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9구간
(봇재 - 봉화산 - 그럭재(풍치) - 오도재(겸백고개))
일시 : 2011년 5월 31일 화요일 흐리고 연무가 심한 날
행정 : 전남 보성군 겸백면 득량면 회천읍
구간 : 봇재- 봉화산 - 배각산 - 반섬산 - 그럭재(풍치) - 오도재 (겸백고개)
거리 : GPS 실거리 : 17.8 km
시간 : 08:53 - 14:35 (5시간42분)
출처 : http://cafe.daum.net/uusanbang
이 년여를 산에 다니면서 오늘처럼 산길을 느껴본 게 참 오랜만이다..
비록 날이 흐려서 안개비와 연무가 자욱한 산길이지만 .. 그래서 더 몽환적 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드러운 육산에 높지 않은 고도.. 5월의 끝자락에서 바쁜 부화로 목청껏 소리 내어 사람을 피하는 온갖 산새들.. 불어오는 습기 찬 골바람에 촉촉이 젖은, 썩은 낙엽이 섞인 부엽토의 부드러운 냄새.. 발끝에 감겨 떨어지는 이슬이 바짓단을 타고 올라오는 상쾌함...
이 모든 것을 참 오랜만에 만난듯한 기분이다. .
한남의 난장판이 충분히 보상이 되는 오늘 산길에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하며 종일토록 혼자 길을 걷고 있다.
그동안 마음과 몸이 바빠서 혼자의 생각을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한 기분으로 인생의 시계를 돌렸다.
아무리 바쁜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도 내 인생에서 하루하루 허비하는 허송세월 같아서 늘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었다고 할까..
집안의 가장으로써 자식으로써 부모로써..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지만 내 인생에게는 허당한 세월임을 감출수가 없었다..
시쳇말로 그렇게 자신이 중하면 머리 깍고 혼자 염불이나 하고 살지 하는 비아냥을 들을지 모르지만.... 마음이 젖어있지 않으니 사는 모든 게 심드렁하고 그저 형식적일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피폐해진 마음이 늘 안쓰럽지만 다시 해가 뜨고 해가 질 때까지 늘상 같은 형식의 흐름을 쫓아 왔었다..
산길에 들어서 연무에 휩싸인 평안한 숲길에서 만난 꽃향기며 새소리, 젖은 흙에서 풍기는 흙의 냄새.. 발끝에 감겨 다리를 적셔오는 이슬의 차가움까지도 정겹고 반갑다.
얼굴을 귀찮게 감아오는 가는 길목의 거미줄조차도 성가시지가 않다.
이 모든 게 혼자 간다는 즐거움과 아무도 없는 고즈녁한 산길 속에 있다는 그 하나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흥겨움에 젖어드는 것 같다.
월요일..
종일 서류에 묻혀서 이것저것 검토하고 입씨름하고 상사와 의견이 맞지 않아서 지웠다 다시 썼다... 그렇게 틀에 박힌 작업을 하다가 ..
잠시 머리를 식히려 음악을 들었다..
리시버를 타고 나오는 고운 선율을 듣다가 갑자기 펼쳐 놓은 서류들이 꼴이 보기 싫어진다..
떠나야겠다.. 내일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내일 일은 내일에 생각을 하면 되고 오늘 나는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떠나고 싶다.. 혼자 중얼거리면서 휴가신청 서류를 넣는다..
그리고 현장을 보고 퇴근을 하겠다며 그 길로 사무실을 나왔다. 서류와 현장을 대충 보고 내일 산을 갔다가 와서 다시 생각을 해 볼 요량으로 그냥 집으로 와서 배낭을 챙겼다..
어차피 떠나는 길이니 호남정맥 19구간 땜방으로 호남을 가자 싶어서 준비를 하고 새벽에 일어났다.
부지런히 차를 몰아서 대구에서 서울 가는 시간만큼 달려서 호남에 도착을 했다.
봇재..
한참 만에 다시 이 자리에 선다.
하늘은 온통 회색이고 산봉우리는 연무에 파묻혀 봉우리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전화기의 전원을 끄고 배낭 깊숙이 집어넣었다..
혼자 걷는 숲길에선 신이 난다..
[이 세상에 부모마음 다 같은 마음..
아들딸이 잘되라고 행복하라고..
마음으로 빌어주는 박영감인데..
노랭이라 비웃으며 욕하지 마라.
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부라보 부라보 아빠의 인생]
그래 .. 원더풀 이고 부라보.. 내 인생이다..
오늘 하루 모든 걸 때려 치고 산속에 있다고 누가 나보고 뭐라고 할건가..
어제 입씨름한 상사가 나보고 뭐라고 할 건가..
까짓거 인간 사는거 저나 나나.. 목욕탕 들어가서 발가벗으면 똑 같은거..
혼자 중얼거리며 아빠의 청춘.. 부라보 원더풀을 계속 반복해서 혼자 노래 부른다..
누가 보면 참 웃기는 화상일거라..
안개가 자욱해서 이슬비 같은 작은 방울들이 나뭇닢에 맺혀 후두둑 떨어지는 으스스한 숲길에서 사내 혼자서 부라보니 원더풀이니 하면서 노랠 흥얼거리면서 걷는 모습이..
오늘 하루는 내가 내 인생을 옳게 사는 것 같아서 신난다..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바로 내일 일도 모르고 사는게 인생이지 않는가.. 이 안개 밖에 산들의 모습이 어떨지도 모르고 산 아래의 풍경 역시 모르는데 난 이속에서 오늘 하루가 최고라고 생각을 하고 길을 걷고 있다..
사람 사는 것도 매 마찬가지 라..
한치 앞도 모르면서 좋다고 헤헤 거리고 잠시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날이 궂다고 툴툴거리고.. 그렇게 살다가 산 아래로 뚝 떨어져서 다시 지루한 아스팔트 길을 따라 복잡하고도 날이 선 일상으로 .. 아니 가기 싫은 삶의 마감 현장으로..
그렇게 살다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생을 마칠까..
그런 생각들이 무심히 머릿속을 헤집는다..
어떻게 보면 차라리 이렇게 안개 속 같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알면 알수록 힘이 드는게 사람 사는 동네의 일들이니..
이름 모를 나무의 하얀 꽃에서 나는 지릿한 냄새가 궁금하다.
라일락의 향기 같기도 하고.. 냄새의 향이 은근하면서도 강하다. 하얀 꽃잎이 떨어져서 숲길에 꽃길을 만든다.. 혼자만의 신나는 꽃길 퍼레이드 이다..
투박한 등산화로 밟으면서 지나기에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발걸음에 힘을 주지 않고 살금살금 걸음을 옮긴다..
오늘은 호강하는 날이다.. 내 인생에 있어, 몇 년 만에 이렇게 내 인생에 충실하며 시간을 지나는데 거기다가 꽃길까지 내어주니 오늘 참 호강하는 날이 맞다..
어제 밤에 좋은 꿈도 없었는데..
기분 좋은 산길이 멀리 잘려진 정맥의 붉은 흙벽이 나타나면서 끝을 낸다..
이제 그만 꿈같은 시간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신호 같다.
오도재의 석산을 개발한다는 공사현장 앞이 오늘 정맥의 끝임을 알리고..
전화기의 전원을 넣고 택시를 부른다..
택시가 올 동안 길 가장자리에 멍하니 앉아서 혼자 무릉도원을 놀다온 후유증을 달래었다..
이제 다시 주변을 위해 내 인생을 허비 하러 가야지....
자동차 경적에 정신이 들어 뒤 돌아보니 어느새 택시가 무섭게 노려보고 있다..........
부연
자동차길
갈 때 :
대구 - 구마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 - 광양t.g - 2번국도 순천 - 벌교 - 보성 - 봇재
네비게이션 입력(봇재휴게소)
올 때 :
오도재 -봇재(택시 보성개인택시. 15천원 미터요금)
봇재 - 대구 (갈 때의 역순)
오도재는 보성에서 군내 버스가 있다고 합니다.. 하루에 몇 번 없는 것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시간도 배차간격이 넓다고 합니다. 지나는 차도 띄엄띄엄 있습니다..
히치하기가 좀 애매한 구간입니다..
보성개인택시는 114에 전화를 해서 문의를 해서 보성개인택시 번호를 알았습니다.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보성개인택시 김승기 010 - 2297 - 2824 )
산길
고도가 2-400대 고지인데 어렵지 않고 아주 유순합니다. 전형적인 육산이고요.. 나무그늘이 참 좋았습니다. 간간히 시멘트 임도가 나오지만 그것은 통신탑 유지 목적의 시멘트 도로인가 봅니다. 차 밭이 있을 정도이니 산세가 부드러운 것을 짐작할 수가 있을 겁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걷기에도 참 좋을 듯 합니다.
혼자 산책을 하듯 산길을 걸으셔도 좋을 듯 하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길이 유순해서 참 쉽게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6시간 정도면 될 것 같고요.. 충분히 즐기시려면 7시간 정도 잡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봇재에서는 s oil 주유소 옆에 보면 시멘트 길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진입하시면 됩니다. 표지 리번 아주 잘 붙여져 있습니다.. 길이 아주 뚜렷해서 길 잡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안전하고 행복한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좌측에서 우측으로 진행을 합니다.
적색선이 이번에 산행한 구간입니다.
차를 주차를 하고 도롯가에서 지난번 내려온 봇재 다원을 담아봤습니다.
봇재.. s - oil 주유소 옆으로 등산로 표지목이 있습니다.
제일다원 농장입니다. 산이 유순합니다.
차 밭입니다. 올해 동해를 받아서 차 나무도 많이 죽었습니다.
득량만 쪽 바다를 봤는데.. 이렇게 됩니다. 여기는 그래도 안개가 점잖은 편입니다.
다원 옆으로 정맥이 이어집니다.
편백과 전나무가 많았습니다
거의 산행이 다 될 때까지 산세가 이렇습니다.
제일다원 농장인가 봅니다. 여기를 끝으로 다시 숲으로 들어갑니다.
안개는 점점 심해지고..
산세는 전형적인 육산입니다.
숲속길도 좋고..
찔레꽃인가요...
이 나무이름을 모르겠습니다.. 꽃이 아주 이쁩니다. 냄새도 좋습니다.. 이 꽃이 떨어져서 꽃길을 걷는 호사도 누렸습니다.
통신탑이 있더군요.. 시멘트 길 따라서 죽 올라가면.. 검은등 뻐꾹새가 아주 요란하더군요.. 머리위에서
봉화산입니다. 봉수대가 있고요.. 여기서 아침에 매점에서 산 여수 생막걸리로 목을 축입니다.
새로산 신발인데 2번 신었는데 옆구리 고무가 떨어집니다.. 또 속았나 봅니다.. 캠프라인.. 지난번에도 이 신발로 혼 났는데 이번에 한치수 큰것을 신어보라는 말에 ... ㅎㅎ
이쯤 되면 귀곡산장?.. 이지요?.ㅎㅎㅎ 으스스 합니다.. 하루종일 단 한사람도.. 단 한마리의 짐승도 없이 .. 아주 산을 통째로 전세를 낸셈이지요..
이게 남근석인가 봅니다.. 지도상에 남근석이 잇던데... 이게 남근석이라.... 허참.
담쟁이가 나무를 감고 올라갑니다.. 이러다가 나무가 죽겠는데요... 마치 토피어리 처럼 되어있어서 찍어봤습니다.
편백 숲인데 아주 말을 달려도 되겠더군요.. 이것이 끝나면 그럭재.. 풍치재 입니다. 그럭재는 지도상 이름이고 풍치는 이동네에서 그렇게 부르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럭재 풍치재.. 길 건넙니다. 무단횡단으로.. 이제는 무단횡단이 아주 이력이 납니다. 한남때 하도 많이 해 봐서.. ㅎㅎ
사쁜히 즈려밟고 갔습니다.. 진달래는 아니지만..
어느 산소인데 엉컹퀴가 아주 만발입니다.
이게 보이면끝입니다.. 오도재 (겸백고개) 입니다.
오도재 저기 파란 간판이 득량면을 알리는 표지판인데 그 뒤로 다음구간이 열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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