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1구간
(방아재-만덕산-수양산-유둔재)
일시 : 2011년 1월 16일 일요일 맑음
행정 : 전남 담약군 대덕면, 창평면, 남면
구간 : 방아재-만덕산(575m)-수양산(5910-국수봉(557)-유둔재
거리 : 지도상 : 21km gps 실거리 : 24 km
시간 : 08:50- 17:50(9시간)
출처 : http://cafe.daum.net/uusanbang
등 에는 20Kg가 넘는 군장을 매고 머리엔 철모를 쓴다. 완전군장을 하고 M16 소총을 왼쪽 어깨걸이로 매고 군장위로 10Kg 가 넘는 M60 기관총을 가로로 얹었다.
무릎까지 빠지는 경기도 양평의 이름 없는 고지를 가슴이 터질듯한 숨 가쁨을 안고 오른다. 치마처럼 길게 늘어지는 설상복이 구부려진 무릎 끝에서 치적거리면서 걸려 이리저리 미끈거리다 줄딱줄딱 넘어진다.
뒤따라오는 고참병은 연신 고함을 친다.. 군기 빠진 놈들 오늘저녁에 죽을 각오해랏.. 등등으로..
산허리 8부 능선에다 거총을 시켜두고 곡괭이와 야삽 등으로 땅을 판다.. 가로 20미터 세로 15미터 쯤... 널찍하게 판다.. 사람의 키만큼 파야한다.. 꽁꽁 언 땅은 곡괭이의 날카로운 날끝을 튕겨낸다. 흙이 얼어붙어 돌조각처럼 튕겨진 흙 조각들은 얼굴과 철모로 사정없이 날라 와 가격을 한다..
어느 정도 얼은 땅을 걷어내면 그 다음부터는 일이 쉽다. 금방 흙들을 파 내려가니..처음 얼어붙은 땅거죽을 벗겨내는 게 참 힘들다.
네모지게 깊숙이 판 분대 참호는 가로로 나뭇가지들을 걸고 솔가지를 덮는다. 비늘을 덮고 다시 솔가지를 덮고 그리고 흙으로 살짝 덮어 위장을 한다. 그 위로 눈을 뿌려서 다시 위장을 하고 출입구를 개구멍처럼 낸다..
혹한기 동계훈련..
부대에서 출발을 해서 첫날을 이렇게 이름 모를 고지에서 일주일 동안 먹고 자고 할 분대 참호를 구축을 하는 일부터 해서 일주일치 훈련이 시작된다.
오리지널 교육사단의 전투병과 출신... 훈련도 논산훈련소에서 받은 것이 아니라 사단 훈련소에서 8주간 병 기본 훈련과 주특기 훈련을 받았다. 졸병으로 자대로 배치를 받아서 가니 바로 혹한기 훈련이 걸려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훈련을 따라나섰는데.......
몇 십년 만에 온 강추위라 한다.
새벽에 집을 나오는데 일주일 전의 날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오늘 산행이 걱정이 된다. 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바로 손가락이 시려온다. 얼굴을 할퀴고 지나가는 찬 냉기는 예사 냉기가 아니다.
호남정맥 11번째 구간....
다시 방아재 고개 마루에서 차를 내린다.
차안에서 이런저런 장비를 착용을 하고 나왔지만 아이젠은 버스 속에서 하지 않고 차에서 내려서 하는데 그새 손가락이 차가운 날씨에 뻐덩거리면서 둔해진다.
미끈거리면서 올라서는 만덕산 오름길에서 옛날 젊은 시절 군대 생각이 난다.
그때도 아마 이처럼 추웠었다. 이정도의 기온은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하루종일 눈 속에서 지내면 군화가 다 젖는다. 밤에 모포 몇 장을 둘러 덮고 군화와 같이 밤을 새야 하는데 발치 아래 군화를 벗어놓고 그냥 자고 일어났다. 낮 동안 눈에 젖은 군화는 밤새 얼었다. 군화 목을 벌려 신으려고 하자 그만 군화의 목이 부러진다...
아침부터 맨 발로 쪼그라 뛰기에 원산폭격.. 졸따구가 군기가 빠져서 군화목 분질러 먹었다고.. 내 바로 위의 선임도 같이 얼차려를 받는다.. 신병 교육을 잘못 시켰다는 이유로.. 그날 낮에 난 점심 후에 선임병에게 귀싸대기를 몇 대 맞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난 3년을 군복무를 하면서 내 후임에게 단 한번도 폭력을 쓰지 않았다. 그 흔해빠진 조인트도 한번 날리지 않았다... 얼마나 그게 서러웠으면..
호남정맥 만덕산을 넘어 내림 길에서 나는 1981년 그 추웠던 시간과 눈 많았던 경기도 양평을 생각한다.
그 일주일 동안 밤마다 목 부러진 단화 같은 군화를 신고 산 아래까지 바로 위 선임병과 같이 내려가서 술심부름을 다녔다.. 산 아래까지 가서 수통에 소주를 채워오면 군화 속은 눈이 들어와 다 젖어 있었다.. 젖은 군화를 가슴에 끌어안고 그 습기와 냉기를 참아가며 새우잠을 잤다..
수양산 직전에는 호남정맥 중간점을 알리는 스테인레스 표지목이 서 있다. 많은 산님들의 기념 리번들이 한 나뭇가지 전체에 매달려있다.
오늘도 호남정맥엔 눈이 많다. 하지만 꼴찌로 따라가는 바람에 럿셀은 하지 않아서 나름 편안하다. 온몸을 고어텍스 의복과 좋은 등산화, 머리엔 귀를 덮는 모자에 눈을 보호 할 선글라스, 안면모 등으로 완전무장을 하였다. 군대 시절에 비하면 날라 갈 것 같은 장비를가지고도 오늘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날씨가 차가워지니 몸이 굳어서 내 마음데로 되지 않는다. 서너 주일 전부터 생긴 서혜부의 멍울은 산에 들지 않으면 없어졌다가 산에 들어서 두어 시간 지나면 살살 커지기 시작을 해서 걸음을 놓는데 여간 불편을 주는게 아니다. 병원을 간다간다 하면서 벌써 한 달을 바라본다.
종일 눈길을 걸으면서 2O대의 젊은 나이에 원하던 원치 않던 경기도의 이름 모를 야산들을 사계절 내내 돌아다녔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
역시 젊다는게 얼마나 싱싱하고 좋은건지.. 이런 생각이드는 것을 보니 이제 나도 나이 듦이 실감이 나서 혼자 씁쓸하게 웃는다.
수양산 정상에서 멀리 화순군과 창평면의 넓은 호남의 들을 바라다본다. 흰 눈이 쌓여 참으로 보기에 좋다. 한 낮이건만 기온은 회복이 되지 않고 그 추위가 대단하다.
발이 시려 등산화 속으로 내도록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걷는다.
아이젠을 한 신발은 무겁고 걷기에 참 불편하다.
발목 부러진 군화는 일주일 내내 나를 괴롭혔다. 신병이라 새 군화 한족은 외출 휴가용으로 보관하고 또 한족은 고참병이 뺏어갔고. 한 족은 목이 부러졌으니.. 뺏어간 군화대신 다 닳아 빠진 헌 군화를 군장에 매달고 왔는데 이놈은 신발이 맞지를 않는 그야 말로 군장용 군화였다..
그 때 생긴 뒷꿈치 동상은 거의 십년 넘게 나를 괴롭혔다.
군대 때의 그 일을 생각을 해서 열심히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걸었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발가락의 냉기는 점점 수그러진다..
몇 년을 산을 다니면서 등산화 속의 발이 시려울 정도의 추위는 없었다. 하긴 눈 오고 바람 불고 날씨가 춥고 여름에 비오고 하면 산행을 나서지 않았으니...
2010년에 이어 올해 8월까지는 군대 행군 같은 산행을 하여야 하는가 보다.
이제 정맥을 마치면 다시 기맥과 지맥을 하지 않을 생각을 한다.
1대간 9정맥을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냥 즐기는 산행을 하고 싶다. 목적 산행이 아닌...
국수봉을 놓치고 임도로 계속 간다. 나중에 gps 를 보니 정맥을 놓치고 엉뚱하게 임도를 타고 간다. 같이 간 산악회 사람들이 임도 중간의 하얀 눈밭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춥기도 하거니와 눈 속에 앉으려고 하니...
그래서 그냥 지나쳐서 임도를 벗어난다. 다시 정맥을 찾고 나서 바람 부는 방향을 피해서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 부지런히 먹는다. 빨리 먹고 이 추위를 벗어나려고..
산행을 하기위해 에너지를 보충을 하려고 하는 행위 외엔 다른 것은 없다. 맛의 즐거움도 식사 후의 나른함도 없고 .. 오후의 나머지 산길을 가기 위한 보급품의 보충이다.
산 중턱에서 산 아래까지 분대 식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
본대에서 트럭에 실려 온 석식과 조식이다. 그러면 분대용 식깡을 두 명의 병사가 들고 내려간다. 한 통은 부식 통이고.. 이렇게 서넛이 산 아래까지 내려가서 식사를 받아서 낑낑거리면서 들고 올라와 고참 식기의 밥부터 챙긴다.. 그렇게 아침과 저녁을 산 아래로 내렸다가 올랐다가 밤중에 술심부름까지....
내 산행 기초는 아마 군대에서 만들어 진 건가 보다..
하루에 산을 올랐다 내렸다를 두세번씩 했으니..
그렇게 고참들 식사를 챙기고 졸병들은 정말 눈 깜작 할 새에 자기 밥을 먹는다. 그리고 다시 잔밥과 함께 식깡을 챙긴다.. 저녁 준비를 해 놓고 훈련을 참가를 한다..
그러니 자연 식사시간이 짧다..
오늘 산행에서 먹는 점심이 꼭 그런 기분을 낸다. 군대서 먹던 밥시간과 거의 같다... 단지 사회 밥에 보온밥통 밥이라 아직도 김이 살살 올라오는 따뜻한 밥이라는 것...
밥을 먹고 일어서니 서혜부의 멍울이 제대로 성이 나서 꽤 커져있다.. 이놈이 몇 날을 내 몸에 붙어서 없어지지 않고 끈질기다.
이번에 산행을 마치면 정말 병원에 가봐야겠다 란 생각을 하면 다리를 움직이는데 참 걸리적 거린다... 통증도 점점 심해지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4시간을 더 넘게 가야하는데.. 천천히 걸으니 춥고.. 좀 걷자니 왼쪽 서혜부의 통증이 다리 뒤쪽 근육과 무릎에 까지 통증을 전달하고..
그렇게 서너 시간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간다.
멀리 눈으로 덮힌 들과 산의 설경의 아름다움도 그저 건성으로 보이는 그림 일뿐이다.
산행을 왜 군대식으로 해야 하나.. 지금 내 나이에 새삼 군대 생활을 다시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힘든 목적을 가지고 이 길에 난 서 있나 하는 생각이 ... 그래서 오늘 나는 이 산속에서 하필이면 군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고 많은 아름다운 생각들을 놔두고..
이제는 이 산행들이 모두 정리가 되면 마음이 편안한 산행을 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아픈 다리를 위로를 한다.
무등산은 눈구름을 무겁게 덮어쓰고 있다. 한쪽 켠 으로 석양이 붉게 무등산 허리를 감싸안았다. 이제 다시 해는 어둠을 향해 가서 밝게 비추어 질것이고, 점점 그 모습을 만들어가는 달은 희뿌연 구름 을 깔고 해의 반대 방향에서 나타 날 것이다.
그 달빛아래 굶주린 짐승들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눈밭을 돌아다닐 것이다...
나처럼 힘들게..
땅거미 길게 깔리는 유둔재 도로는 하얀 눈길이었다. 어떻게 여기에 버스가 올라왔나 궁금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귀찮았다. 얼마나 몸이 힘이 들었으면..
얼음장 같이 차가운 맥주에 소주를 부어 두 잔을 거푸 마신다.. 차가운 술이 이내 몸을 덥혀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귓가로 들으며 이빨이 시려운 알콜이 목을 타고 넘는다....
산 아래 술심부름 가서 같이 간 선임이 한잔 준 막걸리가 세상 어느 술 보다 더 달았듯이... 오늘 호남정맥 유둔재의 소맥이 이렇게 달고 맛이 있을 줄이야......
부연
자동차길
호남고속도로 옥과 I/C 나 창평 I/C에서 내립니다. 방아재는 방축리로 네비게이션에 입력을 하면 대덕면 방축리로 나옵니다.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좌표는 북위35도14분08.6초 , 동경127도04분48.6초 로 네비에 입력을 하시면 정확 할 것입니다.
유둔재는 887번 지방도로 상에 있는데 유둔리로 입력을 하시면 될 것입니다. 좌표는 35-09-20.9 , 127-03-17.3입니다.
산길
방축재에서 바로 야산으로 붙습니다. 야산 능선을 하나 넘고 나서 잠시 내려섯다가 만덕산오름 길로 접어듭니다. 이후 정맥 특유의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길의 방향은 어려움이 없고 단지 많이 온 눈으로 초반부터 힘이 많이 쓰입니다. 눈이 없는 것 같으면 7-8시간 정도 하면 될것 같은데 이 날은 컨디션도 좋지 않고 눈이 많아서 9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길은 어렵지 않고 적당했습니다..
꽃피는 봄에 산행을 하면 아주 좋을 듯합니다. 풍경도 참 좋았습니다. 입석리에서 국수봉 방향으로 오르는데 첨에 임도로 시작을 합니다. 임도를 잠시만 따르고 곧이어 산능선이로 붙어야 합니다. 계속 임도를 따르면 길이 훨씬 멀고 정맥도 아닙니다. 임도를 따라서 계속 가면 정맥을 만나기는 합니다 만은 길은 훨씬 멀고 힘도 덜 들지 않습니다...
즉 임도로 가는 게 더 손해란 말씀을 드립니다...
이후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시원한 풍경과 함께 나타나고 노가리재가 나옵니다... 이름이 희한 합니다 만은 ...
어디가 까치봉 인지 모르고 넘어가고 이후 유둔봉이 나오면서 대충 산행이 마무리 단계로 들어갑니다.
기억에 남게 오름도 없고 그렇다고 쉽지도 않은 고만고만한 산행이지만 눈이 많아서 참 힘이 들었습니다...
녹색선은 지나온 구간이고 파란색 선은 이번 구간진행입니다.. 붉은 색은 앞으로 남은 구간입니다.....
만덕산에서 바라본 수양산과 가야할 국수봉 능선입니다.
호남의 들이 넓습니다.
눈꽃이 아름답습니다.
파란 하늘과 눈 꽃.
호남에서 눈을 실컷 봅니다.
호남정맥이 끝이 난건가요?... 시작이 반이고.. 여기까지 반 했으니.. 다 한것 아닌가요..ㅎ
은행이나 24시마트로 바로 가면 돈 되는데..ㅋ
범죄없는 마을 .. 입석리 입니다..
여기를 올라서서 임도를 따르지 말고 산으로 드셔야 국수봉도 보고 정맥을 옳게 갑니다.. 산악회 선두가 임도로가는 바람에 그저 눈길을 따라서 가다보니 정맥을 놓치고 엉뚱한 임도로 갔습니다.. 트랙을 수정을 하였는데 옳게 되지 않아서 내도록 마음이 언짢습니다.
활공장에서 내려다본 호남의 풍경입니다.
바로 아래 한옥이 있습니다. 일부러 한옥 마을을 만든것인지... 아래 사진은 줌을 해 봤습니다.
무등산은 눈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고.. 그 넘머로 붉은 불이 붙은듯 석양이 아름답습니다.
이제 거의 끝이나는가 봅니다....
유둔재 도로는 눈이 하얗게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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