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태극종주
일시 : 04년 10월 2일 3일 4일.(토. 일 . 월)
인원 : 단독.
기록을 남기면서.....
이 글은 산행기이고 태극종주안내라는 또 다른 기록은 혹 종주를 꿈꾸는 산님들을 위한 것입니다. 곧 이 구간도 개방이 된다하고 그리고 꼭 가보고 싶은 분들께 안전한 산행을 돕기 위한 기록이니 그렇게 양해를 구했으면 합니다.
두 번째 올린 태극종주 안내기록은 제 나름데로 충실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만. 안전산행을 위하여 꼭 독도법을 공부하시고 지도와 나침반을 반드시 지참을 하시고 가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종주를 위한 기초 체력과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모든 장치를 가지고 ....
산에서 종사하는 모든 분과
가족과 친지들.
당신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그리고 산과 그 속에 속한 모든 생명들에게
폐를 끼치는 그런 산행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서문......
인월부터 시작한 태극종주....
그 무지막지한 길을 다녀와서 두 번 갈 길은 아닌 것 같다란 이야기가 입에서 나오는 것을 보니 참으로 힘이 들었던 것 같다.
우선 구자숙님. 진맹익님. 보리님. 김점경님. 서찬교님께 미안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두 달 전의 실패가 다시 생각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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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종주 첫날
인월 - 노고단(산행시간 13시간 20여분. 25.7킬로미터)
2달만에 다시 인월마을 회관을 바라본다. 회관 앞 가로등 붉은 빛 아래서 GPS 단말기를 조작을 해 둔다.
마을을 지나 제실 같은 기와집을 지나서 분명 두달 전에 갔던 길로 갔는데 영 아니다. 이상하게 밭이 나오고 조그만 산등성이를 넘는다.
이런 ....아닌가 보다...
이 길이 널따란 경운기 길이 나오고 키 큰 수풀 속으로 들어가니 새벽 이슬에 온통 젖는다. 바람은 불고... 이게 무슨 난리람... 쩝..
다시 되돌아 나온다.
새벽 정확하게 5시부터 시작한 산행길이 다시 원점으로 그리고 보니 조그만 소로 길 같은 게 있는데 아마 그 길을 수풀로 해서 지나친 것 같다.
그리로 들어서니 두 달 전에 본 낮 익은 길인 것 같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것을 보니 그런가 보다.
하지만 캄캄 새벽에 낮이 설기는 매 한가지
지금 생각을 하니 추석을 지난다고 그 쪽 마을 분들이 길을 따라 잡목들과 넝쿨들을 쳐낸 것인데 두 달 전에는 잡목과 넝쿨로 길이 엉망이었던 것만 생각을 해서 그런가 보다. 아마 그렇게 생각이 된다.
어둠이 조금씩 가셔질 때쯤에 능선을 올라선다. 여전히 배낭은 무겁다.
그렇게 짐을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20여 킬로가 훌쩍 넘어선다.
당장 벗어버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4일간의 생존을 위한 물품들이라 어쩔 수 없이 안고 간다.
올라오는 길에 무덤 두어 기가 보이고 무섬증이 든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고 새벽 찬바람과 이슬.. 안개 등이 그런 분위기를 조성을 하는가 보다.
하지만 무거운 짐 덕분에 무섬증보다는 무겁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어서 인지 그런 스산한 맘은 금방 가신다.
동쪽에선 붉은 기운이 스며온다. 이제 날이 밝을 모양이다.
검스레한 산의 윤곽이 보인다. 아. 저기가 덕두산 인가 보다.
두달전 설사와 몸살로 기운 빠진 몸으로 올랐던 길이 오늘은 완전한 컨디션으로 오른다. 덕분에 걸음이 가볍다.
덕두산 스텐 이정표가 반갑다. 금방 올라온 것 같다. 이거 오늘은 산행이 재미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고 아무도 없어 이정표 스텐만 티카에 담고서 출발을 한다.
바래봉...
발아래 평원의 초록이 얼마나 이쁘던지...
내리막길을 내려 샘터에 오니 샘터 막사에서 두 분이 비박을 한 듯하다. 등산객은 아닌 것 같고 뭘 하시나 물어보려다 분주한 모습에 그냥 인사만 하고 샘터의 물 한 모금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갈대와 야생화가 지천이고 혼자 보기 아까워서 다시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찍어본다.
드넓은 운봉마을의 나락이 익어 가는 모습이 참으로 한가롭고 정겨운 우리나라의 풍경이다.
날씨는 초겨울 날씨다. 엄청 춥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름 홑바지에 남방 한 장으로 버티지를 못하겠기에 배낭을 뒤적거려 겨울용 폴라티를 속에 받쳐 입고 다시 간다.
미끌미끌 바래봉 이끼 낀 길을 조심스레 진행을 한다. 어느새 신발은 비 맞은 꼴이다. 바지 단을 타고 들어오는 이슬이 양말을 젖게 하고...
바래봉 끝자락쯤에 이렇게 이런 시간에 벌써 동네 나이 드신 아주머님들이 바래봉 잔디를 이식을 하고 계신다. 대충 10여분이 넘는가 보다.
아마 바래봉 샘터에 계셨던 남자 두 분이 이분들과 함께 일을 하시는 분들인가 보다. 인사를 하고 또 간다.
저분들은 이렇게 추운데 어제는 어디서 주무셨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세동치..
청소년수련원으로 가는 삼거리..
지난번에 왔을 땐 점심을 먹었던 자리인데 시간을 보니 10시다. 좀 빠르다고 생각을 하고 온다.
다시 세걸산 높은 봉오리 넘느라 진땀을 흘린다.
지난 여름.. 그렇게 잡아끌던 넝쿨들은 어디로 갔는지 이번 산행엔 잘 다녀오란 듯이 길이 좋다.
그렇게 덥고 지루하던 길이 걸음이 가볍고 길이 좋으니 예감이 무척 좋다.
고리봉...
얼마나 힘들게 올라섰던가..
8월에 저 길을 올라가면서 정말 힘이 들었다.
그때 같이 갔던 팀원들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평생 산에 갈 것 같지 않았다. 참으로 길고 길었던 그 길을 정말 가볍게 오른다. 어쩌면 즐긴다는 말이 맞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쉽게 올라 설 줄 나 자신도 몰랐다.
이런 ... 마약했나?.. ㅎㅎㅎ
고리봉 정상에 서서 지나온 길을 본다.
토요일이라 그래서 사람들을 간간이 만날 줄 알았는데 여태까지 사람 그림자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산더미 같은 배낭을 짊어지고 한사람이 올라온다. 바래봉에서 비박을 할거란다.
이어서 두 분의 젊은 아가씨들도 80리터 이상의 배낭을 메고 올라오고...
정말 젊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라는 맘이 든다. 부럽고...
동부능선으로 간다니 그쪽 길에 대한 정보를 준다.
그렇게 잠시 있다가 정령치로 내려선다. 배가 고파서 ..
새벽4시 달리는 차안에서 빵과 우유 한 병을 먹고 그리고 세걸산에서 양갱이 하나가 전부이니...
12시 30분..
정령치 휴게소 안으로 들어선다.
날씨가 차가워서..
들어서서 우동을 하나 시키고 전자렌지가 있나하고 물으니 렌지는 없고 뜨거운 물에 데워준다고 햇반을 달라고 한다.
우동에 말은 햇반과 함께 먹고 건전지와 사이다 한 캔등.. 보충을 하고 ..
밖으로 나와서 양말을 벗고 신발 깔창도 꺼내어서 바람과 햇볕에 말린다.
이슬에 젖은 신발이 금방 마를 것 같지는 않지만 이렇게 라도 해야 발에 물집이 잡히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새 양말을 꺼내고 신고 젖은 것은 배낭에 매달고 만복대로 향하는 계단을 밟는다.
정령치도 승용차 서너 대가 전부이다. 오늘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져서 사람들이 이렇게 없나 ... 그런 생각을 하고 만복대로 향하는 계단을 부른 배를 안고 오르려니 힘이 든다.
헥헥...
정상까지가 힘이 든다. 걸어 온 길과 먹은 점심으로 배도 땅기고..
그렇게 한 걸음 한걸음 해서 정상에 서니 적당한 크기의 케툰 하나만 덜렁 앉아있고 성삼재 방향의 나무팻말 하나 달랑 있다.
지리산 4대 조망터 중의 하나 만복대....
내일 갈 주능선의 천왕봉이 보인다. 걸어온 길. 내일 갈길.. 그 다음날 갈 길은 아직 보이지 않고...
멀다..
저 길을 갈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한 10여분 있으니 도저히 추워서 있지를 못하겠다. 여기서도 사람구경을 할 수가 없다.
가자... 내려가서 일찍 노고단 가서 쉬자...
한참을 내려간다 싶더니 헬기장이 나오고 성삼재 다.
성삼재 휴게소에 들렀다. 손이 시려워서 스틱을 쥐고 있는 손이 굳어진다. 그래서 면장갑 이라도 한 장 사려고 들어섰다.
마침 면장갑을 받아들고 보니 불량품 싸게 파는 그런 장갑이다. 장갑의 올이 나간 것을 폐기시키지 않고 한 묶음에 몇 백원씩 하는 것을 한 장에 삼백원에 받고 판매를 한다.
이런 .... 아무리 관광지이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을 한다. 퉁명스런 여자주인의 눈치도 아랑곳없이 이것저것 뒤져서 될 수 있는 한 올이 나가지 않은 것으로 3켤레를 구입을 했다. 아무래도 금방 떨어질 것 같아서 ....
그러고 나니 그 상점에선 물건을 더 사기 싫어졌다. 그래서 원래 성삼재 휴게소로 들어갔다. 캔 사이다를 하나 사서 선 자리에서 먹고 다시 노고단으로 길을 잡는다.
노고단 가는 40여분이 우째 그리 길고 힘이 드는지 ...
아마 다 왔다는 생각이겠지...
노고단 산장...
많지 않은 유산객들...
취사장안에서 술판이 벌어진다.
양주병에 라면국물 안주찌꺼기... 게다가 형님 동생하면서 고성방가를 하더니 결국에 노래가 나오고... 가관이다.
나중에 취사장에 물을 뜨러 다시 가니 먹었던 자리를 하나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고 전부들 들어가고 없다. ...
아마 국립공원 직원들이 수고를 했을거다..
성삼재 도로를 폐쇄를 해야 진정한 지리산 사랑이 되겠다 싶다. 성삼재 도로가 없으면 저런 무거운 술병을 지고 와서 이렇게 할 수 있는 유산객이 있겠는가 ....
무지하게 많은 쓰레기하며..
피곤해서 자리에 누웠다. 일찍 자고 내일 일찍 출발을 하려고 그래야 그 다음날 일찍 나서지....
그렇게 해서 막 잠이 들려는데 숙소에 들어와서도 고함에 거리낌없는 옆 동료들과의 고성의 대화....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고...
확 일어나서 순 경상도 보리문댕이 사투리로 콱... 한마디할까 ..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는 것을 눌렀다. 소등을 하라고 불을 끄니 또 확 켜고... 한 사람이 끄면 희희낙락하면서 또 켜고 ... 장난도 그런 장난을 한다. 이런 ....
여기저기서 한소리씩 나온다.
그렇게 하다가 어느새 나도 잠이 들은가 보다. 새벽에 찬 기온을 느껴서 눈을 뜨니 12시다. 한 서너 시간을 잔 모양이다.
다시 잠이 들고....
부스럭 소리에 눈을 뜬다. 새벽 3시 15분....
일어났다. 침상에 앉아 다리 점검을 한다. 아이쿠 이런 ..
근육이 뭉쳐서 난리다. 허벅지며 종아리며...
태극종주 2일차.(14시간 15분.)
노고단 - 장터목.
올해만 주능선을 벌써 4번째이다.
6월에 시작한 주능선 종주를 장터목에서 비바람으로 하산...
8월에 태극종주 주능선 세석에서 설사로 하산.
9월에 주능선 종주 대원사에서 올라 성삼재에서 비바람으로 하산...
이제 오늘 또 다시 이 자리에 선다.
노고단에서 캄캄 새벽에 바라다보는 주능선이 훤한 낮에 보는 듯 내 눈에 보인다....
완전히 미쳤구만..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피식 웃는다.
새벽 3시기상. 4시에 라면하나 삶아 먹고.
5시에 또 출발이다.
서리가 내려 길이 미끄럽다.
하지만 어제처럼 이슬은 없다. 다행이다.
밤새 신발도 꽤 많이 말랐다.
주능선에서는 카메라도 GPS도 꺼내지 않았다. 별반 정보를 수집을 할게 없었다. 워낙 고속도로 같은 길이어서 그랬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능선에 사람들이 좀 있겠구나 하고 짐작을 한다.
하지만 그 짐작은 여지없이 깨진다..
임걸령 물 한잔에 잠시 넋을 놓고 있으니 한사람 산객이 그냥 지나친다.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이상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다.
화개재..
서너 명의 젊은이들이 내가 내려서니 그들은 바로 토끼봉으로 올라선다.
오늘은 힘이 무척 든다. 다리도 아프고 몸이 굳어져서 걷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만 하고 하루종일 걷는다.
아마 어제 저녁에 노고단에서 잠을 설친 탓이리라 생각을 한다. 어디서 한 숨을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한다.
하지만 잠시라도 앉아있으면 금새 찬 냉기가 땀에 절은 몸에 스며들어 한기가 금방 들어 그 짓도 하지 못하겠다. 그러니 그냥 슬금슬금 걷는 일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다. 아직도 단풍은 두어 주 더 있어야겠고...
벽소령...
새벽에 라면 하나 먹은 것 외엔 아무것도 없는데 배가 고프지 않다.
신기할 노릇이다.
이 정도면 다음부터는 배낭을 지고 오지 않아도 되겠다는 씰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벽소령에서 물을 길어와서 라면을 하나 끓이고 억지로 입에 넣는다.
다시 길을 간다.
가면 갈수록 한정 없는 걸음에 시간이 하염없이 간다.
영신봉 오름길 계단을 끙끙거리며 올라선다.
젊은 친구두사람이 보인다.
장터목에 예약을 해두었는데 도저히 갈수가 없어서 세석에서 자려고 생각중이라고...
웬간하면 가보라고 하고는 먼저 길은 잡아 나서는데 저 아래에서 남녀 두분이 올라오신다. 낙남정맥 종주기념으로 영신봉에서 사진 한장만 찍으려는데 저 위가 맞느냐고..
그래서 맞다고 하니 휴식년제 아니냐고..
맞다고..
망설이는 눈빛에 그만
"여기 까지 와서 정맥종주 기념으로 사진 한장 찍는데 무슨 큰일 나겠습니까?....."
이런소리까지는 할 필요가 없는데...
공원 직원 알면 클나겠다...ㅎㅎㅎ
촛대봉에 올라서니 어느 듯 땅거미가 진다. 영신봉 너머로 해가 떨어지고 붉은 노을은 아침의 여명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뭔가 쓸쓸함이 배어 남은 무슨 기분일까... 어두워지는 촛대봉을 뒤로 한 채 헤드랜튼을 꺼내 든다.
얼마가지 않아서 산객 한 분이 오신다.
장터목에 사람들이 많아서 세석에서 자려고 다시 되돌아온다고 한다.
난 예약도 하지 않고 왔고 내일은 월요일이라 자리가 있을 거라고 혼자 짐작을 했는데 틀렸다는 이야기인가...
어쩔까 다시 세석으로 돌아가서 세석에서 잠을 잘까 하다가 맨 바닥이라도 실내라면 잘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대로 간다.
장터목에 도착을 하니 산장지기의 미 예약과 늦게 왔다고 ..
그때가 저녁 7시 반인데 ...
야간 산행 어쩌구 운운하면서 면박을 준다. 이런...
남은 힘들어 죽겠는데... 야간 산행은 나도 하고 싶지 않다고요..
억지로 자리를 하나 배당을 받았다.
저녁이고 뭐고 다 귀찮다. 그냥 자고 싶다. 하루종일 자고 싶다는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 매장에서 내일 쓸 간식으로 쵸코파이7개와 양갱이2개를 사들고 샘터로 갔다. 샘터 옆에서 쵸코파이 3개를 먹고 물먹고 치약 없는 칫솔질을 하고 물 두 펫병을 받아서 숙소로 들어간다.
내일 진행할 일정을 점검을 하고 그리고 배낭을 꾸렸다. 물 한 통은 아예 배낭 속에 넣고 그리고 양말을 갈아 신고 ...
샘터에서 등산용 손수건에 물을 적셔서 대강 몸을 닦았다. 그나마 좀 개운한 것 같다.
군대 다녀온 남자라면 알 것이다. 세수대야 하나의 물로 1개 분대가 세면을 한다는 사실을.... 꼭 그런 기분이 든다.
손수건에 다시 물을 묻혀 가지고 올라왔다. 숙소에서 양말을 벗고 발을 대강 닦고 새 양말을 갈아 신고 나니 준비는 다 끝냈다.
9시가 채 되기도 전에 곯아떨어진 모양이다.......
태극종주 3일차.(산행시간 14시간 )
장터목 - 밤머리재.
세상에 이런 일이...
내 생애 저런 달무리를 첨 본다.....
신기하고 또 신기하다...
평생을 살면서 이런 그림은 처음이다.
둥근 달은 아니지만 달 중심으로 온 하늘 가득한 달무리가 그려진 하늘이 새벽 찬바람 속에 있다.
일찍 잠깨어 나온 사람들 모두들 탄성이다.
조그맣고 뿌연 달무리를 몇 번을 봤지만 이렇게 선명하고 큰 달무리를 본적이 없다. 어느 나이 드신 어른은 저런 달무리가 들면 이삼일 내로 비 온다고....
달무리 큰 원테두리 안에 달이 있고 그 주위에서 별들이 반짝인다. 참으로 환상특급 그 차체이다.
노고단에서 장터목까지의 능선을 경계로 남원과 구례들판이 운해 속에 묻혀있고 뒤돌아서 진주시내의 야경은 도저히 말로 표현을 할 수 없는 가을 새벽의 충격이었다.
올해 내내 지리산 종주의 실패의 보상을 받는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
달빛 받아 오르는 제석봉은 언제나 그렇듯이 벗겨진 주목을 바라보고 숨을 몰아쉰다. 무거운 배낭으로 걸음은 더디지만 마음만큼은 훨훨 나는 한 마리 새이다.
통천문을 올라서기 전에 다시 한번 숨을 고른다.
새벽 3시에 기상을 해서 시작을 하려던 산행이 어쩌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늦게 기상을 하게 되고 바로 배낭 매고 나왔는데 달무리 구경하느라 또 시간이 지체가 되어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늘어진다.
위성수신기(gps)를 꺼내서 셋팅을 한다. 이제부터는 지도와 수신기와 나침반으로 가야한다. 이쪽 길은 한번도 가보지 않아서 나도 모른다. 단지 이 세가지 지도만 가지고 길을 찾아야 한다.
깜깜한 새벽 천왕봉의 정상석을 한 컷 찍을까 싶어서 카메라를 꺼냈는데 어두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냥 가자.. 뭐 누가 퍼 갈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정상석 한번 만져보고 내려선다.
안개가 덮기 시작을 한다. 이런 ....
난감했다. 안개 속에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하나... 어제 주능을 오는데도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첫날 서부능선을 탈 때는 사람그림자도 없었는데....
특히 오늘의 동부능선은 더욱더 사람이 없을테고.... 첨 길이고..
잠시 망설여진다. 가나 마나...
안개가 아니라 구름속인 것 같다. 구름이 몰려오는 것이다. 찬바람과 함께..
정상에서 잠시 생각을 한다...
어쩌나...
머릿속은 어쩌나 하면서도 발걸음은 중봉 쪽으로 간다.
일단 중봉 까지는 아는 길이니 가보자 그리고 가면서 결정을 하자. 중봉까지는 30분쯤 걸리니.. 그때까지 생각을 해보고 안되면 대원사로 하산을 하자....
정상에서 중봉 초입 길을 찾지 못해서 허둥댄다...
이런 정신을 차리자.. 흰 밧줄로 가이드를 한 중봉 향하는 길을 잡고 내려간다. 이런 새벽의 구름 속의 습기로 인해서 바닥은 겨울날 얼음 얼은 길 같이 미끄럽고 위험하다.
중봉 오름 길 직전 웬 컨테이너숙소가 하나 있다. 웬일인가 싶어서 봤더니 중봉 - 칠선계곡 태풍피해복구 인부들 숙소란다. 웬 아주머니 한 분이 그 새벽에 일할 준비를 하고... 옆에 텐트도 한 동이 있다.
참으로 고생이시구나.. 이 산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며 숨 몰아쉬고 중봉 오름 길을 차고 올랐다. 두런두런 사람소리에 반가운 마음보다 먼저 불안한 맘이 앞선다. 중봉에서 법을 한번 어겨야 하는데...... 아니 이제부터는 허가증이 있어야 하는데...그런 생각으로 맘이 무겁다.
두 분이 서성이고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 작가라 하신다. 아이쿠 다행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동부능선 정보를 물어보니 힘들거라 한다. 벌금 조심을 하라고..
제일 듣기 싫은 소리인데.. 쩝..
꼭 한번은 가보고 싶어서 그런다고 하니 조심하란다...
중봉 꼭지에 있는 우측으로 등산로 아님 팻말을 보고 넘어가려는데 그쪽이 아니란다. 좀더 가서 보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벌써 여기서부터 헤매는데 어떻게 가려고 그러느냐고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이 진짜 산꾼은 자기목숨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가시 박힌 충고를 한다.
동부능선 산행을 끝낼 때까지 그 말을 생각을 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을 했다. 무조건 미심쩍은 길에서는 지도와 수신기와 나침반을 대조를 하고 확실하지 않으면 다시 원점에서 시작을 하는...
그러다 보니 시간을 많이 지체를 하게 되었지만 산행을 끝낸 지금은 그 사진작가와 새벽에 그런 말들이 오고가지 않았다면 덜 조심을 했을 터이고 혹 그랬으면 그 안개구름 속에서 어떻게 되었을지 ....... 그런 생각들을 해본다.
각설하고 중봉에서 사진 작가 분들이 하봉에 도착을 하면 그곳에서 비박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박선생이란 분을 찾아서 제자가 그리로 갈테니 기다리고 계시라고 말을 좀 전해달란다. 그런다고 하고 출발을 한다.
드디어 중봉에서 하봉으로 길을 들어선다. 이슬이 아니라 아예 숫제 이슬비다. 나무 밑을 지나면 큰 빗방울처럼 투둑투둑 이슬방울이 떨어진다. 구름은 아예 온 산을 덮었고 헤드랜튼은 안개 속에서 위력이 없었다.
하봉까지 그냥 길만 보고 걷는다.
헬기장이 나오고 들었던 텐트 속에서 사람 둘이 무엇을 끓인다. 아마 라면이겠지... 그러고 보니 아직 잠에서 깨어서 물 한방울 마시지 않았던 속에서 허기증이 난다.
잠시 박선생이란 분과 이야기를 나눈다. 역시 동부능선의 지리정보다....
듣다 보니 더 헷갈린다..
한 2십 여분을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무슨 소린지 돌아서서 몇 발자국 오지 않아서 다 까먹었다.. 이런 까마귀 할배 같은 놈....
지퍼백에 넣은 좌표 찍힌 격자지도와 일반국립지리원발행 5만분의 1지도, 위성수신기, 나침반은 목에 걸고... 가슴속에 품고 길을 간다. 갈림길마다 위성수신기의 좌표와 격자지도를 확인한다. 방향이 애매하면 나침반으로 확인사살을 하고..
군에 있을 때 야간 작전 할 때가 생각이 난다.
그때 우리 소대장이 지도 잘못 읽어 집결지까지 시간이 늦어지게 되고 중대장에게 쪼인트 깨지던 기억이 왜 나던지.... 그 상황에서... ㅎㅎㅎ
날은 밝아 휘뿌연한데 도대체 구름은 걷어지지 않는다 온통 회색이다. 조망이고 뭐고 가시거리가 10여 미터도 안 된다. 아마 구름속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을 한다.
조망이 없으니 ...
천왕봉이 얼마나 멋있을까 그런 상상만 하고 간다. 전에 대원사로 갈 때의 봤던 그림을 상상하면서....
그렇게 끝없이 간다. 배가 고파서 가지고 간 빵을 꺼내서 먹었다. 삼일이나 배낭 속에 있었는데 상하지 않았으니 ... 방부제 엄청 들어간 모양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철저하게 오늘은 행동식이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 한 모금하고 맨 빵을 입에 꾸겨 넣는다.
독바위가 나타나기 전에 산죽들과 처절한 싸움...
산죽이 끝이 났는가 싶으면 키 만한 싸리나무가지들...
싸리나무가지가 안경을 낚아채는 바람에 한 삼십여분을 한자리에서 헤매인다... 안경이 나뭇가지에 걸려서 떨어졌는데 ... 뭐가 보여야 찾지... 더듬더듬 땅을 더듬어도 산죽과 나뭇가지들로 해서 도저히 찾지를 못하겠다.
겁이 난다. 안경이 없으면 장님이나 다름이 없는데... 큰일이다.
그런 생각이 나니 더 없이 당황스럽다. 일단 배낭을 벗어서 좀 멀리 가져다 놓고 그 근처를 헤맨다... 오솔길 좁은 덤불 속을 삼십분을 넘게 헤매다가 포기를 하고 오던 길로 돌아가서 치밭목으로 탈출을 하려고 생각을 하면서 오던 쪽으로 보기 위해 돌아서서 나뭇가지를 헤치는데 뭔가 반짝거린다....
이런 안경이 벗겨져서 나뭇가지에 걸쳐있는데 이게 키만큼 큰 잡목이라서 내가 보지 못했는가 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땅바닥만 헤매었으니....
허탈하면서도 얼마나 반갑고 안심이 되던지... 지금 생각해도 이마에 땀이 솟는다...
독바위 ....
독바위 정상에 올라가려다가 온통 구름 속에서 조망도 뭐도 없고 오직 찬바람만 씽씽 걸리고 ... 시간도 없고... 바로 가려고 독바위를 넘어간다.
마침 그쪽으로 용진회..던가? 표지기가 하나 있어서 당연히 그 길 인줄 알고 넘어들어 가는데 절벽이다.... 길이 없다... 여기서도 헤매인다.. 여기서는 좌표도 나침반도 지도도 다 정상이다. ...
이런 이럴 수가 없는데... 뭐야? 뭐가 잘못이 되었는데 길이 없어지는가...
독바위정상 주변을 이리저리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다. 제발 구름이 좀 걷어줘야 될 터인데.. 정말 헤매인다. 덜컥 겁도 나고.... 다시 되돌아가야 하나..
벌써 이러니... 하루종일 어떻게 저 먼길을 헤치고 가나... 그런 생각들로 머릿속은 뒤죽박죽이다.
아무리 찾아도 독바위 에선 길이 없다....
배낭을 내려놓고 쵸코파이를 한 개를 꺼냈다. 입에 물고 어기적거리고 있다가 다시 배낭을 업고 뒤 돌아선다. 오던 길로...
독바위 정상에서 10여 미터 내려오니 우측으로 표지기가 있다. 난 첨에 그쪽은 전망대인줄 알았다...
뾰쪽한 바위가 둘로 쪼개지고 희미하게 길이 나타난다.
이런...... 입에서 욕지기가 나온다...
참고로 독바위 정상에 붙은 표지기는 그 독바위 정상기념으로 붙인 표지기라고 생각을 하면 될 것이다. 실제 길잡이 표지기는 독바위 정상 가기 전 오름 길에서 좌측으로 표지기가 붙어있는데 그쪽이 진행방향이다....
어쩌면 당연한 길을 내가 헤맨 건지... 아니면 독바위 정상을 했다는 표지기를 남발한 선등자들의 생각지도 못한 행동으로 인한 건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거의 30여분을 없앴다...
새봉...
새봉의 너른 바위에서 배낭을 벗고 앉았다. 좌표가 표시된 지도의 고도와 수신기 고도가 일치를 하는 바람에 새봉 인지 알았다.
국골 이후의 모든 위치를 알리는 어떤 표지도 없다.
단지 지도상의 고도와 수신기 고도.. 그리고 좌표 등으로 지명을 알고 넘어가는 것이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이 세가지 물건에 대한 신뢰감과 애착이 점점 깊어간다.
그때부터 다른 어떤 물건들 보다 더 간수를 잘 하게 된다. 혹 버리게 된다면 다 버리더라도 이세가지만은 꼭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얼마나 소중하게 여겨지던지...
새재....
벌써 오래 걸었다.
저 아래 붉은 건물이 보인다. 아마 저곳이 새재마을 산장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저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가려고 지난번에 이야기를 했는데...
세석에서 출발을 하면 딱 맞는 곳이다. 거리 상이나 시간상이나..
새재 고갯마루를 내려서면서 앞을 보니 거대한 산봉이 연병장에 도열한 군일들처럼 줄줄이다... 아직도 천왕봉 쪽은 구름 속이고 잠시잠시 구름이 빗겨가는 속에 그렇게 보인다. 시간이 12시간 넘었는데 이 무슨 일인가 싶다....
결국은 그 높고 많은 봉우리를 하나씩 넘는다. 죽을 맛이다.
하루종일 조망도 없고 길은 이리저리 꼬불꼬불하고 온갖 잡목과 산죽과 키높이 만한 갈대들로 ..... 아프리카 정글이 이처럼 힘이 들까 할 정도로 힘이 든다. 사실 동부능선에서 본 것도 들은 것도 없다. 그 흔한 새소리 한번 없다. 중봉 넘어서면서 이상한 꺽꺽 거리는 짐승의 소리 한번들은 것 외엔 도무지 다람쥐 한 마리 본 게 없으니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한번 와봤으면 되었다. 두 번은 올게 아니다 라는 생각을 그때부터 하기시작을 한다. 하지만 하루종일 조망은 하지 못했으니...
서왕등재 습지 다리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물을 찾으니 배낭옆구리에 꽂아둔 물이 없다.... 이런... 여기서부터 꼬박 7시간을 더 가야하는데... 어디서 떨어진지도 모르겠다. 물을 아끼려고 참고 참았는데... 억울하기 짝이 없다. 샘터 삼거리로 한참 내려가 낑낑대며 떠온 물을 아침 겸으로 빵과 함께 먹은 게 다 인데... 아직도 1리터가 넘게 남은 생명수인데... 아쉽지만 다시 찾으러 갈 수도 없고... 아마 새재 마루를 내려오면서 그 잡목들한테 뺏긴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유달리 물이 담긴 펫병이 등산로에 간간히 보이던데 ..
난 그게 사람들이 버린 줄 알았다.. 속으로 이런 곳을 올 정도의 산꾼 이면 저런 행동은 하지 않을텐데 하고 속으로 아쉬워했는데 알고 보니 잡목에 뺏긴 물병들이란 것을 그때 알았다... 하긴 샘터삼거리에서 거의 9시간을 물이 없는 구간인데 어느 정신 없는 사람이 물병을 버렸겠는가 ... 참으로 내 머리가 둔하기가 이를 데가 없다...
급하면 왕등재 습지 물이라도 뜰 요량으로 개울을 보면서 금방 느낀다. 이런 물병이 없는데 어디다 담아가나... 하여튼 머리.....
배낭 속에 넣어둔 1.5짜리 물병을 꺼낸다. 이게 마지막이다.
점심으로 또 빵과 물을 먹고 양갱이하나 먹고 물병을 아예 배낭 속으로 넣는다. 배낭 밖으로 나온 물건이 하나도 없게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오르막......
끝이 없을 것 같은 오르막을 종아리 터지게 오르면 한없이 떨어지는 내리막....
끝없이 오르고 내리고... 도저히 끝이 날것 같지 않다.
평생을 이렇게 원 없이 많이 걸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타구니가 따끔거린다. 웬일인가 싶어서 바지를 벗었다. 땀에 절은 팬티와 바지솔기로 인해 사타구니 안쪽 허벅지 살이 스쳐서 엉망이이다. 따갑고 아프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바셀린 생각이 났지만 산 속에서 택도 없는 소리고... 너무 아파서 나중에 걷지 못할 정도이면 바지 벗고 팬티바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이 드니 더 막막하다.....
참으로 멀고 먼 길이다.
동왕등재....
대원사 경내마당이 들여다보인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돌아선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건만 아직도 천왕봉은 구름 속에 있다.
탈진할 정도로 힘이 들쯤...
도토리봉 정상이다. 이제 하산길이다.
이제 30분만 가면 밤머리재이다. 한숨이 나온다. 날이 이미 어둑해 진다.
그래 끝이 나오는구나.....
다시 웅석봉을 생각한다.
내일 할까 다음에 올까......
절골 에서부터 나무에 붉은색 노끈으로 표시를 해두었다. 아마 통제에서 해제를 할 모양이다. 아침에 사진작가들도 그랬고...
붉은색 끈으로 등산로를 따라서 표시를 한곳에 나무들을 잘라두었다. 길을 내고 있다. 잡목을 쳐내고 있고 길을 정비를 하는 것을 보니 조만간 절골에서부터 밤머리재 까지는 개방을 할 모양이다. 참으로 잘 한 일이다 싶다.
밤머리재에 내려서니 어느새 오후 6시 반이다.
어두워진 밤머리재...
군용 통신차량이 한 대 있고 병사 한 명이 웅석봉 올라간 동료를 기다리고 있다.
야간산행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산청을 가서 여관에서 자고 내일 다시 웅석봉을 하자고 생각을 하면서 산청택시를 불렀다.
기다리는 동안에 집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상황을 이야기를 하니 여관 가서 자지말고 집으로 오라고 한다.
집에 와서 낙지전골에 막걸리 준비를 한다고....
침이 넘어간다..
맞다.
지금 마누라 맘 변하면 못 얻어먹는다.
웅석봉이 어디 이사가는 것도 아니고...
기다리던 택시를 타고 산청으로 간다. 기사님 말씀에 두어 주일 후에 오라고..
내장산 단풍보다 더 낫다고 한다.
그래 2주일 뒤에 마눌 데리고 오자. 단풍구경하고 산청, 수동사이에 다슬기전문 음식점들이 많다던데...
그곳에서 인심 함 쓰지 뭐...
산청시외버스정류장....
택시에서 내리자 바로 막대아이스크림과 승차권을 사들고 돌아서니 버스가 온다.
달리는 버스 속에서 한꺼번에 두 개나 산 아이스크림을 어린애처럼 쭐쭐 빨아먹고 있다....
정말 맛있다...........
두번째. 태극종주 안내기록
여기서부터는.....
태극종주 길라잡이를 할 수 있는 지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리산 태극종주란 지리산 산군을 모두 이으면 지도상에 그 등산로 길이 태극모양이라 하여 산군들 사이에 그렇게 불려지는 보통 3개구간이나 4개구간을 끊어서 종주를 하게 됩니다.
위치 :
1.서부능선
인월마을 - 덕두봉 - 바래봉 - 세걸산 - 고리봉 - 정령치 - 만복대 - 성삼재 - 노고단 (GPS측정거리 25.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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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능선
노고단 - 화개재 - 연하천 - 벽소령 - 세석 - 장터목 - 천왕봉 (지리산국립공원 실측거리 25.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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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동부능선
천왕봉 - 중봉 - 하봉 - 국골사거리 - 쑥밭재 - 독바위 - 새봉 - 새재 - 외고개 - 서왕등재늪지 - 동왕등재 - 도토리봉 - 밤머리재 - 웅석봉 - 지곡사 ( 32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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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 : 2004년 10월 2일 - 4일 (2박3일)
1일차 일정(대구 - 인월 - 성삼재 - 노고단)
수신기작동 정보체크 등산로 안내는 필요치 않을 것 같음.
이정표 및 등산로가 무척 잘 되어있어서 초등자들도 충분히 산행을 할 수 있음.
03:00 대구화원T/G 통과
04:30 인월T/G통과
04:30-05:00 위성수신기셋팅 및 산행준비 차량 파킹.
04:57 산행시작.
위성좌표 인월마을 경로당앞.
N 35도 27분 17.7초
E 127도 36분 00.4초 해발고도 457미터
06:58 덕두산 정상
N 35도25분 51.9초
E 127도 35분 00.8초 해발고도 1154(오차 4미터) 산행거리4.3킬로
07:40 바래봉정상
08:10 팔랑치
08:47 부운치
09:10 - 09:30 간식 및 휴식
10:05 세동치 삼거리 5분휴식
10:23 세걸산
12:20 고리봉정상
N 35도 22분 12.9초 E 127도 31분 31.4초 고도1311미터(오차6미터)
총산행거리17.8킬로, 산행시간 7시간30분, 평균속도 시속2킬로
최고보행속도 시속5.9킬로 위성수신기정보 임.
12:50 정령치 도착 (고리봉에서 20분간 휴식)
13:30 정령치출발 (점심 햇반 + 우동 + 맥주1캔) 건전지 추가구입.
14:48 만복대정상
16:40 작은고리봉
N 35도 19분 11.0초 E 127도 30분 48.0초 고도1253M
총산행거리 21.5KM 산행시간 11시간 13분
17:15 성삼재도착
17:30 성삼재출발(간식 캔사이다1병. 면장갑 구입)
18:20 노고단산장도착
2일차.(노고단 - 장터목)
주능선 산행. 주능선은 엄청나게 정비가 잘 되어있고 현재로써는 고속도로 같은 길이기에 특별히 길 안내가 필요치가 않은 길이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정보로 대체를 함. 대충 산행시간만 체크를 하고 진행을 하였음. 국립공원지리산관리공단이 실측을 한 주능선의 총 거리는 25.5킬로미터라고 함. 위성수신기로 확인을 하려다가 게으름의 소치를 그만 두었고 기계보다는 그래도 사람이 일일이 실측을 한 것이 더 정확하리라 생각을 하였음.
하루종일 엄청나게 피곤했고 종일 걸으면서 졸음이 왔음. 벽소령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두 잔을 한꺼번에 마시고 나서 조금 정신이 들어왔으나 너무 피곤한 하루였음.
03:15 기상
라면1개, 배낭팩킹. 화장실 등등... 꿈지럭거림.
04:52 노고단 출발
06:20 임걸령도착
07:54 화개재도착
08:40 토끼봉정상
10:35 연하천산장
10:40 연하천출발
12:40 벽소령도착
13:55 벽소령출발(점심 라면1)
14:55 선비샘도착
17:10 세석산장도착
19:15 장터목도착
총 산행시간 14시간 23분.
3일차 (장터목 - 중봉 - 하봉 - 새재 - 왕등재 - 도토리봉 - 밤머리재)
04:00 기상
04:20 장터목산장출발
05:35 천왕봉도착
천왕봉 정상 밑에서 10여분간 위성수신기 셋팅과 잠시 쉬었다. 안개가 무지하게 껴 있다. 천왕봉정상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부탁할 사람이 없다. 그리고 어두워서 카메라도 잘 작동도 하지 않고 그래서 카메라를 아주 집어넣었다.
정상에서 약간 내려서면 중산리 가는 길과 대원사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으며 대원사 방향이 중봉을 향하는 길이고 초입은 돌길이며 길 양편으로 굵고 흰색의 밧줄로 길을 만들어 두었다.
이 길로 계속 내려가면 내리막이 끝이 나고 오름길을 시작을 하는데 이 안부가 중봉 오르는 안부이다.
현재 이곳에 컨테이너숙소를 두고 중봉 칠선골 태풍피해복구를 하는 인부들이 있다. 그리고 가는 방향의 우측으로 등산로 아님 팻말이 있는데 이곳이 마야계곡으로 가는 초입이며 조금만 내려서면 샘이 있다.
이곳에서 잠시 오르면 중봉정상(1875미터)이다.
06:25 중봉정상 도착
통상 천왕봉에서 30분 정도 소요가 되는데 안개로 인해서 꾸물거린 시간이 너무 난다. 시간을 많이 지체를 한다.
06:35 중봉출발
사진작가 2분과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출발한다.
출입금지 표지판을 지나면서 마음이 무겁다. 여기서 잠시 헤맨다. 정상우측으로 등산로 아님 팻말이 있는데 이곳은 아니고 중봉에서 대원사 방향의 이정표가 서있고 이곳에서 진행방향으로 등산로 통제구역이라는 정식 지리산 국립공원 간판이 있다. 과태료 100만원등등.. 그렇게 쓰여있는 간판을 넘어서면 오솔길이다. 이 길로 들어서는 모든 산꾼들은 모두가 한마음이리라 생각을 한다. 땀방울과 발자국만 남기고 오시리라고.....
07:10 헬기장 도착
헬기장 도착하기 바로 직전에 이정표 있슴.(천왕봉1.7K, 치밭목1.8K)
헬기장에서 우측으로 좀 내려가면 샘터가 있다고 하나 가보지 않았음.
여기서 텐트를 치고 비박을 하시는 사진작가들 만나서 동부능선 길 정보를 듣고 하다가 보니 30분 정도 소요됨.
헬기장에서 직진을 하면 한 이십분쯤 가면 커다란 바위가 길을 막는데 좌측길과 우측 길에 동시에 리본들이 많이 달려있음.
여기서 우측 길로 돌아서면 바로 90도 직벽의 바위가 나타나는데 높이는 2-3미터쯤에 밧줄이 달려있음. 여기서 올라서서 왼쪽으로 서너 발자국 가면 하봉 정상이고 올라서서 우측은 새재 방향임.
08:05 하봉정상
08:13 하봉출발
하봉을 출발하여 대략 5분쯤 가면 바위의 험한 길이 끝나면서 오솔길같이 길이 좀 좋아지면서 내리막길이 나오면서 걷기가 좋음. 여기서 길이 갈라지는 곳이 간간이 나오는데 무조건 진행방향으로 직진하면 됨. 우측으로 가도 됨. 좌측으로만 가지 않으면 됨.
08:47 국골사거리 도착
국골에 도착을 하면 이정표가 서 있음. 유일하게 종일 길 중에 첨 보는 이정표임. 직진은 영리봉 능선이며 좀 가면 두류봉 정상이라 하는데 안개가 너무 껴 있어서 가지 않고 바로 우측 새재 방향으로 길을 잡았음.
좌측은 국골이라고 표지판에 되어 있음 우측과 좌측의 길 안내는 해 두었는데 직진은 어디라고 아무런 표시가 없음.
단지 지도상으로 보면 두류봉이 나옴. 두류봉은 조망이 좋다고 태극종주팀들이 빼놓지 않고 가는 코스이나 이날은 구름으로 해서 가봤자 별 볼일이 없을 것 같고 해서 그냥 지나감.
09:17 샘터삼거리
국골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서 계속 진행을 하면 산죽밭을 내리막으로 조금 내려서면 편한 공터 비슷한 안부가 나오면서 표지기가 많이 달린 삼거리가 나옴. 좌측엔 야간 평평한 공터가 있고 우측으로는 내리막길이 두어 군데 갈라지면서 있는데 이리로 1분 정도 내려서면 물소리가 들리고 계곡이 있음.
샘터라고 하지만 계곡임. 이곳에서 다시 물을 보충을 하였음. 샘터가 없음. 최소한 3리터 이상은 가지고 가야 안심임.
국골 사거리에서 정신 없이 걷다가 보면 혹 길을 놓칠 우려가 있음. 국골4거리에서 대충 20여분 넘게 가다가 보면 약간 내리막을 내려간다 싶으면서 산죽이 대략 4-50미터 정도 쭉 나옴.. 이때부터 우측으로 눈여겨보면서 가면 우측으로 급히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산죽길 좁은 길로 오다가 이 지점에서 좀 넓다싶을 정도로 길이 평평해짐. 그리고 리본이 많이 붙어있음.
국골에서 20분 좀 넘게 걸림.
09:40 샘터삼거리출발
샘터길 삼거리에서 출발하여 독바위 까지는 40여분 동안 그야말로 밀림 같은 산죽 길인데 첨엔 내리막을 한참 내렸다가 다시 오르막을 오르는데 사이사이에 갈림길이 많다. 전체 산행 중에 여기서 제일 헷갈리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되어진다. 개인적으로 여기서는 반드시 나침반과 지도로 방향을 잡고 길을 진행을 했으면 한다. 특히 이번 산행에서 안개로 덮여서 가시거리가 20여 미터도 채나오지 않는 길에서 나침반과 위성수신기, 지도가 없었다면 아마 종주를 포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단 한번의 알바 없이 그대로 진행을 했다. 물론 독바위에서 알바는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표지기의 판단착오이므로 알바로 인정을 하지 않은 것이고...
하여튼 독바위까지 길은 주의를 요하는 길이다. 하봉 정상이나 국골4거리에서 지도정치를 하여서 나침반을 독바위나 쑥밭재로 맞추고 진행을 하면 길 잃고 헤매지는 않을 것이다.
샘터 삼거리에서 독바위 방향으로 가다보면 길이 많이 갈라지는 곳이 나오는데
첫 번째 삼거리에선
좌측: 허공다리골. 우측이 진행방향임.
두 번째 삼거리
우측이 윗새재 마을로 가는 길이고 직진길이 진행방향임.
여기서 애매하면 나침반을 보면 정확함. 여기서 나침반역할이 무지 컸음.
세번째 삼거리
두 번째 삼거리와 동일한 방향임.
네번째 삼거리
좌측길이 허공다리골, 직진이 진행방향임.
여기가 쑥밭재로 나옴. 격자지도상.
다섯 번째삼거리
좌측 얼음골 직진이 진행방향임.
이렇게 진행을 하다가 보면 독바위가 보임.. 보이는 방향을 잘 잡아서 가면 됨. 날이 좋을 때는 별 무리가 없지만 악천후 일 때는 정말 주의를 요함.
10:25 독바위 도착.
10:45 독바위 출발.
독바위에서 20분 동안 헤매 임.
독바위 정상으로 올라가는 밧줄이 보이는데 바로 안부까지 올라가기 전에 좌측으로 표지기가 붙어있고 바위 두 개가 나란이 붙어 있는 쪽으로 진행을 하여야 밤머리재 쪽인데 일단 독바위를 오르기 위해 우측 독바위 방향으로 갔다.
여기서 독바위 바로 넘어서는 오솔길이 있고 그곳에 용진회라는 표지기가 붙어있어서 그리고 넘어가는 줄 알고 넘어선다. 그런데 넘어서서 채 1분도 가지 않아서 절벽이다.
여기서 안개는 껴 있고.. 헤매기 시작을 하는데 독바위를 뱅글뱅글 도는 형식이다.
독바위 정상에서 내려서서 올라오던 방향에서 좌측으로 몇 발자국만 가면 바위두개가 갈라지고 그리고 길이 열리는데 왜 그곳에서 뱅뱅 돌았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 헤매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아주 어려운 곳에서 아주 쉽게 길을 찾기도 한다.
길 방향을 알리는 표지기는 정상에는 붙이지 않았으면 한다. 표지기는 방향이다. 진행방향으로만 표지기를 주고 정상주위엔 표지기를 붙이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그 표지기도 정상에 올랐다는 기념으로 매달았을 것 같은데 공교롭게도 길이 아닌 쪽에 붙어서 그곳으로 길을 안내한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여기서는 나침반도 같은 방향이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 왜나면 지시하는 방향원점의 반경이 수 미터 내이기 때문이다. 날이 맑고 좋았다면 아무것도 아닌데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좁아서 생긴 헤프닝이라 할까.... 하여튼 얼마나 불안했는지 ... 지금도 한숨이 다 나온다.
독바위 옆의 두 개 갈라진 바위를 지나서 2-3분 가다보면 급경사 내리막에 밧줄을 묶어두었다. 가지고 간 스틱을 아래로 던져 놓고 조심스레 내려선다. 그리고 좀 가면 산죽밭이 나오고... 산죽이 지긋하게 나오다가 사리나무 가지... 도토리나무 온갖 잡목과 풀들... 정말 지긋지긋하게 나온다.
그렇게 독바위에서 출발해서 대충 30분쯤 오면 산죽길 오름길 모퉁이를 돌아서 올라서면 널따란 바위가 나온다. 동부능선 전구간에서 제일 큰 바위이다.
즉 천왕봉에서 종일 오는 중 제일 평평하고 넓은 바위인데 대략 20명쯤 앉아서 점심을 먹을 수 있고 아래로 절벽이고 앞에 봉오리가 막혀 있어 전망은 없는 그런 곳이다. 그곳이 새봉이다. 좌표와 고도가 정확했다.
좌표와 고도표시가 없었다면 그곳이 새봉 인지도 모르고 통과를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새봉에 도착을 하여 잠시 쉰다.
11:15 새봉도착.
20분간 휴식 양갱이 한 개 쵸코파이 두 개 물조금 먹음.
11:35분 새봉출발
10분정도 바위로 구성된 내리막길.. 조심.
10분정도 진행하던 방향에서 우측으로 산행방향이 바뀌어짐. 새봉에서 20여분쯤 가면서 나침반 방향이 어긋나도 길 따라 계속 가면 완전히 우측으로 길이 꺽이면서 나침반 방향으로 제자리를 잡음.
등산로가 우측으로 꺽이고 한참 내려 가다가 다시 능선으로 가다가
12:12 헬기장 이 나오면서 우측으로 붉은 외벽을 가진 집들이 보이는 새재 마을이다. 그때부터 잡목과 한판씨름을 하면서 급경사를 내려서면 새재 4거리 안부에 도착을 한다.
12:35 새재 사거리도착
좌측 : 오봉리 하산길. 우측 :새재마을(세석에서 출발을 하면 마을로 내려가서 산장에서 자고 올라오면 됨) 직진 오름길 : 밤머리재 방향.
직진으로 오름 길로 올라서면 여기저기에 리본들이 어수선하게 달려있는데 무조건 직진이다 .그렇게 오름 길을 올라서 내림길 내려선다.
내림 길을 한참 내려오다 보면 이제껏 다른 어른 키 만한 억새가 있는 어수선한 길이 나오는데 여기도 표지기가 어수선하게 붙어있다.
13;20 여기가 외고개 4거리 안부인데 잠시 방심하면 외고개 인줄도 모르고 갈 뻔 한다.
좌측은 오봉리길이고 우측으로 붙어서 가야한다.
정신 없이 내려오다 방향이 좌측내리막길이라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나침반을 보니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돌아서 올라오니 역시나 우측으로 줄줄이 표지기가 있었다. 억새가 시야를 가려서 그런가보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억새밭을 한 이분쯤 걸어가니 소나무 숲이 나오고 오솔길이 열린다. 잡풀하나 없이 깨긋한 길이 눈에 들어오고 소나무 숲을 한 이분쯤 걸어서 가면 서서히 오름길이 시작을 하는데 세 번을 오름길을 오르고 나서 세 번째에서 약간 걸어가다가 조금 더 오름 짓을 하고는 내려서면 억새가 나오면서 넓은 습지가 보인다. 여기가 서왕등재 습지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잡목과 엄청난 싸움을 해야한다. 새봉에서 여기까지 사이에서 피 같은 물 1리터 정도를 잡목에게 뺏겨버렸다. 아직도 갈 길은 까마득한데...
13:50 서왕등재 도착
14:10 서왕등재 출발
서왕등재를 출발하면 바로 오름 길이 시작이 되고 여기서부터 오름내림의 연속으로 가다가 갑자기 등산로길이 우측으로 90도 꺽인다. 이곳에 누가 쓰다가 버린 1회용 가스버너가 녹이 쓸어있다. 아마 동네 마을 사람들 것이라 여겨진다. 산꾼이 저런 가정용 휴대 가스버너를 가지고 산에 오진 않았을 것이고...
하여튼 그렇게 꺽여서 잠시 내려서다가 다시 능선길이다. 여기서 잠시 가면 절골이다. 나무에 붉은 노끈을 달아놓은 것이 이상하다 했는데 몇 시간 뒤에 그 이유를 알았다. 여기까지 중간중간 길이 갈라지는 곳이 종종 나오는데 무조건 직진이다.
그렇게 해서 잡목과 싸우면서 옆에 보이는 거대한 산봉우리로 향해 두시간을 가면 동왕등재이다.
동왕등재 정상에서 서너 발자국 못 미쳐서 바위가 하나 있는데 올라서니 대원사 경내가 보인다.
16:10 동왕등재 정상.
좌측으로 거대한 산 봉오리가 겹겹으로 서있다. 어이가 없다. 12시간을 왔는데 아무리 봐도 저기를 또 넘어야 할 것 같고 그 뒤로 웅석봉이 숨을 막히게 한다.
도저히 오늘 저기까지는 못 가겠다. 시간이 너무 없었다. 두시간 정도 더 일찍 왔으면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동왕등재 엔 깨어진 삼각점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면 대원사 방향이다.
동왕등재에서 깨어진 삼각점에서 좌측으로 보면 급경사 내리막이 있고 표지리본이 붙어있다. 동왕등재에서 봐서 좌측의 높은 봉오리쪽 방향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리가 없다. 아직도 천왕봉은 구름 속에 있다.
16:20 동왕등재 출발.
왕등재라고 해서 안부인줄 알았는데 봉오리이고...
급경사내리막을 10여분가 내려서서 적당히 가다가 숨이 막힐 듯이 오르막을 오르다가 또 내리막.. 계속 길은 이어진다. 그런데 엔진톱소리가 계속 들리더니 그 소리가 없어지고 가만 보니 잡목이 사라졌다. 길옆으로 잡목들과 굵은 상수리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 첨에 산판 인가하고 생각을 했는데 산판 나무가 아니다 성가신 등산로 길옆의 나무들만 쳐내고 있었다. 표지기 리본이 달린 나무들도 잘려 나가고... 그러고 보니 붉은색 노끈을 쳐낸 등산로 길을 따라 길잡이 나무로 한 그루씩 남겨두고 그 나무에 표지기처럼 노끈을 묶어두었다. .
아하 등산로 정비를 하는구나..
그때부터 그 노끈이 길잡이가 된다. 길도 나무를 쳐내서 좋았다.
절골에서 그 노끈을 보았으니 절골까지 개방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아침에 사진작가들이 곧 개방을 할거라고 하더니만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어느 순간 톱소리가 멎는 것을 보니 작업인부들이 날이 저무니 철수를 한 것 같은 생각이든다. 나도 맘이 급해진다.
17:35 도토리봉 헬기장 도착을 한다.
해발고도 905미터. 좌표 북위 35도22분 55.9초 동경 127도50분 19.2초이다.
현재까지 12시간을 넘게 걸었고 산행거리는 16.8킬로미터가 나온다. 엄청나게 힘이 든다.
여기서부터 내리막 경사가 심하다. 30여분을 급경사로 내려서야 한다.
18:08 밤머리재 도착......
여기서 산행을 끝내기로 한다. 웅석봉 구간은 지리산 주능선처럼 안내가 필요가 없는 산길이기에 더 이상 지면을 할애를 할 이유가 없고 2주쯤 뒤에 단풍구경을 다녀와서 다시 산행기를 올릴 때 간략하게 설명하기로 하고...
총 산행 거리라든지 시간이라든지 그러한 모든 것을 차치 하고라도 태극종주의 그 지루하고 멀고 먼길은 어느 정도 기초 체력은 가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험하고 먼 여행에서는 반드시 내 목숨 책임질 수 있는 모든 준비를 갖추고 산행에 임해야 할거라고... 아침에 만난 그 사진 작가님의 말씀이 참 와 닿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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