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12구간
(유둔재-북산-무등산-안양산-둔병재)
일시 : 2011년 2월 6일 일요일 맑음
행정 : 전남 담양군, 광주광역시 북구
구간 : 유둔재-북산(777.9m)-무등산(1178.5m)-안양산(853.1)-둔병재(안양산휴양림)
거리 : 지도상 : 14km gps 실거리 : 16 km
시간 : 09:44- 16:37(6시간53분)
출처 : http://cafe.daum.net/uusanbang
명절 연휴의 끝 날..
다시 호남의 자락을 밟고 있다.
지난 몇 구간을 고통스럽게 진행했던 터라 오늘은 어떻게 하던지 좀 천천히 진행을 할 요량이었는데 마침 새해 시산제를 오늘 구간에서 지낸단다.
새로 옮긴 동호회 산악회라 경비를 받는 안내 산악회 보다는 이런저런 사정들이 많다. 덕분에 그동안 소원했던 동호회 산악회의 정겨움도 많이 느꼈던 하루였다.
산을 들면서 나름데로의 멋과 생각과 행동들이 있겠지만 마음이 드는 사람들과 어울려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것도 참 좋겠단 생각도 한다.
나란 사람은 워낙에 홀로 다니기를 좋아해서 좀 어색하고 어울리기가 물가에 기름 돌듯 뱅글 거리지만 그래도 쳐다보는 눈길에 즐거움이 돋아나는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리자 모두들 부산하게 움직인다. 한쪽에서 떡국을 끓이고 한쪽에서는 제를 지낼 준비를 한다.
유둔재 도로 옆 조그만 밭 자락에서 이런저런 준비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역시 사람은 자기 멋에 일을 진행을 하여야지 능률이 오른다는 간단한 진리를 또 한 번 느낀다.
금방 산신제 상이 차려지고 예식은 진행이 된다. 맨 끝줄 어정쩡하게 진행을 따라하던 나도 사람들의 무리에 이끌려 절을 한다..
그렇게 하고 아침 겸 떡국으로 요기도 하고 음복 주 라면서 막걸리 잔이 돌아다닌다.
술 좋아하는 이내 몸이 오늘은 그동안 말썽을 부리던 다리의 통증을 잡기 위해서 어제 저녁부터 먹은 약으로 해서 아쉽지만 술을 물린다.
산행을 시작도 하기 전에 술이 돌고 해는 벌써 중천이다. 아침 10시가 다 되어간다. 하긴 오늘 행사로 구간을 짧게 잡았나보다. 지도를 보니 짧은 구간이라.. 나도 오늘은 다리쉼을 충분이 해 가면서 진행을 할 수 있겠다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보내고 유둔재를 출발을 한다. 한 봉우리 두 봉우리.. 호남의 산봉우리 하나하나 넘으며 앞으로 다가 올 무등산의 그 너른 덩치를 생각을 한다. 작은 400고지대의 저삼봉을 넘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다시 허벅지의 통증이 전달이 된다.
약 기운이 무색하게.. 지릿하게 저린듯한 기분 나쁜 통증이 시작되어 가던 길을 멈추어 선다. 뒤에 오던 사람들이 같이 가자며 이야기를 한다.
먼저들 가시라 하고 잠시 섰다가 가다가.. 그렇게 내 걸음을 조절을 한다.
오늘 산길이 짧아서 사람들이 모두들 여유만만하게 가는 바람에 나도 내 다리를 조절을 하면서 진행을 하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아직도 산속의 눈은 많이 남았다. 일부는 거의 다 녹은 상태지만 응달지고 바람이 센 곳은 여전히 눈이 갈 길을 붙잡는다.
아이젠을 할까 말까 하는 갈등 속에 길은 점점 늘어난다. 이럴 때가 제일 싫은 때 이다. 아예 아이젠을 할 정도이던지.. 그렇지 않던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어중간하다.. 그 어중간함이 산길이 끝날 때 까지 계속이다. 부지런히 아이젠을 벗어다 신었다.. 그렇게 길을 간다.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잠시 혼자만의 길을 간다. 그 토록 차갑던 날씨가 어느 사이 이렇게 많이 풀렸다. 입고 있던 옷들이 하나둘 씩 배낭 속으로 들어간다. 아직 겨울이 다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겨울이 끝이 난다는 편안한 마음이 가득이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언제부터인가 감각이 무디어져서 왜 그런가 했었는데 지난겨울 호남과 한남정맥을 하면서 살짝 동상에 걸렸던 모양이다.
신발 속에서 차가운 발가락을 열심히 꼼지락 거렸지만 발에 꽉 끼는 신발과 한강물도 얼려버린 동장군이 엄지발가락을 살짝 얼려버린 모양이다.
왜 그런가 한참동안 궁금했는데 동상이란 것에 짐작이 가자 지난겨울이 얼마나 추웠던가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겨울..
겨울하면 나의 경우는 80년 겨울 양평의 남한강이 떠오른다.
입대해서 자대로 배치 받은 지 1달도 채 안 되었을 때다. 그해 12월에 사단장 배 스케이트 시합이 있었다..
자대 배치 받아 면회도 외출도 외박도 .. 휴가는 10달 전에는 언감생심 일 때.. 갑자기 중대 스케이트 선수를 뽑는다고 한다..
중대 선임하사가 와서 사회서 스케이트 타 본 놈 손들어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얼결에 손을 들었다.
그때만 해도 군대에서 거짓말 하다가 들키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완전 초짜 이등병이었으니..
40명이 한방을 쓰는 길다란 내무반 복도에서 그 선임하사는 나 보고 스케이트 타는 폼을 잡아보라 한다..
맨발에.. 내무반 복도에서 .. 그것도 내복바람에..취침 점호 하고나서.. 참 어정쩡하게 어중간한 폼을 잡으니 달리는 시늉을 해 보란다. 그래서 열심히 어색하게 스케이트 타는 폼을 내고 나니 내일 중대 행정반으로 오라고 한다.
스케이트야... 사회 있을 때 동네 여학생이나 꼬이려고 살방살방 타던 물건이라.. 간단히 생각하고 고참들의 질시와 시기어린 눈동자를 뒤로하고 2박3일간 공무휴가를 간다. 집으로 .. 스케이트를 가지고 오라고 해서..
남한강 꽁꽁 얼은 얼음위에 오전 8시에 준비를 해서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을 신발을 벗기지 않는다... 허리 굽혀 빙판을 도는데 50바퀴 100바퀴...
아이구 세상에.. 동네 가시내들 하고 살방 거리면서 타던 스케이트와는 택도 없는 짓거리였다..
3일간의 휴가가 2주간의 지옥훈련으로 변하고...
12시부터 1시까지 간부 부인들이 만들어준 사제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 5시까지 그 짓거리를 또 한다.. 신발을 벗을 수가 없으니.. 얼마나 발이 시려운지.. 발이 시렵지 않으려면 그저 뺑뺑 도는 수밖에 달리도리가 없다..
그렇게 졸병시절을 보낸다. 12월을 그렇게 보내고 다시 1월에 동계 훈련이다..
그때부터 내 발은 북극의 펭귄발이 된 모양이다.
가끔씩 지금도 발 여기저기서 차가운 기운이 돌면 따갑고 지릿한 기분나쁜 통증들이 그때 만들어진 병증이었던가 보다..
눈길을 걸으면서 그 젊었을 때의 펄펄 끓던 몸과 마음을 되새겨본다. 참 좋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엔 얼마나 마음의 번뇌와 엉뚱한 생각들로 괜한 고민들을 머릿속에 잔뜩 품고 살았던가 .. 신경성 위염 .. 역류성 식도염.. 되지도 않는 시시껄렁한 생각들로 쓸데없던 고민을 안고 살았던 시절에 생긴 병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유치하고 시간 아까운 짓을 했지만 그 당시의 나이로써는 꽤 고민을 하고 살았다..
지금 돌아보니 그런 모든 게 귀엽고 웃기고 풋풋하고 싱그러운 좋은 때였다..
하늘을 본다. 무거운 눈을 솔가지 위에 얹어 똑똑 눈 녹은 물을 떨구던 삭은 솔가지하나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발아래로 투툭 떨어진다...
살아 푸른 잎을 가졌던 삭은 솔가지 위의 눈이 이제 그만 땅으로 돌아가란 듯이 가지 끝에서 뿌리께로 옮겨준 것이다..
오래 지나지 않아 나도 저 땅으로 돌아갈 터..
지금의 이런 내 모습에 저렇게 땅으로 돌아갈 때 쯤 지금처럼 2십대의 날들이 행복하였다는 느낌을 나는 가질 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2십대의 그 푸른 솔가지들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삭정이도 아니고 싱그러운 솔가지도 아닌 참 어정쩡한 지금.. 나는 무엇을 하나.
멍멍한 생각 속에 차가운 바람이 몸을 식히는지도 모르게 망연히 서 있다..
북산...
소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잠시 올라서니 북산 정상에서 넓게 펼쳐진 무등산의 뒷모습을 본다.. 두툼한 무등산의 등허리는 씨름선수의 허리처럼 듬직하다...
머리위로 솟은 인간이 만든 철탑이 눈에 거슬리지만.. 그런 모습을 하도 많이 봐 온 터라..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무등산의 꼭지를 피해 허리춤께로 휘감아 돌아간다.
눈으로 뒤 덮혀 있어 걷기는 불편했지만 편안한 산책길같이 이어진다. 간간히 역으로 오는 산님들과 가벼운 인사를 하고 지나는 이 길이 참 행복하다.
규봉암..
멋진 자리에 앉아있다. 법당과 요사채를 보고 한 켠의 해우소도 본다.. 좁은 바위의 틈에 참으로 제자리를 잘 잡아 터를 만들었다란 생각을 한다.
규봉암을 들러 잠시 가니 또 한 채의 암자가 만들어지고 있다.. 도심에는 십자가..산속엔 만불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장불재에 도착을 하니 서석대와 입석대가 저 끝에서 도열 해 있다. 겨울 날씨가 아니면 한참을 앉아 편히 쉬고 싶은 자리였다.
다시 길을 잡아 둔병재로 향한다... 눈앞의 안양산이 펑퍼짐하고 바로 앞의 암봉은 제 성질에 못 이겨 날카롭게 서 있다...
멀리 광주시를 보지만 오늘은 연무로 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둔병재 경사가 심한 내림 길이 눈과 눈 녹은 물로 얼마나 길을 미끄럽게 하는지
엉덩이와 배낭은 시커먼 진흙 속으로 자꾸 내려앉는다...
부연
자동차길
유둔재
호남고속도로 창평에서 내려서 고서에서 소쇄원방향으로 887번 지방도를 따릅니다.
고서에서 택시를 이용을 하셔도 될 듯합니다.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둔병재
둔병재는 897번 지방도로와 연결이 되었는데 안양산 자연휴양림을 네비게이션에 입력을 하시면 될 듯합니다. 안양산 자연휴양림 매표소 가기직전에 둔병재 표지기가 보입니다.
산길
유둔재에서 호남정맥 안내간판이 서있는 경운길로 접어들어서 얕은 오름을 오릅니다. 이후 봉우리 두 개를 오르내리면 저삼봉이란 400고지가 나오고 이후 계속 작은 오르내림을 합니다. 눈이 없으면 길이 재미있을 법한데 눈이 녹아 얼음이 박혀 있으니 낙엽 속으로 자칫하면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저는 이날 다리가 부실해서 몇 번을 넘어졌는지 모릅니다. 하여튼 많이 넘어졌습니다....
이후 북산까지는 계속 오르내림이 됩니다. 고지가 4-600고지대라고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오른 고지여서 그 숫자의 크기보다는 힘이 들지않습니다 이후 북산이 나오고 북산정상에 서면 무등산이 크게 다가옵니다. 북산에서 신선대를 내려서서 통신탑이 바라뵈는 오름길을 버리고 임도로 따라서 갑니다. 이후 규봉암을 목표로 임도를 계속 따라서 갑니다. 이후 규봉암이 나오고 잠시 더 걸으면 장불재가 나타납니다.. 장불재에서 서석대와 입석대가 있는데 둘러보고 오셔도 됩니다.. 시간이 급하시면 그냥 가시고 나중에 무등산만 따로 날짜를 잡아서 충분히 보셔도 될 것 같고요..
장불재에서 입석대 방향과 반대쪽으로 KBS방송중계탑이 있는 쪽으로 갑니다. KBS방송기지국 정문 옆으로 암봉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외길이기에 혼동스럽지 않습니다. 암봉을 넘어가면 안양산이 코앞에 펑퍼짐하게 보입니다. 안양산 정상에서 안양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표지판을 보시고 내려오시면 됩니다. 10분쯤 내려서면 경사가 아주 심해집니다. 조심해서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이후 안양산 자연휴양림 매표소 앞입니다. 여기가 둔병재입니다.
길이 전체적으로 쉽게 파악을 할 수 있는 단순한 길입니다. 복잡하지 않고 혼란스러운 곳도 없습니다. 표지 리번을 잘 보시고 전체 마루금을 보시면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무등산은 무등산 정상은 버리고 옆구리를 빙 돌아서 간다는 개념입니다.
장불재에서 정맥 이정표가 없어서 좀 당황스러운데 KBS 무등산방송중계기지 정문 앞에 서시면 왼쪽으로 안양산과 암봉을 가는 길이 보입니다. 장불재에서 안양산과 암봉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금방 파악을 할 수가 있습니다... 참고 하시고 안전한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무등산 정상을 버리고 허리를 감고 돌아갑니다.
오늘은 높낮이가 순한 편입니다.
산신제를 지내고 이제 출발을 합니다.
산제를 지낸 자리..버스옆 밭자락에서 지냅니다.
잠시 두어번 오르내리면...
백남정재 입니다.. 여기서 2분이 탈출을 합니다. 발목이 좋지 않아서...
북산을 바라보고 갑니다.
무등산이 나옵니다.
무등산... 허리를둘러 갑니다.
점심... 선산곱창전골을 육수와 함께 가져오셔서 전골찌개로 점심을... 대단한 사람들입니다...ㅎㅎ
평화로움...
길이 참 좋습니다.
규봉암..아주 멋진 자리에 앉았습니다.
무등산 입석대이지요?..
장불재 쉼터.
방송중계기지 저기 작은 건물 왼쪽으로 갑니다.
무등산 정상에 군사시설물들입니다.
저기 암봉과 그 넘으로 펑퍼짐한 안양산이 보입니다.
안양산 가기전 암봉을 넘고..
안양산
안양산 정상에서 휴양림방향으로
저 아래가 둔병재 입니다.앞에 보이는 산을 넘어면 어림재일것입니다.
다 왔습니다.
휴양림 매표소 마당을 통과해서 빠져나오면 이렇습니다.
윗그림에서 위로 쳐다보면 정맥길인 출렁다리가 보입니다.
16킬로미터에 7시간 ... 놀다가 왔습니다. 덕분에 아픈다리 끌고 잘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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