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설說

마스크 열사병? 땡볕에 어질하면 잠깐 맨얼굴로

유유(游留) 2020. 6. 19. 09:26

 

 

한산한 그늘 찾아 마스크 벗어야

 

외근이 잦은 직장인 최모(39)씨는 최근 마스크를 착용하고 땡볕을 걸어가다 갑자기 두통과 오심(惡心)을 느꼈다. 최 씨는 "몸이 뜨겁고, 속에서 불길이 치솟는 것 같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마스크를 벗는 게 두려워 계속 착용했다""결국 너무 어지러워 잠시 앉아 쉬었다"고 말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최씨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많다. 마스크는 감염 예방에 꼭 필요하지만, 더위로 온열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벗는 게 낫다.

 

마스크, 체온조절 방해할 수 있어

 

지난 4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1880년 이래로 올해가 가장 더울 가능성이 74.7%라고 발표했다. 더위로 KF마스크(KF94 등 보건용 마스크)를 기피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덜 답답한 비말 차단·덴탈 마스크에 수요가 몰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도 했다. KF마스크는 바이러스 차단율이 높지만, 산소투과율이 낮아 덥지 않은 날씨라도 호흡이 답답한 편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호흡기 질환(COPD)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마스크를 오래 착용하면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질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가천대 의대).

 

비말 차단·덴탈 마스크라도 정도가 덜하지, 숨이 차거나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마스크 착용 자체가 체온을 높이진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이 체온조절을 방해해 열실신·열탈진·열사병 같은 온열질환 위험을 높이거나 온열질환에 걸렸을 때 증상 완화를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이세욱 교수는 "몸이 체온을 조절하는 기전 중 하나가 호흡"이라며 "호흡은 과도한 열을 밖으로 배출해줘 체온과 체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정상으로 만드는데, 마스크를 쓰면 이 기능이 부진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이동훈 교수는 "열실신·열탈진 등이 진행된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벗는 게 낫다""재빨리 서늘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으로 가 옷의 단추·지퍼 등을 풀어 편안하게 숨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사병이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으니, 감염 위험을 피하려 마스크를 쓰는 것 보다 응급 상황을 넘기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젊고 건강해도 마스크·알코올 섭취 더해지면 위험

 

물론 병원 내부에 있거나, 옆에 호흡기질환 환자를 둔 채 마스크를 벗으면 곤란하다. 온열질환 위험이 없는 시원한 날씨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전히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고, 자신이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으니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폭염주의보·폭염경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씨이며, 온열질환 증상이 있을 때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 '응급처치' 삼아 벗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사람마다 더위에 대한 역치(閾値)는 크게 다르다. '몇 도 이상일 때 몇 분간 밖에 있으면 온열질환에 걸린다'는 식의 기준은 없다는 얘기다. 이동훈 교수는 "고온의 환경에 1시간 있어도 끄떡없는 사람이 있지만, 10분만 있어도 실신하는 사람이 있다""견딜 수 없이 덥다거나 목이 마른 느낌이 들면 온열질환 위험이 있다고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하게 어지럽거나 메스꺼울 때도 주의한다.

 

노약자만 온열질환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도 온열질환이 나타난다. 고온의 환경, 마스크 착용, 알코올 섭취 등 온열질환 위험 요소가 여럿 겹치면 더 그렇다. 알코올은 그 자체만으로 신체의 체온조절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세욱 교수는 "건설현장 등에서 점심에 술을 마시고 야외에서 마스크를 끼고 일하다 온열질환이 심해져 쓰러지는 젊고 건강한 환자가 꽤 있다"고 말했다.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18/2020061805258.html

입력 2020.06.1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