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백두대간(완료)

백두대간15차 23구간(도래기재 - 태백산 - 어평재)

유유(游留) 2007. 11. 12. 16:02
백두대간 15차 23소구간

(도래기재 - 구룡산 - 신선봉 - 깃대배기봉 - 태백산 - 어평재)  

  

  

일시 : 2005년 9월 23일 금요일 흐린뒤 비옴.

  

찻길 : 서대구 - 영주 - 춘양 - 태백 - 어평재(오토바이 하차) - 상동 - 녹전 - 내리 - 조제 - 우구치 휴게소 1박 - 도래기재 - 산행후 오토바이로 상동거쳐서 다시 도래기재 도착 - 오토바이 상차 - 춘양 - 영주 - 영주T/G - 서대구 도착

  

산길 :도래기재 - 구룡산 - 신선봉 - 깃대배기봉 - 부소봉 - 태백산 - 사길치매표소 - 어평재(화방재)

  

산길거리 :  23.9KM  시간 10시간 40분.

  

산행시작 : 05:50- 16:30분(10시간40분)

  

  

  

후기
19. 20. 21일 까지 3일 연속 근무를 하고 22일 오전 근무까지 마치고 대구집에 들어오니 오후 2시가 넘었다.  날씨는 우중충하고 간간히 비가 뿌린다.

  

가야되나 말아야되나..... 
온통 그 생각을 하면서 샤월를 하고 습관처럼 배낭에 주섬주섬 물건들을 집어 넣는다.

밥통을 열어서 플라스틱 통에 밥을 퍼담고 지하주차장에서 오토바이를 차에 싣는다.

  

그럭저럭 벌써 오후 5시다...
서대구톨게이트를 지나서 가산쯤 가니 다시 비가 내린다.
내일이면 그치겠지..

일기예보는 오늘 밤 늦게 그친다고 했다. 영동지방에..
하지만 그 비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24일까지 왔었다...

  

오후 5시에 출발을 해서 태백시 어평재도착을 해서 오토바이 내려서 검문소 건물 바로 옆에 커버를 씌운채 세워두고 도래기재로 다시 출발을 하니 9시 뉴스를 한다. 

물어물어 도래기재 5분여 못미쳐 우구치 휴게소라는 간판아래 차를 세운다.

휴게소 주인에게 이야기를 하고 휴게소 넓은 마당에 주차를 하고 텐트를 세운다. 

시간은 벌써 11시를 훨씬 넘었고....

  

집에서 가져간 밥을 물 말아서 오다가 산 봉지 김치와 깻잎으로 대충 먹는다.

그리고 그 것을 안주 삼아서 소주도 반병쯤 마셨다. 잠을 자기 위해서...

  

12시.... 
추적추적 텐트를 때리는 비소리가 들린다. 동계용 침낭이어서 춥지는 않다.

하지만 볼일을 보기 위해서 침낭밖으로 나오니 한기가 스며든다.
이상태로 내일 산행을 하여야 하나.....
그 생각에 한번 깬 잠이 쉬 들지 않는다.

  

휴대폰 알람에 눈을 뜨니 새벽 4시 40분이다.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비에 젖어 축축한 텐트를 대충 걷어서 차안에 넣고 도래기재로 향한다.

도래기재 공사장자재 옆에 차를 세우고 동물이동용 터널공사를 한 그 깍여진 흙비탈을 미끄러지면서 올라선다. 온통 안개비로 서늘하고 음침한 기운이 돋는다.

  

5시 40분..
아직 사방은 깜깜하고...
안개비로 인해 헤드라이트는 희미하기 만 하다.

대충 GPS로 길을 잡는다.

기계의 화살표 데로 길을 따라 가니 어느새 표지기가 보인다.

이제 길을 잃을 염려는 없고.. 다시 한번 GPS의 위력을 느낀다.
안개 속에 불도 희미하고 등로도 뚜렷하지도 않아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기계가 가르키는 쪽으로 조금 가니 등로가 열리고 표지기가 나뿌끼니...

그 똑똑함이란!...  어깨 끈에 매여진 기계에게 다시 한번 신뢰감이 간다.

길가 풀섶엔 밤새 내린 빗물을 가득 품고 있다가 지나는 발목에 쏟아붓는다....

계속 덮어씌우는 거미줄과 허리 아래로 적셔지는 빗물로 도저히 진행이 되지 않는다.

  

아...
점잖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또 바지를 벗어야 하나..

어쩔수 없이 바지를 벗는다. 그리고 스패츠를 하고 홀로 가는 산속패션으로 길을 간다...

  

계절은 속일수가 없는가 보다.
한 십분쯤을 가도 몸이 더워지지 않는다. 되려 춥다.
아랫도리 다 벗고 있으니 더 추운 것 같다.
급기야 살갖이 추우면 두드러기가 나는 특성이 있는 나로써는 허벅지에 볼록볼록 솟아나는 두드러기 흔적에 다시 바지를 입는다. 젖어도 할 수없는일....

바지속으로 스패츠는 그대로 이다. 최소한 신발속에 물을 넣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제 시작인데 오늘도 산길 12시간을 잡았는데 초장부터 신발 젖으면 발이 견뎌낼 것 같지 않아서 이다.

길을 걸으면서도 가야되나를 계속 생각을 한다.

가벼운 봉우리를 두어번 타고나니 희뿌연하게 날이 밝는다.

하늘은 온통 먹구름이다.

하루종일 비를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을 하고..
신선봉을 넘어 설 때는 아예 비구름 속에서 갇혀서 판쵸우의를 입고 산행을 하였다. 

대간길 여태 오면서 산 속에선 비 한방울 맞지 않았는데 오늘은 된통 걸린 느낌이다.
종일 비를 맞으면서 걸으니 몹시 춥다. 비속에서 밥을 먹기도 힘들고 해서 가지고 간 간식이라곤 쵸코파이 3개.. 이걸로 대충 때웠다. 그리고 미숫가루 한 사발하고.. 아침겸 간식겸 점심이다... 
그렇지만 컨디션은 좋다. 잠을 잔 덕분에 머릿속도 맑고 기분도 좋다.
먹지는 않아도 잠은 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잘 먹어도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산행을 하면 어지럽고 한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힘은 없지만 기분은 좋다.

  

신선봉 못 미쳐서 시작한 허리에서 무릎까지 오는 산죽 길은 태백산 부세봉까지 이어진다.

참으로 기분 좋은 길이다.
산죽이 뿜어내는 빗물만 아니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래도 나름데로의 운치가 있어 좋다.

  

비구름을 몰고 오는 바람은 이제 물 마른 나뭇잎들을 울리며 저 산등성이를 휘감아 넘어간다. 
서석대는 나뭇잎 소리에 귀기울여보면 장단 맞춰 투둑투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

그 속에서도 째잭거리는 새소리..   저 아래 계곡에선 물소린지 뭔지 모를 우수수 거리는 소리... 

어찌보면 산이 내게 들려주는 행복한 이야기 일거라고...

  

오름길 오르다가 힘들어 잠시 멈추면 산속 아름다운 소리에 내 숨소리가 거칠다....

산속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다보면 어느새 펄펄 끓던 심장도 평안해 진다.

어린아기 실컷 젖 먹고 편안히 잠든 모습...
내 속의 평안함이 그렇게 묻어난다.

  

바람불면 바람불어 좋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더운 여름엔 시원한 그늘과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있어 좋고.. 눈 내리는 겨울엔 하얀 옷 갈아입은 천사가 저 만치에서 빙그레 웃고 있어 좋은 ... 
그 속에  내가 있어 난 오늘도 행복하다.

  

어느새 태백산에 주목과 어우러진 색 변한 나뭇잎과 붉게 물든 단풍이 점점이 박혀 있고...

비구름 속에 갇혀 몇 발자국 걸으면 저 앞에 선 나무도 볼 수 없는 지경이지만, 그 속에 천제단에 무인들 서너명과  산객은 나 홀로..

이 큰 산에 산객이 나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무리 비가 온다고 해서 도심 한복판의 팔공산에도 비가 오던 눈이 오던 평일이던 말던 간에 항상 사람들이 있는데 ...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 왼 종일 산님 한 분 뵙지 못한 산길의 마무리를 위해 부지런히 돌밭 길을 내려선다.

태백산에서 사길치로 내서는 길은 비에 젖어 미끄럽기가 겨울 태백산의 미끄럼 보다 더 하다.

덕분에 스틱 한 자루를 잡아먹고....

  

화방재... 어평재라는 이름이 더 잘 통하는 태백산 함백산을 가르는 재이다.
미끄러운 내림길 내려 어평재에 내려서는 비는 더 내린다.
이미 등산화속은 호수가 되었고 온 몸이 젖고 추위로 해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도래기재까지 52KM를 한시간이 넘게 걸려서 조제를 넘어서 간다.

엄청난 재를 넘어서 도래기에 도착을 하니 이미 제 정신이 아니다.

  

미쳐도 보통 미친게 아니다.... 이건 산행이 아니라 고행이구나...
내일 어평에서 피재까지 하고 모레는 피재에서 댓재까지 하려고 했는데 오늘도 여기까지 하고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은 져서 벌써 깜깜하고.. 다시 피재로 오토바이 가져다두고 어평재로 와서 이 비속에서 잠을 잔다고 생각을 하니 도저히 자신이 없다.

배는 고파서 등가죽에 달라붙었고 추어서 머릿속은 온통 집 생각뿐이다.
젖은 옷 벗을 염두도 못하고 비 오는 속에서 오토바이 후딱 싣고 차를 몰고 춘양으로 나간다.

춘양 반점에서 뜨거운 짬뽕 국물에 몸이 좀 풀린다.
몸이 풀리고 나니 다시 태백으로 갈까 생각도 한다. 하지만 시간은 벌써 8시가 넘었다. 포기를 하고 집으로 간다.

  

다음주에 날 맑은 날 다시 오자...
대간 길이 어디 가는 것 도 아닐제.. 오늘만 날이 아니다... 그런 위로를 나한테 하면서 꺼죽한 눈꺼풀 치켜 뜨고 밤 깊은 고속도로를 달린다... 

  

  

  

  

  

  

요약:
화방재라는 지명보다 그쪽 지역 분들은 어평재라는 지명을 쓰고 있었습니다.

 왜 어평재를 화방재로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 지역에서 많이 쓰는 지명을 쓰는 게 맞을 듯 합니다.  대간 길 가다가 보면 그런 곳들이 많더군요..

중재 - 중치 . 신풍령 - 빼재 - 수령.. 가재마을 - 노치부락. 등등... 많은곳이 지도상과 현재 주민들 사이에 부르는 지명이 달라 헷갈리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각설하고..

  

어평에서 다시 태백으로 나와서 춘양을 거쳐 서벽리로 가려면 길이 너무 멀고요.. 

어평에서 바로 영월쪽으로 갑니다.

계속 석항이라는 표지를 깃점으로 가다가 보면 상동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좌회전 하고요..

더 가면 녹전마을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직진 비슷한 좌회전입니다. 즉 우회전만 하지 않고 쭉 가면 하동수퍼라는 가게도 나오는데 이쪽으로 계속 갑니다.

물론 석항이라는 이정표는 계속 나옵니다.

계속 갑니다.

석항 15키로 전쯤에 내리 라는 곳이 나옵니다.

이 내리 쪽으로 갑니다.

석항 쪽으로 가시면 안됩니다.

내리쪽 방향으로 계속 가면 큰 재를 하나 넘습니다. 경치 죽입니다. 엄청 큰 재입니다.

  

차던 오토바이던 기어를 2단으로 넣어서 올랐습니다 2-3단 정도입니다.

재를 넘으면 조제라는 마을입니다.

내리에서 조제까지는 송이가 많이 나는 지역이라 현수막에 입산금지를 알리는 간판을 많이 달렸습니다. 하여튼 조제를 지나 또 갑니다.

  

또 재를 넘습니다. 그리고 계속 가면 우구치 휴게소라는 휴게소가 나오고 좀 더 가면 금정쉼터라는 곳이 나옵니다. 도래기재에서 민박을 하게 되면 여기서 한다고 합니다.

금정쉼터를 지나 차로 한 5분쯤 가면 도래기재에 도착을 합니다.

어평에서 여기까지 52KM  한시간 걸립니다.
어평에서 태백으로 춘양 서벽 도래기 재로 오려면 65KM에 한시간 반 넘게 걸립니다.

  

태백시에서 수퍼에 들러서 반찬을 사면서 그쪽 사람들에게 물으니 어평에서 상동방향 해서 도래기재 오는 길을 아는 사람이 없고요.. 기름을 넣으면서 물으니 비포장이고 험해서 못 간다고 하더군요.

오토바이를 내리는데 화물차 기사 두 분이 신기한 듯 보기에 이쪽 길을 물으니 당근 이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포장이 잘 되어있으니 조제만 지나면 금방 이라고.. 역시 기사 분들이 길을 잘 알더군요... 대구 화물차 기사들이라서 더 반갑더군요..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가 반갑다고..ㅎㅎㅎ

  

어째든 오토바이를 싣고 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하물며 자전차 타고 다니시는 홀대모의 도깨비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날 난 하루종일 도깨비님은 인간이 아니라 정말 도깨비 일거라고.. ㅋㅋㅋㅋㅋ

  

식수는 깃대배기 봉 전에 아래 계곡에서 물소리가 나던데 확인하지 못했고 등로상에는 물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식수는 미리 준비를 하셔야 하겠고..

등로는 큰 오르내림 없는 아주 평안한 길이었습니다.
날 좋고 전망이 좋은 날은 참 편안한 길 일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신선봉에선 길 헷갈리기 좋을 듯 합니다. 아래 사진을 붙여 놓겠습니다.

신선봉 정상엔 무덤이 있더군요..
무덤 비석을 보며 올라서서는 올라서는 즉시 우측180도 회전해서 보면 표지기가 있는데 무덤비석에서 곧장 직진으로 진짜 등산로 같은 길이 있는데 이길이 함정입니다. 속기 십상이겠더군요...
신선봉에서 두리번두리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태백산에선 벌써 단풍이 물들기 시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설악산엔 단풍이 꽤 들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정상부엔...

정말 하루종일 태백산 천제단에 제를 지내려온 사람 4명 외엔 본 사람이 없었습니다.

고독한 하루였지만 마음속으론 평온함과 행복함을 많이 느낀 산행이었습니다.

다음산행은 어평재에서- 피재.  피재 - 댓재 2구간을 할 생각입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