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낙남정맥(완료)

낙남정맥 13차(고운동재 - 삼신봉 - 세석산장 - 영신봉)

유유(游留) 2008. 3. 3. 15:35

낙남정맥 13차

(고운동재 - 외삼신봉 - 세석산장 - 영신봉)


2008년 3월 1일 토요일 맑음

도상거리 : 13KM(세석-거림5KM) 총 18KM

GPS 거리 : 고운동-세석 13,8KM   세석- 거림5KM

산행시간 : 낙남정맥 8시간50분. 하산 2시간(총산행시간 11시간)

산행시작 : 06시40분

산행종료 : 세석산장15:30  거림도착17:30


 2년전 3월14일에 김해 상동 매리교 에서 낙남을 시작을 하여 이제 그 막을 내리려 한다. 백두대간을 4개월여 만에 끝을 내고 잠시 겨울을 넘기고 바로 시작한 낙동정맥과 낙남정맥 동시 진행을 그동안 여러 일들 때문에 차일피일 하다가 그중 하나인 낙남부터 끝을 맺기로 한다.


작년 한해는 거의 산을 가지 않았다. 일년 중 하반기 반은 거의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로 꼼짝없이 책상에 잡혀 있었고 상반기 역시 이런저런 회사 일들로 꼼짝을 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늘어나는 것은 허리둘레하고 엉덩이라..  약 10여 킬로 불어난 체중으로 인하여 다시 입을 옷들을 구하느라 자주 옷가게를 들락거린다.


2005년 발령지인 의령군 군북면에서 시작을 하여 2년 동안 발령을 4차례나 받아서 이제는 김해시 장유면에서 그 낙남정맥의 단원을 끝을 맺으려고 새벽 4시에 창원시에 있는 숙소를 나선다.


2년 동안 발령을 4번이나 받을 정도로 정신없는 세월이었다. 그런 여파로 스트레스도 많이 쌓여있고.. 이렇게 저렇게 세상사에 또 한번 속아가며 한살 두 살 나잇살만 더 보태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  집근처 사무실도 수도 없는데 멀리 경남까지 와서 많이 떠돌아다닌다.

각설하고.. 


작은 놈 데리고 암벽등반으로 종주 산행으로 많이 돌아다닌 죄(?) 덕분에 마눌 눈총을 무지 하게 받아가면서 억지로 대학에 겨우겨우 넣었다. 이번에 대학에 보내지 못했으면 아예 맞아 죽을뻔 한 사건이었다.  이녀석이 워낙 공부를 하지 않아서 .. 아마 제 애비를 닮은가 보다. 노는 것만 좋아해서.


일단은 큰 문제들은 대충 정리가 되어서 가볍게 산으로 나선다. 새벽바람이 이제 많이 순해져 있다. 이제 곧 산과 들 다니기 좋을 계절이다.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이산저산 많이 다닐 생각이다. 하다가 중지된 낙동정맥도 다시 시작을 하여야 하고...


꼬불꼬불 산판 길 시멘트 도로를 따라서 신 새벽에 달려온 고운동재..

작년 꽃피는 사월에 산죽 비를 맞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가 얼어 죽을 뻔한 고운동재이다..  이름하고는 영 딴판인 산행을 한 뒤라 기억에 유달리 남는다.


먼동이 터오는 고운동재에 서니 그동안의 낙남 길 위의 감개가 감아오는 춘풍과 같이 감미롭기만 하다. 신어산길의 오름에서 철 이른 진달래.. 굽이치는 낙동강 .. 멀리 내 삶의 터전 인 고속도로가 길게 뻗어있고..


잘 정돈된 창원시가지. 비음산. 천주산.. 정병산.. 무학산 오름길 내내 탄복을 하였던 낙남의 그 정기들..

끝없을 것 같던... 인간의 힘을 느꼈던 농장의 철조망들.. 산을 겹겹이 둘러싸여 오전 내내 그 철망과 같이 걷던 낙남..

유달리 과수원과 농장들이 많고 인간세상과 너무나 가까웠던 길..

패이고 깍이고 파헤쳐진.. 낙남의 줄기들을 인간에게 내어주고 그래도 나 같은 홀로 산꾼을 기꺼이 맞아 주었던 그 정겨웠던 길들...


수없이 많던 무덤과 어마어마한 공동묘지와 골프장들.. 대한민국 2대도시인 부산을 끼고 계획도시 창원으로 넘어가던 그 정맥길은 이미 인간이 만든 도시와  산이 하나가 되어있었다.

첩첩산중 백두길 과는 영 다른 세상을 보여준 낙남길.. 함안 여항산 구간에서의 가시덤불에 온몸에 생채기로 쓰라린 맛을 보았고 진주 가회강을 건너는 다리위에서는 끊겨진 낙남의 정기를 쓰라린 가슴으로 쳐다보았다.


진주도심을 지나 다시 이제 고운동재에 서고 보니 그 감회가 한량이 없다. 정신없이 완주를 한 백두대간 보다는 이 낙남 2년간에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들도 낙남처럼 어지러이 스쳐 지나간다.

오랜만의 산행이라 숨도 차고 발걸음도 무겁다. 하지만 역시 산 정기에 절은 몸은 산기를 받아야 제 정신을 차리는 가 보다.


이런저런 상념이 어느새 멀리 보이는 천왕봉이 뺏어가 버리고 그저 아스라이 산그리매를 그리는 노고단에서부터 천왕봉까지의 그림이 한 눈에 들어온다. 우측으로는 동부능선과 그 앞쪽으로 황금능선이 길게 누었고..


하절기엔 이런 그림을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이제 잎을 버린 마른 나뭇가지 틈으로 그 그림을 볼 수가 있었으니..

아직은 러셀이 되지 않은 외진 곳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 있고 보니 멀리 원경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래서 나는 이계절의 산행이 4계절 산행 중에 가장 좋다고 생각을 한다.


편안한 바람에 말라버린 잎들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 눈이 녹아 나무뿌리를 타고 똑똑 떨어지는 눈 녹은 물들.. 가까이서 멀리서 악을 쓰는 까마귀 소리 까지도 정겹기만 하다.


하루 종일 사람의 그림자도 볼 수가 없다. 삼신봉을 지나면서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혹...  오늘부터 산불 방지 기간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렇구나 .. 지리산에 이렇게 사람 그림자가 없는 것을 보면 .. 난 3월 15일부터 5월15일까지 경방기간인 줄로 착각을 하여 아무 의심 없이 오늘 산행 길을 나섰다... 그것도 1/3이나 지나온 삼신봉에서 사람 없음에 의심을 품고 생각을 해보니 아무래도 오늘부터 경방기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어쩌라 이미 이 만큼 와 버렸으니..

좀 찜찜한 마음으로 이제 남부능선으로 들어선다. 오전 내내 걸은 탓과 그동안 산행을 하지 않은 덕분인지 많이 피곤하다. 쉬엄쉬엄 걷는다. 아직은 점심시간은 아니 되었고..

점점 눈앞으로 다가오는 영신봉. 촛대봉. 그 옆으로 천왕봉...  하얀 그림에 산수화를 그린다.


세석산장... 

안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린다. 아마 국립공원 직원이라는 짐작을 하면서 발소리 살금살금 영신봉으로 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영신봉을 바로 코앞에 두고 길목의 문은 밧줄로 꽁꽁 묶여 잠겨져 있다.  음양수 샘에서 영신봉으로 바로 오르려다 눈으로 러셀도 안되어 있고 그리고 엄폐,은폐할 곳도 없는 겨울 산에서 세석산장 직원들이 보면 안좋은 소리와 함께 벌금도 내야하고.. 올해는 애들 둘이 입학금에 등록금이 합이 900만원이 넘는데... ㅎㅎ

그래서 정직하게 세석산장으로 우회를 했는데.. 그나마 여기서도 문이 잠겨있다..  황망히 바로 50여 미터 앞의 영신봉을 쳐다본다. 잠겨 진 문을 넘어 들어가려다가 낙동 길 50여미터 잘라 먹는다고 다시 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고...  저길 들어갔다가는 직원에게 걸리면 꼼짝없이 벌금 내야 할 거고..


나도 낮짝이 있는데 여기서 돌아서자.. 그렇게 해서 사진 두 컷을 찍고 돌아선다.. 마지막 한 점을 찍지 못하고 돌아서는 걸음이 왜 그리 무겁던지..  수도 없이 많이 들락거린 영신봉.. 빤한 길인데.. 


다시 살금살금 발소리 죽여 가며 세석을 빠져나온다.  GPS기계도 삑삑 소리를 낸다. 배터리 다 되었으니 그만 한다는 신호이다. 가지고 온 여분 배터리도 없고 기계를 배낭 속으로 집어넣고 눈 쌓인 거림 길로 들어선다.


돌계단 내림 길을 내려서는데 뒤에서 소리가 나서 돌아다보니 ..  아마 직원 인 가 보다. 산을 내려가는지 등 뒤엔 커다란 배낭을 지고... 


어디서 왔습니까..

살짝 거짓말을 한다. 청학동쪽에서 오는데요.


오늘부터 산행금지 인거 모르십니까..

아.. 잘 몰랐는데요.. 제가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더 이상이야기 하지 않고 쓱 �어보고는 쏜살같이 내 뺀다..


거림 매표소 100여 미터 앞에 두고 오른쪽 발목을 접질러서 한참을 자리에 앉아 있었다. 10여분 뒤에 일어나서 걸어보니 완전 절름발이라.. 절뚝거리며 매표소 앞 잠겨 진 문을 타 넘는 것을 공단 여직원 둘이서 빤히 쳐다본다.

이제 또 무어라 변명을 하나..  그 생각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니..

쓱 하니 �고 지나가는 눈길 속엔..

몰골은 물에 빠졌다 나온 생쥐 같은 모습에 안경은 코끝에 걸치고 한쪽다리는 쩔뚝거리며 스틱 집고 잠겨 진 문 타 넘는 중 늙은이 꼴이 안되었던지..


산불기간에 들어가면 안되며. 오늘은 첫날이라 봐준다고.. 다음에 그러면 벌금 때린다고..

그저 미안합니다. 연발하고 택시를 부르고 바로 옆의 계곡물에 퉁퉁 부은 발을 담그니... 아직도 살얼음 둥둥 뜬 계곡물은 들어오지 말라고 한다.


발목을 보니...

한 달은 족히 놀고먹어야 할 것 같다. 오늘 쬐끔 뺀 뱃살을 몇 배나 곱으로 쪄야지 다리가 풀리겠거니.. 하고 생각을 하니 어째 이런가 하고... 괜한 헛웃음만 실실 나온다....




추신:..

고운동재 철문에서 철문에 손으로 잡고 한발 들어서서 바로 좌회전입니다. 곧장 임도길이 유혹을 하는데 그 쪽이 아닙니다. 철문을 넘자말자 바로 좌측을 보면 철조망을 따라서 산길이 보입니다. 아무생각 없이 쑥 철조망 넘어 들어서면 길이 안보입니다. 절대 넓고 좋은 임도로는 한발짝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저도 들어갔다가 GPS가 아니라고 삑삑 거리는 바람에 다시 보니 위에서 이야기 한데로입니다. .


그리곤 작은 구릉정도 두어 개 넘어서부터 산죽이 시작을 합니다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습니다. 갈 만 합니다. 외삼신봉 까지 계속 산죽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데 동부능선보다도 덜 합니다. 하지만 산죽이 이슬을 머금고 있는 새벽이라든지 비가 금방 오고 난 뒤라든지 할 때는 만만찮은 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삼신봉에서 남부능선 세석까지는 아시다시피 국립공원 길이고 아주 무난합니다. 지금 계절이 지리산 주능선과 여타능선 전체를 구경하기엔 그만인 것 같습니다.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잘 보입니다.


이번 고운동재에서 세석까지의 구간은 특별히 사족을 붙일만한 구간이 아니라 워낙 잘 알려진 길이라 달리 설명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음양수 샘에서 유혹을 참고 세석으로 우회 하였습니다. 이미 낙남 길 끝이고 우회를 하여도 의미에 손상이 없다고 판단을 하였고 나라에서 가지 말라는데 웬간하면 들어주고 싶어서입니다.  영신봉도 꼭 올라서야 할 봉우리라야 할지 ..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역시 여기도 가기가 만만치 않을 구간입니다. 지키고 있으니..ㅎㅎ  여름에는 슬쩍 올랐다가 내려와도 될 것입니다 만은..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제 생각입니다..


거림에서 시천의 덕원택시(거림매표소에 전화번호 있슴)를 호출을 하여서 고운동재로 가는데 24천원이 나왔습니다.  고운동재에 차를 두고 거림에서 택시로이용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비게이션에 고운동재가 나타나지 않아서 고운동재 까지 차로 가기가 애매하다 싶으시면 삼신봉터널 이라고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면 삼신봉터널이 나옵니다. 산청군 청암. 시천 등으로 나올 것입니다. 터널을 빠져나와서 표지판에 상부댐 쪽으로 올라가시면 고운동재입니다.



행복한 산행 안전한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먼동이 밝아옵니다.

 

 

산죽길입니다. 바닥엔 녹지 않은 눈길이고 이 산죽을 헤쳐나갑니다.  이슬이나 비가 살짝 온뒤에는 난리지요.

 

 

지리산 황금능선과 동부 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집니다.

 

 

지나 온 길들입니다.

 

 

멀리 영신봉과 촛대봉이 입니다.

 

 

여기까지가 고운동재 - 삼신봉 갈림길 비지정 탐방로입니다. 걸리면 벌금50만원 입니다.

 

 

 

영신봉을 코 앞에 두고 걸음을 돌립니다. 바로 10분 거리입니다.

 

영신봉 맞은편의 촛대봉입니다.  밑에는 세석산장입니다.

 

 

거림으로 하산길입니다. 아직 지리산에는 이렇게 눈이 쌓여 있습니다.

 

 우측 아래에서 (고운동재)시작을 하여세석산장까지 갔다가옵니다. 바로옆이 영신봉이네요..

 

 

 

평균걷는 속도 최대,최소   총 걸은 시간들입니다. 고운동에서 세석까지 경로입니다. 하산길은 없습니다.

 

 

 

고도표입니다. 특이한 높낮이 없이 평탄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