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설說

[조용헌] 건달의 철학

유유(游留) 2017. 7. 25. 10:41

시간은 있는데 돈이 없으면 건달이다. 시간도 없고 돈도 없으면 노예의 삶이다. 건달은 시간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요즘과 같은 사회 시스템에서는 50대 중반에 직장 그만두고 나면 건달 된다. 처음으로 건달의 세계에 진입하게 되면 아주 당황한다. '놀아보지도 못하고, 해 놓은 것도 없고, 내 인생 실패했다'고 자학한다. 매일 골백번씩 이런 생각의 망치로 자기를 때린다. 피가 날 때까지 때린다. 나는 지난 15년 가까이 '1인 기업가'이지만 사실은 출퇴근 없고 조직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전국을 떠도는 건달 비슷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건달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짐작한다.

건달도 철학이 있어야 건달 생활을 견딘다. 철학을 가지려면 산천을 알아야 한다. 풍수(風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저 산이 바위산으로 솟았으니까 저기쯤 가다가 부드럽게 노기(怒氣)를 풀었구나, 저 아래에 절터가 있으니 기운이 좋겠구나, 물이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구나, 소쿠리같이 둘러싸고 있어서 기운이 빠질 데가 없구나, 음중양(陰中陽)의 터구나, 처음에 힘이 있다가 나중에 흘러 버렸구나' 등등을 이해하면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산천과 대화하면 외롭지 않다. 별로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산천의 기운이 내 몸에 들어온다고 여겨진다. 저 바위산의 기운을 아랫배로 끌어들이면 외롭지 않다. 풍수는 자연과의 교감이 핵심이다. 문명사회의 압박을 해소할 수 있다. 사실은 돈이 없어야 자연이 눈에 들어온다. 돈이 많으면 주색(酒色)이 눈에 들어오지, 자연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건달의 철학을 가지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특히 역사책이다. 구약도 의미가 함축된 역사책이자 '영(靈)발 책'이다. 역사책 중에서도 전쟁사가 배울 게 많다. 포에니 전쟁, 이스탄불 공방전, 로도스섬 공방전 등이 그렇다. 까딱 잘못하면 몰살당하는 게 인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깨닫는다. 역사를 많이 알면 화제가 풍부해져서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

건달 생활을 견디려면 차(茶)에 대해서 알면 좋다. 출근도 없이 늦잠을 자고 일어나 혼자서 포트에 물을 끓여 찻잎을 차호에 넣고 한 잔 우려 마시면 자기 위로가 된다. 건달도 철학이 필요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5/07/201705070168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