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설說

'국방유치원' 만물상

유유(游留) 2016. 4. 26. 13:49

"아들, 훈련은 잘했어? 다친 곳은 없지?" "산 타다 넘어져서 긁혔는데 치료받았어." "겨울에 산에 올라가는 게 말이 돼? 엄마가 중대장님과 통화해 봐야겠다." 한 블로그에 올라온 '헬리콥터 맘'과 군인 아들 대화다. 요즘 아들 군에 보낸 엄마는 언제든 아들 내무반으로 전화할 수 있다. 작년 말 내무반마다 한 대씩 휴대전화를 보급해 밖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을 수 있게 된 덕분이다.

▶'헬리콥터 맘'은 자식이 어른 되고도 과잉보호하는 엄마를 가리킨다. 요즘 헬기 맘은 군부대까지 출동한다. 헬기가 착륙 직전 빙빙 돌듯 부모가 군 간부에게 수시로 연락해 아들 안부를 챙긴다. 부모와 부대는 아들 소속 중대가 연 '중대 밴드''단톡방(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소식을 나눈다. 중대 간부가 병사들이 복날 삼계탕 먹는 모습, 축구하는 사진을 찍어 올린다. 한 엄마는 아들 사진을 밴드에서 내려받아 '아들의 군대 생활' 앨범도 만들었다.

[만물상] '국방 유치원'

전방 어느 육군 부대 '중대 밴드'에서 엄마가 "중대장님, 제 아들 어깨에 왜 파스가 붙어 있나요?" 물었다. 단체 사진 속 아들에서 발견한 '이상'이다. 중대장은 "어제 축구하다 삐끗한 모양"이라며 걱정 말라고 답글을 달았다. 군과 군인 가족 사이 소통이 이렇게나 자유로워지면서 군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 보내 달라, 보직 바꿔 달라는 부탁은 흔하고 행군 따라가 간식 돌리는 아버지도 있다. "군대가 '국방 유치원'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요즘 이등병은 '이등별'이라고 부른다. 자식 한둘 둔 가정에서 곱게 자라 마음 여리고 몸도 약해 힘든 일은 못하니 선임병이 '귀하게' 모셔야 한다는 뜻이다. 몇년 전 한 해병대 조교는 신병 훈련 때 힘들어 눈물 흘리는 병사를 달래는 게 주요 임무였다. 우는 병사들에게 일일이 "파이팅! 힘내요"라는 편지를 써줬다. 어느 대학교수는 복무 중 실연(失戀)한 아들이 휴가 나올 때 집까지 따라온 장교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장교는 "혹시 사고 칠까 걱정돼 같이 왔다"고 했다.

몇년 전 '임 병장 사건''윤 일병 사건' 같은 부대 가혹 행위로 애꿎은 병사들이 숨지면서 부모들은 엔간해선 군대를 안 믿는다. 한 친구는 "면회 갈 때마다 아들 안색을유심히 살핀다"고 했다. 혹시라도 폭력을 견디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서다. 나라 지키라고 군에 보낸 아들을 엄마들이 지키는 상황이 우스꽝스럽지만 웃을 수도 없다. 유약한 아들, 과잉보호 부모, 신뢰를 잃은 군. 그런 군대가 어떻게 나라를 지킬지, 누구보다 부모가 잠 못 이룰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