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개인적으로 여러 사정이 있어 산행을 별로 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해마다 지리산종주는 항상 생각을 하였고 해서 올해는 가을 산행을 여름부터 생각을했다. 날자가 잡히고 그리고 휴가를 1일 내고 해서 어렵게 준비를 하였다. 마침 동생이 월요일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는데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서 기분좋게 출발을 하였다. (그동안 동생이 몸이 좋지 않았었다.) 그동안 지리산을 몇번 드나들었고 10월 한달 동안은 비번날 줄곧 대구근교 산행을 하여서체력을 보강을 하여둔 터라 어렵지 않게 산행을 마칠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다.
역시 산행을 해보니 그 효과가 있었다. 산행의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산이 좋아 오른다, 하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산행은 괴롭다. 특히 3일 동안 거의 첫날과 둘째날에 산길150여리 길을 걷는다고 생각을 하면, 일단 종주코스는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의욕만 가지고 덤벼들기에는 너무 힘든 코스이기 때문이라 생각을 한다.
기본 계획을 하루 10시간 이내로 걷는걸로 하고 가을이니 오후 6시전에 산행을 마칠수 있게 계획을 잡았다. 그리고 옛날에는 침낭과 텐트를 가지고 갔었는데 배낭의 무게도 생각을 해서 이번에는 산장을 예약을 하고 가지고 가지 않았다 그리고 부식과 간식거리도 될 수 있는한 줄였다.
98년 산행때 배낭의 무게가30kg를 넘어서 무척 힘이 들었다. 그나마 비가 와서 배낭이 젖은 상태로 하루종일 걷고 나니 내어깨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고역 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배낭의 무게를 최대한 줄여서 20여kg정도되게 잡았다. 그리고 부식의 종류는 끓이고 삶고 하는것 보다 간편하게 할 수 있는 걸로 준비를 했다.
그렇게 좋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간과 쓰레기 발생등을 생각해서 식빵 한 통과 사과잼을 플라스틱 병에 (병 입구가 넓은것) 담고, 찬물 에서도 잘 풀어지고 성분에는 변함이 없는 탈지분유 조금하고 날계란 10개와 미숫가루조금, 그리고 두끼 분의 쌀과 3분 짜장1봉지,고추참치1개,소고기 장조림조금,오징어포조림조금, 라면2개 양갱이6개 사탕조금 소주1병정도를 생수병에 넣고 육포1봉지로 해서 총 7끼니 분을 준비를 했다.
그러니 밥은 2박중 석식용 이었고 나머지는 거의 행동식 이었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는 잘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쓰레기가 거의 발생되지 않고 그리고 간편하고 열량은 충분하다고 생각을 한다. 특히 산행중 2일간 비가 와서 이런 식단이 훨씬 간편 하였다.
다른 것은 짐을 꾸리는데 문제가 없고 단, 날계란은 이번에 시험 삼아 한번 넣어가지고 갔는데 10개짜리 포장이 된것을 구입하여 배낭 제일 위에 넣어서 다녔는데 3일동안 깨어지지 않고 무리없이 가지고 다닐수 있다는것을 알았다. 식성에 맞으면 가지고 가보시고.... 물론 서부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남원을 가는 차가 있는데 아침 첫차를 타고 가도 화엄사에 닿으면 11시 가까이된다. 화엄사에서 뱀사골까지 갈려면 무리가 있기 때문에 거의 이용을 하지 않는다. 참고로 나는 산행코스를 화엄사에서 잡았다.
아직까지는 구례에서 차로 성삼재로 올라 종주를 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 나는 화엄사에서 산행들머리를 잡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 있다. 화엄사에서 최소한 오전 9시전에 출발이 되어야 뱀사골에서 일박 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물론 힘이 좋으면 연하천 산장까지 계속 달려도 된다. 하지만 2일째 무리가 있더라도 뱀사골에서 주로 일박을 하는 편이다. 왜냐면 배낭무게와 출발지에서 일찍 나서기 때문에 조금이라도휴식을 더 취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함양시외버스정류장 앞에 무료주차장이 있다.(이번에 알았음) 이곳에 차를 주차를 하고 6시10분에 첫차이다. 그런데 이차 보다는 6시35분차를 타고 남원으로 간다. 남원에서 7시40분에 출발하는 화엄사행 버스가 있다. 이렇게 연결이 되면 대구에서 자가용과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계획시간 내에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출발을 할 수 있다.
함양에서 두번째 버스를 타면 남원에서 약 15분 가량의 여유시간과 함께 화엄사행을 탈수가 있다. 여기서 지리산 지도등을 구입하는데 화엄사 입구 매표소에서 지도를 구입하는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2000원대 500원) 일단 여기 까지가 대구에서 화엄사로 가장 빠르게 올 수 있는 코스이다. 물론 자가용으로 화엄사까지 바로 와도 된다. 하지만 나중에 하산을 하여 다시 화엄사로 올 것을 생각을 하면 이렇게 하는 것이 제일 낫다는 생각을 한다. 남원에서 성삼재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 바로 성삼재에 내려 1시간 가량 올라가면 노고단 산장이 나오고 그곳에서 연하천 산장까지 가면 된다. 제석봉 - 통천문 - 천왕봉 - 장터목 -(처음계획:세석 - 한신주계곡- 한신폭포-가내소폭포-첫나들이폭포-백무동) - (변경코스: 참샘 - 하동바위 - 백무동) |
▣ 2000년 10월 24일 화요일 기상: 산행 후 30분만에 구름이 몰려오고 그리고 이내 흐려져 시야가 온통 안개 속이다. 그리고 오후에 비가 오기 시작을 해서 밤새 비가 왔음. 98년 큰비 때문인지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등산로를 말끔이 단장을 하였다. 도중에 3야영장 근처에서 국립공원 직원들이 시멘트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등산로보수) 군데군데 너덜지대는 돌로 계단을 만들어 놓기도 하였고... 전반적으로 지리산 종주 코스는 너덜지대와 암릉도 종종 마주치고 말 그대로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곳도 산재해 있다. 이번에 가보니 그런데는 거의 인공물이 설치가 되어 있어 점점 자연미를 잃어 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
노고단에서 중식을 할 예정이었으나 관광버스로 성삼재까지 올라온 아저씨,아줌마 부대로 인해 완전히 대구 큰시장 같은 꼴이 되어있어 그냥 사람 없는 돼지령으로 들어섰다. 약 30분쯤 가다가 중식을 하고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날씨가 흐릴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20미터 밖이 안보일 정도로 구름이 산을 덮어버렸다. 볼 것도, 볼 수도 없어 그냥 하염없이 걷기만 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네... 윈드자켓과 오버복으로 단장하고 계속 걸었다. 몸 바깥에는 비가 오고 몸 안으로는 땀 비가 오고 ....
하여튼 그렇게 쉼없이 걸어서 갔다. 어떨때는 아무 생각없이 그러다가 또 이 생각 저 생각.... 사람 사는 이야기... 지나온 이야기.. 집안일, 회사일 그리고 나 자신... 또 그러다가 아무생각 없이 하늘 쳐다보고... 그러다 보니 임걸령이 나왔다. 지리산 샘 중에 제일 맛이 좋다는 임걸령 샘물로 목을 축이고...
뒤돌아 보면 노고단과 함께 지나온 길이 보일텐데 구름으로 가득찬 휘뿌연 안개비 만 가득하다. 덕분에 생각을 많이 했다. 임걸령을 지나 98년도 물난리 때 온 가족과 함께 종주하다가 뱀사골산장에서 되돌아 나온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그런데 계단으로 말끔히 단장되어 있어 실망했다.
그때 산장에서 예정대로 1박을 하면서 겪은 물난리로 종주일정을 포기하고 온가족이 하루종일 굶고 물도 흙탕물 이어서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다시 성삼재로 되돌아가서 구례읍 내에 식당에 애들과 집사람을 데려다 놓으니 마치 걸신 들린 것 처럼 먹다가 한바탕 웃은 생각들...
그러다 보니 어느새 화개재에 도착했다. 비는 점점 굵어졌고 몸은 수영하다 금방 나온 것처럼 되었고 배낭은 한정 없이 무거워져있다. 기껏 배낭무게 줄일려고 온갖 궁리 다했는데 하는 생각에 이 나마 무게를 줄였으니 다행이다고 생각하면서 산장을 들어섰다. 벌써 먼저 온 사람들이 있었다.
대전에서 온 아가씨 2명하고 서울에서 온 아저씨. 아가씨 6명 30대 후반의 부부, 거창한 카메라 들고 산사진 찍을려고 온 학생.등등..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도착을 오후4시에 했으니 무지하게 빠르게 왔다. 아마 단풍도 보지 못하고 경치를 보지 못하고 그냥 걷다 보니 그렇게 빠르게 왔는가 보다.
떨어지는 산장처마 끝의 빗물을 바라보면서 또 그렇게 한시간 여를 보냈다. 산장지기와 같이 재작년 여러사람 목숨이 없어진 그 날을 기억하며 나도 산장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온식구들과 자다가 빗물이 테트를 덮쳐서 정신없이 윗쪽으로 달아나던 이야기 그리고 8월의 여름밤을 12월의 겨울처럼 그렇게 사시나무 떨듯이 비오는 처마 밑에서 애들과 집사람과 서로 끌어안고 밤새 떨면서 지새던 이야기, 다음날 산을 내려가면서 굶고 갈증에 목말라 하는 애들을 달래면서 하산을 하던 것 하며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산이 좋아서 그렇겠지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도 또 여기를 오지 못해 안달 하던 것을 보면 아마 그럴것 이라고 생각을 했다.
어두워지고 저녁을 먹고 그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옆에서 코골고 이빨 뿌득거리는 소리에 그 피곤한 와중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어쨋던 산장에서는 먼저 잠든 사람이 땡이다. 그리고 안개속.... 등산로는 온통 물이다. 바람이 불고 춥다. 서둘러 볼 일 보고 그리고 식빵으로 아침을 해결을 하고 바로 출발을 했다.
전날 비에 젖은 옷을 말리지 못해 축축한 옷들을 그대로 입었더니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린다. 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법은 어떻게 하던지 몸을 움직여 몸에 열을 내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래서 열심히 걸었다. 또 땀범벅이 되고 그제서야 조금씩 몸이 풀린다. 아침 7시 구름속에 갇힌 산 속에 나 혼자 적막하게 걷는다. 깜깜한 밤중에 전등 하나 손에 달랑 들고 야간 산행을 해도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니 구름속 에 비와 바람이 섞여 부니 약간 으시시 하다.
군에 있을 때 유격장에서 담력훈련을 하던 생각이 난다. 소총수, 교육사단, 유격, 공수훈련, 100km철야행군 남한강 도하훈련중에 죽은 2분대 애들 ... 각종 야전전술훈련.... 이런 것들이 제대 한 지 20년이나 지난 이때 왜 생각이 나던지.. 아마 그때도 고생한 기억이 빗속에 야간 행군 한것 등이 생각이 난 걸까? 어쨋든 산을 왔는데 아무것도 볼수 없고 그냥 걷기만 하니... 아마 다시 군대 온 생각이 났는지도 모르겠다.
온종일 그렇게 걸었다. 몸은 비로 샤워를 하고.... 보통 2일째면 몸에 땀이 찌들은 냄새도 나고 하는데 계속 비로 씻어 내니 냄새는 없어 좋다. 그리고 쉬면 곧바로 한기가 드니 그냥 걸을 수 밖에...
그러다 보니 행군속도는 엄청 빠르고 결국 다리가 지쳤는지 덕평봉선비샘 바로 20미터 전에서 왼쪽발목을 접 질렀다. 한동안 아파서 꼼짝을 못하다가 겨우 걸었다. 조심을 하며 약 한시간을 걷다가 벽소령 못 미쳐서 오른쪽 발목도 접질렀다. 아마 왼쪽을 조심을하다 보니 오른쪽이 무리가 갔나 보다. 그렇게 되니 벽소령에서 의신마을로 탈출도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또 군대 생각이 문득 났다.
3일간 철야행군을 할 때 소대장 텐트를 친다고 당번병이 땅을 고르기 위해 야전삽날로 잡초를 치는데 돌에 튕긴 야전삽날이 나의 촛대뼈에 정통으로 박혀버렸다. 뼈가 하얗게 보이는데 내리는 빗물로 대강씻고 보니 상처가 크지(?)않은것 같고 또 졸병이라 말도 못하고 그냥 걸었다. 퉁퉁부은 다리를 겨우 끌고 가는데 다음 날 중대장이 보고 앰불런스에 실어 보내고 의무실에서 그 지독하다는 p.p주사를 한 달 동안 맞던 기억...
또 어느날은 야간 우중 산행 행군중에 군화밑창이 통째로 달아나 왼쪽발은 밑창 없는 맨발바닥으로 산 길을 걸어내려와 보니 발바닥이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고 나보다 더 놀라던 고참들 생각등이 떠올랐다.
그래! 아직 이 정도는 갈수 있겠다 싶어 가보기로 했다. 좀 쉬었다. 걸으니 더 아픈 것 같다. 계속 걸었다. 드디어 세석평전이 드넓게 시야에 들어오고 그제서 구름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을 하더니 푸른 하늘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을 했다.
세석에서 아픈 다리에 물파스를 바르고 그대로 촛대봉으로 올랐다.
드디어 지리산의 그 웅장함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하고 씻겨 내린 단풍과 햇살 그리고 푸른 하늘..... 섬처럼 봉우리만을 떠있게 만드는 구름들 ... 지리10경중 2가지를 한꺼번에 보는 기쁨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었다. 지리산 운해와 단풍, 가을 지리에서 좀처럼 볼 수 없다는 파노라마를 드넓은 세석평전 위 촛대봉에서볼 줄이야...
"이래서 산에 온다니까!" 혼자 중얼거리며 추운줄도 모르고 그렇게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연하봉에 오르니 벌써 해는 노고단을 보며 지고 있었다. 비온 뒤의 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정말 몰랐다.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은게 후회가 되었다.
그렇게 보며 가다 보니 어느새 장터목 산장이었다. 장터목 산장, 노고단산장과 세석산장 이렇게 해서 지리산에서 제일 호화로운(?) 산장이다. 지금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지리산에서 산장신세를 지는 사람은 반드시 예약을 하여야 한다.
이제 내일 천왕봉에서 일출 볼 일만 남았는데 아직 구름이 저 밑에 깔려있어 내일 일출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 꺼두었던 휴대폰을 내어 보니 사무실 권대리 에게서 음성이 들어와 있다. 전파가 잡히질 않아서 산장전화를 이용하여 통화를 하니 내일 본부에서 회의가 있다고 참석을 하라고 한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참석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하루종일 회사생각도 많이 했는데 맘이 더 무겁다. 구조조정이다. 직제개편이다.. 그리고외주화 하고 나서 우리회사 영업부문에 부작용?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들... 한동안 아무 생각없이 그냥 산속의 어둠만 바라보고 있었다. 평일에 비가 와서 그런지 장터목에 이런 날도 있구나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이 없어 조용하고 좋았다.
어제 먹다 남은 소주를 마셨다. 한 컵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아쉽지만 그 정도로 하고 말았다. 산장 매점에서 소주(팩)도 팔지만 아쉬울때 그만 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운좋게도 머리맡에 조그만 창문이 있는 자리를 배정을 받아 창문을 열고 밤하늘의 별과 산속의 밤 공기 맛을 보며 잠이들었다. (체감온도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 천왕봉으로 해서 대원사나 칠선계곡쪽행 사람들 이려니 하고 계속 잠을 청하였지만 한번 깬 잠이 쉬 들지는 않아서 이리저리 뒤척이다 5시쯤 일어났다. 식빵으로 아침을 해결을 하고 5시 30분에 천왕봉으로 향했다.
배낭은 산장에 두고 빈 몸으로 올랐다. 1시간 가량 힘들게 오르니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라는 표지석과 함께 정상이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천왕봉의 바람은 산신의 바람이다. 보통산에서 느끼는 시원하다는 바람이 아닌 뭔가 두렵고 경외로운 바람이다. 걸어온 길 들에 대 한 고마움의 표시라고나 할까.... 무사하게 정상에 서게한 산에 대 한 고마움 이라고나 할까...
어제 내려 고인 빗물은 벌써 살얼음이 얼어있다. 여기는 겨울이다. 구름이 동쪽에 조금 걸려 있다. 다행스럽게 해가 구름을 안고 떠오른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구름을 카펫삼아 떠오르니 더욱 멋있었다.
맑은 하늘 둥실 떠오른 해 보다 저렇게 숨듯이 살짝 오른 해를 어떻게 표현을 할까... 부끄러워 붉게 물든 얼굴을 외로 꼰채 살며시 문지방을 오르는 처녀처럼 그렇게 진부하게 표현 하기가 너무나 나의 표현능력이 없음을 안타까워 하면서....
그렇게 한없이 쳐다 보고만 있었다.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 야호를 외치는 사람들.. 엄마야를 찾으며 시끌벅적한 아줌마 아저씨들... 모두들 마음속엔 아름다움만 가득 할 거라는 생각에 그저 즐겁다.
어둠속에 산행이라 오를 땐 몰랐는데 제석봉의 고사목들이 안스러워 보였다. 도벌꾼들의 행위로 불을 질러 고사목이 된 구상나무들을 보며 어려웠던 시절의 나라를 겨우 가늠해 보고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은가에 대 한 생각도 해본다. 안쓰러워 다시 한번 쓰다듬어 보고 천천히 내려왔다.
장터목으로 와서 곧바로 배낭을 업고 하산길로 접었다. 원래는 다시 세석으로 가서 한신주계곡길을 하산길로 잡았는데 발목도 정상이 아닌 것 같고 그리고 막걸리 한사발 하산주로 사겠다는 친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빠른 탈출로로 빠졌다.
천천히 내려오는 길에는 어느새 파란 하늘이 한없이 펼쳐진다. 내내 흐리던 날이 이렇게 샘이날 지경으로 이쁘기만 하다. 빨간 단풍낙엽을 밟으며 산행을 즐기는 행복한 사람들.. 내 발자욱 소리도 시끄럽게 느껴져 살금살금 걷던길... 이제 다시 찬 겨울바람이 불어와 이산의 한 계절 주인으로 살다 봄바람에 자리를 내주겠지.. 겨울주인을 보러 또 올수 있겠지.. 하는 생각만 가득하다. 보통 지리산은 산행 친구들이 많아서 조금 성가실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 여러생각을 할 수 있는 산행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산이었는데 이런 단풍철에 사람드문 산길을 만날수 있다는게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지리산에 쏟은 애정이 이제서 산신이 알아주시나 해서 새삼 되돌아보는 지리산! 너무도 사랑스럽다.
다음에 언제 또 올까? 그 생각부터 먼저 나는걸 보니 나도 웬간히 산에 미쳐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산 후 한잔의 막걸리가 2박3일의 피로를 풀어주는 청량제라면 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 말뜻을 알까????
[이 산기는 오래전 기행문이라. 교통편등 일반 정보는 맞지 않습니다.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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