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후기

변산반도 의 내변산 관음봉(424.5M)

유유(游留) 2008. 10. 30. 12:04

변산반도 의 내변산 관음봉(424.5M)

  

일시 : 05년 3월 5일 토요일
경로 : 우동제- 세봉 - 관음봉 - 내소사
출발지 : 대구 (대구 - 경부선 - 호남선 - 부안 줄포)

  

후기.
잉잉거리며 불어대는 눈바람에 하마터면 저 아래로 구를뻔 했다.
얼음 박힌 급경사 치고 오르느라 힘이 빠진 다리는 제 몸뚱이 하나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비틀댄다.

  

칼날 능선의 암릉이 눈으로 덮여서 여간 미끄러운 게 아니다.
겨우내 가지고 다니던 스틱과 크램폰을 3월에, 봄이라는 계절의 속임에 넘어가 배낭 속에 넣지를

않았다.

  

한참을 버벅 댄 후에 세봉에 올라선다. 천하절경이 이런 것을 두고 이름인가....

일기예보에 눈이나 비가 온다고 하여서 그냥 적당히 좀 내리다 말겠지..
그러고 이곳은 남쪽이니 눈보다는 비가 올 거라는 짐작에 스패츠와 오버트라우져, 윈드재킷 만 가지고 산행을 나섰는데 ....
그게 무에 그리 무겁다고 아침에 들었던 크램폰을 그냥 장비함에 던져 버렸다....

  

흠뻑 젖은 등줄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뒤돌아서는 발걸음이 힘들기만 하는데 앞에 우뚝 선 관음봉을 보니 입에서 쉰 냄새가 난다.

  

아이구 죽겠다.... ㅎㅎㅎ

  

겨우내 얼음 밑에 숨어 흐르던 계곡 물은 어느새 얼음이라는 두터운 옷을 벗고 도르륵 도르륵 노래하며 달려간다.
개울가 바위엔 철 늦은 함박눈이 소복이 쌓여있고....
이름 모를 나뭇가지엔 싹을 틔울 망울들이 맹글맹글 도두락져 있다...

  

은색의 흰 눈이 덮인 산하이지만 어느새 봄의 냄새는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이것저것 봄 냄새를 작은 기계 상자에 담느라고 걸음은 점점 더뎌가도 바라보는 눈길은 한없이 바쁘기만 하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에 이런저런 상념의 너울들은 하나씩 벗겨간다.
이 산 속 개울의 얼음처럼 그렇게 녹아나듯...

산 속에 있어 산 만을 생각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길 걸을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고맙고 저 아름다운 산하를 볼 수 있는 두 눈이 있어 고맙고.

아름다움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게 하는 감정이 있어 그 마음이 고맙고.

이 산 속을 갈 수 있도록 허락해준 상황들이 고맙다.

  

아들의 다리 수술...
아버지의 뇌졸중...
다리 수술을 하고 기력이 떨어져......
마지막 효도랍시고 내 집에 모신 장모님.

  

잠시 흐르는 개울물 바라보고 눈 들어 앞에 우뚝 선 높은 산을 또 올려본다.

사람은 이 세상을 잠시 왔다가 갈 뿐인데 ...
세상의 모든 이치가 돌고 돌아가는 윤회의 한 자락일 뿐.

  

더하는 욕심도
감해야 할 욕심도 없는
그런 맘을 항상 가질 수 있으면...

  

그런저런 생각의 발걸음을 하나씩 놓아간다.

출발지인 우동제[우동저수지]에서 벌써 한 고개 넘어 다시 오름 길을 시작을 한다.

  

급경사...
미끄러지고 엎어지고..
눈에 젖은 손은 어느새 시려오고...
봉우리 올라 눈 덮인 산하 보며 저 앞에 굽이굽이 솟은 높고 낮은 산들처럼 나도 욕심 없는 한 인간이 되길 바라면서....

그렇게 산을 내려선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 걸으며 뒤돌아보는 세봉....

너 참 아름답다.

언젠가 가족들 데리고 다시 널 찾으러오마 고....
그렇게 작은 기계상자에 또 그를 담는다.

  

첨부:
국립공원 변산반도에 속한 변산은 등산로가 대여섯개 쯤 된다 합니다.
그 중에서 오늘 산행을 한 코스가 가장 경관이 좋다하여 따라 나섰는데 참으로 경관이 좋았습니다.
특히 오늘 따라 많은 눈이 내려서 이 겨울 마지막을 환상적으로 마무리 한 것 같습니다.
특히 세봉 오르기 전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가히 인간의 입으로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선경이었습니다.

  

변산반도를 여러 번 가봤지만 오늘 간 코스는 첨이었고 참으로 절경이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눈 내리는 것도 장관이었지만, 생각에 여름에 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산행 내내 작은 개울을 끼고 숲 속 터널을 연상케 하는 오솔길이 참 맘에 들었습니다.
걸음 내내 흥얼거리며 내는 콧노래가 증거이겠지요?... ㅎㅎㅎ

오늘 하루 참 행복했습니다.

  

  

경로 : 진서면 우동리 우동제- 옥녀봉 안부 - 회양골- 와룡소 - 세봉 - 청련암 - 내소사 - 주차장.

  원래는 세봉에서 관음봉을 거쳐서 내소사로 내리기로 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오는 관계로 안전을 위해서 청련암으로 탈출을 했습니다.

내소사 쪽엔 눈이 오지 않더군요... -_-!

총 산행시간과 거리는 아래 고도표에 나타나 있습니다.
제 걸음은 한정 없는 느림보 걸음입니다. ㅎㅎㅎ

  

초입:
줄포면에서 우동리로 갑니다.
23번 도로를 타고 가면 줄포면이 나오면서 길이 갈라지는데 30번 도로를 타야 합니다.
쭉 가면 우동제(저수지)가 나오는데 저수지 초입에서 100여 미터쯤 가다가 보면 좌측으로 국립공원

간판이 나오고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바위의 하단에 굴이 있습니다.

  

일명 굴바위인데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굴바위 사진을 아래에 넣어두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가시는 게 좋을듯합니다.
길은 뚜렷한데 갈림길이 두어 군데 나오고요...
일단 세봉을 기준을 잡아서 가면 크게 틀릴 곳이 없습니다.

총 산행시간을 5-6시간을 잡으면 산 속에서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빠른 걸음은 4시간정도 라고 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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