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후기

두륜산 소회

유유(游留) 2008. 10. 30. 12:12
두륜산 소회

의사 말로는 이제는 영원히 산에 가지 말라고 한다. 
걷는 것도 하루에 30분 이상을 하지 말라고 한다.
차라리 나 보고 죽으라고 하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하니 그러면 니 맘데로 사세요.. 그런다.. 
  
어떻게 해야하나..
그렇게 해서 백두대간 끝내고 한달 동안 물리치료와 함께 약도 먹고 다리치료에 온 신경을 모았다.
  
오늘..
그동안 엉덩이 들썩이는 것도 한계가 있지.. 이제는 시험삼아서 산행을 함 가보자..
여지껏 10시간 넘는 산행만 했으니 반타작을 해서 5시간 짜리를 찾자..
  
해서 찾은게 우리나라 땅끝 해남의 두륜산.
산행시간이 5시간이란다.
  
출발 3일전에 산행 신청을 하여두고 내도록 맘이 설레였다.
오랜만에 가는 산행이라..

길고 지루한 찻길 5시간만에 산행초입에서 바라본 울퉁불퉁 근육질의 바위.. 
참.. 저 넘의 바위 땜에 오른쪽어깨 양쪽 무릎 이제 남은 거라고 왼쪽 팔 하나 남았다. 온통 상처만 남았다. 아니 바위 때문만도 아니다. 그저 욕심 탓이지..
터지고 끊어지고 상처 난 근육들을 생각지도 않고 다시 산 아래에 선 나...
 
이왕 이렇게 된 것 .................
어차피 지금부터 산에 못 갈 것 같으면  가다가 정 못 가면 그때 그만 한다...
  
그 생각이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결국 완전히 망가져야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저러나 결과는 같은 것..
가다가 못 가는 거나
가지 않고 못 가는 거나..
그래서 또 나선다.
  
두륜봉..
한 땀 빼고 정상에 서니 온통 눈으로 눈이 부시다.
올라오는 내내 전기가 통하는 듯 한 다리의 불편함도 정상에 선 순간 어디론가 가 버린다. 오름 길 내도록 통증이 오던 무릎이 거짓말 같이 없어진다.
  
역시 산에서 얻은 병은 산에서 고쳐야 하는가?.. ㅎㅎㅎ
  
같이 올라 선 산 님들께 능선 길 가르키며 그리로 가라고 하고 후미 몇 분을 기다린다.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 왁작하게 소리치며 그렇게 미끌미끌 눈 산을 간다.
  
어느새 신발 속은 눈 젖은 맑은 물이 질펀하게 들어와 있고..
가을내내 넣고 다니던 스패츠를 오늘은 가지고 오지 않아 벌써 장마철 장화가 되어버린 신발이다.
  
남도의 산들이 암릉과 다도해를 겸한 천해의 절경인 것은 산꾼들 모두 알지만 오늘 같이 눈 덮인 두륜봉은 참으로 잘 생겼다. 장동건이 보다 더 잘생겼다.  ㅎㅎㅎ
  
밀고 당기고 끌어안은 5시간의 산행에 난 무척 행복했다.
사람은 저 하고 싶은 데로 살아야 하는가 보다.
불편한 몸이면 어때.. 불편하면 불편한데로  나는 또 다음에 갈 산을 정 하는라  머릿속이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