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행/후기

천관산

유유(游留) 2007. 11. 17. 10:12
 


천관산 723M


위 치 :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

일 시 : 2003년 11월 15일 토요일

기 상 : 흐린뒤 구름 덮었다가 비 오다가 그침

코 스 : 장천재 - 체육공원 - 금강굴 - 구정봉 - 환희대 - 억새능선 - 연대봉 - 정원석 - 양근암 - 장천재

출발지 : 대구성서홈플러스 앞 - 구마선 - 남해선 - 순천톨게이트 - 벌교 - 장흥 - 산행 후 역순 귀가

이동수단 : 안내산악회 버스

인  원 : 나 홀로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 30여명


후기 :


어? 이상하다...

겨울에 들어서는데 동백이 피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커다란 감나무 같은 동백나무 아래로 다가선다.


산행을 시작을 해서 얼마가지 않아 눈에 띄는 큰 나무에 빨간 동백꽃이 피어있다.

땅에는 그 꽃이 떨어져 시들어지고...


한 그루 , 아 저기 또 한 그루 저기도  ...

서너 그루의 동백나무에서 꽃이 붙어있다. 흔히 보던 꽃이 아니어서 설렘과 함께...

그리고 겨울의 초입에 이렇게 빨간 꽃잎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 초봄에나 되어야 핀다던데..

그렇게 생각을 하며 눈에 보이는 숲 속으로 오름 길을 내 딛는다.


숨이 꼭지까지 올라설 즈음에 능선을 만나 가쁜 숨 토해내고...

그리고 앞에 보이는 봉우리 올라서니 드디어 쭈빗쭈빗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보인다.


아.... 

저 그림들..

인터넷에서 하도 자주 봐서 눈에 익어 반갑고 와 보고싶던 이 자리에 서 있다는게 너무 좋아 행복하다.


검은 물구름이 정상에 걸려 넘는다.

안되는데... 나 올라서고 나면 넘어오지.. 그런 이기적인 생각도 해본다.


금강굴... 

아침에 비가 온 듯 온통 젖어 있는 산길 걸어 올라서니 금강굴이란 표지가 있다. 속을 보니 물이 고인 자리에 물바가지..

깨진 바가지 들어 물맛을 보니 맛은 좋다.


옆 사람들에게 먹어 보라고 하니 모두들 고개 젓고 오름 길 달려간다.

휘적휘적 걸어서 이름 모를 바위 옆에 선다.


어느새 구름은 온통 산을 가려 볼게 없어진다.


낮선 손님 부끄러워 문열고 동그러니 쳐다보던 어린 각시가 얼른 문닫고 숨어버린 뒤의 아쉬움이랄까...


에이 조금만 더 있다가 몰려 올 것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마저 올라서니...


바람이 시원하다.

어젯밤 마신 술이 이제 깨는 것 같다. 얼마나 땀을 많이 흘렸던지.

올해 중에 최고로 많이 흘린 것 같다.

온통 젖은 몸이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도 잠시...

주섬주섬 배낭에서 옷들을 꺼낸다.


잠깐잠깐 열어주는 구름사이로 멀리 바다가 보인다.

아... 저기가 득량만 인가?. 

관산벌 넓은 들판이 갈빛으로 물들고 회색 빛 바다 흰빛 반사되어 눈이 부신다.

우중충한 회색 빛 날이지만 그래도 제 빛깔 내는 사물이 있어 세상은 참 아름답다.


환희대 바위에 앉아 캔 하나 열어 벌컥 마신다.

눈앞의 억새 능선을 바라보며 또 생각에 잠긴다.

겨우 몸 추스린 동생을 멀리 보내고 이런 저런 걱정에 머릿속이 어지러워 산에 왔는데 또 그 생각이다.

맘이 울적하여 가지고 간 MP를 꺼내어 귀에 건다.


시장통 보다 더 한 소음도 막고 노랫말에 빠져 억새밭을 지난다.

휘청휘청 다리엔 노랫가락이 실려 한 박자 밟고 가고 싶다.

술기운인가 노래기운인가 아니면 이것저것 잊고 싶은 이내 맘인가...


어느새 연대봉....

사각으로 돌 쌓아 만든 봉화대 ..

올라서니 어느새 구름도 비켜 간다.

다시 캔 하나 더 꺼내어 속에 부어 넣고 시끄러움 피해서 내려선다.


바위 지나 억새바다 넘어서니 이젠 진달래가지 들이 배낭끈을 잡아챈다.

아.. 

그렇구나. 봄이면 진달래가 지천이라더니 여기구나....

그래 봄에 오면 참 좋겠다. 

지나온 길 돌아보니 구름 걷힌 바위들이 장관이다.

아하... 

매화산과 부부연을 맺으면 좋을 듯 하구나 하고 생각이 되어진다.


천관산은 둔탁한 남성멋을 지닌 느낌이고 매화산은 섬세한 여성멋을 지닌 산이라 그렇게 생각이 든다.


바위들이 그렇게 생겼다. 월출산의 바위들이 크고 우람하다면 키작은 총각같은 천관산....  어울리게 생긴 새침떼기 같은 매화산...  왜 매화산이 생각이 날까...  분위기가 비슷해서?.........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려서니 정원석 바위.

그래 너도 자~ 알 생겼다.


잘 생긴 너 옆에서 점심 먹을까...

아침에 넣어둔 김밥 ...

넌 못생겼구나.

배낭 속에서 찌그러져서.... 허허.


서너개 입에 넣을 즈음 어느새 몰려왔는지 후두둑 비가 내린다.

이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밥 묵을 시간도 안주고...

얼른 오버트라우져 꺼내고 윈드재킷 입고 스패츠도 차고 다시 쭈그리고 앉아 김밥 먹는다.


이야... 

물 필요없네

김밥 하나 먹고 하늘 쳐다보면 물이고...


미끌미끌 넘어질듯 넘어질듯 하면서도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내려선 하산길... 햐... 오늘 하산길 성공했네...


그친 비에 껍질 벗어 흐리는 개울에 흙을 털어 내고 버스로 가니 한 두 사람 서성이고 ....

멀리 보이는 주차장 끝의 팔각정에 가 앉아 세속의 어지러움에 또 묻혀 들어간다.


때르릉 

어.... 왜?

그래? 기주가 성적이 얼마나 떨어졌는데?

그래... 

괜찮다. 다음에 잘 하면 되지...

이 사람아. 암벽 시킨다고 성적이 떨어지나.

도대체 몇 등이나 했는데...


할말이 없다.

여름내 아들 데리고 암벽 한다고 놀러 다니다 보니 ..

이놈 성적이 떨어져 뿔난 마누라.. 전화기에 대고 악 쓴다.


오늘 집에 가서 뜨신 밥 묵기는 글렀네...ㅎㅎㅎ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추신:

봄에, 초가을에, 겨울에 가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여름엔 해 가릴만한 그늘이 없는 것 같아서요.

남도의 이런 좋은 산을 왜 이제 갔는지 ...

대구에서 길이 너무 멀어서 그런가요.


바위 생김이 남성멋을 가졌다고 느꼈고요...

우람하고 큰 산은 아니지만....

가야산 자락의 매화산 과 대조가 되는 것 같아 재미있었습니다.


대구에서 가는데 4시간 반

오는데 4시간 반 차 타는 시간 9시간에

산행은 10시 50분에 시작을 해서 2시 20분에 끝을 내었습니다.

하루종일 시끄럽더군요.  엄청 많은 사람들....

야호. 깔깔 호호 하하

특히 단체로 악쓰는 야호....

저절로 고개가 쩔래쩔래.....(절래절래의 강조, 틀린 낱말...)




6시30분 대구 성서출발

10시 40분 도착

10시 50분 산행

14시 20분 주차장 도착

16시 00분 출발

20시 20분 성서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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