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봉 - 마폐봉 - 새재길
일시 : 2016년 11월 12일 토요일 맑음
장소 : 충북괴산 신선봉 마폐봉 , 경북 문경 새재길
거리 : 12km
어느새 말라 버린 잎들이 발밑에서 바스락 비명을 낸다. 올 여름.. 참으로 덥고 길었다.
사람조차 견딜 수 없었던 시간들이었다. 하물며 나무들이야 오죽했으랴 싶다. 사람도 나무도 그리고 대사 활동을 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겪었던 여름의 흔적이 온 산 나뭇잎에 고스란히 남은 듯하다.
아직 가을이 완전히 떠난 산이 아닌데 물 마른 나무들이 맥없는 이파리를 이리저리 뒹굴게 한다. 혹서에 나무들도 힘들었던 것이다. 그나마 색이 있는듯한 나뭇잎들도 그 색의 선명함을 다 표현을 해 내지 못하고 있다.
불과 두어 달 전의 이야기다. 세월이 잠간 지났는데 내 맘은 벌써 저 멀리 떠나버린 배처럼 멀리 가 버렸다.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두 내외가 아팠고 어른이 멀리 여행을 가셨다. 얼마간 더 지내다가 나도 따라서 갈 길이지만 아직도 어른 사셨던 집 앞을 지나면 금방 전화라도 올 것 같은.. 전화기를 너무 일찍 버렸나 하는 생각에 번호 해약이 된 공 기계를 만져본다..
산행 초입부터 바짝 마른 나뭇잎과 앙상한 나무들을 보고 씁쓸한 마음이 겹쳐 무거운 걸음이 더 무겁다. 운동을 하지 않은 몸과 운동을 기억하는 몸이 서로 부딪혀 아우성이다.
오늘부터 .. 아니 지금부터 다시 운동을 기억하는 몸으로 만들어보리라 마음을 굳혔던 터라 운동하지 않았던 몸이 여기저기 고통의 신호를 보내도 모른 척 한발 한발 기어이 운동을 기억한 근육을 총 동원을 한다.
벌써 냉기를 품은 아침의 공기는 그동안 포근했던 공기만을 접했던 폐부 깊숙이 들어가 대 청소를 시작을 한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따가워지면 잠시 달랬다가 다시 오르기를 몇 십분을 반복을 하니 서서히 몸도 운동을 기억한 몸으로 돌아가는 듯 잠잠해져 온다.
몸은 머리와 가슴을 이기지 못한다. 신념이라고 하고 의지라고도 하고 정신력이라고도 하고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뇌 활동과 심성의 활동을 몸은 따라가게 설계되고 만들어진 것이다.
몸이 진정이 되고 나니 그제야 능선의 아스라함도 보이고 옅은 연무의 대간의 능선도 가슴 뿌듯이 다가온다. 눈앞에 보이는 문경의 산들이 언제나 그렇듯이 고향 산처럼 정겹게 다가온다.
연이은 문경, 괴산지방의 산행은 이런 모습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산봉우리 하나 넘어 다가오는 부봉 과 주흘산 .. 옆으로 월악산의 세 봉우리.. 만수릿지.. 오랫동안 망연히 연무 속의 봉우리들을 바라본다.
될 수 있으면 산 아래 일들은 모두 잊으려고 노력을 한다. 이삼년 쌓여온 여러 난감한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포기 할 것들은 과감히 버렸다. 가슴 쓰린 상처가 오래 가더라도 그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려 버리고 스스로 위로를 한다.
산에서 산흥을 잊고 인간사에서 사람 사는 맛을 외면을 하니 그저 허전하고 쓸쓸하지만 이 또한 사람 사는 일 중 하나라. 시간 지나면 며칠 앓다가 부스스 일어날 감기 뒤 끝이라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산을 내려서서 오랜만에 새재 길을 걷는다. 이 길 와 본지 이십년이 넘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좁은 울퉁불퉁 한 산길이 도심의 잘 닦여진 도로와 같이 널찍하고 좋다.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 속에 그저 혼자 멍하니 터벅터벅 걸을 뿐이다. 그것으로 오늘 산행에서 나는 많은 것을 산속에 두고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간다. 이제 될 수 있으면 자주 산으로 올 생각이다. 몸속의 나쁜 기운도 몸 밖의 나쁜 일들도 모두 산 속에 묻어두고 비워진 나를 산 아래로 옮겨 놓으려 노력을 할 것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에게 이제 그만 하라고 아우성 치고 내려오는 이들을 태운 수많은 버스의 행렬을 본다..
나라 형편이나 내 형편이나 속이 시끄러운 건 같은가 보다.. 나랏님께 산이나 가보시라 일러 주고 싶다....
오룩스 맵에서 작성한 gps file 입니다. gpx file로 만들어졌습니다.
아래 첨부합니다.
조령3관문으로 하산을 해서 새재길을 통해 1관으로 하산을 합니다.
안터마을 입니다.
'일반산행 >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능동산 - 재약산 산행사진 입니다. (0) | 2017.10.18 |
---|---|
팔공산행 (0) | 2017.10.09 |
기양산 (상주시) 산행 자료 (0) | 2016.03.13 |
[스크랩] 초암산 철쭉 상황 2013년 5월 12일 현재 (0) | 2015.04.29 |
자굴산 (0) | 2008.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