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등산(登山)이요, 하나는 입산(入山)이다. 등산이 땀 흘리고 운동하는 산길이라면, 입산은 삶의 궁지에 몰렸을 때 해답을 모색하고 구원을 갈구하는 산길이다. “통즉등산(通則登山)이요, 궁즉입산(窮則入山)”인 것이다. 잘나갈 때는 등산을 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는 입산을 한다는 말이다. 이집트 왕자인 모세가 온통 바위로만 이루어진 골산(骨山)인 시나이산으로 간 것은 입산이요, 주말마다 산악회에서 버스 대절하여 가는 것은 등산이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중년 남자들이 처절하게 생존에 시달리면서도 그나마 목숨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발 1,000미터 내외의 산들이 등산하기에는 최적이다. 나무와 약초가 있고, 계곡물이 흐르는 산들이다. 3,000미터를 넘어가는 산은 춥기만 하고 사람을 압도한다. 3,000미터 넘어가면서부터 ‘죽은산’ 이다. 미국의 로키 산맥은 너무 웅장하여 사람을 압도한다. 사람이 놀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적당히 놀기에 좋은 ‘살아있는 산’이 국토의 70%나 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등산 천국의 지리를 갖추고 있다. 이는 천혜의 축복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망하지(?)않는 이유는 산에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보통 바위산을 대여섯 시간 정도 타고 나면 대략 일주일분의 에너지를 섭취한다. 내가 다녀본 고단백 에너지 코스는 설악산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올라가는 길이다. 평균 여섯 시간 걸린다. 이 코스의 특징은 계속해서 바위 계곡을 타고 간다는 점이다. 설악산의 단단한 화강암에서 나오는 화기와 계곡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기가 이상적으로 버무려져있는 산길이다. 여섯 시간 정도 올라가다 보면 몸 안의 탁기는 다 빠져나가고, 싱상한 생기가 충전된다. 그 충전이 한 달은 가는 것 같다.
일제 강점기의 암울했던 시기에 금강산을 찾았던 소태산(小太山)1891-1943 은 “금강현세계 金剛現世界 조선갱조선朝鮮更朝鮮”이라고 예언하였다. 지금은 비록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지만, 금강이 세계에 드러나니 머지않아 조선이 거듭나게 된다는 희망적인 예언을 하였던 것이다. 복잡한 상황일수록 산에 자주 가서 있어야 한다.
등산예찬
p28-29 조용헌의 동양학강의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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