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후기

설악산 천화대 암벽등반

유유(游留) 2007. 11. 13. 13:42

설악산 천화대 암릉등반


일 시 : 2001년 8월 14일 화요일

기 상 : 안개.. 구름... 소나기

산행코스 : 설악동 - 비선대산장 - 설악골 - 천화대 - 왕관봉 - 희야봉
- 석주길계곡하산- 설악골- 비선대 산장

이동경로 : 대구- 서대구t/g - 풍기T/G - 죽령 - 단양 - 서제천T/G - 속사T/G - 이승복기념관-
구룡령 - 양양 - 설악동

이동수단 : 자가차량(카니발 9인승 LPG)

준 비 물 : 장비 : 자일 55M, 60M 각 1동, 퀵드로우 12개, 캐머롯 1조.
개인장비 일체 외.....

후 기 :
12일 일요일 낮 근무를 마칠 즈음에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13일부터 일주일간 휴가라고 한다. 나도 13일 월 - 16 목 오후 8시까지는 시간이 난다.
그래서 2박3일로 지리산 종주를 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 이야기로는 내일 설악산을 가자고 한다.

그 전에 천화대 암릉등반을 내년쯤에 하자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렇게 일찍 가자고 할지는 몰랐다. 이제 암벽을 한지 겨우 두 서너 달이 전부이고 그리고 암릉등반도 거창 별유산의 실크로드 와 속리산 산수유가 전부인 내가 갈 수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가보자는 생각에 그렇게 하겠다고 하고 저녁 9시쯤에 퇴근을 해서 대구에 오니 10시가 넘는다.
회사에서 4일간을 지내다가 집에 오자 바로 배낭을 꾸리는 날 보는 마나님의 시선에 뒷 꼭지가 찌리리 하다.
이럭저럭 밤 12시가 넘고 자려고 누었는데 좀체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고 그리고 여러 가지를 생각을 했다. 위험하지 않을까? 할 수 있을까... 등등.....
올해 열심히 연습을 해서 내년에 가려고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무작정 가다가는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
여러 생각이 겹쳐서 잠이 쉬 오지를 않았다.

내일 오전 9시에 우리 아파트 뒷 동에 사는 선배에게 가기 위해서 억지로 잠을 청하고 ...

아침을 대강 먹고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선배 차에 실린 자일을 싣고 그리고 자일 한 동을 더 싣기 위해서 노원동 삼공업단지에 있는 후배에게 가서 60M자일을 또 싣고 그리고 복현동으로 가서 캐머롯 1조를 빌려서 서대구톨게이트로 갔다. 시간이 벌써 11시가 넘는다.

남안동을 지나서 낙동 휴게소에서 개스를 충전을 하는데 얼핏 주유소에서 틀어둔 방송에서 태풍이 어쩌고 ... 저쩌고 그런다.
바람도 불고 먹구름도 많고 어째 심상치가 않다.
오늘은 소나기 내일은 흐리다가 맑아진다고 분명히 기상청 일기예보를 봤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차에 라디오를 켜니 벌써 기상예보가 끝나고 다른 방송이 나온다.
일단 풍기톨게이트 까지 갔다. 차를 세우고 톨게이트 사무실에 들어가서 인터넷으로 기상상태를 봤다. 분명 정상이다. 태풍이야기도 없고 ....

긴가 민가 하면서 일단 죽령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죽령을 넘으니 구름이 조금 맑아진다. 그렇게 해서 단양을 지나고 ... 풍기 톨게이트에서 죽령 ,, 단양 .. 서제천에서 다시 진입.... 시간은 거의 1시간 30분이 넘게 걸린다. 거리는 67KM이고 ... 빨리 중앙고속도로 풍기 - 서제천이 연결이 되어야겠다.
그렇게 되면 20분 거리인데 이렇게 시간을 많이 뺏긴다. 올해 11월에 완전 개통이 된다니 대구에서 설악산 가는데 약 4시간하면 될 것 같다. 올 겨울에 대청봉을 갈 때엔 시간 절약이 많이 되겠다.

서제천에서 다시 고속도로 진입을 하여 속사 나들목에서 내렸다. 바로 이승복 기념관으로 해서 구룡령을 넘어 양양으로 갔다. 가는 길에 비가 내리고....
은근히 걱정이다. 내일은 맑아야 될텐데....

설악동에 도착을 하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었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금지구역과 암릉등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알아보았다. 장수대에서 지난주에 서울 모 대학교 학생이 후배들과 등반을 하다가 추락사를 해서 지금 통제가 심하다고 한다. 그리고 기상도 좋지를 않고 하니 많이 통제를 하는 모양이다. 비선대 산장에 장비를 풀려고 하니 비선대엔 코오롱등산학교 학생들로 거의 50명이 있다고 한다. 지금 등산훈련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단 입산신고를 하고 등산금지구역을 설명을 듣고 민박을 정했다.
2일간 지내기로 하고 저렴하게 깨끗한 방을 얻었다. 그런데로 시설도 잘 되어있고... 아주머니도 친절하였다.
(민박집 소개를 원하시면 멜을 주시면 언제든지.....)

그렇게 해서 내일 산행시 먹을 행동식과 장비를 챙겼다.
자일 두동과 부속장비들.. 개인장구... 그러고 보니 둘이서 장비가 너무 많다. 할 수 없이 먹을 것을 정리를 했다. 쵸코파이 12개(점심과 저녁) 양갱이 6개가 전부이다. 식수 5.5리터 .. 자일 넣고 개인 장비 넣고 배낭이 엄청 무겁다. 장난이 아니다. 2박3일 지리산 종주 배낭보다 무겁다는 느낌이다. 이거 매고 벽을 탈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전 날 저녁에 먹다 남은 밥에 국을 데워서 대강 먹고 길을 나선다. 민박집에서 차를 몰아 설악동으로 들어갔다. 설악호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출발을 하니 완전 깜깜 밤중이다.
청동불상 앞에서 스님이 새벽 염불을 하고 있다. 개스가 많이 퍼져 있고 ....

신흥사를 지나 천불동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한 10년을 됨직한 코란도 왜건짚이 뒤에서 온다. 차를 세우더니 타라고 하네.. 보니 우체국 아저씨다. 감사히 얻어 타고 비선대 산장 코밑까지 편히 왔다. 산장에 도착을 해서 2층에 올라가니 엄청난(?) 대 식구가 세상모르게 잠에 빠져있다. 식수를 채우고 5시까지 기다리니 서서히 날이 밝는다. 드디어 출발.....

5분여를 걸어서 설악골 입구에서 천화대 초입으로 들어선다. 처음부터 가파르다. 숨이 턱에 찬다. 칼바위 같은 꼭지에 올라서니 조그마한 비석이 있다.
그곳에서 안전벨트를 하고 장비를 챙겼다. 다시 오르다 보니 첫 벽이 나타난다.
대략 20M정도의 높이인데 크랙과 침니가 섞여 있는 것 같다. 충분히 타고 오를 수가 있는데 문제는 물이 줄줄 흐른다. 어제 비로 물이 많다. 위로 손을 뻗쳤다가 손을 타고 가슴으로 그리고.... 바위에 매달려 쉬 하는 형상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선배를 보니 선배도 나하고 같은 생각인 모양이다.
"우회하자. 처음부터 젖기는 싫다" " 나도 그런 생각입니다. "
우회를 해서 다시 씩씩거리며 오르니 두 번째 벽이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바위에 올라섰다. 뭔가 보여야 되는데 안개가 너무 자욱하다. 안개가 몰려올 때는 바로 위의 바위도 보이지를 않는다. 겁이 났다. 이거 안개가 너무 심한게 아닌가.... 확보를 보려고 해도 조금만 멀어지니 영 보이지 않는다.
조망이 되어야 할 주변이 온통 희뿌연 안개에 싸여 있으니 방향감각이 없어진다. 더구나 초보에 초행에 ....

꼭지 에 올라서니 하강이다. 아래를 보니 안개로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좀 기다리니 안개가 몰려가면서 저 밑에 바닥이 보인다.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 이제 와서 어쩌나... 일단 선배보고 먼저 하강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 하강기에 자일을 걸고 벌벌 떨면서 첫 하강을 하고... 항상 그렇듯이 첫 하강 때는 겁이 난다. 실크로드에서 그랬고 산수유에서도 그랬다.
역시 오늘도 겁이 난다.

다시 자일 정리를 해서 넘고 또 넘고 .... 벌써 3시간이 넘게 그렇게 하고 나니 힘이 빠진다. 양갱이 하고 파이 하나씩 먹고 다시 간다. 그사이 하강을 몇 번을 했다. 점점 절벽의 높이가 높아진다. 처음에 약 20미터 그리고 더 높이 ...
하지만 처음보다는 공포감이 덜하다. 이제 적응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굵지 않은 소나무 밑둥에 자일을 걸고 하강을 하는데 겁이 나서 하는 말 " 형님 그 나무에 매달려서 나무가 뿌리째 뽑히면 어떻게 됩니까? " "어떻게 되긴.... 떨져 죽지...." " 겁내지 말고 퍼뜩 내려온다. 시간 없다." 나무를 한번 흔들어 보고.... 하여튼 오금이 저린다.

또 어떤데는 뾰족 바위에 슬링(밧줄 같은 끈)을 걸어놓고 거기다 자일(로프)을 걸고 내려간다.
아이쿠 저러다가 슬링이 훌러덩 벗겨지면 곧바로 ...... 겁이 나서 걸려 있는 슬링을 이리저리 보고 만져보고... 정말 간이 콩알만해졌다가 내려오면 재미있고... 그렇게 하다보니 어느새 40M정도의 벽에서 하강을 해야한다. 저 아래에 텐트를 친 자리가 보인다. 아마 비박 장소인가 보다. 여기서 하룻밤을 묵는가 보다. 내려보니 정말 아찔하다. 아파트 20층 정도의 높이 ...... 울산 형님 집 아파트 꼭대기에 줄을 타고 내려오는 그런 상황인 것 같다.

자일(로프) 2동을 연결을 했다.
내려오니 시간이 12시가 조금 넘었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수를 한다. 비박 장소에서 좌측안부로 붙어야지 천화대 코스이다. 약 5-60M짜리 벽이 있다. 이곳으로 오르면 에스자 사선코스가 있는 곳으로 슬링이 하나 걸려 있는데 우리는 우측에 볼트와 하켄 3개에 슬링이 걸려 있는 흑범길 끝자락으로 붙는 실수를 했다. 완전히 맨들거리는 바위벽이다. 억지로 올랐다. 정말 기를 쓰고.... 올라와서 보니 그런 훼이스가 3단 폭포같이 계단 지어져 있다. 정말 기가 막혔다.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망설이고 있는데 우리가 하강한 곳에 사람소리가 들린다. 안개 때문에 소리만 들리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바위에 자일을 걸고 현수하강을 했다. 내려가서 보니 벌써 좌측안부로 해서 올라가고 없었다.

그제서야 자세히 보니 중간 벽에 슬링이 하나 걸려있다. 안개 때문에 하강을 하면서 그 슬링을 보지 못하여 발생한 일이다, 올라서서 조금 가니 그곳이 왕관봉 이라는 곳이다. 밑에서 보니 별로 왕관 같지는 않는데 올라서니 왕관같이 생겼다. 시간이 벌써 3시다. 여기서 다시 실수를 한다. 하강 링이 앞쪽으로 되어있어 그리로 하강을 하니 길이 아니다. 아무리 봐도 빠질 때가 없다. 다시 낑낑거리며 올라오니 아까 간 학생들 뒷 팀들이 올라온다.

물어보니 역시 잘못 하강을 했다. 다시 뒤쪽으로 하강하고... 60m 자일이 거의 끝까지 가니 절벽이 얼추 60m 정도 된다는 이야기다. 아찔하다. 하강.....
그리고 희야봉 쪽으로 ... 정신 없이 올랐다.

드디어 마지막 희야봉을 끝으로 앞쪽에 범봉이 보인다. 정말 거대하게 서있다. 저 봉을 넘으려면 서 너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시간은 벌써 5시가 다되었다. 서울팀들 6명과 우리 2명... 서로 자일을 걸었다.

우리 것과 그쪽 팀 것 하고 두 줄을 걸어 두 팀으로 하산을 했다. 40미터를 내려오고 다시 중간에서 20미터 더 내려오면 석주동판이 보인다. 내가 2번째 하강을 했는데 내려오며 바위에 매달려 동판을 읽었다. 요델산악회 소속이었던가 보다.

불의의 사고로 설악산에서 유명을 달리한 여러 산우들의 명복을 빈다.

내가 내려오자마자 바로 소나기가 내린다. 아직 저 위에 6명이 더 있는데 ...
모두들 부랴부랴 내려와서 젖은 자일 두동을 배낭에 넣고 짊어지니 이것 완전히 돌덩어리다. 내려오는 계곡 길은 어찌나 미끄럽던지 얼마나 많이 넘어졌는지 모른다. 비가 오고 날이 저무니 금새 깜깜해진다. 말 그대로 유격행군이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계곡 물에 빠지고 그 계곡 물을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모른다. 갈증으로 ....

말 그대로 사투다. 아침 5시 반에 산에 붙어서 저녁 9시가 넘어서 비선대에 도착을 했다. 하루종일 쵸코파이 3개에 양갱이 2개 자유시간 1개가 전부다. 비선대 산장에서 마신 막걸리 한잔과 감자 빈대떡이 얼마나 맛이 있던지.....
다음날 오전에 장군봉을 하고 오후에 적벽을 등반하자던 선배가 내일 대구로 가자고 한다.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나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내일은 일어나지도 못할 것 같았다. 같이 내려온 산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다시 설악동으로 30여분을 걸어서 내려와서 주차를 해둔 차를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민박집에 오는 길에 저녁을 먹으려고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선배는 황태 해장국을 나는 산채비빔밥 곱빼기에 고등어 구이 한 마리로 주린 배를 채웠다.
친구가 전화가 왔다. 같이 막걸리 한 사발을 하고 싶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 산 속에서 죽는 줄 알았는데 목소리를 들으니...

허겁지겁 먹고 숙소로 갔다. 선배가 샤워를 하는 동안에 장비를 챙겼다. 비에 젖고 계곡 물에 젖고 엉망이다. 등산복 바지는 엉덩이부분이 다 찢어졌다. 배낭 밑 부분도 구멍이 나고 .....
계곡 바위를 계속 미끄러져 아예 앉아서 미끄럼을 타고 내렸으니 엉덩이도 엉망이다. 상처가 꽤 오래갈 것 같다. 미끄러지면서 옆으로 넘어져 오른쪽 옆구리 허벅지, 골반 쪽으로 엄청나게 아프다. 어디 부러지지 않고 내려온 게 정말 다행이다 싶다. 너무 무리를 했다. 두 사람 다 초행길이었고 등반경험부족이다. 전문 산꾼들이 다니는 길이어서 그런지 초입부에 표지기가 조금 있고 중요한 갈림길 등에는 표지기를 볼 수 없고 그리고 안개.. 초행길 등으로 서너번의 되돌림 등반을 하고 나니 시간을 많이 허비를 했다. 덕분에 하산길이 굉장히 고생스러웠다.

하루종일 안개 속에 싸여있어 조망도 할 수 없었다. 간혹 구름이 물러간 자리에 언뜻언뜻 비치는 기암괴석은 경이롭다 못해 두려움 마저 일어난다. 칼날 같은 봉오리를 타고 오르는 암릉등반의 진수를 보고 왔다.
힘든 등반이었지만 암릉등반 실력이 부쩍 향상된 것 같아 기분은 좋다. 맑은 날 다시 한 번 천화대에 와 보리라 생각을 하며 다음날 대구로 내려왔다. 산에서 내려와서 숙소에 들어와서 정리를 하고 누웠으니 온 몸 구석구석이 아프지 않은데가 없다.

 

밤새 비가 내리고 어차피 내일은 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대구로 내려가자는 선배의 말대로 아침 일찍 대구로 출발을 하였다. 몸은 고통스러웠지만 마음만은 가볍다. 내년에 다시 도전을 해보리라 그리고 그때에는 범봉 까지 종주를 하리라고 생각을 하며 비 내린 설악을 빠져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