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호남정맥(완료)

[스크랩] 호남정맥14구간(서밧재-개기재)

유유(游留) 2016. 2. 14. 00:19

호남정맥 14구간

(서밧재-천운산-태악산-두봉산-개기재)

          



일시 : 2011년  3월  6일 일요일 맑음

행정 : 전남 담양군 동북면 , 화순군 이양면

구간 : 서밧재-천운산(601m)-돗재(822지방도)-태악산(530)-노인봉(529)-성재봉(519)-촛대봉(522.4)-두봉산(631)-개기재(58번지방도)

거리 : GPS 실거리 : 22.8 km

시간 : 08:42- 16:52(8시간10분)


출처 : http://cafe.daum.net/uusan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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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사는 사람이라

산중 이야기를 즐겨 나눈다.

5월의 솔바람소리 들려주고 싶지만

그대들 값 모를까 그게 두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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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 山 中 人   

愛 說 山 中 話   

五 月 賣 松 風   

人 間 恐 無 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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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종고련의 상응아함경에 있는 황벽 희운스님의 글귀가 생각이 난다. 


이름 모를 봉우리 바위에 앉아 눈앞의 키 작은 소나무..

그 소나무 가지에 앉은 바람이 솔가지에게  봄이 올 거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바람은 따뜻하고 선하다.  부드럽게... 땀으로 젖은 몸을 스치운다..

땅은 지난겨울에 얼려두었던 얼음들을 녹여서 적당히 촉촉하다.

마른 나뭇가지의 꽃망울들은 보이는 눈에는 그대로이지만 마음속엔 푸른 물기를 잔뜩 머금은듯 하다.


발아래 산동네의 멀리 개 짖는 소리와 경운기의 힘찬 소음이 아련하게 멀리 들린다. 머리위엔 까마귀의 지저귐이 소란스럽고.. 한 마리 매는 제자리에서 정지 비행을 하고 있다.

소나무를 스쳐 지나는 바람은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봄의 싱그런 냄새를 안았다.


이제 곧 산중은 옷을 갈아입고 새 바람을 맞을 것이다. 얼마나 행복할까..  긴 겨울의 추운 날들이 지나고 꽃이며 나무며.. 날짐승들과 땅을 기는 모든 동물들이 긴 기지개를 켤 것이다. 아니, 벌써 분주한 저들 나름의 삶들을 이미 다듬고 있는가보다.


머리위의 까마귀들의 쉼 없는 지저귐은 다가올 봄에 새로 만날 새끼들을 보듬을 둥지를 지키느라 그리 할게다..

멀리 노루의 꺾꺽 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벌써 산중에는 새 생명과 지난 생명들이 자리를 서로 바꾸고 있구나...  앉은 자리가 아직은 차가운 기운을 갖고 있어 산중의 바쁜 이야기들을 귓바퀴에 감고 일어선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에 한줄기 강한 햇볕은 어느새 낮게 내려앉아 이골 저골 산골짜기 곳곳에 그 생명의 힘을 가득 싣는다.


아직 5월은 오지 않았지만 마음은 벌써 눈부신 신록을 맞이하고 있다.  호남정맥 14구간...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이름 모를 산봉우리들의 도열이다. 처음 시작은 씩씩하고 힘 찬 걸음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그 발걸음이 오그라든다. 산행 전 전날 1박 2일로 지인의 조상님 거처인 경북 어느 곳의 고택에서 즐거운 시간이 있었다. 병마절도사 고택이라 지방 문화재로 지정이 되어 관리인은 있는데 후손들이 살지는 않고 가끔식 이렇게 지인들과 어울려 술판이 벌어진다.


이날도 좋은 안주와 함께 밤새 마시고 다음날 아침에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밤을 새울 생각이 아니었는데 어쩌다 술을 많이 하게 되었고 고택 뒷산의 아주 멋진 소나무 숲에 취해서 한잔두잔 마신 술이 나중엔 정신을 놓게 만들었다.


결국 대취하여서 고택 사랑채에서 거의 실신상태가 되었다가 아침에 겨우 정신을 차려서 태워주는 차로 집까지 오긴 왔는데..

그 뒷일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숙취로 정신이 없는데 안주인은 안주인 데로 골이 날데로 났다.


상황 감당은 되지도 않고 부실한 술 뒷 끝의 몸조리? 덕분에 산행 날 아침 산에 들어서자마자 숨이 멎는 듯한 격한 심장의 부담이 몰려온다.


갑자기 어지럽고 숨이 막혀 첫걸음부터 오름에서 쉬었다.

그렇게 한 두어 시간을 어렵게 걷다보니 어느 정도 안정이 된다.  술독이 어느 정도 땀으로 빠져나간 모양이다.


겨우 정신을 차려 돌아보니 호남의 길 중에서 오르내림이 많은 자리라..  깊지 않은 골이지만  나름데로의 산 주름이 여기저기에 잡혀 그 골마다 동네를 이루고 있고 산중이 번잡스럽지가 않다.  얼마 전에 지나온 무등산의 그 소란스러움과 한남정맥의 부셔진 모습과는 판이하다. 


시끄럽지 않고 산중에 있어야 할 산 친구들만 소복이 모여 있어 걷는 걸음은 힘이 들었지만 마음은 참 평안하고 행복하다.


이제 갈 잎의 노래를 끝으로 다시 신록으로 물들고 이 꽃 저 꽃 앞 다투어 필 것이고 그 속에서 산중 친구들은 나름의 삶을 만들어 낼 것이다.


오랜만에 편안히 앉아 훈훈한 바람을 맞는다. 그저 아무생각이 없이 멍하니 멀리 바라보고 있으니 몸도 마음도 어느새 텅 빈 듯한 편안함이 밀려온다.


무리를 지어 산에 들었지만 걸음을 조절하여 앞 도 뒤에도 서지 않고 홀로 산행을 한다.

덕분에 종일 혼자 산중에 들어있다.  간간히 앞 사람들을 만났지만 금새 거리가 벌어지고 해서 오늘은 그동안 듣지 못한 산 이야기 실컷 들으라는 뜻인가 보다 하고 생각을 한다.


태악산... 


왜 이름이 태악산 인지.  그리 악산도 아니고 간혹 바위덩이 작은 것 몇 개 나온 것 밖에 없는데 .. 태악산 이라 부름은 좀 과장이 되지 않았나 ..혼자 빙긋 웃는다. 태악산 정상에서 지나온 구간을 휘 둘러본다. 멀리 아스라이 무등산이 우뚝하다. 앞으로 가야할 마루금이 잔  파도처럼 물결을 이룬다. 한 낮의 연무로 멀리 갈수록 그 푸르스럼 한 빛이 오히려 신비하게 느껴진다.  멀구나...  저 속에 수많은 마음속의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니 어린아이 명절 기다리듯 잔뜩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심한 공복을 느꼈다. 아직 점심을 하기엔 이른 시간이었지만 조용한 혼자만의 시간을 털고 일어서기가 싫어서 신발을 벗고 등짐을 내려 한 끼니를 잇는다.


골난 속마음에 험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먹기 좋은 반찬과 따뜻한 밥을 들고 보니 그저 미안한 생각이다.


말은 험하지만 믿음이 없으면 어찌 그냥 대충 지날 수 있으리오 만은, 이러니저러니 잔소리는 앞으로는 그리 하지 말란 뜻인 것을.. 하지만 어찌 사람이 살다보면 지킬 것 다 지키고 살 수가 있으랴..


앞으로 몇 번은 더 미안한 일들을 할 것 같고 해서..미리 그러지 않겠노라는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덕분에 잔소리는 좀 더 늘어났지만...


아침을 굶겨서 보낸 게 마음에 걸렸는지 오늘 등짐 속에는 먹을 것이 이것저것 많다.  어차피 다 먹지도 않을 것을 무겁게 뭐 하러 넣었나 궁시렁 대면서도 주섬주섬 먹는다.

오후에는 체력이 달려서 등짐속의 먹을거리가 큰 힘이 된다. 오늘 힘들 것을 미리 알았나?.


개기재.. 

호남정맥의 한 구간을 끊는 개기재에 도착을 하니 어느 듯 저녁놀이 산마루에 걸린다.

뉘엿한 해떨어짐에 종일 걸은 피곤함이 가슴 편안한 행복감과 함께 밀려온다.


몇 잔의 하산 주에 온 몸은 더워져 오고 쏟아지는 졸음에 참을 수 없어 양지바른 뜨락에 졸고 있는 강아지 꼴이 된다.....




부연 :

자동차길 


들목 

동광주 나들목을 내립니다. (대구기준) 승주 와 보성을 잇는 15번 도로에 접근을 하면 문성석재라는 석물공장이 나옵니다. 여기가 들머리입니다.


날목 

벌교, 주암 방면과 보성읍으로 가는 18번 국도와 보성읍에서 화순으로 가는 29번 국도를 중간에서 잇는 58번지방도로 화순군 이양면 옥리 상촌마을 근처입니다. 지도상 개기재라고 지명이 나와 있으니 네비게이션에도 나오리라 생각을 합니다.



산길 

15번 국도 상에 있는 서밧재 도로변에서 (문성석재 공장 맞은편) 산으로 들어섭니다. 도롯가에서 곧장 500미터 산으로 올라붙는 형식인데 시작을 하자 야산 하나 넘어서면 광주학생교육원이 나옵니다. 지금 한참 공사 중에 있더군요.. 몇 동의 숙사 건물과 본부 건물은 교육기관답게 멋없는 공무원 건물이더군요..


이후 한 시간 반 정도 계속 오름길을 오르면 서밧재 에서 천운산 정상에 이릅니다. 거리가 약 4.65 km가 나오는군요. 실거리 입니다. 도상거리가 아닌..


이후 30분정도 내림 길을 내려가면 돗재에 도착을 합니다. 돗재는 2차선 지방도입니다. 눈썰매장이 있어서 광고 현수막이 도롯가에 걸려있고 돗재를 알리는 돌비석이 하나 있습니다. 돗재에 내려서기 전에 팔각 정자가 있습니다. 팔각 정자 쪽으로 하산을 하여야 돗재로 정맥을 따라 갑니다. 내려가는 방향에서 우측으로 주차장이란 표지가 나오는데 그쪽도 역시 돗재로 가기는 하는데 눈썰매장을 거쳐서 가는 비 정맥입니다. 참고하시고요..


이후 돗재에서 다시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오르내림의 간격이 좁아서 피로도가 꽤 심한편입니다. 돗재 까지는 서밧재 에서 6.6km 입니다. 대략 2시간 정도 소요가 됩니다.


이후 한 시간 쯤 더 가면 태악산이 나오고 저는 여기서 한숨 돌리고 점심을 하였습니다.

여기까지 서밧재 기준 9.5km 가 나옵니다.


이후 노인봉 까지 계속 오르내려야 합니다. 큰 봉우리는 아닌데 잔잔한 오르내림에 진이 다 빠집니다. 여름에 이 구간을 하면 꽤나 애를 먹겠습니다. 봄이라 해도 아직 쌀쌀한 편인데 물이 꽤 쓰였습니다.

서밧재 기준 노인봉까지 11.8km 나옵니다.


이후 성재봉을(12.7km) 지나 내려서면 말머리재입니다. 말머리 재는 산길 경운기 길 정도입니다.  이후 한참을 오름짓을 하면 촛대봉에 도착을 합니다. 여기까지 꽤 힘이 들었습니다. 서밧재 기준으로 여기까지 17.3km 나옵니다. 6시간 쯤 걸렸습니다.


촛대봉에서 다시 앞으로 긴 능선을 바라보면 산불감시탑이 있는 두봉산이 보입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키 작은 산죽들이 간간히 나오고 산길은 별로 헷갈림 없이 길이 뚜렷하고 표지 리번이 아주 잘 붙어 있어 어려움 없이 갑니다. 단지 오르내림이 심하여서 계속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주 쉬어 주면서 가시면 나름데로 즐거운 산길이 될 겁니다.


촛대봉에서 두봉산 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립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 내렸다가 올랐다가 몇 번을 더 하고 나면 개기재 도로에 떨어집니다.

서밧재 기준으로  22.8km 가 나오고 전체 8시간 10분 걸립니다.


거리 측정은 gps 실거리 입니다. 도상으로 20km 나온다고 되었는데 10%정도 더 나온 것으로 봐서는 그리 큰 오르내림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잔잔한 오르내림이 간격 없이 연속으로 나오는 파도타기? 형식이니 피곤도가 좀 더 했다는 뜻이 될 겁니다.  천천히 진행을 하시면 참 즐거운 산행이 될 것 같습니다.. 조용하고 높지 않은 산들로 나름데로 산 맛을 충분히 느끼실 겁니다..


안전한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우측에서 좌측으로 갑니다.

 

 

이제 남은 구간도 얼마 남지 않은가 봅니다. 지도상으로..

 

 

오르내림이 톱날 처럼 촘촘합니다.

 

 

서밧재입니다.

 

광주학생교육원을 지나면서

 

간간히 이런 좋은? 길도 간혹 나옵니다.

 

 

갈 길의 뒤쪽입니다.

 

 

천운산 정상 통신탑.

 

 

천운산에 선두 팀 들이 보입니다.  이분들을 한발 먼저 보내고 후미와는 간격을 벌리고.. 그렇게 해서 조절합니다.

 

 

 

돗재를 바라보고 내려갑니다.

 

돗재

 

 

잔잔한 산마루에 사람 살기 좋은 골입니다.

 

 

평화...

 

 

편안함..

 

 

 

지나온 길.

 

두봉산

 

두봉산에서 거의 5킬로 넘게 갑니다...

 

개기재... 대중교통인 노란버스가 올라오더군요..

 

 

산행 마무리 5분전에 중간 팀들을 봅니다..

출처 : 유유산방
글쓴이 : 무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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