중요한 부분이지요..
저는 사람이 못나서 아직 병들어서 후회할 만큼 여색을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하하.. 믿어주세요..


 

富 不 節 用 貧 後 悔 (부 불 절 용 빈 후 회)
부할 때 절약하여 쓰지 않으면 가난한 후에 뉘우친다.

월급쟁이 살림살이 아껴서 쓰고 두번 생각하고 지출을 하였습니다.  어떨땐 이 나이에도 이렇게 재물이
넉넉치 않아서 사람 사는 인생이라 할 수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 보다 더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끼고 낭비없이 물자를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늙어 애처러운 자식놈 신세 지지 않으려 노력에 또 노력을 하고 있으니 아마 후회없는
삶을 준비하고 있다고 혼자 자부해 봅니다.. 건방진 소리 일지라도...  그 정도 허세라도 없으면 너무
비참할 것 같아서요..


 

念 不 思 難 敗 後 悔 (념 불 사 난 패 후 회)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지 않으면 실패 후에 뉘우친다.

어려움도 겪었고 편안함도 생활속에 간간히 느낍니다.  편함과 불편함의 기준이라 사람마다 달라서 어떻게
잣대로 잴수는 없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마음만은 편안함을 느끼려 많이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편함 속에서
어려움을 생각하라는 유학의 가르침을 가소로이 하지 않겠습니다.....

 

 

 

酒 中 妄 言 醒 後 悔 (주 중 망 언 성 후 회)
주중에 망동된 말은 술깬 후에 뉘우친다.

올 해 참으로 후회 막급을 하고 땅을 치고 쥐 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구절입니다. 아마 저에게
십훈 중에 이 훈이 올해의 클라이 막스였을겁니다.
덕분에 올 7월이후엔 술을 가까이 하지 않았으니 이제 더이상 술로 인해 실수라는 말을입에 담지 않을것 같습
니다.

남은 인생을 술로 인해 얼굴이 붉어지는 음주는 다시는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오만과 편견과 욕심을
버리자고 마음속에 다짐을 했건만 내 인생이 이 나이까지 어설픈 인생이었단것을 새삼 느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든게 부질없고 허망되고 한순간의 실수도 이제는 나이에 맞게 생겨나야 한다는 내 생각이 여지 없이 부셔져
버렸던 정해년이었습니다.
좀 더 반성을 하고 참회하고 후회를 하고 내년에는 주중망언하여 성후회 하는 일을 정말 없이 하겠습니다...


 

 

부모님 형제 친구 가족 동료 후배 선배님..
올 한해 님들의 도움으로 제가 있었고 영광도 있었습니다.

모든 허물과 탓과 잘못됨은 저의 어리석음의 소치 이오니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다시한번 용기를 주십시오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도 주십시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렇게 제 인생을 다 잡아 보겠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든일이 만사형통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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