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백두대간(완료)

백두대간 5차 11구간

유유(游留) 2007. 11. 12. 14:47
갑자기 싫어진 당신...

  

  

우억.. 우억... 웩웩... 꿱꿱....
그러다가 노래소리 ...

용문산 구간 2시간 내내 그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러다가 심한 허기를 느껴 용문산 내림 길 안부에서 반 남은 밥을 물에 말아서 풋고추 2개에 된장 발라 허겁지겁 먹고 긴 터널 같은 국수봉 오름 길을 오른다.

오름 길.....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다가 마침내 이 길이 싫어진다.
가자
집으로...
더 이상 가기가 싫다...

그러고는 큰재 내리자 바로 히치를 하기 시작한다.

  

  

  

  

2005년 6월 7일 종일 흐림. 온도 낮 기온 27도 산 속 온도임.

  

아침 4시 반에 일어났다.
대충 샤워를 하고 차려 논 밥을 억지로 먹는다.

  

대구역...

태워주고 떠나는 집사람 차 뒤꽁무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역사로 들어선다.
6시 23분발 추풍령 표를 끊고 역사를 둘러보니 불편한 의자에 쪼그려 잠들어 있는 홈리스들의 편안치 못한 모습이 거의 대부분의 의자들을 차지하고 있다.

좀 더 생활이 나아져야 할텐데....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 나라 어느 곳을 가도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그래도 내 땅 내 나라에서는 모두가 편안한 삶을 살아야 할 텐데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한 쪽 귀퉁이 우두커니 10여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열차가 들어온다는 소리에 플랫홈으로 내렸다.

  

오랜만에 타는 열차라 아침에 한 숨 눈 붙이려는 게 공염불로 돌아가고 ....

충분한 수면을 하지 못한 눈꺼풀은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철커덩거리는 기차바퀴의 싫지 않은 소리에 쉬 잠들지 않는다.

그렇게 한시간이 지나고 추풍령 역에 내려선다.

손님이라야 아침 출근시간이지만 나까지 서너명 달랑 내려서고 ...
추풍령의 역사 직원은 선로까지 나와서 오는 손님을 맞는다.

큰 배낭 짊어진 날 보고 어디 여행을 하시냐고...

  

백두대간을 갑니다.

  

하하.. 좋으시겠습니다.

  

수고하세요...

  

그렇게 기분 좋게 추풍령 역사를 나와서 아스팔트 국도 길을 걷는다.
추풍령면을 난생 처음으로 와본다. 거의 고속도로로 다녔으니 이 길을 올 리가 없다.

예전엔 많이 번창했던 면이었던 같다. 면 소재지 치고는 제법 규모가 크다.
그렇게 해서 힐튼장 여관이 보이고 그 여관 옆으로 새로 도로가 난다. 지금은 포장을 하는 중인데 기존의 국도를 버리고 이 길이 우회 도로인 것 같다. 김천 방면이다.

  

이리저리 아침부터 왔다갔다한다. 초입을 찾지 못해서 ....
GPS속의 지도를 확대를 했다. 확실히 잘 못 들어섰다.
다시 뒤로돌아...

기계의 힘을 빌려서 길을 찾았다.

세 마리의 작은 개들이 자기집 쪽으로 온다고 죽어라고 달려든다.
가지고 간 스틱으로 이리저리 쫓는다.

웬간한 개들은 대충 어루면 진정하는데 이 놈들은 전생의 무슨 원수를 보듯이 악바리를 떤다.

내 이것들은 기냥.... 확..
배낭 안에 풋고추와 된장도 있는데 ...

  

거창한 비닐 하우스 서너동을 지나서 새로 도로를 포장하는 절개면 옆의 수로길 쪽으로 초입이다. 농기계가 있는 곳에서 주위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입고간 긴 팔 옷들을 벗었다. 바지도 벗고...
아침부터 뭐 하는 짓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짧은 소매 상의와 반바지를 갈아입는다.
드디어 2박3일간의 5차 대간 길을 연다.

  

10분여 만에 첫 오름인 금산 정상에 선다.
많은 대간꾼들이 경악을 한 반쪽의 금산....
아침부터 포클레인 두 대가 작업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고마 해라 이제.........]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씨가 한 대사가 생각이 난다.
생선회 칼로 수없이 맞고 중얼거린 대사가 지금 이 금산에 딱 맞는 대사인 것 같다.
이제 그만 잘라먹었으면 좋겠다. 그나마 남은 반쪽짜리 대간 길이라도 남길 수 있게.....

  

다시 한시간 걸려서 502고지에 오른다. 벌써 땀은 온 몸을 적신다.

물 3리터를 가지고 갔기에 충분하다 싶어서 충분히 마신다.

배낭의 무게를 줄인다고 하계용 침낭으로 바꾸고 하였는데 역시 배낭은 20킬로를 넘긴다.

주 오일제 근무 덕에 비박 산행을 하기는 하는데 나이에 비해서 배낭의 무게는 엄청나다.

젊었을 때는 문제없던 배낭의 무게가 세월의 덮개만큼 그 누름의 강도가 만만치가 않다.

다시 435고지를 넘을 때까지 그런데로 진행을 한다. 다만 날씨가 흐리고 개스가 깔려있어 좀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걸었다.

  

길은 황악산 코스와 삼도봉 코스를 넘어 오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백두대간의 자락이다.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도 않고 지나온 고산 준령도 아니지만 쉽사리 길을 내 준다는 기분은 아니다.

아니면 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

하여튼 쉽게 넘어가는 산은 아니다. 20킬로의 무게로 어깨를 짓누르는 산길은 아무리 쉽다 한들 쉬울 리가 없을거고....

난함산 통신 탑들이 보이면서 높다란 산 옆으로 끼고 돌아서니 공짜로 가는 길 같다.

대간 길 오름은 칼같이 따라 올라서서 진행을 하는데 앞에서 보면 저 난함산 오름 길을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길은 교묘히 옆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공짜 길 같은 느낌을 받을 수밖에 ..

사기점 고개 못 미쳐서 시장끼를 느낀다.
일찍 먹은 아침 탓이려니... 한 통 짊어진 도시락을 꺼내서 반을 들어내서 물에 말았다.

젓갈과 무말랭이 반찬으로 맛나게 아침겸 샛참겸 그렇게 먹고 일어선다.

  

지금 걷는 길 바깥쪽을 볼 수가 없다. 우거진 수풀로 인해서 도무지 경관을 볼 수가 없다.

잎이 넓은 상수리나무는 하늘도 완전히 가려버렸다.

대낮인데도 흐린 날씨와 겹쳐서 어둑한 저녁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무슨 길다란 터널을 한없이 걸어가는 것 같다.

  

잘 만들어진 납골당을 지나고 여러 번 난함산 오르는 시멘트 길들을 만난다.
아무 생각없이 시멘트 길을 따라가다가 보니 신애원 정신병원이라는 간판을 만나고....

  

아...
여기가 신애원 이구나..
난 고아원이나 뭐 그런 곳인지 알았는데 정신병원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데 저 아래 포장도로가 있고 차들이 다닌다.

  

어?
이상하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후딱 gps를 꺼내든다.
역시...
엉뚱하다. 경로가 아니다.

다시 돌아선다. 이런 ...
어디에서 틀렸나..

  

다시 기계의 힘으로 초입을 찾는다.
이번에 이 기계를 알지 못했으면 많은 알바로 시간을 헛되어 소모를 많이 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지도와 이 기계의 덕으로 큰 알바 없이 제때에 바로 길을 잡을 수 있어서 이 기계에 애착이 더하다.

  

팔각정자가 멋들어지게 있다.
정자이름이 [능치쉼터] 이다.
작점고개에 세워진 이 정자 이름이다. 여기서 비박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잠시 앉았다가 다시 길을 나선다.

  

갈현고개를 넘어서 용문산으로 들어선다. 시커먼 움막터를 지나면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첨에서는 무슨 짐승들의 소리인지 알았다.

  

우억.. 우억... 웩웩... 꿱꿱....
그러다가 노래소리 ...
다시 괴상한 고함소리...
기도원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다.
노래 소리는 아마 찬송가 소린가 싶고.... 이상한 고함소리는
알 수가 없다. 왜 저러는지...
자기 속의 불만을 뱉아내는 소리인지....

  

용문산 구간 2시간 내내 그 소리를 들어야 했다.

  

갈현고개 에서부터 뒷꿈치에서 통증이 오던 고통이 이제는 허벅지를 타고 엉덩이 쪽으로 그 신경이 전달되어서 걸음을 옮길때 마다 고통이 된다.
출발 이틀 전 아버님 댁에 가면서 오토바이를 타다가 왼쪽 복숭아뼈에 부딛혔는데... 괜찮은 것 같았는데 통증이 온다.

용문산을 넘어 국수봉에 다다랐을 때는 통증이 극심하다

  

산길 내내 알 수 없는 우울한 맘도 극에 달한다.
국수봉에 오를 즘에 두시간 내내 듣던 괴성도 잦아들고 국수봉 정상에서 하루종일 닫혀 있던 주변도 조금 트여서 주변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국수봉을 내려서는 순간에 또 모든 것을 닫아 버린다.

  

쩔뚝거린 하산길...

이 길이 싫다.
집에 가련다.
가서 막걸리 시원히 마시고 자련다.

  

아침부터 잘려버린 대간길에 하루종일 닫혀 있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그만 그만한 산길에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 .. 주체할 수 없는 땀을 만들어내는 흐리고 습한 더운 날씨..
이상한 괴성에 소름끼친 몇 시간....
왼쪽 다리에 느껴지는 통증이 더 짜증을 나게 하고...

  

  

그래 집으로 가자...

  

  


  

  

요약.:

백두대간 5차 11구간
05년 6월 7일 화요일 흐림.
추풍령 - 큰재 (19km 10시간)

  

들입교통 :
대구역 6시23분발 대전행 무궁화 열차 소요시간 1시간. 요금 5천원
(동대구 출발 6시20분)

추풍령 도착 7시 36분.

산행들머리.
추풍령역에서 김천 방향으로 10분 오면 힐튼장여관이 보이고 이 여관 옆으로 새로 국도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길 좌측으로 비닐하우스 큰 게 대여섯동 있는데 이 하우스 옆으로 끼고 가면 국도길 절개면 시멘트 수로 옆에 대간 길이 열려 있습니다. 수풀로 잘 구분이 안되는데 비닐하우스 끝에 자세히 보면 시멘트 수로 1m 좌측으로 길이 나 있습니다.

  

  

산행길:
이후 길을 잃을 염려 없이 많은 대간꾼들이 다녀서 길이 잘 나 있습니다.
표지기도 수없이 많이 붙어 있어 안전하게 다녀오실 수 있습니다.
간혹 갈림길들이 나오는데 표지기만 잘 보면 됩니다.
표지기가 5분 이상 나타나지 않으면 무조건 빽입니다. 그 만큼 표지기가 촘촘히 붙어있습니다.

용문산에서 작은 오르내림을 너댓번 하면 국수봉이고 이후 작은 오름이 하나 더 있고 급경사 하산길입니다. 보통의 컨디션에 가벼운 배낭이면 편안한 길일 것 같은데 좋지 않은 컨디션에 무거운 배낭무게로 그 어느 산 보다 더 힘이 들었습니다.

  

  

날목.

큰재에 도착을 하면 길가에 박할머니 댁이 있습니다. 전 여기서 바로 1톤 봉고차를 히치를 하여서 옥산으로 나왔습니다.
큰재에서 옥산으로 나오는 차량들이 많아서 히치 하기는 좋았습니다.
옥산에서 김천까지 대충 15-20분 거리입니다.

  

  

  

주의할 곳.
사기점 고개 임도길 // 표지기를 유심히 보면 됩니다.

사기점 고개에서 신애원길...
난함산(묘함산) 오르는 시멘트포장도로와 대간 길이 몇 번 마주칩니다. 남원의 고남산 길과 같은 형상입니다. 시멘트 길을 가다가 다시 산길로 들어서고 다시 시멘트 도로 이런 형식입니다. 다 빠져나와서 시멘트 길을 가다가 보면 우측으로 신애원 과 농장이 있는데 전 이곳을 구경하면서가다가 보니 신애원 정신병원이라는 간판이 나오는 삼거리를 만났습니다. 좀 더가다가 다시 돌아 올라왔습니다. 즉 신애원 정신병원 간판 직전에 (간판 뒷면 ) 좌측으로 산길로 들어서는 경운길 같은 소로가 있습니다. 이 길이 대간 길입니다.
신애원 정신병원 간판이 정면으로 보이면 길이 잘못 되었으니 참고하십시오.

주변 경관을 금산 절개면 과 국수봉에서 조금 외에는 하루종일 긴 터널속입니다. 주변경관은 전무하게 보이지 않는 지루하고 답답한 산길입니다. 이 코스는 낙엽이 진 가을이나 초봄 겨울에 가면 좋을 것 같다는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