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낙남정맥(완료)

낙남정맥10차(진주분기점- 태봉산 - 오량동)

유유(游留) 2007. 11. 12. 17:01

낙남정맥 10차

(진주분기점 - 실봉산 - 태봉산 - 오량동(명신레미콘앞)


 


 

2007년 3월 14일 수요일(흐림)

도상거리 : 28.75 KM

GPS거리 : 30.307KM(실거리)

산행시간 : 11시간58분


 

찻길 : 

군북I/C - 진주I/C - 화원마을 - 산행 - 오량동 - 곤양버스주차장 (택시이용) - 진주I/C - 군북I/C도착 


 

 사무실 숙소를 나오면서 의례 그러듯이 까만 하늘을 본다. 날씨가 어떤가 보기 위함인데 어째 하늘에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도심에서는 그 흔한 별 하나도 보기 어렵지만 이런 시골에서는 하늘에 별 보는게 정말 별볼일 아니듯이 본다.


 

진주까지는 잠시잠깐. 졸린 눈 참아가며 영업을 하는 직원에게 수고하라고 한마디하고 쌩하니 경상대학교를 지나 사천 가는 길목의 화원마을에 당도를 하고 전에 주차를 한 곳에 다시 주차를 하고..


 

낙남 길손들이 수없이 많이 봐온 그 화원 삼계탕집을 지나는데 하얀견공이 나를 맞는다. 컹컹 짖는 소리로..


 

화원마을 뒷산을 올라서며 콧노래가 저절로 나오고 아침의 상쾌함과 길 떠남을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어제 헬스장에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운동을 하였더니 몸이 무지 아프다. 상체와 팔 쪽으로는 옳게 사용할 수없을 정도로 근육통이 심하다 무식하게 운동을 한 탓이리라.


 

이때 까지만 해도 저녁의 난리법석 통을 어째 짐작이나 했을꼬.. 

야튼 신나는 오르내림의 연속으로 길을 간다.


 

초반 길은 그저 소나무 숲과 갈비와 낙엽의 부드러운 오솔길의 연속이다.

언제 지나간 줄도 모르고 실봉산을 넘고 가는 길 우편으로 열차가 지나는 소리가 들린다.


 

몇 번의 도로와 산을 오르내리고 나니 그 중간중간에 사람사는 흔적들을 많이 만난다. 특징이랄까.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에 반드시 개들이 있다. 물론 농촌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난 우리나라에 이렇게 개들이 많은줄 낙남을 하면서 알았다. 참으로 집집마다 골짜기 마다 개들이 없는 곳이 없다.


 

오늘은 산짐승 집짐승 들짐승들 많이 만난다. 하늘엔 전선줄에 앉은 까마귀떼. 집들엔 온갖 개들의 짖음소리. 후다닥 뛰쳐 올라가는 살이 통통하니 찐 고라니 두 마리 ..   사람 간떨어지게 만드는 푸트득 솟구쳐 날아오르는 장끼.. 바스락 소리에 놀라서 이리저리 후다닥 거리는 알수 없는 동물들.. 

쓰러 넘어진 나뭇덩치 아래로 포복도 하고 어느새 물 오른 가시 덤불의 성가신 잡아채임도 수없이 당하는 동안에 파도처럼 그렇게 많은 산봉우리 하나둘씩 뒤로 접혀 간다.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서니 머리위로는 국도가 지나가고 아래는 또하나의 도로가 있다.

잠시 잠간 지도에 보니 도로를 따라서 가는 길도 있더라 싶어서 생각없이

도로를 따라서 조금 올라가니 삼거리 가 나오고 교회도 나온다. 나중에

알았지만 여기가 유수교쪽으로 가는 길이다. 

마침 삼거리에 식당이 있어 잠시 물도 얻을겸 들러서 길을 물을 참이었으나

불러도 대답이 없어 GPS를 꺼내려고 하는데 부스스한 모습의  내 나이 보다

조금 할 성 싶은 사내 하나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담벼락 모퉁이에서 어슬렁

거리며 나온다.                              


 

[아저씨 말씀 좀 묻겠습니다. ]

멀거니 쳐다보기에..


 

[여기 어디에 SK주유소가 있습니까?]


 

{없어!}


 

[예...  저 혹시 그러면 라스베가스 식당이라고 혹시 아십니까?]

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내가 온 길을 가르키며


 

{절(저쪽의 경상도 사투리)로 가면 있어}


 

[예?..  그러면 저쪽으로 가면 어디가 나오지요?]


 

{아. 절로 가마 있다 카이. 그 식당.}

꼭 사람을 칠 것 같은 인상에 엉겁결에 한발 뒤로 물러서진다.


 

[아.. 예..  그 라스베가스 식당까지 갈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용기를 내어 한번 더 물었다.


 

{새로 난 길 따라서 가마 20분 . 구길로 가마 30분.}


 

[아..]


 

고맙단 인사대신 아.. 소리 한마디 하고 배낭 들쳐 매고 오던 길로 돌아선다.

고맙단 인사 할 생각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속으로 ... 저런 촌놈.. 하고 돌아선다. 하루종일 혼자 걷던 산길에서 도로에 내려서서 첨 만난 인간에게 받은 대접이다. 허허.. 기가 찬다. 나도 경상도 문디 이지만 우째 저리 퉁명스럽고 무례할까 싶다. 아무리 시골서 흙을 파고 사는 사람이라도 기본적인 인간생활에 필요한 언어가 장착? 이 안된 중늙은이 하나 하고 영 불쾌한 대화를 하고 돌아선다. 


 

기가 차서 혼자 바보처럼 실실 웃으며 오던 길로 되돌아서 다시 보니 새로 생긴 국도길 밑을 지나 바로 표지기가 살랑거린다. 뻔한 길을 왜 저기 까지 가서 저런 무지랭이에게 기분 상해 오나 싶었다.. 정말 잠시 귀신에게 홀린 듯 하였다.


 

태봉산을 넘어설 즈음 진양호가 그 멋진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산길은 가시밭길 이다. 길 꼴이 꼭 아까 그놈 같다란 생각을 하면선 피식 웃는다.

배도 고프고 .. 선답자님들이 산행기엔 SK주유소 가 나오는 2번 국도에 내려서면 식당이 있고 한다기에 오늘은 가방 속에 단팥빵 서너개 하고 초코렛 3개만 달랑 넣어 왔는데..


 

한시간 정도 걷고 산을 내려서니 역시 개 서너마리가 왕왕거린다.  개를 물끄러미 보면서 생각을 한다. 참...  이동네 개 많네...


 

그리운언덕... 상호이다. 2번 국도변에 있는 찻집이름이다.  그 옆에 그 문제의 라스베가스 식당... 아니 모텔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엔 라스베가스레스토랑으로 나온다.  ㅎㅎ

모텔이 . 식당으로 ... 아마 모텔하고 식당하고 같이 하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리운언덕 이라는 간판을 보니.. 차와 칼국수란 글자가 보여 모텔 식당보다 낫겟지 하며 들어선다. 역시..


 

아늑한 곳에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적당한 찻 냄새가 기분이 좋다.


 

식사를 묻는다..

갈비탕은 시간이 걸린다기에 칼국수를 달라 하여 맛나게 먹었다.

물병의 물을 채우고 다시 길을 건너 길을 내기 위해 깍아 내린 비탈면의 배수로를 따라서 올라선다.


 

잠시 부른 배를 들고 좀 올라서니 산을 홀랑 벗겨내려 공동묘지를 만든 나동공원묘지가 떡하니 있다. 낙남정맥은 참으로 무덤이 많은 길이다 하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여기에 공원묘지다.  규모는 김해의 그 큰 규모보다는 작지만 여기도 그리 작지는 않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기는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크고 하얀 마리아상을 지난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3시를 가르키고 지도를 보니 남은 길은 5시간을 더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한다.


 

부지런히 걸었다.

다시 도로가 나오고 또 거침없이 오르막을 치고 오르고.. 매화꽃이 핀 과수원 밭을 지나 밤나무 밭도 거쳐 지난다. 정신없이 가는데 웬 고함소리가 꽥하니 들린다.


 

[와 나무 밭에 들어 오노? 거가 길이가?]

갱상도 사투리 번역(왜 남의 밭에 들어오냐. 거기가 길이냐?)


 

깜짝 놀라서 보니 멀대같은 나무묘목인가 가 삐죽하니 꽂혀져 있는 밭이다.


 

아이고 아저씨 죄송합니다. 여가 밭인 줄 몰랐심다.

죄송합니데이.. 


 

꾸벅 절을 하고 저 만큼에서 시커먼 얼굴로 뒷짐 딱 지고 서 있는 양반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나왔다. 바로 옆의 묘터를 지나 내려서는데


 

[와. 길로 가지 등신들 맹쿠로 남의 밭에는 자꾸 기 들어오노.....]


 

참..... 


 

낙남을 딱 때려 치아뿌고 싶은 심정이다. 낙남의 정수리에 과수원을 일구고 무덤을 놓고 집을 짓고 살고.. 그 곳을 지나는 산꾼들... 피해 간다고 가는데도 이리저리 걸린다...   


 

나도 한마디 했다.. 속으로..

그래 니 뭐 굵다.. 잘 묵고 잘 살아라.. ㅋㅋ


 

그카고 아예 더 이상 밭주인들 에게 이상한 소리 안 들으려고 마을로 내려서서 다시 도로를 따라 올라서 산으로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개 사육장에서 도사견들이 한꺼번에 왕왕거리는데 온종일 걸어 다리 아픈 거는 아무것도 아닌 양 산 위로 향해 허파가 터지도록 뛰어올라간다.


 

저놈들 힘도 좋은데 주인은 없는 것 같고 개줄 이라도 끊어져도 달려들면 큰일이다 싶어서 죽을 힘을 다해 그저 산위로 뛰어올랐다....


 

개소리가 잦아들 때 까지 올라서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물 한 모금 입에 넣으면서 지나온 마을을 본다....


 

에라이 고약한 놈의 마을..  머리속에 떠오른 단어다...  개나 사람이나...  예끼.. 이놈들아..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홀대 받은 이쪽동네 마중은 고사하고 이제는 어둠이 한바탕 할 요량으로 서서히 내려 깔리기 시작을 한다.


 

GPS 건전지를 오후에 교체를 한 바람에 지금 현재 손전등에 들은 건전지 밖에 없는데 새것은 아니었다. 불안했다.  그 와중에 새로 교체한 GPS건전지가 금방 배터리가 나간다. 알고 보니 이것도 쓰던 거였던 모양이다.  이런 큰일이다 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난다. 금방 어두워질텐데..


 

 교회수련원이라는 곳을 지난다. 아무도 없는 곳이라고 알고 있고 ..  여기서도 한참을 더 가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계를 보니 5시 40분을 가르킨다. 산속이라 벌써 밝은 기운이 사라진다. 더욱이 오늘은 날도 흐려서 영 아니다.

그리고 그뭄 이라서 밤에 달빛도 없을 터이고...


 

배낭 가슴 끈과 허리끈을 조였다. 그때부터 뛰기 시작을 한다.

벌써 걸은 걸이가 26킬로가 되어간다. 엉덩이는 진작에 살갖이 벗겨져서 따가웁고 종일 걸은 시간만도 9시간을 넘는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탈출을 하려고 생각을 한다. 탈출할 만한 장소도 없고 산은 높다. 비록 200고지이지만 탈출하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있었다.

그저 뛰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한 사십분을 뛰었나 보다. 온몸이 파김치가 되어가고 더 이상 못가겠다고 생각이 든다. 철탑이 나타나고.. 또 정신없이 뛴다.


 

생각을 한다. 어두워지면.. 지금 건전지가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긴 해도 2-30분정도..  그 뒤에는 어쩌지?.  여기서 그냥 낙엽을 끌어 모아서 차라리 비박을 할까... 아니면 전화를 해서 구조를 부탁을 해야 하나.. 여기를 알만한 산 친구들이 누가 있을까..  진주의 장화석님 이라면 오실 수 있을까.. 불만 있으면 문제가 없는데.. 장화석님 전화번호도 없는데 일단 안되는 일이고..  일단 가보자.. 완전히 어두워지고 건전지 20분 계산하고 나머지는 칠흑같이 어두워질 거니까 휴대폰 액정의 빛이 발밑은 비쳐줄거라...  지도를 보니 송전탑 다음에 임도가 나타나던데 어떤 임도인지는 모르지만 그쪽 까지만 가면 휴대폰 빛으로 라도 갈 수 있을거 란 생각에 무조건 뛰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데 오후 들면서 완전히 엉망이 되어 버렸다. 어쩌다 이런 실수를 한 거냐고.. 산행준비를 한 거냐 말은 거냐고.. 혼자 나를 질책을 하면서 뛴다. 입에서 거품이 나는 것 같다. 이건 산행이 아니고 80KG짜리 미련한 산돼지 하나가 미친 짓을 하는 꼴이다 란 생각을 계속한다..


 

어둑어둑해지는 시각에 컨테이너가 있는 잘 차려진 묘지가 나오고 그 묘지를 따라서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의 상태는 완전히 고속도로이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대로 엎어져서 임도에다가 뽀뽀를 해주고 싶을 정도로 반가웠다...


 

임도를 보고 나니 이제는 어두워지던지 깜깜해지던지 니 멋데로 하라고 하늘 한번 쳐다봤다... 기어서 가도 산길보다야 나을테니 ..

임도를 보고 난 순간 온몸에 힘이 하나도 남지 않은 것처럼 힘이 빠져버린다. 죽자살자 뛰어온 길을 생각을 하니 그럴만도 하였다.


 

하나 남은 쵸코렛과 물을 실컷 마셨다. 그리고 다시 스틱을 빼 들었다. 어두어지면 이 스틱이 유용하고 혹 동물들이라도 만나면 이게 있으면 훨씬 유리할 거란 생각에 접었던 스틱을 빼들고 일부러 스틱을 땅에 부딪치며 쇳소리를 내면서 빠른 걸음으로 내 닫는다.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오고. 간당간당하던 후레쉬가 꺼지면서 멀리 마을이 보인다. 살았다란 생각에 소변도 마렵고 배도 고프고 발바닥과 종아리는 이미 내 것이 아니고 남을 준 것 같고 엉덩이 골 파진 부분의 살갖 벗겨진 게 쓰라리고 따갑고..


 

참으로 힘들고 어려웠던 산행 길이었다..

낙남을 만만히 보고 설렁설렁 산행준비를 한 탓을 오늘 단단히 받았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우리는 산을 우습게 생각을 하면 이렇게 혼이 난다는 걸 새삼 또 배운다.


 

다음 구간은 좀 더 지도를 보고 구간계획을 정성들여 잡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을로 내려서니..  시작과 끝을 역시 개들이 해준다....


 

이것들이 ... 이번 여름에 아주 떼거리로 된장을 발라?....


 


 

추신: 

교통편.(자가차량 이용)

진주화원마을 편은 전주에 정보를 올렸습니다.

다시 한번 찾아가는 길은 진주 경상대학교에서 사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고속도로 진주분기점이 보이면서 화원마을이 나타납니다.  사천톨게이트 기준으로 진주방향으로 가다가 보면 역시 분기점이 나타나고 화원마을 돌 표지석을 보게 됩니다..


 

원전고개까지 진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원전고개 못미쳐 2번국도 오량동 까지(명신FP미콘 공장 앞 고속도로 밑 버스정류장까지.)만 진행을 하였고 철길은 건넜습니다.ㅎㅎ

오량동에서 진주로 가는 버스가 간간히 있습니다 만은 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몰라서 곤양택시를 불렀습니다.(곤양개인택시 011- 552- 8722 곤양버스정류장까지 6700원 전주석씨)


 

곤양버스정류소에서 진주 가는 시외버스는 시간당 2대꼴로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바로 버스가 출발했으면 30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진주까지는 고속도로 로 금방 갑니다. 진주 계양동 정류장에서 내려서 택시로 화원 마을까지 가셔서 차량 회수 하시면 됩니다. 


 

이번 구간은 길이 애매한 부분이 꽤 많이 있습니다. 산길에서 애매한게 아니고 정맥길을 잘라먹고 그곳에다 사람 사는 모습으로 바꾸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될 수 있으면 그쪽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과 마찰을 피하는 게 좋을거 란 생각을 합니다. 나 혼자만 지나가는 게 아니고 뒤 이어 오실 산님들을 위하여..... 


 

개들이 많아서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혹시 불상사가 생길까 하여서...  풀어놓은 개들도 있었습니다. 내가 스틱을 쥐고 있으니 쉽게 덤비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위협이 되더군요.. 특히 혼자 가니.. 이것들이 아주 깔보고..ㅋㅋ  떵개도 저거집 앞에서는 50점 따고 간다는 속설에 내가 아주 져 주고 왔습니다........ㅎㅎ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