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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지금

유유(游留) 2019. 5. 18. 23:12

한 모임에서 그녀를 처음 보던 날 남자는

가슴 안에서 울림을 느꼈다.

 

그랬는데 보였다.

그녀 손가락 위의 반지.

 

정확히 말하면 반지가 있던 흔적,

 

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모두가 기분 좋게 취했다.

남자와 여자도 물론이었다.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여자에게 물었다.

"헤어졌다며?"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 참 오래도 끌었다."

질문을 했던 사람이 다시 말했다.

 

여자는 대답없이 맥주를 마시고는

시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걸로 끝이었다.

아무도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았다.

곧바로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다.

 

최근에 다녀온 맛집.

새롭게 알게 된 애프리케이션

재미있게 본 영화며 뮤지컬.

갑자기 떠났던 여행.....

몇 번이나 주제가 바뀌었지만 여자는 잠잠했고

남자는 여자의 침묵 너머에 있는 진심이 궁금했다.

 

그녀,

이별을 한 모양이다.

 

반지 자국이 여전히 남아 있는 걸 보면

아마 최근의 일일 것이다.

"잘 정리가 되었을까."

여자의 침묵이 길고 무거운것을 보면

아직은 아닌 듯하다.

 

남자의 마지막 질문은 자신을 향해 있었다.

 

'왜 나는 그녀가 말해 주지 않는 마음을

이토록 궁금해하고 있는가'

그저 오늘 처음 만난 사람일 뿐인데.

 

하지만 남자는 그날

여자에게 더 이상의 말은 건네지 못했다.

그저 바라보았을 뿐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두 사람은 모임에서 종종 만났고

차곡차곡 친해졌다.

 

마침내 지난 밤,

남자는 여자에게 고백을 했다.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는 웃음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제야 남자는 더 깊은 마음을 꺼냈다.

 

실은,

처음 보던 날 부터 매일 네 생각이 났다고 했다.

여자는 물었다.

"그런데 왜 이제야 말을 하는 거야?"

 

남자는 그녀의 손을 보며 말했다.

"반지 자국이 다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고 싶었어."

 

남자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여자는 이해했던 것 같다.

오늘, 약속 시간보다 먼저 나와 남자를 기다린 것을 보면.

 

남자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일찍 왔네" 라고 하니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더는 너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기다려 주는 것도,

                  기다리게 하지 않는것도,

                        그들에겐 사랑이었다.

 

 

 

 

[다시 사랑] 정현주 지음. 스윔밴드. P12-17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