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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이름을 지운다 / 허형만

유유(游留) 2016. 9. 18. 20:03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데로

가까우면 가까운 데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 온 날보다 살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 지는데


언젠가는 눈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시집 [그늘] (시월 2012)


출처 : 유유산방
글쓴이 : 유유(留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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