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국수가 먹고 싶다

유유(游留) 2016. 7. 15. 22:07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 창비, 1998.





'좋은글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눈 깜작할새  (0) 2016.08.25
사람아 사람아!  (0) 2016.07.21
흐르는 물처럼 가자  (0) 2016.07.08
秋 夕  (0) 2016.07.05
가계도家系圖 이야기   (0) 201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