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3구간
(둔병재-별산-천왕산-구봉산-서밧재)
일시 : 2011년 2월 20일 일요일 맑음
행정 : 전남 광주군, 화순군 동면
구간 : 둔병재 - 별산(687m)-천왕산(424m)-구봉산(320)-서밧재
거리 : GPS 실거리 : 19.7 km
시간 : 09:00- 16:15(7시간15분)
출처 : http://cafe.daum.net/uusanbang
이름도 없는 산봉우리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섰다. 전남 화순의 여기저기 군락을 이룬 부락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고 동북호의 파란 물은 시원하게 보였다.
불어오는 바람은 부드러워서 편안했고 눈앞의 산마루에 아직도 녹지 않은 잔설이 여기저기에 묻혀있다.
매서운 바람대신 부드럽게 스쳐 지나는 바람에 어느새 두꺼웠던 눈들도 작은 흔적만 남긴 채 하나둘 바람 속으로 날라 가 버린 것이다.
호남정맥 둔병재.. 안양산 휴양림의 편백나무 숲이 첫발걸음을 반긴다. 삼림욕을 하기 좋다는 문구와 함께 잠시 숲이 산책로를 만든다.
오늘은 날씨도 많이 풀리고 간간히 잔설은 있지만 그래도 눈이 많이 녹아서 산행을 하는데 편안하다. 미리 일기예보를 보고 두텁지 않게 옷을 입었건만 그래도 연신 흘러내리는 땀들이 이제 곧 계절의 옷을 바꿔 입을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듯하다.
등로 옆의 난초는 겨울의 눈 속에서도 굳건히 버티어 그 푸른색이 더욱 실하게 느껴진다. 이제 곧 푸른 싹들이 돋아나고 봄을 기다리는 나뭇가지에선 봉우리 마다 봄물을 가득 채울 것이다.
그리고 이내 그 봉우리를 터트려 빨갛고 하얀 꽃들을 피울 것이다. 벌써 봄이 우리 곁에 다가온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산마루에서 맞는 바람은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 훈훈하고 부드러운 꽃잎 같은 바람이 나를 감싼다.
멀리 부락에서 아득히 개 짖는 소리와 함께 그 바람은 여기저기로 봄소식을 알리러 분주하다.
간간히 달려와서 흐르는 땀을 씻겨주는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함께 와서 산마루에서의 평안함을 알려준다.
잠시 숨소리 거두고 망연히 나무 등걸에 앉아 멀리 하늘을 본다.
파람..
파랗게 물들인 하늘엔 어느새 따뜻함이 묻어있다. 싱그러운 냄새와 함께 눈이 녹은 물들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얼었던 땅속은 기지개를 켜듯 흙이 부풀어 올랐다.
겨우내 얼었다가 이제 그 얼음이 풀리면서 흙이 부풀려진 것이다.
세상의 만물은 이렇듯 계절의 신호를 어김없이 지켜내고 있다. 나도 이제 계절의 신호를 받아들여 뭔가 할 일을 찾아야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내 자리에서 내 할 일을 찾는 화두를 잡고 산을 내려서야 할 것이다. 이제 다시 일주일을 시작 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
매주 산에 올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고 집으로 가지만 사람 사는 일이 그리 호락하게 생각 데로 되지를 않는다.
그럴 때 마다 그냥 일이 되는 데로 가지만 지나고 나면 늘 후회를 한다. 도무지 언제쯤이나 깔끔하게 내 맘에 들게 나는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직도 멀었나.. 이 나이를 가지도록..
엉덩이 털면서 자리를 일어선다. 다시 길을 가면서 길가의 바싹 마른 누런 풀잎들을 본다. 할 일을 다 하고 저 자리에서 흙으로 돌아가는 .. 그리고 다시 세월의 수레바퀴를 돌리듯 자양분을 만들어 새로 싹을 틔울 생명들에게 그 양분을 공급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새잎의 어느 부분에서 그 목적을 이룰 것이고..
결국은 생각한다는 자체도 그저 무의미 할 뿐이다. 생각을 하던 하지 않던 세월은 그대로 있을 테고 저 혼자 안달복달하다가 세월이 지나감을 노래를 할 뿐인 것을..
애초에 모든 것은 모두 그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는 것인데 나는 여기저기 괜한 일을 찾아 실없이 다니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지나 않는지..
사람이 미련하여 알면서도 의심을 하고 일러주어도 실행으로 선듯 옮기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탓하며 산넘어 저 들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잠시 생각의 넋을 놓고 있다.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소리와 함께 뒤서거니 앞서거니 산행 길에 같이 나선 일행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마루정상에 올라선다. 비록 무명의 호남정맥 한자리에 솟은 봉우리이지만 그 나름의 산세를 뽐낸다. 얕은 산이던 높은 산이던 산은 자기 이야기를 충실히 한다. 다만 사람들이 이 산 저 산에다 턱없는 이름을 붙이고 깨 방정을 떠는 것이지..
경사가 심한 길을 내려서면서 역시 호남의 산들이 까칠하다고 생각을 한다. 어느 봉우리던 간에 쉽게 자리를 허락을 하지 않는다. 나름 데로 호남의 맛을 충실히 보여준다. 덕분에 산 꾼들의 몸에서는 땀방울들이 뚝뚝 돋아난다.
오늘은 그리 멀지 않는 길인데도 힘이 꽤 든다. 오르내림이 많아서 그런지 꽤 많은 힘을 쏟는다. 등로에는 작은 나무와 큰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였는데 그 가지 친 나무부스러기들을 모두 등로에 아무렇게나 흩어놔서 길을 가는데 무척 애를 먹는다. 이왕에 가지를 쳤으면 최소한 등로를 피해서 한쪽으로 몰아서 해 놨으면 칭찬을 들었을 걸 하는 소리가 나온다.
누가 시키고 누가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지방자치단체에서 등로 정비를 하면서 등로에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자란 작은 나무들을 가지치기를 한 모양인데 아예 등로를 일부러 막은 듯, 오해를 주기에 충분하다. 일을 시킨 사람이나 일을 한 사람이나... 아마 일을 하기 싫어서 억지로 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아예 등산이라는 개념을 모르고 산길에다 자른 나뭇가지들을 여기저기 함부로 막 버린 생각 없는 사람이거나...
인간이 짐승들하고 다른 점은 생각을 한다는 것인데.. 이렇듯 아무 생각이 없이 일을 하는 사람이나 부질없는 생각만 잔뜩 들은 내 머리나..
혹시 나도 이렇듯 생각 없이 일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나뭇가지를 피해서 이리저리 옮겨가는 발자국을 따라서 지난 한주일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을 해 낸다...
산마루에서의 그 평화스러움이 산길을 걸으면서 가지 친 나무의 성가심에 또 다시 마음이 좁아져 온다...
사람아...
길이 험하면 돌아서 가면 되지..
그만해라... 그만하고 좋은 하늘이나 한 번 더 쳐다보시게.. 파란하늘이 저기 있잖은가..
역시..
도심의 마음보다는 숲의 마음이 훨씬 더 큰가보다....
부연
자동차길
둔병재..
대구에서 88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가서 다시 호남고속도로로 접속.. 이후 동광주 t/g에서 내립니다.. 이후 광주2고속도로인 민자도로을 이용을 하여서 화순방면으로 갑니다..
이후 안양산 휴양림이 있는 둔병재로 다시 지방도로 길을 잡아서 들어갑니다.
찻길을 일일이 설명하기는 그렇고 ....
편하게 네비게이션에 [안양산휴양림]을 입력을 하시면 될 듯합니다.
서밧재..
서밧재는 광주나 화순, 동북면에서 보성으로 가는 15번 지방도입니다. 도로가 아주 잘 되어있습니다. 네비게이션에 [문성석물] 이라고 입력을 하시면 될 듯합니다.
석물공장이 길가에 있어서 찾기가 쉬울 겁니다.
산길
둔병재 안양산 휴양림 정문을 조금 못 미쳐서 출렁다리가 있습니다. 그 고개 마루에 보면 표지 리번이 달려있어서 들입인줄 알수가 잇습니다. 이후 잠시 올라서면 철망으로 막아놓은 농경지(산약초재배지)가 있습니다. 그중에 철망이 누워있는 곳을 타 넘고 들어서서 가야 합니다. 쭉 올라서면 다 낡은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이후 편백나무 숲을 잠시 지나 등로는 편안히 갑니다. 이후 500-600미터 급의 산봉우리들을 넘나듭니다... 몇 개인지 헤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여튼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이후 잠시 임도가 나오고 다시 올랐다 내려서면 어림재입니다. 마을길을 잠시 걸어 나오면 2차선지방도로가 나오고 길을 건너서 다시 산으로 올라붙습니다. [동면]이라는 도로표지판과 그 옆에 식당 인 듯한 촌집이 있었습니다. 별다른 특징은 없이 그냥 지방도로를 건넌다는 개념입니다. 둔병재에서 한 시간 12분 걸렸고.. 정확히 gps 거리로 4.1km 가 나왔습니다.
다시 500미터 급을 몇 개를 넘어서 687미터의 오산, 별산. 암봉 ... 이라는 여러 개의 이름이 지도마다 다른 바위 덩이 산 꼭지에 닿습니다... 동복호와 뒤돌아서서 화순읍과.. 주변을 조망을 합니다... 풍경이 참 평화스러웠습니다. 이후 다시 오르내림은 계속되고 이름 모를 재를 하나 내려서서 다시 600고지를 올라서고.. 다시 오르내림을 합니다... 롤러코스트입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다시 도로를 만납니다. 삼거리 지방도로인데 도로가 좀 요란스러웠습니다. 무슨 깃발도 펄럭이고..
삼거리가든인가.. 식당이 하나 있고 적벽가는길 이라는 돌 비석도 길 가장자리에 앉아있습니다.
동복호를 가다가 보면 바위 절벽이 나오는데 옛날 어떤 이가 적벽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가보지 않아서 적벽인지 청벽인지.. 확실히 모르지만 하여간 적벽이라고 하니 그런가 봅니다...
여기가 지도상으로 묘치 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묘치고개 라고 불렸는가 봅니다. 여기서도 도로를 건너서 맞은편 언덕으로 또 오릅니다..
어림재에서 여기까지 2시간 40분 걸렸습니다...
[화순적벽/ 전라남도 기념물 제 60호/ 화순적벽은 전남 화순군 이서면 장학리, 모산리. 창랑리, 일대 동복천 상류 창랑천 약 7km에 걸쳐 크고 작은 수려한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예로부터 잘 알려진 명승지이며, 아름답고 빼어난 자연경관과 웅장함으로 인해 조선조 중종(1506-1544)때 임억령(1496-1568)이 적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적벽가는길 이라는 돌비석 아래에 이렇게 붙여져 있었습니다....
다시 낑낑대고 올라서면 이제부터 300미터에서 424미터인 천왕산까지 또 롤러코스트를 탑니다... 그러다가 이동전화 통신중계탑이 두 개가 있는 구봉산을 마지막으로 서서히 고도를 낮추어서 서밧재에 도착을 합니다.. 서밧재는 잘 만들어진 국도입니다...
이렇게 해서 호남정맥 13번째 구간을 끝을 냅니다.
지난구간은 초록색, 이번구간은 청색, 앞으로 가야할 구간은 적색선입니다.
여기서 고개마루방향으로 조금만 올라서시면 진입로가 나타납니다.
둔병재에서 잠시 올라서면 정자가 나옵니다.
어림재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어림재 마을길로 내려서서 도로로 나갑니다. 맞은편 산으로 올라갑니다.
둔병재에서 어림재까지 기록입니다... 4.1km가 나옵니다. 한시간 12분 소요입니다.
별산, 오산, 산악회에서 나눠준 지도엔 암봉으로도..
묘치고개.. 아래 도로는 화순 보성 가는 15번 국도 입니다.
역시 맞은편으로 올라섭니다.. 여기서 부터 가지치기 한 잡목으로 아주 성가신 산행을 합니다.
천왕산... 꽤 시간이 걸리더군요.
이후 통신탑.. 여기까지 오면 서밧재까지 채 20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다 온거지요.
저 앞의 산을 넘는게 아니고 옆으로 우회.. 우측으로... 살았다 싶더군요..ㅎㅎ
서밧재가 내려다보입니다. 15번 국도입니다. 묘치고개와 연결이 되는 도로입니다.
문성석물.. 혹시 네비게이션에 나오는지..
이 산악회에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벌써 4번째 갔는가 봅니다...
마지막 총정리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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