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설說

복제견 / 박건형 논설위원 산업2부 기자

유유(游留) 2016. 2. 25. 11:06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이 터졌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던 줄기세포 논문 두 편도 취소됐다. 수많은 장애인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던 황 박사 약속도 허언(虛言)이 됐다. 다른 연구 성과들도 의심을 샀다. 하지만 황 박사팀이 복제해낸 '스너피(Snuppy)'는 여러 차례 검증을 거쳐 진짜로 입증됐다. 2005년 태어난 세계 최초 복제견이다. 서울대(SNU)와 강아지(puppy)를 조합한 이름이다.


▶복제하려는 동물의 체세포를 빼낸 뒤 핵을 제거시킨 암컷 난자에 집어넣어 수정란을 만든다. 이걸 대리모 역할을 할 동물의 자궁에 착상(着床)시켜 자라게 한다. 최초 복제 동물인 양(羊) 돌리를 비롯해 소·말·돼지·고양이가 이렇게 탄생했다. 개는 다른 동물과 달리 수정란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착상 조건도 까다롭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복제견을 대량 만들 수 있는 나라다. 애완견을 복제해달라며 외국에서 거액을 싸들고 오기도 한다.

▶탐지견 경연대회에서 복제견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개는 냄새로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는다. 냄새 맡는 능력은 유전자에 따라 다르다. 애초부터 유전적 능력이 우수한 개를 훈련시킨다면 뛰어난 탐지견으로 키워내기가 쉬울 것이다. 육성 비용도 적게 든다. 탐지견은 한 마리 키우는 데 보통 1억3000만원이 들지만 복제견은 4600만원이면 된다.

▶과학자들이 복제견에 관심이 많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인간이 앓는 질병 중 370가지를 개도 앓는다. 심장병과 당뇨병도 걸린다. 오랜 세월 사람과 함께 살아오면서 식습관도 비슷해졌다. 병에 걸린 개를 복제하면 유전자는 같지만 아직 병에 걸리지 않은 개가 태어난다. 개 연구가 곧 사람의 질병 연구가 된다. 실험용 쥐와 달리 개는 사람과 의사소통도 웬만큼 가능하다.

▶복제 동물도 DNA를 제공한 원래 동물과 꼭 같은 건 아니다. 개나 고양이 경우 얼룩 무늬 위치와 크기가 조금씩 다르고 성격도 차이 난다. 수정란이 착상돼 자라는 자궁 내 위치가 어딘가에 따라서도 유전자의 스위치가 꺼지거나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토벤을 복제했다고 해서 그 복제 인간이 뛰어난 교향곡을 작곡해낸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동물 복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과학자들이 어딘가 숨겨진 실험실에서 인간 복제까지 시도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든다. 과학이 지금의 문명을 만들어줬지만, 어떤 분야에서는 과학이 더 이상 발전하는 게 두렵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