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낙남정맥(완료)

낙남정맥 12차 (돌고개재 - 고운동재 )

유유(游留) 2007. 11. 12. 17:03

낙남정맥 12차


 

(돌고개재 - 고운동재)


 

2007년 4월 18일 수요일(흐림,소나기)

도상거리 : 15.75 KM(1/5만지도)

GPS거리 : 14.515KM(실거리)

산행시간 : 7시간52분(휴식 및 점심시간 포함)

산행시작 : 8시40분

산행종료 : 16시25분


 


 

후두둑... 떨어지는 빗물 방울들이 한여름 소나기처럼 머리에서 발끝까지 적셔 들어온다..  복 없는 년은 봉놋방에 누어도 고자 옆에 눕는다더니..  우째. 저 넓은 하늘 점점이 떠가는 비구름 몇 개에 이리 홀딱 젖는다 말인가........  투덜대며 스삭스삭 키 높이 만한 산죽 밭을 헤쳐 나간다...


 

----------------------------------------------------------------------


 


 

일년 년차 24일 중 낙남정맥으로 며칠 꺼내 쓴다. 근로기준법상 무조건 사용하라는 년차.. 옛날처럼 사용을 하지 않고 수당으로 주면 좋겠구만. 요즘은 돈이 없다고 기어이 사용을 하라는데..  수당을 못 받아서 싫고 노느라 돈 들어서 싫고 하지만 오늘처럼 평일에 낙남 가기 위해 휴가를 낼 적에는 좋다..  ㅋㅋㅋ


 

전 날 신청한 휴가여서 출발 전 뉴스의 날씨 소식에 좀 찜찜하기는 하다. 영남 남해안 지방으로 오후 한때 소나기구름이 지날 것 같다는 소식이었다.


 

혼자 생각으로 대충 그냥 지나갈 수도 있고 비가 내리면 조금 내리다 말겠지.. 하고 좀 가볍게 생각을 했다.  이게 춘 삼월 봄 날 얼어 죽을뻔 한 일이 되고 말 줄을 어째 알았으랴....


 

새벽 5시에 ..

근무지 숙소에서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오늘은 같이 생활을 하는 직원이 교육이라 나 혼자 잠을 잤었다. 덕분에 옆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볼일 다 보고 6시 정각에 출발을 한다. 이제는 5시가 좀 넘어서면 날이 밝아온다. 산 다니는 사람들은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해고속도로를 달려서 진교 나들목을 빠져나온다. 청학동 삼성궁 이란 표지판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서 간다.


 

굽이굽이 돌아서 고운동재에 도착을 하니 시간은 벌써 8시가 다 되었다. 부랴부랴 오토바이를 고운동재에 내려놓고 다시 오던 길로 내려서서 간다. 청암면 가기 전에 지나가는 차량의 어느 아주머니 운전자에게 청암에서 돌고개재로 갈 수 있냐고 하니 돌고개재는 모르겠고 그리로 가는 길은 있다 한다. 청암에 도착을 하니 이 아주머니께서 친절하게도 그 쪽 길을 알려준다. 덕분에 길 헤매이지 않고 오르막 길을 올라서는데 허리가 거의 꺽여진 할머니 한 분이 손을 든다.


 

차를 세워 어디를 가시느냐니 위쪽 고개까지 올라가자고 하면서 힘겹게 차에 오르시고...

어디를 뭐하시러 나오셨나 하니 집에서 심심하시다 며 고사리를 뜯으러 가신다 한다.

아직은 고사리 철이 아닌 것 같은데 벌써 가느냐니 혼자 집에 있어봤자 할 일이 없으시다고 하시네...  혼자 그렇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고 길을 올라선다. 


 

돌고개 재를 아시냐고 하니 이 길로 쭉 가면 된다 하시면서 이 고갯길이 한 삼년 전에 개통이 되었다고 하시며 길을 만드느라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하였다 한다. 


 

길을 오르면서 보니 산을 하나 넘는 고갯길이라. 아무리 요즘 토목공사 기술이 발전이 되었다지만 풍족하지 않은 군 재정으로 이 길을 만든 이들의 수고로움을 알만 하였다.


 

할머니를 내려드리고 대략 10여분을 달려가니 지난번 구간의 마지막 장소가 반갑다.  시간은 벌써 8시 40분이다.


 

주차를 하고 바로 출발을 한다.


 

59번 도로 변 이동통신 안테나가 서 있는 대나무 밭 속을 지나 한 달음에 언덕을 올라선다.  금방 지나온 도로가 옆으로 나란히 가고...


 

안양마을이 눈에 들어설 때 쯤에 오늘 갈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아침부터 구름이 많이 깔려있다. 고운동재에 오토바이를 내려둘 때에는 그쪽에는 시커먼 먹구름이 짙게 깔려있어서 좀 불안했는데 역시 지리산 쪽으로는 구름속이다.


 

몸이 많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만 고도가 높아져서 그러려니 하였다.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아침 일찍부터 3시간 가량을 온갖 신경을 쓰면서 초행 길을 찾아 헤매고 해서 피로해서 그런 모양이다. 이젠 이렇게 산행 다니는 것도 힘이 쓰인다고 생각을 하니 벌써 나이를 먹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한다.


 

방화고지를 지나고 양이터 재를 지나 시목 마을이 보이는 전망이 나오는 바위에 앉아 라면을 먹었다. 좀 이른 듯 한 점심이지만 새벽부터 설친 일정에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해서 일단은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항상 그렇지만 혼자 다니면 먹는 게 부실하다. 오늘도 역시 반찬 없는 라면 한 개 이다. 그리고 단팥빵 한개 우유1봉지. 비상식으로 양갱이 한 개..  내가 봐도 빈약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래도 칼로리는 높다는 생각에 살 찔 걱정부터 먼저 한다.  


 

라면에 김이 날 때 쯤에 기어이 빗방울이 툭툭 내린다. 코펠을 정리를 할 때에는 제법 비가 내리더니 잠시 만에 그친다. 이때까지만 해도 요정도야 되레 산행하기가 좋다고 널널하게 생각을 한다. 낙엽에서 먼지도 안 나고 바람도 좀 쌀쌀맞고 하니 산행에 좋다란 생각이 잠시 후에 웬수 같은 빗방울로 변한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칠중대고지를 어느새 지난지 모르게 지났고 산불감시 초소가 나온다 마침 산불감시 하시는 분이 계셔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고 묵계에서 버스가 시간마다 한대씩 있다는 이야기며 가을에 오면 여기 경치가 아주 절경이라면서 가을에 한 번 더 오라고 하신다. 토. 일요일엔 사람들이 엄청 지나 간다면서 버스로 한차씩 부려놓고 간다고.. 아주머니들이 펄펄 날라 댕긴다고 아주 기가 막혀 하신다. 아마 서울 쪽의 안내산악회에서 모집하여 온 정맥팀 들을 뜻하는 모양이다. 서울 사람들인데 막 날라 댕긴다고....


 

고운동재까지 가려면 부지런히 가야겠다며 이제부터 길이 까풀막져서 힘이 들거라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도를 보니 다리품을 많이 팔아야겠구나 하고 생각이 들던 차이다. 얼마나 걸리겠냐고 물으니 2시간이면 된다한다 이런 양반이 2시간이면 난 3시간은 잡아야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바로 길마재이다.


 

길마재 아래 시멘트 도로엔 작업차가 있고 몇 분의 모처의 직원들이 계신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진주의 솔산악회 회원으로 계시면서 낙남정맥을 하신다 한다. 이제 4구간을 하셨다고.. 진주 경상대까지 갔다고 하는데 아마 화원마을을 까지 가신 모양이다. 앞으로 점점 수풀이 우거 질 거고 그쪽동네는 우거진 잡풀과 넝쿨로 고생이 많을건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작년 여름 그쪽 구간 쪽에서 많은 고생을 했던 게 떠오른다. 백두대간 보다 더 야몰 찬 낙남정맥이기에....


 

물이 없던 차라 물 한 병 얻어서 본격적으로 오름길에 들어선다. 이제부터 고지가 5-600에서 8-900고지로 옮겨간다. 야산에서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역시 고도가 높아짐과 동시에 잡풀들은 없어지고 샤~ 한 소나무의 송진냄새가 나면서 소나무 가 나타나고 산세 역시 강한 느낌을 가진다.

꽤 헐떡거리며 10여분을 올라서니 앞의 능선들이 꾸불꾸불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이구 이제 죽었구나...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올라서는데 하늘에선 천둥소리가 들리고 먹장구름이 한 떼로 몰려온다. 그러더니 후두둑 비가 내리고.. 그러다가 그 구름이 지나가면 비가 그치고 햇살이 나타났다가 또 몰려오고.. 그러기를 거의 1시간을 한다. 수차례 지나가는 먹구름의 비로 이미 흠뻑 젖어 더 이상 비를 피할 필요 없이 맞고 간다.


 

비옷도 준비를 하지 못했고 상의 방풍의만 가지고 있던 터라 달리 피 할 길이 없다 바람은 냉기를 품어 불고.. 벌써 온몸이 냉랭이 굳어진다. 아무리 열심히 걸어도 추위를 피할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끝없이 나타나는 키 만한 산죽......  지리산 중봉에서 왕등재 가는 길의 그 산죽은 어린애 장난이다. 


 

오르막길 산죽에서 여름날 소나기 내리듯 잎에 고인 빗물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내리막 산죽에선 오솔길이 빗길이 되어 줄딱줄딱 미끌어진다. 참으로 악전고투이다.  이런 상황에선 부상을 당하면 최악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몸이 굳어지고..  추위에 저체온이 올까봐도 걱정이다. 


 

비는 오지 않고 햇살이 들지만 어째 나 혼자 산죽 잎에 묻은 빗물을 다 가진 느낌이다. 춥고 배고프고 지치고 안경엔 습기와 빗방울들로 .. 그나마 산죽 잎에 가려서 발밑은 보이지 않고..


 

대간 길에서도 이렇게 애를 먹이지 않더니만. 하여튼 낙남이 보통 야무진 놈이 아니란 것을 끝판에서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것 같아 혼자 실실 웃었다..  비에 홀딱 젖어 생쥐 같은 몰골로 눈동자 보이지 않을 정도 습기 찬 안경은 코끝에 걸치고 양손에 스틱으로 산죽을 이리저리 털며 혼자 비실비실 웃으면 헉헉 거리며 오르막 올라서는 것을 누가 봤으면 아마 기겁을 했을거라.. 웬 미친놈인가 하고...


 

도대체 어디가 끝인가 하고 은근히 짜증이 돋아 날 즈음에 갑자기 눈앞에 상부저수지 가는 도로가 나뭇가지 사이에 드러나고 아침에 세워둔 오토바이가 너 이제 죽었다 하는 것처럼 떡하니 서 있다.


 

대충 옷을 벗어 짤았다. 줄줄 나오는 빗물을 짜는 동안에 그 추위에 온몸이 떨리는 게 진동 바이브레이터 저리 가라 할 정도이다. 고운동재 꼬불 길을 어떻게 내려온지도 모른다. 청암면까지 오는데도 아무 기억이 없다. 청암에서 돌고개재에 세워둔 짐차에 올 때까지 달리는 오토바이의 바람에 젖은 몸이 말 그대로 진동 바이브레이터이다. 내 평생 그렇게 떨어보기는 첨이다. 그것도 춘삼월 화창한 봄날에........


 

차에 도착을 하자마자 시동부터 걸었다. 그리고 히터를 넣고.. 그런다고 히터가 금방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일단 차문을 닫고 앉으니 좀 낫다. 바람이 없으니...  그렇게 앉았다가 잠깐 졸았다. 아마 점점히터의 더운 온도에 살짝 잠이 든 모양이다.


 

날이 어두워지고..어느 정도 수습이 되어 사무실로 돌아온다.  사무실 숙소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잠시 앉았으니 그저 오늘 일이 한바탕 꿈을 꾼 듯하다...    살면서 온갖 추억이 다 있지만... 오늘일도 그 어느 추억 못지않게 재미 있을거라  혼자 생각을 하면서 참... 나도 웬간히 미친 놈 이구나...  또 혼자 피식 웃는다....


 


 


 

추신 :


 

도로교통

대진고속도로 이용자(자가차량)는 산청에서 59번 도로로 오셔서 돌고재로 오시면 되고 남해선을 타시는 분들은 곤양나들목에서 내리셔서 2번국도로오시다가 59번 도로에 접속을 하시면 됩니다.

돌고개재 에는 차량을 2-3대 주차 할 공간은 있습니다.

택시 이용은 횡천이나 옥종 택시를 이용을 하셔야 합니다. 요금이 꽤 비싸게 나옵니다.


 

고운동재는 대중교통이 없고 묵계에서 히치나 택시로 이용을 하셔야 하는데 택시는 횡천 택시입니다. 3만 오천원 달라고 하니 이용하기가 부담이 됩니다. 묵계에서 고운동재까지 걸어서 오르면 대략 40분 내지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내려서는데도 20분 내지 40분 정도 걸릴 것 입니다. 걸음의 빠르기가 다 다르지만 꽤 오르셔야 합니다

산청 쪽에서 자가 차량으로 오시는 분들은 돌고개재에서(59번도로) 청암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쪽으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그러면 횡천까지 가지 않으시고 (1003번도로 연결)바로 고운동재(묵계방향) 방향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돌고개재에는 삼거리입니다. 산청방면에서 오는59번 도로 횡천 쪽으로 가는 59번 도로에서 T자형 도로인데 나머지 한길이 청암면으로 가는 도로 인데 3년 전에 개통이 되었다 합니다. 시멘트 길도 한 100미터 정도 있습니다 만 나머지 길은 아주 잘 되어있습니다.  


 

고운동재에는 지나는 차들도 자주 없어 히치가 불편합니다.

나머지 길마재는 시멘트 도로입니다. 여기서도 자가차량이나 택시 이용입니다.


 

산길: 

산길은 점점 고도를 높여가는 정도입니다. 크게 틀어지는 방향없이 거의 완만하게 직진하는 형세이고 전망은 터이지 않습니다. 숲이 우거지면 전망은 크게 없을듯 합니다 지리산을 보면서 걷습니다.  산죽은 길마재에서 한고개 올라서면 나타나기 시작을 하여서 고운동재까지 갑니다... 지리산 쪽으로 역방향 종주자는 힘이 꽤 듭니다..

그래도 이제부터 편안한 산길입니다. 지나온 길보다는 훨씬 산 다운 산길입니다.. 지나온 길들의 잡목과 쓰러진 고목, 덤불. 가시나무. �나무 풀독을 가진 잡풀들..  수없는 무덤 공동묘지 수시로 나타나는 사람 사는 흔적. 쓰레기. 개 사육장. 등등등....


 

저는 오토바이를 짐차에 싣고 가서 고운동재에 내려두고 다시 돌고개재로 와서 고운동재까지 산행을 하고 그쪽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돌고개재에 주차한 짐차에 오토바이 싣고서 돌아오는 산행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