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시집 [소주병] (실천문학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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