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낙남정맥(완료)

낙남정맥7차(발산재 - 장전고개)

유유(游留) 2007. 11. 12. 16:48

낙남정맥 7차
(발산재  - 깃대봉 - 배치재 - 장전고개)


2006년 5월 24일 수요일(맑음)
도상거리 : 20.75 KM
GPS 거리 : 18.942KM
산행시작 : 7시30분
산행종료 : 18시 14분(10시간44분)

 

찻길 : 
군북I/C - 대전통영고속도로 연화산나들목 - 1009번 지방도 - (주)조은 앞 낙동정맥 들머리 도착(오토바이하차) - 고성마산2번국도이용 발산재 도착 - 산행 후 오토바이로 발산재 도착 - 오토바이 상차 - 남해고속도로 진성나들목 진입 - 군북 나들목 도착


 

 

후기:
    알람 소리를 들었지만 엉덩이만 하늘높이 쳐들고 끙끙거리고 있다.
어제 축구 평가전을 보면서 직원과 같이 숙소에서 홀짝거린 맥주가 아침을 꼼작 못하게 잡아두고 있다...

 

그냥 가지말고 이대로 뻗어버릴까..

눈을 감고 엉덩이 쳐든 채로 그런 생각을 한다.  아니다. 어제도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그냥 차로 오늘 갈 산언저리를 돌아보고 왔는데 오늘도 가지 않으면 이번 주 계획이 다 틀어진다..

 

끙.. 소리 함 내고 머리를 든다.

그대로 일어나서 맥주 마시고 난 뒤는 장이 좋지 않아서 반드시 화장실로 가는 버릇데로 화장실 가서 꾸물거리고..

 

5시에 일어나서 꾸물대다가 보니 어느새 5시 40분이다.

어제 답사를 해둔 코스데로 가지 않고 바로 대전통영 고속도로 로 가기 위해서 진주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진주 분기점에서 통영 방면으로 가서 연화산 톨게이트에서 내렸다.

어제 본 1009번 국도를 타고 잠시 가니 성베닉트 수녀원이 있고.. 그 옆의 (주)조은 공장의 사무실 뒤켠에 오토바이를 세워둔다.

공장 관리인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오늘 하루 좀 세워두자고 해서 허락을 받아서 세웠다. 그리고 다시 부지런히 발산재로 간다.

가는 와중에 국밥 집이 있어 들른다. 유명인이 체인점을 하는 국밥 집이건 만 역시나 였다.

 

발산재... 약수터 정자 앞에 차를 세워두고 시멘트 길을 오른다.

 

첫 오름부터 땀이 분수같이 흐른다. 어제 마신 그 많은 맥주가 다 땀으로 나오는 것 같다. 다리는 내 몸뚱이보다도 더 무겁다.

 

아침부터 후끈하게 바람이 불어오는 폼이 날씨도 오늘은 내 편이 아닌 것 같다. 반팔 티 셔츠는 벌써 땀으로 흠뻑 젖었다.

첫 오름 길은 이렇게 해서 낙남7차 구간의 신고식을 한다.

한참을 낑낑거린 덕택에 깃대봉 정상 전망이 좋은  바위에 앉았다. 올라오는 한시간 여 동안 참 힘들었다. 걷다 쉬다를 연신했다. 이제 바위에 앉아 저 아래 발산재를 내려다보니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며 차들이 지난다.

저 아래는 일상의 바쁨으로 오늘도 빵빵거리며 요란스레 하루가 시작이 된 모양이다.

 

천상천하 유야독존....

이 세상 그냥 혼자 뚝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 자신도 가족도 친구도 알고 지내는 지인들 도 그저 내 삶의 한 장면으로 밖에는 더 이상 생각이 되어지지 않는다.

 

어차피 사람은 발가벗고 혼자 나서 다시 한꺼풀 사람이 만든 예법에 의한 껍질하나 꿰차고 다시 나온 길로 가는 것..
미련도 아쉬움도 없다....

 

세상에 나서 세상에 두고 가는 내 껍질이 미련하고 또 미련할 뿐..
울어줄 울어야 할 아무런 것도 없으니 한세상 그대로 이 산처럼 그렇게 살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그저 산이 산처럼 그렇게 있듯이 나도 내가 내 서고 싶은 자리에 그렇게 서있고 싶다. 단지 그걸 깨닫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려서 온갖 흠집이 생겨서야 그걸 깨달았다는 것 ...  아니 깨닫는 것처럼 오해를 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믿고 살며 사랑하고 웃고 울 때 내가 이세상의 다 인 것처럼 그렇게 영원 할 줄 알았던 어리석음은 ... 내 이상의 테두리에 나를 가두고 그 속에 나를 끼워 마추던 삶이 얼마나 어리석음이었는지 이른 아침 깃대봉 정상에서 다시 곱씹어 보고 있다.

 

살면서 비굴한 짓 의리 없는 짓 인간답지 않은 짓은 버리고 그렇게 수없이 많고 많은 규범과 예의 속에 젊음을 보내고 이제는 얼마 살지 않은 인간세월에서 다시 돌아볼 수 있는 내 시간이 있어서 머리 속이 어지럽기만 하다. 버릴 수 없는 시간이기에 더 애착을 버려야 하리란 생각만이 머릿속을 온통 수놓고 있다.

 

끝없는 세상사가 꼬리를 물면서, 묻고 답하고 .... 답이 없으면 아침 안개 푸르스럼 한 하늘 한번 쳐다보고 한숨 한번 짓고 ... 그렇게 한정 없는 시간을 망부석처럼 앉아있었다....

 

땀에 절은 몸이 식어서 뻣뻣이 굳어질 무렵 천천히 자리를 틀고 일어난다.

이 길 가면서 다 버리고 가자.
머릿속의 모든 것을 어차피 인간 가는 세상은 홀로 이니..

 

온갖 세상의 거추장스런 일들이 따라오듯 산길은 쉽지 않다.
가시덤불과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들로 등로는 없어졌다 이어졌다 를 반복을 하고 갈 길을 쉬 내주지 않는다. 잡풀로 덮여버린 등로를 잊어버려 이리저리 헤매이기도 한다.  하루종일 깃대봉 외에는 주변을 보여주지 않는 덤불 속을 끝없이 무거운 몸을 안고 간다.

 

소매 옷을 꺼내서 입는다. 도무지 진행이 되지 않으니...
머릿속에선 다시 힘듦 속에서 인생길이 이런 길인가 하고 생각을 한다.

선명한 등산길 믿고 가시덤불과 힘듦을 이기려 땅만 보고 걷다가 어느새 문득 길이 없어지고 엉뚱한 곳으로 와서 이리저리 할퀴고 쓰러지고 하면서 새로 길을 찾아 헉헉거리며 땀을 쏟아내며 어지러이 간다.

 

사람의 사는 이치도 이러리라.. 내 너무 늦게 깨달음이라....  후회와 회한이 남는다 해도 그건 인간세상의 또 하나의 과정이리라... 그렇게 생각을 한다.

다시..  길이 나타난다. 사람이 만든 임도...
필요에 의한 길이지만 유달리 낙남에는 임도가 많고 그 길 또한 필요한 길일까 생각하게 한다.

 

내려선 만큼 다시 치고 오른다. 오늘은 종일 오르내림의 심한 연속이다. 몇 번째 도로로 내려선 줄 모르겠다. 하여튼 많이 내려서고 많이 올라선다. 그리고 길도 많이 잊어버려 이리저리 헤매인다.

까짓거 갈데로 가자. 불도 가져왔으니 밤이 된 들 어떠하리 불켜고 가면 될일..  밤중 귀신보다 나 자신이 더 무서우니 밤 인들 어떻고 낮인들 어떠리..   산길 내내 한사람 도 볼 수 없는 외로움 또한 어떠리.. 그저 내 힘든 내 길 가는데 다른 이가 가 줄 수 없는걸..  그런 생각을 하니 한결 맘이 편해진다. 그래 천천히 가자..

 

숨차 오른 가슴을 안고 또 앉았다.. 한숨을 자고 가면 좋으련만. 이번 길에 적당히 엉덩이 붙이고 앉을 만한 자리도 주지 않는다.
낙남길 최악의 힘듦 길이라 해야하나..   

 

하루종일 하늘도 볼 없을 만큼 우거진 잡목의 수풀로 그냥 미로같이 꾸역꾸역 길을 간다.

 

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넘어갈 무렵 배치고개를 넘고 있다. 끝까지 보여주는 않는 낙남 7구간은 그렇게 해서 불쑥 아스팔트 도로를 내 놓으며 길 끝에 나를 내려놓는다.

오늘 난 어디를 갔다 왔나....

다시 되돌아오는 차 속에서 생각을 한다.

다음 구간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낙남은 나를 맞을까....

 


 

 

찻길 :
     발산재는 대중교통이 없는 것 같으니 반성면 택시를 이용을 하시던지 마산 방향에서 오시는 분들은 진동 쪽에서 차량을 응용을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1009번 도로 성베네틱트 기도원 입구에 (주)조은 이라는 공장이 있는 곳이 제가 운행한 구간입니다.  이쪽에 차량 주차는 (주)조은 공장 앞에 보면 도로 갓길에 주차공간을 만들어 두었으니 주차를 하시면 됩니다.

이번 구간은 들머리 날머리 모두 대중교통이 만만치가 않은 곳인 것 같습니다. 1009번 도로에는 버스정류장은 있는데 아마 시골 버스 배차가 대개 그렇듯이 그 간격이 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자가차량을 이용을 하시던지 택시를 이용을 하셔야 할 듯 합니다.


 

 

산길:

 산길은 많이 험하였습니다. 낙남정맥을 하시는 님들이 많이 없어서 그런지 백두대간 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온갖 잡풀로 반드시 긴소매 옷이 필요합니다. 저번 구간도 다녀와서 풀독으로 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풀독이 많이 올라서 다시 주사를 맞습니다.

 

전 구간이 잡풀과 쓰러져 가로막는 나무들로 진행이 무척 힘이 들고 어렵습니다.  그리고 오르내림이 심한 편입니다. 완전히 하산을 하였다가 다시 오르는 형태입니다. 제가 트랙을 올렸는데 오르내림의 곡선이 수직으로 왔다갔다합니다. 

 

주위 조망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글은 다녀오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하여튼 정글 같은 분위기입니다. 조망 없고 잡풀이 우거지고 거미줄과 뱀들. 그리고 풀독. 나무벌레들이 온몸 여기저기에 기어다니고.. ㅎㅎㅎ

하여튼 오지 산행 같은 기분입니다. 하루종일 사람그림자 없어 혼자 다니기에는 좀 황량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