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후기

수도산 -가야산 종주 04.6.22.

유유(游留) 2008. 6. 5. 15:36

수도산 - 가야산종주

간 날 : 2004년 6월 22일 화요일
간 길 : 대구 성성홈플러스앞(택시) - 성주 - 수도암 - 수도산 정상 - 단지봉 - 좌일곡령 - 목통령 - 분계령 - 두리봉 - 가야산 상왕봉 -

칠불봉 - 서성재 - 백운동 주차장 - 가야면 - 대구서부정류장

 

같이 간 사람들 : 친구 (이용해). 후배 (김점경) 산하님 (구자숙). 산하님 (진맹익).

대구출발; 03시 15분
수도암 도착 : 04시 50분
산행시작 : 04시 50분
수도산 정상 :05:50착. 06시00출발
단지봉 07시 50분 착.
두리봉 13시40분착.
가야산 16시35분착.
백운동주차장 19시20분착.




여기다. 여기도 있다.

어 이건 크다.

와.... 여기 더덕 밭이다. ...

어데.. 어데 있는데?..

여기 있잖아요... 여기 ...

어 그래.. 정말 와 대빵 큰 거 나왔다...


종주 중 종주는 뒷전이고 더덕 캐느라 정신 없었던 사람들...
지금 지나간 몇 시간 전의 일들이 다시금 생각나 한 모금 웃음을 만든다.


새벽 2시 반....
슬그머니 집을 나설 준비를 한다.
오랜 종주가 아니라 당일로 다녀올 산이기에 작은 배낭하나에 물을 담을 통을 넣고 그리고 집을 나선다.

엉?....
당신 이 밤에 어데 가는데?

아...
오늘 가야산 종주 가는데 잠깐 갔다 오께.

 

지금?

어.... 그래.

아니 지리산 갔다오고 나서 사무실에 며칠 있더니 겨우 오늘 오후에 집에 와서 이 새벽에 산에 간다꼬?....

우야다 보이 그리 됐다.
금방 갔다 오께..

아예 거 가서 살아라...

방문 나서는 뒷 꼭지에 .

불끄고 가라.......


나오는 뒤통수는 뜨끈했지만 엘리베이터 내려가는 순간부터 벌써 마음은 산을 향한다.

내가 아무래도 돌은 놈 이제.....

택시 잡아타고 부랴부랴 간다.
벌써 예약한 택시는 대기하고 있고 ...

전화를 한다.
지금 가고 있다고..

금방 모여들어 배낭을 싣고 차는 어둠을 가르고 알 듯 말 듯한 도로를 가른다.

수도암...

새벽 예불을 위한 불이 켜져 있고 공양간 보살은 때 이른 바쁨이 창가 넘어 눈에 든다.
살금살금 내 터가 아니어서 조심스레 대웅전을 돌아든다.

오솔길 오름에 나풀대는 리본들.
사진 한 장 남기어 뒤이어 오를 산님 위한 기록을 한다.

종아리 바지 단에 감겨오는 이슬 먹은 풀잎의 속살거림....
신 새벽 이슬 차가움에, 싱그러움이 너무나 좋아 뒷감당 생각 없이 그냥 걷는다.

 

한 꼭지 숨이 오를 즈음 멀리 동이 튼다.
바람과 구름 속에 숨박꼭질 하는 붉은 해는 오늘의 여정을 가늠케 하고 올라서는 발걸음은 걸음걸음이 즐겁다.

전날 몰아친 태풍의 영향으로 구름 속 태양이지만 그 장엄함은 인간의 입에서 함부로 이야기 할 거리가 되지 못하여 그저 바라볼 뿐....
수도산 정상 못 미쳐 헬기장에서 사진작가 2분이 뭔가를 바라고 자리를 지키고...

우린 갈길 멀어 그저 황망히 자리를 난다.

언젠가 수도산 종주를 하리라 오랜 숙제처럼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산행 길에 나설 줄은 몰랐다.

지리산을 가기 전에 지리산 다녀와서 바로 가 봐야겠다는 불쑥 쏟은 치기 어린 생각이

오랜 계획 속에 무산된 산행계획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수도산 정상....
여늬 산처럼 화려하지도 웅장하지도 않은 그저 소박하게 있는 듯 없는 듯 그 자리 서서 오는 객 가는 객 그저 말없이 볼뿐...

후배와 친구 코스모스님....
다함께 증명사진 남기고 다시 저 멀리 보이는 장쾌한 능선에 시선을 준다.

멀리 보이는 능선이 스르르 넘어가는 비단 구렁이 같다고 해야하나....
소잔등처럼 부드러우면서 희끗한 봉우리의 실루엣은 신새벽 어스럼 안개 속에서 알지 못할 흥분감에 싸이게 한다.

아...
이것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 예쁜 그림이구나...
그렇게 생각이 되어진다.

어서어서 저 길을 걷고싶은 욕심에 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발 밑 걸음은 벌써 이슬에 흠뻑 젖어 열이 나는 종아리를 시원하게 적셔주고....

단지봉을 향하는 무리들를 잡아끄는 다래 넝쿨은 마음 급한 걸음을 자꾸 낚아챈다.

낮은 포복....
발 밑에 돌...
머리 조심...
걸리고 넘어지고 .
넝쿨의 잎으로 발 밑이 보이지 않아 한발 한발이 조심스럽다.

 

아니
다시 군대온 느낌이다.
배낭은 매었고 손엔 총 대신 스틱 들었으니...
바로 각개전투이다.

돌격 앞으로.....

내리막 조심스럼이 끝나고 다시 길이 열리는가 싶더니 오르막...
숨이 턱밑까지 올라온다.
어느새 인간 분수대가 되어 철철 넘치는 땀방울....


단지봉....

반 자른 오이하나 입에 물고 지나온 길 바라본다.
어?..

어느새 이만큼 왔네..
같이 간 동료들은 재미있다는 듯 온 길 바라본다.

그래 오늘은 천천히 가자.
어차피 오늘 길은 시원스럽게 가기는 틀린 것 같다.

후배의 신발은 어느새 젖어 양말까지 젖어 모스님 양말을 뺏어 신고...

전날 내린 비로 산행 내내 후덥지근한 바람은 사람을 더욱 지치게 한다.
예상밖에 그래도 시원한 바람이다.

높은 산이라서 그런가..
산 속 공기는 너무나 싱그럽다.
내린 비로 풀잎의 먼지를 씻어버려서 그런가....

어딘지도 모르게 좌일곡을 지나고 다시 목통령....
수많은 다래덩쿨을 지나고 다래넝쿨이 끝나면 다시 키작은 상수리 나무가 잡아챈다.
이제 다시 가슴까지 오는 산죽이 온 몸을 �고 지나가는데 오름길이 시작을 한다.

앞서가던 후배의 멈칫거림...

왜?..

여기 산더덕이 있네...

그래?
그만 가자..
놔두고... 등산로 옆에 있어봤자 잔챙이지...

아니 형. 좀 기다려봐...

친구놈이 거든다.

 

어딘데....

여기 .. 여기도 있고..
풀잎이 이렇게 저렇게 생기고 줄기가 어떻고...

코스모스님.

 

엄마야.
이거 아닌교?..

맞심더.

아이쿠 여기도 있네..

야...
여기 더덕밭이다....

배낭 벗고 ....

하하...
오늘 산행 일찍 끝나기는 글렀다...

한참 더덕에 정신팔린 일행 속에서 잠시 GPS좌표를 재 작성을 하고 그리고 좌표 이름을 더덕이라고 하고는 갈길 온길 다시 점검을 하고 장비 챙기고 나니

어느새 세 사람 손에는 더 이상 손으로 담을 수 없을 만큼 한 주먹씩 손가락 만한 덕덕을 들고 있다.

어라?...
이거 장난이 아니네?...

점경씨 어디고... 우애 생겼는데 더덕이...

 

뒤늦게 덤벼든 더덕 캐기....
이런 ..
버스 지나고 손들기지...

서 너 뿌리 잔챙이 들고 하는 소리

아...
이기 더덕이구나... 이런 얼추야....

봉지 두 개에 나눠 담고 그사이 못 참아 손톱 세워 다듬은 더덕은 흙이 묻어 저절로 눈썹이 찡그려진다.
작은고추가 맵다고...
새끼손가락 만한 더덕의 향취가 너무 강해 쌉사롬한 맛의 여운이 목통령을 넘을 때까지 입안에 코 안에 맴돈다.

오늘 호강하네..
도시 속의 산 같은 지리산의 실망감이 오늘 아프리카 정글 같은 원시림 속에 한없이 상큼한 산 속 공기에 덤으로 담은 강한 향내음이.....

빨간 딸기가 지천이다.
탐스런 산딸기에 손이 얼른 간다. 이제는 딸기밭인가....
하나 따서 입에 넣으니 거품 물은 입안에 어느새 침이 가득 고인다.
아이쿠 시어....
새큼하면서 뒷 끝이 달작한 산딸기에 또 한번 손이 가고...

고사리도 많다면서
앞으로 퇴근을 수도산으로 해버리려는 후배의 소리에 웃음이 묻어난다.

저 앞에 보이는 두리봉...
엄청나다. 그 뒤로 가야산 상왕봉과 칠불봉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아이쿠

저 밑에까지 내려가서 다시 두리봉 올라 다시 내려가고 또 가야산 ..
다리야... 다리야... 너 어디까지 갈 수 있겠냐....

모스님의 손 전화가 울어댄다.

 

어딘데?...
가야산 정상?
그래 그럼 부박령에서 만나겠네...
그래 얼릉 와...

우리 산하의 진 슈왈츠 거시기...

진맹익님의 보급물자가 지금 가야산에 우리 쪽으로 ....
물 몇 통에 소주하고 양말도 가지고 오고... 어쩌고저쩌구... 오바... 오바...

오늘 완전한 군사작전이구나...
코스모스님 부군이 오랜 군문에 계셨다더니 부창부수라.. 역시 오늘 우리는 어떤 군부대 작전에 동원된 예비군이구나....

후딱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래로아래로 내려선다.
내려서면서 하는 말.
올라 갈길 생각하니 걸음이 안 떨어진다.....

벌써 9시 간여를 걷는다.
지리산 종주였으면 하루일과가 끝이 났을 터이지만. ...
아직도 갈 길은 남았으니...

부박령
작년에 아들놈 데리고 가야산에서 거꾸로 가다가 길 잃은 자리 ... ..
새삼 엉뚱한 데로 빠진 길을 쓱 째려보니..
아니 아직도 저 길목에 리본들이 달려있다.
제거를 하려고 달려들다가 보니 어쩌면 저 길로도 탈출할 수가 있는데 싶어서 그냥 두기로 한다.

두 어 발짝도 옮기기 전에 우람한 상체가 쑥 드러나면서 반가운 얼굴이 환한 웃음을 흘리고 있다..

어느새 후딱 내려선 맹익님...
반갑게 손을 잡고 나무그늘 아래 자리를 편다...
캐온 더덕에 보급 물자 중 특 A급 소주....
그 병 속에 다듬은 더덕을 넘어 즉석 더덕주를 만들어서 ... 음...
음주 산행하면 안되네... 되네.. 되네... 하면서 한잔 주면 정 없고 두 잔이면 인사고 석 잔이면 친구 되네... 하면서 권커니 자커니...
이게 신선놀음이 아니면 뭐가 신선인지....

코스모스님의 오징어 무침회...
10시간 넘게 걸은 산길에 오징어무침에 소주 ... 향내강한 더덕안주에 마무리까지 얼려온 커피로....

술 못하는 두 분을 제하고 셋이서 한 병씩 마신 소주 세 병....
도대체 물을 먹은 건지 술을 먹은 건지....

가야산 정상에 서니 어느새 신선 되어 하늘을 난다.
손오공이 보내준 구름방석은 온 몸을 �고 지나가고 바람에 실려온 구름은 오름 길에 마른 가슴속을 축축하게 적셔준다.
좌표를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내려선다.

코스모스님이 오르지 않아 어인 일인가 하고 목을 빼 기다리는데 두런두런 소리가 나면서 올라오는 모스님의 얼굴이 사람 색이 아닌 강시? 얼굴색이다....
이런! 뭔 일이 있구나...

역시 ..
갑자기 체하신 거란다.
얼굴 보자마자 사혈을 해 달라신다.
사혈침을 가지고 오셨나하니 가지고 계신다 하여 얼른 혈자리를 찾는다.
금방 체 하신거라.
약한 혈자리에 사혈을 했다. 배도 아프다고 해서 배의 진통도...

조금 가라앉는다고 해서 다시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백운동으로 하산을 한다.
30십 여분을 지났는데도 얼굴색이 완전한 원색으로 돌아서질 않는다.
몇 번을 물었다. 어떠신가...
역시 예상대로 단단히 체하신 것 같다.
아니 되겠다 싶어서 서성재에서 다시 좀 더 깊은 혈자리에 침을 놨다.
좀 지나 이제는 괜찮은 것 같다 시며...
어느 정도 얼굴색도 돌아오고....

14시간...
많이도 걸었다....
많이도 놀았고...

알탕은 저 밑에 있으니 내려가라는 코스님 소리에 여기 조개탕 팻말을 나중에 올 때 달아두어야겠다고 .....

맹익님과 같이 내려오면서 대강 씻었다. 그리고 해인사 마지막 차를 타기 위해 부랴부랴 서둔다.



대구로 오는 버스 속에서 하산주 한잔을 하자는 코스님 얼굴 보니 체증이 완전히 가신 것 같다.

체증으로 그냥 집으로 가려던 생각을 접고 서부시외버스 정류장 근처 술집으로 .....

부어라 마셔라... 고생했다. 수고했습니다. ...
소리 속에 넘어가는 소주...
역시 더덕 담은 소주...




PS
부박령에서 통화를 한 운해님 ...
전화 상으로도 반가웠습니다.
다음 가족모임에 꼭 참석하여 뵙겠습니다.

대구에서 성주 개인택시로 전화를 했습니다. 성주 택시에서 대구까지 나와서 수도사 절 주차장까지 데려다 주겠다 기에 그렇게 예약을 했습니다.

 대구 택시에 전화를 하니 위치를 잘 몰라하고 요금도 들쑥날쑥 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래도 그쪽을 잘 아는 성주택시에 전화를 했더니 그렇게 하자고 해서 새벽 3시에 성서 홈플러스 앞에서 탑승을 했습니다.

 

수도사 주차장에 4시 45분에 출발을 하였고 산행 내내 천천히 진행했습니다.
급하게 할 일도 없었고 또한 산길 내내 넝쿨과 잡목으로 인해서 진행이 상당히 힘이 들었습니다.

 

지리산 종주산행의 두 배 이상 힘이 들었습니다.

역시 수도가야산은 풀잎이 난 여름 종주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아시는 데로 능선 상 식수는 전혀 없었고 표지가 어지러운 분계령, 각 봉우리 등은 세 갈래 네 갈래 길로 인해서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차칫 잘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갈 확률이 많은 길입니다.

 

수도산에서 가야산으로 능선을 정하고 그 능선 길을 계속 이어간다는 개념 하에 진행을 하셔야 다른 길로 접어드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침반 이라도 하나 지참을 하시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이 끝나고 나면 GPS좌표 찍어온 것 트랙을 정리를 할 생각입니다. 이 좌표는 GPS사이트에 등록을 할 생각입니다.

식수는 개인 당 3리터씩 가지고 갔는데 우리 팀이 물을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아 나중에 6리터 가량 남았고 또 진맹익님께서 해인사에 올라오셔서

중간에 보급한 물까지 충분했습니다.

봄가을에 가시면 종주 산행지의 어느 곳 보다 빠지지 않은 훌륭한 코스일 것 같습니다.
내년 봄에 다시 오자는 팀원들은 한결같은 소리가 그 증거일 것 같습니다.

 

해인사에서 대구로 오는 마지막 버스는 7시 50분 버스가 끝 버스입니다.
대구에서 수도산 까지 택시비용은 6만원이었습니다.
해인사 -대구 버스비는 인당 3100원 이었고요..

인당 회비 2만원에 4인 한 팀으로 구성을 하니 경비 면에서 부담이 되지 않은 산행이었습니다.
참고로 우리를 태워주신 성주개인택시 기사님 전번입니다.
다이너스티이고요. 무척 친철했습니다.
011-539- 0498 박종복 님입니다. 대구에서 출발하시는 팀들은 참고 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구간별 시간은 작성을 하지 않았습니다.
개개인의 걸음이라 표준이 되지 않는 것이라 그렇게 했고 우리팀은 대강 14시간 걸렸습니다.

수도사에서 4시 50분쯤 출발이 되었고 백운동주차장에 도착을 오후 7시20분쯤 했습니다.

백운동에서 버스를 타기는 어려우니 해인사로 하산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산 시간은 대략 1시간반 정도 잡으면 될 것 같습니다 2시간 잡으면 더 좋고요

저희들은 맹익님이 백운동에 차를 가지고 오셔서 그 쪽으로 하산을 했습니다.

7월 말께는 지리산 태극 종주를 할 것 같습니다.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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