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 10구간
(중원마을(아홉골)- 백월산 - 홍동산 - 덕숭산 - 나본들고개)
일시 : 2010년 10월 10일 토요일 맑음 (여우비 조금 옴)
구간 : 아홉골 - 꽃조개고개 - 하고개 - 백월산 - 까치고개 - 홍동산 - 수덕고개(육괴정) - 덕숭산 - 나본들고개
거리 : 도상 : 22.8km gps 실거리 : 26km
시간 : 08:26 - 17:39 (9시간 13분)
출처 : 유유산방 http://cafe.daum.net/uusanbang
아홉골 도로가 의 대문 없는 농가 앞에 다시 선다...
벌써 보름이 넘었나보다.. 세월이 참 빨라서 세월을 이야기하기엔 내 마음이 따라갈 수가 없다. 격주로 길나서는 금북정맥이기에 지난번 구간을 여기서 끊고 다시 오늘 이 자리에 섰으니 벌써 보름이란 시간이 흘렀다.
축산농가가 많아서 축사의 냄새가 아침의 상큼함을 멀리 보내버렸지만 들녘 풀잎에 맺힌 이슬이 촉촉이 발목을 적시는 시골농가의 한적한 길은 서늘한 아침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세속에서는 오를데로 올라버린 채소 값으로 시끌벅적하지만 산골 들녘 한모퉁이 돌아서면 보이는 채소밭에서는 무와 배추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항상 그렇지만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는게 마련이다. 지금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만 솟는 채소값도 조만간에 곧 내림길로 가겠구나 며 싱싱하게 자라는 채소밭을 사진에 담는다..
이걸 뭐하게?... 하는 생각도 하면서..ㅎㅎ
정맥을 하면서 이 곳 저 곳을 다니는데 가는 곳 마다 같은 나라 같은 언어를 쓰는 한민족이지만 그곳만의 특유한 느낌은 다 달라서 ..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하는가 보다.
충남의 홍성땅..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뜻한 지방 같다란 느낌이다. 중용을 중히 여기는 선비의 고장.. 그런 말을 쓰고 싶다란 생각도 든다. 산세도 그렇고 가끔씩 만나는 밭일하는 농부와의 대화 끝에서도 그런 느낌을 갖는게 나만의 생각일까...
하여튼 충남 땅에서 사람의 살가움을 느끼고 농촌을 농촌답게 느낀다고 하여야 하나, 사람들은 하나같이 순박하고 정겹다. 친절하고 웃음이 수줍다..
시끄럽지 않고 영악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아서 참으로 편하다. 그렇다고 투박하지도 않고 무뚝뚝하지도 않다. 그런 이곳이 맘에 들고 정이 든다.
오늘 가는 충남 땅의 이름도 재미나다...
아홉고개.. 갈미고개, 퉁퉁꿀, 꽂조개고개. 하고개.. 까치고개. 살포쟁이고개... 홍동산.. 육괴정... 수리고개.. 맞고개.. 나본들..
하나같이 정겹고 내 나라다운 이름이다. 어떻게 보면 여성스럽다고 할까.. 하여튼...
산행을 시작하자 바로 만나는 열녀 난향의 묘를 지나 잠시 뒤에 나오는 충령사.. 충령사의 만해 선생의 동상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잠시 올라 남산의 팔각 정자에서 가지고 간 막걸리 내어서 좋은 사람들 하고 한잔씩을 한다. 눈앞에 펼쳐진 풍요로운 홍성들을 바라보면서 운동 나온 홍성사람들과 정겨운 눈인사를 한다. 얼핏 보아도 참 살기 좋은 고장일 것 같다. 잠시 다리쉼을 하고 다시 정맥은 이어진다.
살포쟁이 고개 어디쯤에서 다 같이 둘러앉아 맛있는 점심을 하고 백월산 오름길에선 다리의 뻐근한 통증을 즐긴다. 빼 문 혀가 한 다발이 되어갈 때쯤에 백월산 돌탑에 달린 산불방지 카메라의 두 렌즈가 눈웃음을 친다.. 고생했다고..
백월산에서 바라본 홍성과 서해바다는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경북 내륙지방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전경이라 가슴의 설레임을 어찌 표현을 할 수가 있을까..
사방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다.. 오서산이 멀리 우뚝하니 서 있고 시계바늘 방향으로 돌아서면 서해가 해무의 은빛을 받아서 새초롬히 반짝인다. 그 옆으로 홍성골 사람 사는 동네가 높지도 낮지도 않은 건물로 조화롭게 만들어져 있고 마지막으로 누렇게 물들어가는 풍요로운 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서해의 반대편 하늘은 파람과 흰 빛으로 대비가 되어 더 없이 눈이 부시다. 백월산 정상의 띄엄하게 돋아난 억새는 그 빛을 받아 은빛이 더욱 빛이 난다. 참으로 평화스럽고 풍요로운 전경이 아닐 수 없다. 한참을 자리에 앉아 멍하니 멀리 바라본다. 먼저 간 일행이 잠시 떨어진 산신각 뒤 바위 위에서 손짓으로 부른다..
산신각..
마음씨 좋을 듯한 목각의 산신과 그 옆에 두어명 시종이 서있고.. 제단에는 정화수 그릇과 막걸리 세병이 올라져 있다.. 눈이 번쩍 뜨인다..
같이 간 막걸리 좋아하시는 산님 한분과 서로 눈빛이 맞는다..
먹을까요?..
먹어도 될까?..
뭐 어때요.. 제 지낸 제주인데.. 우리가 절하고 음복하면 되지요..
술 을 먹는게 아니고 우린 음복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 그러면 들어가서 절 해라..
그래서 작당한 결과...
서울 장수 막걸리 한 병에 종이컵 한잔씩 다시 술을 치고.. 그 종이컵 밑자락에 천원짜리 제전도 놓고 ... 절 세 번하고..
막걸리 두병 들고 나와서 마파람에 게눈.. 어쩌고 하듯이 꿀꺼덕 했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도 산신이 되었다고.. 산신이 마시는 술을 우리도 마셨으니.. ㅋㅋ
똥건방진 소리를 함부러 해 대며 백월산 오름에 길게 빠진 혀를 쑥 잡아넣은 명약을 마시고 다시 기운을 얻어서 백월산을 신나게 내려옵니다...
산신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좋은 일만 하겠습니다.. 그럭하면서..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서두.... )
산신주의 힘인가.. 까치고개까지 한달음에 내려오니.. 산행대장의 전화가 날라온다.
어디고?..
까치고갠데요..
에헤이... 그 밖에 못왔나.... 선두하고 한시간 10분 차이가 나네..
선두가 어디에 있는데요.
지금 홍동산이라 카는데...
빨리 온나..
알았심다......
맥 빠진다... 쌔빠지게 왔는데.. 아직 거기냐고..?.
그나마 같이 막걸리 뚱쳐먹고 희희낙락하던 산님이 이제부터 구간은 전에 했다고 여기까지 하고 수덕사로 가서 놀다가 마지막 장소로 간다고.
잘 가라고..
이런.... 총무님과 나.. 그리고 후미의 선화선배, 중희선배, 홍선생, 둘녀님..을 모시고 간다..
빨리 오라고 하니 빨리 가야지 뭐..
태풍 곤파스와의 전쟁으로 덩치 큰 소나무들이 여기저기 허리를 꺽여서 누워있다. 덕분에 쓰러진 소나무에 머리를 받고.. 혹불도 나고.. 얼굴엔 소나무 가지에 긁혀 생채기도 생긴다. 그렇게 상처 난 산불지역과 태풍으로 초토화 된 지역을 벗어나니..
눈 앞에 벌떡 서 있는 덕숭산이 앞에 들어온다.
육괴정.. 다른 말로 수덕고개..
슈퍼에서 껄떡거리며 마신 콜라 덕분에 덕숭산 정상에 시간 맞춰 서고.. 수덕사도 보인다. 선두 중 일부는 저리로 갔다고 한다. 가서 절하고 온다고.. 정맥 왔으면 정맥에 충실하지 절은 또 뭐고... 어쩌고 궁시렁 거리면서 덕숭산 내림 길을 미끄러지듯 내려오니.. 멀리 나본들 45번국도 건너서 파란 버스 옆에 막걸리 뒤풀이가 벌어져 있다...
막걸리 좋아는 제가 어떻게 한 건지는 산님 여러분들이 익히 짐작을 하실거고..
대구로 돌아오는 길이 멀기만 하더이다..... 마음이 아직 홍성 땅을 떠나지 않은 탓인지......
부연
자동차 길
들목
예산수덕사 톨게이트를 나옵니다. 이후 홍성읍 방향으로 21번 국도를 탑니다.. 다시 609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홍동.장곡 방면으로 가다가 홍동면에서 광천읍으로 우회전하여서 잠시만 가면 아홉골입니다... 네비게이션에 아홉골을 입력하셔도 될 것입니다.
날목
45번 국도가 있는 나본들 고개는 국도가 아주 잘 되어 있습니다. 해미로 가셔서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도 되고 저 같이 아랫지방 사람들은 다시 예산수덕사 톨게이트로 와서 각자의 댁으로 가시면 될 것입니다.
산길.
아홉골 농가의 개 사육장 옆과 우사의 사이로 길이 있습니다. 대나무밭을 지나고 좌측으로 꺽어서 나가면 시멘트 길이 나옵니다. 이후 길 따라 계속 가시면 됩니다. 표지리번을 잘 보시고 가시면 크게 길이 어려움이 없습니다. 지금 태풍의 영향으로 큰 나무들이 많이 쓰러져서 등로를 가로 막고 있습니다. 해서 우회를 한다고 하다가 보면 길을 벗어나서 본의 아닌 알바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것만 주의를 하시면 됩니다. 표지 리번도 나무가 쓰러지면서 많이 없어졌습니다... 참고 하시고요..
아홉고개에서 도로가 나오는 갈미고개를 지나 전라선 신성역이 나오는데까지 죽 가시면 됩니다. 신성역사 로 가지 않고 2009년 12월에 완공된 전라선 신성역 육교를 건너시면 됩니다. 그전에는 신성역 쪽으로 횡단을 하셨는가 봅니다. 육교를 건너서 바로 앞에 보이는 농가쪽으로 가시면 마을 안쪽에 표지기가 있는데 그쪽은 정맥이 아닙니다. 마을을 바라보고 우측으로 우사가 하나 있는 곳으로 산기슭 아래로 경운기 길로 갑니다. 계속 가시면 좌측으로 산을 오르는 소로가 나오고 지금은 태풍의 영향으로 나무가 많이 쓰러져 있어서 등로가 혼잡스럽습니다 만은 올라서면 등로가 뚜렷이 보입니다. 마을을 통과해서 올라오는 길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길은 정상적인 정맥 마루금은 아닙니다.
이후 횡단보도가 있는 꽂조개 고개입니다. 여기는 4차선 왕복도로입니다. 21번 국도가 교차를 하는 곳 입니다. 이쪽으로 국도는 고속도로 수준으로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후 길을 건너 잠시 올라서면 충령사가는 계단 입구가 있고 만해 한용운 선생의 동상도 보입니다. 정맥은 충령사 계단 전에 무슨 찻집 같은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 전 즉 도로에서 건물사이로 산기슭을 타고 올라야 정맥인데 충령사 계단으로 올라서도 그리 흠이 될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고 홍성 사람들의 동네 뒷산인 남산 정상의 팔각정 가기 전에 정맥은 곧바로 직진으로 갑니다. 우측의 남산 정상까지는 1분 거리입니다.
이후 수리고개 맞고개가 나오는데 어딘지 모르고 계속 갑니다. 그러면 4차선 왕복 도로인 29번 도로의 하고개가 나옵니다. 하고개를 횡단을 하는 것은 좌측으로 좀 가면 지하도로가 있습니다... 그렇게 건너시면 됩니다. 꽃조개 에서 하고개까지 대략 70분쯤 걸립니다. 아홉고개에서 꽂조개까지는 90분쯤 걸렸고요..
하고개에서 백월산 까지는 고만고만 한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면서 점점 기운을 빼 갑니다. 백월산은 멀리서 보면 정상에 뾰쪽한 돌탑이 보이고요.. 금방 백월산인 걸 알게 됩니다..
정상에는 돌탑에 산불감시무인카메라가 달렸고 조금 떨어진 곳에 백월산 산신각이 있습니다. 여기저기에 촛불을 켜서 제를 지낸 흔적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웬간한 바위에는 거의 그을음이 묻어 있고 제물도 있더군요. 조망이 좋아서 서해바다와 오서산 홍성읍내 등.. 경관은 아주 좋았습니다. 시간만 있으면 백월산 정상의 벤치에 앉아서 얇은 시집 한권 정도 읽고 내려갔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더군요..
약간 급한 내림길을 내려오면 홍성 생활쓰레기 소각장이 있는 까치고개입니다.
까치고개 직전에 정맥을 따라서 내려오면 우측에 전원주택처럼 잘 지은 주택이보이고 정맥은 폐가 비슷한 건물이 길 앞을 막고 있습니다. 좌측으로는 녹슨 철조망이 가로 막고.. 그래서 거의가 다 우측의 마을 쪽으로 내려가신가 봅니다.. 알바 구간입니다.
길이 막혀 있는듯 하지만 철조망을 따라서 계속 폐허쪽으로 가면 폐허뒤쪽으로 등로가 아주 희미하게 있습니다. 이곳이 정맥입니다. 그리로 들어서서 5-10분정도이면 까치고개에 도착을 합니다. 갈오리 라고 지명이 되어있는 돌비석이 도로가에 있습니다. 하고개에서 여기까지 95분 정도 잡혀있습니다..
까치고개 즉 갈오리에서 홍성생활쓰레기 소각장 간판을 보면서 그 소각장 철망에 붙어서 죽 오시다 보면 좌측으로 산길을 접어듭니다. 이후 태풍으로 길이 난잡한 곳과 산불이 난 곳을 지나서 홍동산 정상에 닿고 그곳에서 3-40분을 더 가면 덕숭산이 앞을 가로 막는 수덕고개(육괴정)에 도착을 합니다. 갈오리에서 여기까지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원래는 여기까지 산행을 하기로 하였는데 아침에 산행대장이 버스 안에서 조금 더 늘려서 덕숭산을 넘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고 하더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덕숭산 정상에서 가야산 쪽을 보니 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구간인 가야산과 석문봉을 넘어 가려면 덕숭산 까지는 해야 되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덕숭산 정상을 올라서니 참으로 경치가 좋았습니다... 용봉산은 저 아래 보였고.. 가야산이 지는 해의 노을빛을 받아서 참 멋져보였습니다.. 가야산 옆으로 원효봉이 뻗어있고 약간 뒤로 돌아 아래는 용봉산이 바위의 빛을 내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 석문봉이 쬐매 보이고 .. 충남의 진산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장쾌한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 합니다... 다음구간이 정말 기대 됩니다... 물론 또 혓바닥 을 얼마나 길게 빼야 저 곳에 닿을지 대충 짐작을 하지만...
멀리 고속도로처럼 잘 닦인 45번 국도건너 휴게소 앞에는 집으로 돌아갈 버스가 있습니다.. 길 건너 언덕에서 손을 흔드니 막걸리에 취한 선두가 두 손으로 환영을 합니다...
내 술 남겨뒀겠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갑니다.
오르내림이 꽤 많이 있습니다.
홍성읍 파노라마 사진입니다.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수 있습니다.(카페 유유산방기준입니다)
아홉골 출발지 입니다.
아홉골 출발지의 우사 앞. 개사육장 뒤편으로 들어갑니다.
배추밭...
만해선생님과 함께
충령사 남산의 정자
안개비 님과 정자에서 한잔.. 원래 선비는 이런데서 마셔야 한다고..ㅎ
잠깐 여우비가 왔습니다...
으름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높아서.
홍성읍내입니다.
백월산 정상입니다.. 멀리 뒤로 가야산이 보입니다. 원효봉이 쬐금..
홍성의 진산 용봉산..
갈오리.. 까치고개 직전에 이런 폐가 뒤쪽으로 들어가면 희미한 정맥이 있습니다.
수덕고개(육괴정)... 이곳 까지 하렸는데 다음 구간 생각을 해서 덕숭산을 넘습니다..
가야..원효봉.. 뒤로 석문봉이.. 장관입니다. 저녁 사광을 받아서 더 멋이 있습니다.
45번 국도가 고속도로 처럼.. 저 아래가 나본들고개입니다.
마지막.. 이제 마시고 집에 갈 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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