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호남정맥(완료)

[스크랩] 호남정맥 8구간 (가인연수관 - 오정자재)

유유(游留) 2016. 2. 14. 00:21

호남정맥 8구간

(가인연수관 - 치재산 - 오정자재)



일시 : 2010년 12월 19일 토요일 맑음

행정 : 전남 담양군

:가인연수관-(30)-북추월산-(50)-천치재-(55)-헬기장-(35)-치재산-(50)-용추봉-(35)-508.4봉-(60)-오정자재

거리 : 지도상 : 13.6km          gps 실거리 19.4km

시간 : 08:45 - 15:20 (6시간 35분)



출처 : http://cafe.daum.net/uusan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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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 눈 덮인 들판을 갈 때에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 모름지기 어지럽게 걸어가지 말지니.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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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눈을 보면서 답설야중거를 생각한다.  이제는 머리가 녹이 쓸어 그중 한 행이 생각이 나지 않아 한참 웅얼거리다가 그만둔다...


싯 구절 다 외어 무엇하리 그 뜻을 알아 내 몸에 들어와 있으면 그만이지.. 그렇게 위안을 하면서..


금일 아 행 적.. 수작 후 인 정 이라.. 


연말과 더불어 내 인생에서 또 한 해가 빠져나간다.  하얀 눈을 뽀드득 소리 내어 밟으며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올 한해 무엇으로 내 인생의 뒤를 돌아다 볼 것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낮 부끄러운 짓들만 잔뜩 늘어놓았지.....  아들에게 딸에게.. 친구에게 그 누구에게 라도 떳떳이 내 길을 따라오라고 할 만하게 없다..


아니 내 길을 따라와서는 안될 짓들만 잔뜩 만들어두고 새해를 맞는다.

1월에는... 2월에는.. 그렇게 해서 12월은 가는데 달마다 칸칸이 걸리는 인생 헛발질들을 생각하니 하얀 종이 위에 점점이 떨어지는 코피처럼 흰 눈 위에 부끄러운 얼굴이 발갛게 물이 든다.


참 부끄러운 달도 있었고 가증스러운 달도 있었고.. 민망한 날 들도 많다.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 바쁘고 성가시고 일 많은 한해였다.


누가 그랬던가..  입에 말을 적게 하고  배는 적게 먹고  마음엔 일을 많게 하지 말라고...

말도 많았고 많이도 먹었고 쓸데없는 일들로 머리를 싸맨적이 끝이 없다. 해마다 반성을 하고 부끄러워 하지만 새 해를 맞아 몇 날 지나지 않아 그 못된 버릇들은 언제 그랬냐 싶게 내 주변을 맴 돌면서 어느 시점에 사람을 또 부끄럽게 한다.


한 봉우리 넘어 새 봉우리을 넘어서며 이렇게 힘들게 넘는 봉우리 역시 인생 봉우리 같다 란 생각을 해본다. 쉽게 넘을 수도 있지만 마음이 무겁고 가라앉으면 얼마나 힘든 걸음인지 산을 찾는 일이 많아지면서 그 깊이를 점점 느낄 수 있다. 

사람 사는 일 역시 마음의 일이 적어야 할 터인데...


가인연수관 뒤로 돌아서 산길로 접어드니 편안한 숲속의 냄새가 코끝에 맴돈다. 하얀 눈 밭 위엔 어느새 보리 싹이 움을 틔워 제법 잔디의 키만큼 자랐다. 하얀 눈 속을 뚫고 한 가닥 제 몸을 세우는 보리 싹을 보니 생명의 신비가 이렇게 경이로울 수가 없다. 잠시 앉아 그 자람을 보고 있노라니 혈기 뜨겁던 젊은 날의 내 기상들을 다 어디에 팔아먹었을까. 하는......  그때부터 답설야중거의 4행시가 생각이 난다.


모름지기 길을 어지럽게 하지마라는 선각자들의 말씀이 인생 해 넘어가는 이 나이에 더 절실하게 느껴지니..


천치재 도로를 건너 한참 가니 치재산이 우뚝하다. 지나온 추월산 마루금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맑은 해를 등에 업은 탓인지 희미하게 그 실루엣이 멋이 있다.

마음과 다르게 간단한 기능만을 가진 디카를 앞에 대어보지만 그 한계에 그만 두고 망연히 마루금 하나하나를 따라서 간다.


먼 길이라 생각을 하고 무던히 땅만 보고 걸었는데 지나고 보니 이리 가까운데 어찌 그 속에서 산속 이야기를 다 무시를 하고 헛숨만 쉬고 지나왔나 ..  쓸쓸한 후회가 희미한 마루금처럼 마음속에 뿌옇게 자리 잡는다.


전망 좋은 바위 끝에 앉아 솔가지 사이를 지나는 골바람 소리도 듣고 하늘 높이 날라 아래로 내려 쏟는 수리의 날갯짓 소리도 느껴보고 따스한 햇볕이 나에게 속삭이는 소리도 느껴보지 않고 그저 내 숨가뿐 인생사만 잔뜩 늘어놓고 산을 내려왔구나..


그저 산길을 걷는 내 두 다리에게 미안하고 그 많은 소리를 듣게 해준 내 귀에게도 미안하고 수없이 많이 보여준 내 눈에게도 나는 미안하다.


바로 듣고 바로 보고 바로 알아차렸으면  내 몸도 내 인생도 나를 얼마나 존경하고 사랑을 했을까 생각을 하니 올 한해 보내면서 내 자신에게도 나를 아는 모든 이에게도 또 한해의 신세만 잔뜩 진 것 같아서 그저 푸른 하늘만 쳐다 볼 뿐이다.


편안한 임도에서 한쪽 방향으로 가지를 펼친 소나무 몇 그루를 본다. 바람을 따라서 제 고집을 버리고 세월에 몸을 맡겼지만 그 자태가 참 멋있다.  소나무다운 나름의 고집을 버리고 ...

벼랑 끝에서 이리저리 멋지게 펼친 가지처럼 도도하고 고고하게 자기 삶을 살아온 낙락장송과는 달리 바람의 방향 만으로만 가지를 펼친.. 높지 않은 산비탈에 자리한 ...소나무답지 않게 그 기상을 포기한 듯한 가지 뻗음도 나름의 멋이 있다고 느껴진다.



세상살이에 정답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소나무 가지가 정이품 송 처럼 그렇게 뻗어나는 게  정석인 것처럼만 알고 있는 나에게, 저렇듯 세월의 방향으로만 쏠려진 가지에도 소나무의 기상을 열심히 이야기 해 주는 것 같다.  나름데로 멋이 있고 소나무의 정을 한껏 담은 산비탈의 나무 몇 그루를 파란 하늘과 함께 담아본다... 내 작은 기능의 작은 카메라에..


 금북처럼 꺽여진 소나무가 없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같은 하늘아래 같이 태어나서 비슷한 시기에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어렴풋이나 짐작을 할 수 있겠다. 같은 시기에 세상에 왔지만 금북의 소나무처럼 그렇게 무참히 세상을 버린 것에 비하면 나는 아직도 남은 세월에서 그 가치를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푸념을 할 시간도 남을 탓을 할 시간도 세상이 고르지 못한 탓도 내 운명을 나무랄 시간도 없어야 할 것 같다. 아니 세상에 나온 그 순간이나 그 전이나 그런 시간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한 어리석은 내가 있지도 않은 그 덧없는 시간을 만들어 이런저런 탓을 하고 있었지 않았나 하는 ... 


산봉우리의 마지막...

베어진 굵은 나무의 밑둥치를 의자 삼아 앉아 다리쉼을 한다. 잠시 한 줄기 바람이 스쳐지난다... 행복...


그래 행복 한 줄기 .. 그렇게 내 마음을 휘감아 보듬어 주고 지나간다...


호남의 8번째 걸음에서 후회와 아쉬움과 반성의 끝에 행복 한줄기 주워 담아 내려선다..



내려서는 언덕길에 염소들이 쳐다본다.. 염소 목장인가....  저녁 식당에서 염소탕으로 배를 채운다..  오늘도 많이 먹었다.. 적게 먹으라 했는데....   하루종일 생각과 행동이 이리 다르다.  한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ㅎㅎ



부연

 

 

자동차길 

88고속도로 순창나들목을 계속 이용을 합니다. 그리고 29번 국도를 이용을 합니다. 가인연수관 까지는 대중교통은 없습니다. 순창의 택시를 이용을 하여야 할 듯 합니다. 어중간한 코스 끊기이기에 대중교통을 고려하지 않은 순수한 자가차량 이용 코스입니다.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가인연수관에서 끊기 보다는 천치재에서 코스를 나누는 것도 좋을듯 한데 어차피 강천산 구간을 가자면 이것도 어중간한 코스이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어째든 오정자 재에서 코스를 나눈다면 여기 가인연수관도 괜찮을 듯 합니다 만은 문제는 대중교통 편이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택시로 해결할 수   밖에 없을듯 합니다.



산길 

가인연수관 건물 뒤편으로 개집이 하나 있는데 이쪽으로 들어서면 됩니다. 표지기도 붙어 있습니다.

이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종일 특징 없이 산을 갑니다. M 자형 산행이어서 추월산 마루금을 멀리 두고 뱅뱅 도는 기분으로 산행을 합니다.


특별히 힘들거나 길이 헷갈릴 구간은 없습니다. 그저 길 따라서 착실히 표지리번을 따라서 산행을 하시면 이상 없이 종일 행복한 길을 걷게 됩니다.


호남정맥의 처음처럼 그렇게 산이 깔닥 맞게 생기지도 않았고 그저 순하게 오르내림을 합니다. 그냥 마음 따라서 다리 힘 따라서 선선히 가시면 될듯 하고요..


치재산(신선봉) 정상에서 가시는 방향으로 정상에서 바로 우측으로 내려가시면 신선대라고 추월산 마루금을 시원히 조망을 할 수 있는 전망이 트인 장소가 있는데 굳이 일부러 찾아가시지 않아도 됩니다.


이후 특징없이 길을 가다가 용추봉을 올라섭니다. 멀리서 보면 힘들어 보이지만 슬슬 올라서시면 언제 올랐는지 모르게 금방 올라섭니다.


그리고 반시간 정도 가시면 지도상 암릉이라 표시한 부분이 나오는데 암릉이라 지도상 표시만 그렇다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암릉도 고만하고.. 그저 길가다가 간간히 바윗돌 몇 개 나온다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힘든 구간은 없습니다.


이후 내림 길로 죽 이어지다가 전선 철탑이 나오고 이후 왼쪽으로 꺽어서 내려서면 염소목장이 나오고 오정자재 도로가 있습니다.

아침에 이 도로를 따라서 찻길로 간 거리라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정리 하자면 특기 할 만한 곳없이 그냥 표지기 따라서 길따라서 천천히 진행을 하시면 어렵지 않게 끝을보는 산행입니다....  간단하지요 ㅎㅎ



늘 행복하고 안전한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갑니다.

 

 

 

 

용추봉 지나서 지도상 암릉구간입니다.

 

 

가인 연수관 입니다. 건물 뒷쪽으로 정맥이 이어집니다.

 

저번 구간에서 내려왔던 길입니다.. 눈이 왔나 봅니다.

 

 

가인연수관 뒷 편 입니다. 보리가 싹을 내 놓고 있습니다.

 

 

 

보리밭을 지나 산길로 접어 듭니다.

 

 

곧이어 나오는 유자형 도로입니다. 아침에 저 길로 올라왔습니다.

 

 

 

 

천치재 입니다... 여기까지 끊어도 다음 구간은 오정자 재입니다. .그러니 가인연수관에서 끊는게 맞기도 하고..

 

 

한 방향으로 가지를 튼 소나무들..

 

 

 

올해 첫 눈길을 갑니다.. 아이젠도 없고 스틱도 가지고 가지 않아서 많이 뒤뚱거렸습니다...

 

 

멀리 추월산 마루금을 희미하게 봅니다.

 

 

치재산을 넘어오니 이런 비석이 있습니다.

 

 

다시 용추봉을 향해서 낑낑거리고 올라갑니다.

 

 

켜켜이 쌓여있는 마루금입니다... 정말 가슴속이 다 시원합니다.. 담양호가 넘어가는 해를 받아서 금빛으로 빛이 납니다.

 

 

지난 걸음을 되 돌아봅니다.

 

 

골골마다 부락을 이루고 삽니다. 우리네들이..

 

담양호와 마루금들..

 

치재산이 보이고 지나온 봉우리 들입니다.

 

 

전라남도 담양군이라네요...ㅎㅎ 오정자 재 입니다... 이름이 오정자 인가?..

 

출처 : 유유산방
글쓴이 : 무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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