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백두대간(완료)

백두대간 16차 24- 25구간(어평재 - 댓재)

유유(游留) 2007. 11. 12. 16:03

백두대간 16차 24-25구간

(어평재 -함백산 - 삼수령 - 덕항산 - 황장산 -댓재)

  

  

일시 : 2005년 10월 5일 6일 수. 목요일 대체로 맑음.

  

찻길 : 서대구 - 영주 - 춘양 - 태백 - 삼수령(오토바이 하차) - 당골 찜질방1박 - 다음날 어평재 도착 - 첫째산행 - 삼수령 - 오토바이 타고 다시 어평재 도착  오토바이 상차 - 댓재(오토바이 하차)  -  태백 여관에서 2박 - 다음날 삼수령 도착 - 산행 후 댓재에서 오토바이로 삼수령 도착 (오토바이 상차) - 태백 - 영주 - 영주T/G - 서대구 도착

  

산길 :어평재 - 수리봉 - 만항재 - 함백산 - 중함백 - 은대봉 - 금대봉 - 쑤아밭령 - 비단봉 - 고랭지채소밭 - 매봉산 - 삼수령 1일차.

삼수령 - 건의령 - 푯대봉 - 구부시령 - 덕항산 - 장암재 - 1058봉(광동댐 이주단지 조망) - 큰재 - 황장산 - 댓재  2일차

  

  

산길거리 :  1일차 22km 시간 9시간
                 2일차 24km 시간 10시간38분


후기

   1.2.3 연휴기간 내 사무실에 잡혀서 꼼짝없이 근무를 하고 4일 화요일 오전 근무까지 하고 대구 집으로 올라오니 낮 3시쯤 되었다. 

지난주 어평재에서 댓재까지 2구간을  하여야 하는데 거창의 의상봉 릿지를 하고 집에 와서 집사람과 먹은 외식이 잘 못되었는지 일주일 내내 설사를 하고 복통에 시달렸다.

나하고 증상이 같은 다른 후배 하나는 결국은 급성 간염으로 변해서 병원에 입원을 하였는데 ... 아마 환절기 탓이려니 한다.  급체가 오래가면 급성간염으로 변한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하긴 소화기계통이 잘못되면 순환기 쪽으로 연결이 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다.. 어찌 되었던...

  

그렇게 일주일 넘게 설사병을 가지고 또 연휴 근무를 하고 집으로 오니 집사람이 산행 가라고 냉장고 속에 2끼분 반찬을 준비 해 두었다.

밥통의 밥을 퍼서 통에 담고 그리고 반찬통 챙기고 집을 나선다.
아무도 없는 집이라 배웅해줄 사람도 없지만 씩씩하게 나선다.

  

지하주차장에서 오토바이 싣고...
이나마 이것도 이제는 1톤 봉고를 반납을 하라고 해서(공장에서) 다음부터는 이 방식도 날라 가고 원래데로 산행을 하여야 한다.

  

오토바이를 싣고 밧줄로 오토바이 묶으면서 잘못하여 적재함에서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순간 공중에서 옆으로 한바퀴 돌아서 착지를 했는데 오른쪽 무릎과 허리가 시큰거린다.

나이가 꽤 되어도 순발력이 괜찮다 생각을 했다.  예전에 승마를 했던 터라 중심하나는 꽤 잘 잡는다. 대둔산 계단에서 굴렀을 때도 3바퀴 반만에 계단 열댓개를 떨어져서 착지를 했는데  .....  

아마 예전에 승마를 하면서 수도 없이 낙마를 한 탓이리라 생각을 한다.

그때 땅에 떨어지는 순간을 엄청 많이 연습한 셈이랄까...  

  

일단 차를 몰고 영주를 벗어날 때쯤부터 허리가 뻐근하고 무릎도 시원치 않다...

산행에 지장이 없을까... 내내 그 생각을 했다.
야튼 단단히 미친 모양이다. 이러고도 산에 간다고 오토바이 짐차에 싣고 붕붕거리고 가고 있으니.....

  

몇 번을 드나 든 길이라 수이수이 들어간다.

태백을 지나 이정표를 유심히 살피며 조금 더 가니 삼수령 표지판이 보이고 조그만 휴게소가 보이고..  
벌써 날은 져서 어둡고 휴게소 문은 닫혀있다.
휴게소 삼수령 돌비석 옆에 전자 온도계가 있는데 온도가 꽤 낮다 영상 7도이다.

얼른 오토바이를 돌비석 뒤에서 주차를 하고 오토바이 커버를 덮어씌우고 다시 운전을 해서 어평재로 간다. 어평재 조금 못 미쳐서 태백산 당골 매표소 쪽으로 들어서니 근사한 찜질방이 하나 있다. 태백시에서 저녁으로 선지국을 먹으면서 주인장에게 찜질방을 물으니 태백시에서 제일 좋은 곳이라 한다.
일단 주차를 하고 내일 산행 준비를 다 마친 다음에 준비한 소주하고 조미 오징어를 들고 찜질 방으로 들어선다.

이런 제일 좋다더니...
우리 동네 보다 못하네..

머리 털 나고 찜질방에 두 번째로 온다.
한번은 우리동네 찜질방에 가본 게 첨이고 ..어떻게 생겼나 보려고.

이번은 텐트에서 자려다가 온도를 보니 장난이 아니어서 하룻밤 뜨신데서 자 볼까하고 들어왔다. 아니 ... 대간을 하면서 이것저것 다른 분들이 다 하신 것처럼 함 해 볼라고..

대충 샤워를 하고 소주를 마시고 잠을 청해 보지만 도무지 잠들지를 못한다.
남녀 구분 없이 한 군데 우루루 여기저기 추풍 낙엽처럼 뒹구는 것을 보니 ... 한쪽에서 tv 소리가 으러렁 거리고.... 덥고... 바닥은 편치를 않고..
왔다갔다. 사람들 소리에..

잘못 온 것 같다. 차라리 텐트에서 잘 걸.. 하고 후회를 한다.

더워서 몇 번을 자다말고 일어나 물 마시고 다시 눕고..

덕분에 이날 밤 태백에선 서리가 내렸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더워서 쩔쩔매었다. 그렇지 않아도 더위와 땀에 절단이 내가... 왜 찜질방을 갔는지..

다음날 아침에 화장실에서 얼굴 보니 얼굴이 퉁~ 부어있다....  퉁퉁그레 하게 잘 생겼다....ㅎㅎㅎ

새벽에 일어나서 볼일보고 어평재에 도착을 하니 5시 45분이다. 등산화로 갈아 신고 산행 준비를 하고 경찰 초소 바로 옆에 차를 주차를 하고 들머리로 들어선다......

  

  

  

산행 1일차 2005년 10월 5일 수요일 맑음.

어평재 - 함백산 - 삼수령(피재)

  

  

시간은 속임이 없는 법..
속절없이 계절은 오고 가는데 사람은 뭘 하는지 인생을 헛되이 보내고
후회하고 ...  안타까워하고..

  

잠깐 동안 시간이 많이 흘러, 내 게으름 피우며 더운 여름 탓을 하는 동안에 벌써 계절은 옷을 갈아입는다.

너 뭐하다 이제 오느냐고 곱지 않은 눈초리를 맞는 것 같아서 새벽 으스럼에 머리 위에 덮어 쓴 도깨비불이 좋지도 않다.

  

벌써 6시를 가르키는데도 어둠은 가시지를 않고 도깨비불을 밝혀야 발 밑이 안심이 들 정도로

계절은 빠르게 이동을 하고 있다.

  

잠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급경사를 치고 오른다.
어느새 종아리와 신발은 작은 짐승들의 목마름을 해결하는 이슬로 축축하게 젖어온다.

신새벽의 어슴하게 밝아오는 여명과 벌써 한기 품은 차가운 이슬로 이 새벽의 생명은 참으로 신선하게 느껴진다.

  

도시생활을 하면서 피곤에 찌든 몸이 어느새 몸 구멍구멍 활짝 열려 더럽고 탁한 것 대신 맑고 신선한 새벽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 참으로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잠깐 사이에 첫 봉에 오른다. 신선봉 이라나.. 

그리고 기분 좋은 오솔길을 간다. 단지 이슬에 젖는 것 만 뺀다면 참으로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동녘의 붉은 기운은 서편의 푸른 하늘빛과 대비가 되어 참으로 장관을 이룬다.
이제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부지런히 가자 하고 다시 한번 다짐하고 씩씩하게 잘 간다....  

그렇게 좋지 않던 속도 갑자기 편안해 진 것 같다.
천상 퇴직하고 나면 어디 산골에 밭돼기 조금 사서 산골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산 냄새가 이리 좋은 것을 보면..

  

영화에서나 봄직 한 그런 레이다와 서치라이트가 보이고 컨테이너 박스가 보인다. 

흔히들 말하는 국가 시설물...  방사능 어쩌고 하는 글귀에 께름칙해서 얼릉 벗어난다. 국가시설물에서 내려서니 만항재이다. 만항재 입구 숲속 벤치에서 아침을 먹는다.

새벽에 영상 2도이던데 아침에 온도계를 보니 영상 9도이다. 찬밥에 물 말아서 먹는다는 게 고역이다. 

  

대충 도시락의 반만 먹고 그리고 가지고 간 배를 꺼내서 반 잘라서 먹었다.

오늘은 푸짐하게 준비 해 왔다. 맨날 먹지 않으니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한번 먹어보려고.....
배 한 개와 도시락. 간식으로 청포도 사탕 3알. 미숫가루 한 컵분량. 검은콩 두유 2통..... 

이 정도면 저녁까지 버텨도 되겠단 생각을 하면서 찬밥에 벌벌 떨리는 속을 달래려 후딱후딱 걷는다.

  

함백산 가는 길은 참으로 편하다. 등산로 주변을 얼마나 잘 정돈을 하였던지 ...

잡목을 모두 쳐내고 등로도 경사가 급한데로 돌계단을 만들고...

함백산 정상에도 시설물이다. 중계소가 있다.

이어서 은대봉 금대봉 그리고 비단봉....

이름 값 만큼이다. 화려하고 편하다..

  

은대봉에서 은을 대빵 담고 금대봉에서 금도 대빵 담고 비단봉에서 비단도 담고 천의봉에서 천명의 의로운 사람을 도우리라....
말도 안되는 이런 생각도 해보고...
혼자 걸으니 온갖 상념으로 가득하다.

  

금대봉...
지금 발 밑엔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터널이 지난다고 한다.

살살 걷는다.
내가 금대봉에서 펄쩍 뛰면 발 밑의 터널이 무너질까봐....ㅎㅎ

  

함백산 정상에서부터 경이롭게 보이던 아니 으스스 하게 보이던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점점 크게 보이고...
드디어 산을 통째로 발가벗겨서 김장김치 담을 배추밭으로 왔다....
배추... 배추... 김병조..  왜 개그맨 김병조씨가 생각이 날까...

사람의 힘이란..
아니 이게 강원도의 힘인가 싶다.
산비탈도 아닌 산을 .. 그것도 해발 1000고지가 넘는 산을 통째로 홀딱 벗겨서 거기서 밭을 일구고 .....  대단한 우리나라 사람들이여..

  

돌밭이다. 배추반 돌 반인 배추밭이다. 상품가치가 없는 몇 포기의 수확되지 않는 포기의 배추가 뒹굴고  또 다른 밭에선 그 수확되지 않는 포기를 담아서 가려는 몇몇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생전 첨 보는 풍경이라 넋을 놓고 본다.

산을 통째로 밭을 만든 경이로움도 그렇고 그 밭 꼭지에서 쉬잉쉬잉 징그러운 소리내며 돌아가는 .....
거대하다 못해서 등골이 서늘한 바람개비가 신기해서 고개를 있는데로 꺽어서 하늘 쳐다본다.

  

백두대간을 하면서 인공시설물이 가장 많았고 또한 가장 쉬운 길이고  또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고

가장 많이 가다가 멈춘 대간 길이다.....

도무지 걸음이 되지를 않는다. 가다가 서고 또 가다가 서고....
생전 첨 보는 광경이라 그저 촌놈 서울 한복판에 데려다 놓은 현상이다.

  

산의 이름도 참 재미있다. 신선봉 ... 은대봉.. 금대봉... 천의봉... 비단봉...매봉산..  신선봉은 말 그데로 신선봉이 노시는 곳이라 급경사 된비알을 치고 올라야 하는 .. 사람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

다음에 은대봉 금대봉은 부드러운 능선을 그저 쉬엄쉬엄 걷는, 단풍이 물 들어가는 중이라 정말 금은을 뿌려둔 것 같이 화려할 것 같고..

  

비단봉 역시 부드러운 능선에...

 매봉산은 매의 날카로움과 같은 으스스한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그렇게 생각을 하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매봉산을 내려서서 조금 오니 낙동정맥의 출발점인 표석이 서있다...

이곳에서 또 발목을 잡힌다.
낙동을 정맥을 한참을 생각을 한다.
이 길로 가면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대간 길 끝나면 이 길을 한번 가보면 어떨까..

분명 대간만 하고 그만 한다고 마눌 하고 약속은 했는데....
약속은 깨어지라고 있다고 하던데..  올해는 대간 끝내고 좀 쉬었다가
슬쩍 말 한번 꺼내볼까... ..  그런 작전 짜느라고 한참을 스텐표석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길을 걷는다...  산길과 시멘트 길 번갈아 가며 조금 걸어 내려오니 삼수령의 표지석이 눈에 보인다.....

  


  

  

1일차 산행을 마치고...
 
삼수령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화방재로 다시 간다.
삼수령에서 5km를 가면 화전 삼거리이고 여기서 좌회전을 해서 쭉 가면 태백시이다. 

한참을 가다가 오른쪽으로 태백산, 영월  방면으로 들어서서 계속 간다.

그리고 화방재이다. 삼수령에서 화방재 까지 19.8km이다.

화방재에서 다시 오토바이를 실었다.
그리고 다시 온 길로 되돌아간다. 태백시를 통과 삼수령 통과..  그리고 숙암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계속 올라가면 댓재이다. 삼수령에서 댓재까지는 25km가 나온다. 시간은 둘 다 거의 30분 거리이다.

댓재 휴게소 뒤편에 오토바이를 내렸다. 그리고 댓재 휴게소 아주머니께 내일 오토바이 찾아간다고 하고 주차를 하였다.

다시 온길 되돌아서 삼수령 지나서 태백시로 들어오니 시간은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다.

일단 태백시의 목욕탕과 여관을 겸하는 여관에 들어선다. 삼수령 정자에서 비박을 생각을 했었는데 몸도 땀에 절은 데 씻을 데가 없고 날씨도 많이 차고.. 또 저녁도 해 먹어야 하고 ... 옷도 땀에 절어 빨래를 할 데도 없고...
그래서 여관을 찾았다. 찜질방은 다시 갈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빨래도 안되고..

  

일단 여관에 짐을 풀고 옷을 몽땅 빨래를 한다. 여관집 안 주인 덕분에 세탁기에 탈수를 하여서 방에 널어놓고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를 하면서 다음날 도시락 밥 두 공기만 부탁을 하였는데 객지 사람이라고 3천원을 달라고 한다. 두 공기면 이천원 아닌가?....  돈 천원에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나왔다...  밥맛도 엄청 맛없고..

  

길가 포장마치에 순대가 보이기에 순대 1인분과 소주 한 병과 내일 산행 준비물 .. 물1병과 두유 2통. 카스테라1개를 사들고 여관으로 들어온다.

  

주식방송 채널을 맞추고  순대하고 소주 마신다.
역시 여관이 편하다.
목욕탕에서 샤워하고 욕실에서 빨래하고 느긋하게 소주 한잔 할 수가 있고 그러다가 잠 오면 그대로 머리 눕히면 되고...

역시 목욕탕이 있는 여관에 들기를 잘 한 것 같다.

  

  

  

 

 

산행 2일차 2005년 10월 6일 목요일 맑음.
삼수령 - 덕항산 - 댓재       

  

4시 반에 일어났다. 대충 준비해서 나오니 엄청 쌀쌀하다.
여관 앞에 24시 해장국 집이 있어서 들었다. 첫날 저녁을 먹은 곳이다.

어제 먹은 음식점보다 그래도 좀 나은 곳이다.

콩나물 해장국밥을 먹고 길을 나선다. 다시 삼수령 휴게소..
휴게소 한켠에 차를 주차를 하고 헤드랜튼 불을 킨다.

한참을 오르니 발갛게 해가 올라온다. 숲 속이라 일출다운 일출은 아니지만 그래도 붉은 기운을 보니 반갑다.

  

어제의 경이롭고 신기하고 화려한 산행에서 오늘은 된통 첨부터 오름내림의 연속이다. 산길 역시 어제길이 포장도로라면 오늘 길은 산 속 길이다. 울퉁불퉁 낙엽 싸여 더 험하다. 결국은 오른쪽을 삐끗한다.  조심이 많이 된다. 산행 출발 때 적재함에서 떨어져서 무릎과 허리가 뻐근한데.....  아무래도 무릎은 많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무릎보호대도 가지고 오지 않았고 그 흔한 물파스도 없다. 여태 무릎은 이상이 없었는데 .....

  

오전 내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오르내림도 역시 유난하고...
큰 경사는 없지만 잔잔하게 힘들게 한다.

건의령까지는 그런데로 왔다.
건의령 500미터 못 미쳐 박달령님의 메모를 보고 씽긋 웃었다.
반가운 네임들이다.
건의령 500미터를 오면서 흠뻑 젖었다.
안개구름이 산꼭지 걸려있어 들어가면 이슬로 흠뻑 젖고 또 내려서면 잠시 말랐다가... 그러기를 몇 차례를 한다.

  

어제 종일 산님 한 분 보지 않았고 오늘도 역시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건의령에서 구부시령 까지는 짜증 길이다.
혼자 중얼거린다.

이렇게 길이 구부렁구부렁 하니 구부시령이지...
아니...   길이 이러니 신랑이 이 길 넘어 와서 골병 들었는데 여자 만나 힘 다 빼니 금방 죽고 ...  그러니 신랑을 아홉이나 만났지...  오만 되지도 않은 생각을 하다가 혼자 픽 웃곤 한다.

영락없는 실성한 놈이다. 다른 사람이 봤으면.....

  

하지만 힘든 산길 혼자 가니 그런 씰데 없는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영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ㅎㅎ

날씨가 쌀쌀해지니 바지 벗을 일도 이제는 없고 되레 가지고 간 옷을 하나 더 껴입었다.  폐수 빼는 일도 두어 전 주 보다는 늘어나고...  이제는 곧 겨울이 온다는 신호이다. 

성질 마른 단풍 몇 놈은 저 혼자 발갛게 물들어 있다. 그놈 성질하곤.... 같이 물들면 좋을텐데.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푸르고 이 푸른 하늘 보면서 산행을 하려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비가 조금만 온다고 해도 그리고 날씨가 흐려도 산행을 나서지 않았다.

이제 대충 한달 정도 이 푸름을 보여주고 다시 계절은 제 성깔데로 갈 것이다. 이 계절 내로 이놈 저놈 다 볼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허락을 해 줄지 모르겠다.

  

저 아래 환선굴 주차장이 보인다. 어느새 간다 안 간다 하면서도 이 만큼 왔다. 시간도 길을 나선 지 벌써 5시간을 넘기고 있고...

도시락을 내어서 벌벌 떨고 먹는다. 다음부터는 라면 삶을 준비를 하여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한다.

덕항산을 넘어서는 환선굴 쪽에서 올라오시는 산님들이 계신다. 양해를 얻어 길을 얻는다. 그리고는 죽 내뺀다.

길을 내 주었으니 빨리 가려고 죽기살기로 치고 올랐더니 ...
허파가 죽는다고 발악을 한다......

  

이놈아 너 죽으려고 환장했냐?... 
겨우 숨소리 진정시켜서 환선굴로 내려서는 등로를 벗어나 대간길을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다시 슬금슬금 걷는다.  역시 천천히 걷는 게 내 스타일이다.

편한 걸음으로 두어 시간 지나니 댓재이다...

멀리 두타 청옥 쪽을 바라다본다.
이제 3일 뒤에 다시 이곳에서 저곳을 갈 거다....

대간길 두 번째로 길고 긴 길이다.
희방사 코스... 13시간...
이 코스는 14시간...

  

새벽4시에 출발을 하려고 한다. 두시간 넘게 야간산행이 될 것 같다.
홀로 산행이고 이슬로 등로도 젖었을 테고.... 썩 내키는 산행은 아니지만 대간길 10구간 남은 것 중 이것만 지나면 된다는 생각에 맘은 벌써 저 설악산 공룡능선을 넘어들고 있다........

  

 

2일차 산행을 마치고

댓재에서 다시 오토바이 몰고 삼수령에 도착을 해서 부리나케 오토바이 싣고 태백을 지나 대구로 온다.
대구까지 4시간...

밤 10시 대구에 집에 들어오니 일주일만에 집에 온 건가...

아들놈은 지하주차장까지 와서 차에서 오토바이 내리는 동안에 배낭과 등산화를 챙겨들고 기다린다.
우리 집에서 날 젤로 반겨주는 놈은 이놈 밖에 없을 것 같다.

딸네미는 고삼 이라 얼굴 보기 힘들고..
마눌은 대접받기를 진작에 포기를 했고..
아직 철없는 이놈이 그래도 젤로 만만하다..ㅎㅎㅎ

  

보리새우 안주에 시원한 막걸리...  오징어 두루치기에 밥 비벼 먹고 나니 세상 만사가 다 귀찮다....

  

역시...
집이 젤로 좋다...

  

그라마 산에 안 가마 되지..

마눌의 말에

  

아이다..
산에 갔다와서 집에 오니 젤로 좋다.......
로 말 바꾸었다.

  

  

  

  

요약:
   어평에서 삼수령까지는 길이 아주 순했습니다.  그리고 산림청에서 백두대간 길을 정비를 많이 해 두어서 길 걷기도 아주 좋았습니다. 
인공시설물이 어느 대간길 보다 가장 많은 듯 하였고... 
또한 가장 많이 대간길이 손상이 되었다고 봐야 하겠지요..

  

하지만 무분별하게 파 헤쳐진 석산개발 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 국민이 필요한 개발이라 생각이 되어서입니다.  터널이라던가 길을 낸다가던가.. 

국토방위를 위한 군사시설이라던가 또.. 방송시설 등등입니다.

하지만 추풍령과 육십령 고갯길 양쪽의 석산과 골프장 개발은 참으로 보기 흉했습니다.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이라 물길도 나고 저수지도 만들고 산을 깍아서 길도 내고 할 것은 해야합니다. 하지만 개발을 해도 생각을 하면서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참으로 많은 차이가 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매봉산의 풍력발전기와 채소밭도 또 하나의 전경이었습니다.
사람의 힘이란 정말 어디까지인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식수는 미리 준비를 하시는 편이 좋을듯합니다.

삼수령 정자공사는 지금 한참 마무리단계에 있는 듯 하였습니다.

내년 여름엔 아주 유용하게 비박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삼수령엔 휴게소 맞은편 길 건너 철망 있는데 수도꼭지가 있고 여기서 수돗물이 아닌 산물이 나옵니다. 식수로 사용을 하셔도 무방하다 합니다. 비박하기 좋습니다. 길가라서 차 소리가 시끄럽습니다.

  

삼수령에서 댓재 까지는 오름내림이 전형적인 대간길 입니다.
꽤 많은 오르내림을 하여야 합니다
특히 건의령에서 구부시령 까지는 오르고 내리고 ....
아무 생각없이 진행을 하여야 편합니다.

아직까지 나뭇잎이 우거져서 주의 조망은 별로입니다. 그래서 여름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동해의 바다가 보일까 하였는데 흐린 안개로 그렇게 보이지 못하였습니다.

덕항산을 넘어서면 또 배추밭이 나오고 광동댐 이주민 마을이라 하지요...
여기서도 식수는 준비를 하여서 운행을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비박은 식수만 해결이 된다면 어느 곳에서든 좋을 듯 한데 이제 날씨가 차가워져서 좀 힘들 것이고요..

  

댓재엔 노선버스는 없고요.. 하장면택시로 이동을 하여야 한다 합니다.
댓재 휴게소 민박비는 이만 오천이라고 하네요. 다음주 월요일 댓재 휴게소에서 자고 화요일 산행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