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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여신과 불행의 여신은 함께 다니기도 한다

유유(游留) 2016. 3. 23. 17:50

 

 

운은 굴러 움직인다. 예로부터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좋은 운이 적어도 세 번은 찾아오게 되어 있다는 말이 전해진다. 동양학 에서는 10년을 주기로 운이 오간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인생을 60년으로 보았으니까, 세 번 오고 세 번 간다고 본 셈이다.

서양의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인다. 하워드 가드너나 말콤 그래드웰은 사람의 도약기가 10년 터울로 이뤄져 있다는 주장을 편다. 한 분야에서 10(1만 시간)을 노력하면 크게 도약하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운은 왔다가 언젠가는 떠나간다. 성공의 도약대를 마련해주었던 행운이 가고 나면, 그 성공을 뿌리부터 위협하는 커다란 불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행운 속에 불운이 있고, 불운 속에 행운이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음중양(陰中陽), 양중음(陽中陰)의 이치인 셈이다.

누구에게나 불운은 찾아온다. 인생의 차이는 불운에서 갈린다. 행운의 시기에 아무리 높게 도약했던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불운을 잘못 맞이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신화 속 행운의 여신은 한 손에 풍요의 상징으로 염소의 뿔코뉴코피아', 다른 한 손에는 인간의 운명을 관장한다는 의미로 배의 방향타를 들고 다녔다. 그녀는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이 마음에 들면 풍요의 뿔을 뒤집어 선물을 듬뿍 꺼냈다. 그러고는 성공의 방향을 가리켜 주었다. 행운의 여신을 그리스에서는 티케(Tyche), 로마에서는 포르투나(Fortuna, ‘행운또는 운명을 뜻하는 영어fortune의 기원)라고 불렀다.

 

행운의 여신은 유난히 변덕스러웠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행운을 나누어주지는 않았다. 조금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항상 바쁘게 돌아다니며, 심지어는 꼭꼭 숨어 지내는 사람에게까지 찾아가 행운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변덕과 심술을 부렸다.

행운의 여신이 행운을 선물한 뒤 변덕을 부리면 불행의 여신 아테(Ate, 그리스와 로마 동일)가 뒤를 이어 나타나기도 했다. 불행의 여신은 눈에 띄는 사람에게 다가가 불행의 사과를 건네주었다. 아테의 사과는 판단을 그르치게 하고 맹목적으로 행동하게 만들었다.

용기를 과시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테 앞에 당당히 나섰고, 스스로를 망치는 불행의 길로 접어들어 자멸했다.

 

 

실력만으로, 혹은 노력만으로 풀리지 않는 게 세상살이의 이치다. 오죽하면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운이 좋은 사람한테는 당해내지 못 한다는 말이 있을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인생에 풀린다라는 표현을 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의 선배들, 그 선배들, 까마득한 선배들은 순리대로 살아야 인생이 잘 풀린다는 지혜를 후배에게 전해주려고 그런 표현을 만들어낸 것이다.

 

삶은 구르고 또 구르며, 세상살이가 원래 변덕스럽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변덕스러운 세상순리를 받아들이라는 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게다가 패배를 인정하고 영원히 지배당하라는 뉘앙스로 오해받을 소지도 있다. 혈기 넘치는 후배들이, 노회한 선배들을 이따금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직장 생활 10년이 넘으면, 과거 선배들이 하던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진실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변덕스러운 세상’, 그 자체가 순리다. 직장 생활을 하며 부딪혀본 세상은 끊임없이 요동치며 어딘가를 향해 흐른다. 그것이 좋건 싫건, 흐름에 맞서지 말라는 것이 선배들이 전해주고 싶은 지혜다.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여, 그 흐름을 타야 행운을 만나 성공을 일궈낼 수 있다는 진심 어린 가르침인 셈이다. 회색주의자들의 푸념이 아니다.

운 또한 실력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실력.

 

 

 

 

보이지 않는 차이 / 연준혁,한상복

 

 

파트 2

구르며 변덕스러운 것 중

행운의 여신과 불행의 여신은 함께 다니기도 한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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