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남정맥 9차
(부련이재 - 봉대산 - 무선산 - 진주 )
2007년 3월 1일 목요일(흐림)
도상거리 : 24.75 KM
GPS거리 : 26.55KM
산행시작 : 6시30분
산행종료 : 18시 10분(11시간40분)
찻길 :
군북I/C - 대전통영고속도로 진주나들목 - 화원마을 - 택시이동 부련이재도착 - 산행 - 진주나들목 - 군북나들목 사무도착.
지난주 새벽 4시에 일어나 낙동정맥을 출발을 하여 검마산 입구에서 내리는 비로 해서 아쉬운 발길을 돌리고.. 다시 사나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4개 구간만 남겨둔 채 낙남정맥을 다시 떠올린다.
언제나 그렇듯이 산행 계획 차 지도를 펼쳐들고 있으면 그 설레임은 중학 2학년 때 보이스카웃을 하면서 처음 팔공산에서 야영을 하던 그때 그 심정이 되곤 한다..
그때 어릴 적 그 시절.. 삼십년도 훨씬 더 지난 이야기...
팔공산은 지금처럼 생각날 때 휭 하니 다녀오던 곳이 아니었다.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넘게 가던 .. 하루에 팔공산 들어가는 버스가 세손가락으로 꼽던 시절이었으니...
A형 텐트 한 짝씩 매고 팔공산 수숫골로 들어가 야영을 하면서 배운 숙영지 고르는 법 . 수신호 방법. 모오스 기호를 수기로 표현을 하던 방법. 극 상황에서 생존법. 요즘 군대에서나 그것도 평범한 육군보다는 특수한 부대에서나 배울 만 한 것들로 낮과 밤을 새던 일...
그러면서도 야영지 숲에서 보던 까만 밤하늘의 수없이 많은 반짝거리는 별들...
이유 없는 설레임. 평화로움. 자유로움...
내 나이 지금 적지 않은데....
지금도 지도를 펴고 내가 가야 할 길들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는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것을 느낀다...
흥분과 새로움에 대한 기대.. 뭐 그런 것들이라 해야 하나.. 어릴적 부터 익숙한 일들에 대한 평안함이라고나 하나..
직업의 특수성으로 주 5일 근무로 하면서도 내가 쉬고 싶은 날 쉴 수 있는 혜택 받은(?) 직장에서 근무를 하는 복이 있어...
복잡한 일요일 피해서 평일에 산행계획을 잡은 것이 어째 3.1절 기념일이다.
어제 퇴근을 하지 않고 숙소에서 자고 새벽 4시에 잠에서 일어난다.
진주 나들목을 나와서 경상대를 지나고 어느새 화원마을에 도착을 한다.
차를 한곳에 주차를 하고 사천택시에 전화를 하고 어쩌구 해서 아직 어둠이 벗겨지지 않은 부련이재에 내린다.
조심해서 다녀오시라는 택시기사님의 인사를 뒤로 하고 차는 어느새 저 아래 꼬불 길을 휭 하니 내려가 버리고 적막강산 깜깜한 새벽에 멍하니 서 있다..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 목덜미를 싸늘하게 만들 즈음에 양전산을 넘어 어느새 봉대산으로 발걸음이 가볍다.
여명이 밝아 오면서 하늘은 어느새 붉은 주단을 깔고 멀리 옥빛 하늘이 열리기 시작 한다.
지저귀는 새소리는 어느새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그들만의 사랑보금자리를 지키려는 듯 낮선 이방인에게 뭐라고뭐라고 지저귄다.
이놈들 .. 그래 니들 알들을 지키려는 방어 본능이라 거 다 안다. 이맘때가 너희들 사랑의 씨앗들을 뿌리는 계절이라는 것을...
혼자 중얼거리며 밝아오는 저 들판을 본다. 산마루 넘어 골골이 푸르른 구름 색들이다. 예전엔 마을마다 아침을 짓기 위한 땔나무들의 연기가 골마다 깔리는데 아마 지금은 자동차들이 매연일거라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어릴 때 산을 올라서면 그 아궁이서 타 오른 땔나무 냄새가 아련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310봉 헬기장에 앉아 가지고 간 배를 하나 꺼내서 먹는다. 참.. 달다..
어제 산행준비를 하려 의령 장에 나갔더니 마침 장날이라... 좌판에서 배를 하나 사면서 천원이라 하기에.. 하나만 들었다가 다시 한 개를 더 들었다... 장사하는 양반이 쳐다보기에. 하나만 사면 야박할거 같아서 .. 했더니 그제사 활짝 웃던 그 얼굴이 커다란 배에 겹쳐 생각난다. 배 하나 다 먹고 나니 너무 많이 먹었나 싶다.. 하지만 30분도 가지 않아 땀으로 다 나온 거 같다.. 오르고 내리고.. 고만고만한 산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보니 ...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타고 갈까 하다가 지난 구간에서 임도를 한참을 탄 죄책감에 오늘은 철저히 임도를 버리고 산길만 타고 간다. 낙동정맥과 대간에 비해서 낙남은 산길 자체가 험하다. 잡목과 가시덤불 등이 그리고 수년 동안 태풍으로 인한 쓰러진 나무들에 뒤엉킨 산길 자체가 만만치가 않다. 이리 저리 피하고 기어가고 넘어가고 잡아당기고 찌르고 튕기고.. 하여튼 산세의 험함 보다는 산길의 험 함에 한 몫을 단단히 하는 낙남이다.
오늘도 여지없다. 철저히 산길만 고집을 했는데 중간에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어쩌랴 한번 결심을 했는데.. 인간성이 좋지 않아 한번 하지 않는다면 절대 하지 않는 성격이라. 즉 여유로움이 없는 냉혈이라. 오늘은 고집스레 산길만 간다. 덕분에 옷들이 이리저리 뜯겨서 실밥이라 하나 보푸라기라 하나 .. 많이 생긴다.. 집사람이 또 한소리 하겠다... 묵을게 없어서 옷 뜯어 묵었나 하고....
몇 개의 산을 넘었나 모르겠다. 수도 없이 오르고 내리고.. 그리곤 다시 사람 다니는 자동차길 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올랐다.. 그러기를 수없이 반복을 한다.
많은 무덤들 .. 잘난 무덤 못난 무덤.. 부셔진 무덤도 있고 .. 산발한 여인네처럼 수풀 수북한 무덤들도.. 낙남은 무덤의 길이라 할 만큼 참으로 무덤이 많다. 산들이 나지막해서 그런지..
낙남의 길은 산을 일군 밭들과 무덤으로 이루어진 길이라 나는 그렇게 혼자 생각을 한다.
물론 우리의 맥이지만 현실적으로 낙남은 너무나 인간화가 많이 된 곳이다. 앞으로 가야 할 많은 맥들의 모습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낙남에서 참으로 안타까움과 안스러움을 많이 느낀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온갖 형태의 무덤을 지나 온 산을 발가벗겨 만든 과수원을 지난다. 배 밭인가 보다. 산이라 이르기 보다는 언덕위에 과수원이라 해야하나보다. 이렇게 우리네 조상들은 억척스럽게 살아왔나 보다. 평지보다 산지가 많은 나라 ..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과수원을 일구고 또는 화전을 만들어 곡식을 심고.. 그렇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여 산속에서 내려오지 못해 살던 자리에 무덤을 만드니..
후세들의 여유로운 생활로 산에 올라 명당 찾아 산속에 무덤을 만들었다하여 곱지 않은 눈으로 흘겨보는...
좋은 재료로 상석을 두르고 제단을 그럴듯하게 하고 무슨무슨 뼈대 있는 집이네 쓰여 진 비석세운 잘난 무덤은 그냥 두고 그 흔한 제단하나 없이 홀로 된 .. 자손들 무심으로 풀만 잔뜩 인 무덤은 항상 마음이 쓰인다.. 지나는 길이어도 그런 무덤은 조심을 한다. 이 땅을 진정으로 지키고 이 땅에서 열심히 살다 간 조상님이라 생각에..
이야기가 무덤으로 빠진 거 같다.
야튼 낙남의 길은 참 성가시다. 이제 그 길의 끝이 대충 잡혀가는 거 같다.
다음 구간은 .. 역시 이처럼 성가실 것 같다.
산을 벗겨 만든 과수원을 지나 멀리 남해고속도로와 통영고속도로가 만나는 분기점이 눈에 들어온다. 아직까지 저기를 가려면 한 시간 더 를 가야 한다. 벌써 걸어온 시간이 11시간이나 되는데... 오늘 참 많이 걷는다. 엉덩이 골 파진 곳의 살갗이 또 벗겨진 모양이다.
오늘 수없이 오른 내린 산길처럼 내 인생의 남은 길은 어떨까 .. 낙남처럼 이런 까탈스런 길이 아니라 낙동이나 대간 길처럼 점잖고 그 속의 객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낙엽이 깔린 부드러운 길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사람 사는 동네로 내려선다.........
추신 :
찻길 ;
자가운전 :
우리나라 어느 지방 어느 곳에서 오시던 간에 남해고속도로 사천 나들목에서 나와서 진주방향으로(나들목 요금소 나오자 바로 좌회전임. 좌회전이 안되면 직진 후 유턴을 받으면 진주방향임) 약10여분 가시면 화원마을이 나옵니다. 진주분기점이라 입체교차도로이기 때문에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진주 나들목에서 나오셔서 바로 우회전을 해서 모퉁이 돌아서면 한국도로공사진주지사를 지나 다시 우회전 후 직진 그리고 계속 가시면 오거리가 나옵니다. 이쪽에서 좌회전인데 경상대학교를 목표로 가시다가 경상대 정문을 지나서 조금만 가면 사천방향의 이정표가 있고 여기서 좌회전 . 그러면 사천방향의 국도길입니다. 약 3분정도 가시면 화원마을 표지석과 분기점 입체교차도로가 보입니다.
화원마을에 적당한 공간에 주차를 하시고 사천택시에 전화를 하셔서 화원마을로 차를 보내달라면 약 5분정도 만에 택시가 달려옵니다. 전화 받는 사람이 부련이재를 모릅니다. 그냥 상동신촌에서 영현 넘어가는 고개라 하면 겨우 알아들으니 그냥 택시 보내달라고 해서 기사에게 자세히 설명을 하여야 합니다. 사천 쪽으로 가다가 상동신촌쯤 혹은 고봉리 봉곡마을 에서 영현, 영부리 넘어가는 고개라고 설명을 하면 대략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가시다 보면 이정표가 나옵니다.
화원마을에서 택시로 부련이재까지 대략20분 정도이고 요금은 미터요금으로 (17500원 07년 3월 1일 기준)원 나옵니다.
부련이재에 차를 두고 화원마을 도착 후 택시로 다시 부련이재로 가셔도 됩니다. 이렇게 하던 저렇게 하던 저는 자가 차량 이용 후 택시를 이용하였습니다.
대중교통편은 사천까지 가셔서 사천에서 택시(055-852-7000)를 이용하시면 대략 1만원이면 충분할거 같았고요. 버스도 다니는 것을 봤습니다만, 시간표 등 노선은 알지 못합니다. 사천버스정류장에 전화를 하셔야 할 거 같고요. 시간소비라던가 여러 면을 봐서 대중교통이용자는 사천에서 택시로 이용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화원마을에서는 진주시내버스를 이용을 하시면 됩니다. 진주경상대학교에서 화원마을까지는 시속60킬로에서 대략 3-5분 거리입니다.
산길:
부련이재에서 화원마을까지 길 찾아가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단지 임도와 산길이 번갈아 나오는데 임도를 타고 가도 정맥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정맥 길과 나란히 10여 미터 사이를 두고 가는 길이기에 굳이 가시밭길 산길로 들어서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아시다 시피 낙남 길은 산세의 험함 보다는 길이 난잡? 합니다. 잡목과 가시덤불 쓰러진 나무들 정비가 되지 않은 등로 이기에 나름데로 오지 기분도 납니다 만은 이리저리 긁히고 찔리고 비켜가고 돌아가고. 힘이 드는 오후 시간에는 짜증이 좀 나는 길이기도 합니다. ㅎㅎ
그래서 임도로 가시는 게 좋을 듯 하다 이런 말씀을 드립니다. 꼭 정맥 길을 안 따지셔도 될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길이 애매한 부분은 산을 개간을 하여서 과수원을 만든 구간들입니다. 과수원을 만들면서 시멘트 길을 내고 하였기에 정맥이 잠시 헷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만은 표지기가 워낙 붙을 곳에 잘 붙어있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구간에 저도 지나면서 엉뚱한 곳의 혹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지기는 모두 걷어서 가지고 와서 버리던지 아니면 정상적인 곳에 다시 붙이면서 왔습니다. 버린 것은 너무 엉뚱한 곳에 산악회 선전을 하기 위해 붙인 것들은 표지기 원래의 취지가 아니다 란 생각에서 .. 나름데로 산님들 편리를 위해 우회를 위해 한 것이던지 나름의 의미가 있다 싶은 것은 떼서 정상 등로에 옮기고.. 그렇게 정리를 하면서 산행을 하였습니다.
서울서 오신 단체 산악회 님들이 지난 자리엔 쓰레기를 너무 많이 무식하게 버리셨더군요.. 과자봉지 간식봉지.. 물병... 어떻게 서울소재 산악횐지 아느냐고요?.. 그 산악회 월간 산행계획표로 방향지시화살표 그어서 땅바닥에 계속 깔면서 가셨더군요.. 단체로 인솔하는 산행대장은 첨에 화살표 지시기를 깔았으면 후미 대장이 회수를 하는 게 예의 아닌가요.. 어느 산악회라 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정맥 하시는 정도면 최소의 기본만이라도 좀 지켜주셨으면 좋겠다 란 생각을 해봅니다.. 산행시간은 대략 11시간 30분인데 의미 없습니다. 전 아주 천천히 걸은 걸음이니 빠른 분들은 좀 더 짧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은 이정도 시간을 투자를 하셔야 충분히 보시고 느끼시고 하실 것 같습니다.
마지막 고속도로 분기점을 건너실 때는 좀 애매한데 이곳에서 우측으로 농가가 한 채 있습니다. 이집을 기준을 삼아 집을 향해 가시면 됩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정맥 대간하시는 우리 산님들 모두 올 한해 안전하고 행복한 산행하시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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