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금북정맥(완료)

[스크랩] 금북정맥6구간(각흘고개-차동고개)

유유(游留) 2016. 2. 14. 14:38

금북정맥 6구간




일시 : 2010년 8월 14일  비옴.

행정구역 : 천안시, 공주시, 예산군

거리 : 도상 16.2km   gps 실거리 18.1km  시간 : 7시간

경로 : 39번 지방도 각흘고개(아산시와공주시경계) - 봉수산(534m) - 극정봉(424m) -

       명우산(382m) - 절대봉(353m) - 서재 - 차령고개(예산군과 공주시의 경계지점)

 




우르렁 땅.. 꽈르릉.... 

봉수산 오름길에서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와 천둥번개는 바로 옆에서 터지는 포탄 같다.

비록 전쟁을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옆에서 포탄이 터지면 이런 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가슴이 두근대고.. 평소 지은 죄가 많아 온 몸이 오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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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비 소리에 잠에서 일어난다. 도시락 준비를 하면서 연신 이 비 오는데 어찌 갈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궁시렁 대는 집사람의 푸념이 귓바퀴에서 뱅뱅 돈다..


어쩌나..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비가와도 어느 정도 와야 하는데 지금 대구는 엄청 쏟아진다. 어제 공주 예산 쪽으로 비가 많이 왔다고 뉴스에서 나오던데. 가도 괜찮을까...

머릿속은 갈등이지만 몸은 벌써 집을 나서고 있다.


이런 정도면 병으로 치자면 중병인데....


항상 차를 타던 곳에 나오니 비가 잦아들고 .. 내심 속으로, “봐라 잘 나왔지. 집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는 실천이 우선이다..” 라고 혼자 위안을 하며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수인사를 하고 자리를 잡는다.


새벽에 내리는 비 소리에 설 잠을 잔 탓인지 버스 자리를 잡자 바로 곯아떨어진다.

한참을 잤는가보다. 휴게소에 사람들이 내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다 차를 세우지.. 그렇게 투덜대며..


각흘고개..


벌써 2주일이나 흘렀다. 지난번 차동고개에서 각흘고개까지 참 많이 힘이 들었던 생각을 하며, 천안의 아산시와 공주시의 경계에 서 있는 이 각흘고개에 다시 선다.

오는 중에 대전을 지나 공주로 들어서니 차창을 때리는 비 소리가 요란하더니 각흘고개에서는 구름만 잔뜩 품고 습기는 엄청 높았지만 아직 비는 시작을 하지 않았다. 멀리 천둥소리만 요란하게 우르렁 대고 있다...


잘 하면 오늘 비를 살살 피해서 산행을 할 수 있겠다는 얄팍한 생각은 산행시작 후 몇 십분도 되지 않아서 무참히 깨어지고...


각흘고개에서 증명사진 남기려고 카메라를 내어드니 버스 속 에어컨 밑에 있다가 습기 찬 후덥지근 날씨 덕에 금방 렌즈에 뿌연 김이 서리고 ..

할 수없이 그냥 집어넣고 출발을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앞선 사람은 벌써 숲속으로 들어 가버리고 없고 나는 오늘도 꼴찌에서 어리벙벙하게 앞선 사람들의 꽁무니를 따라 들어선다..


처음부터 경사가 심하다. 지난주에 지리산 국골 산행 후 젖은 신발이 아직도 마르지 않고 있어서 다른 신발을 신고 왔더니 죽죽 잘도 미끄러진다. 많이 닳아서 신지 않았던 신발인데 오늘 제대로 걸렸다. 너 오늘 죽어봐라 하는 듯하다.. ㅎㅎ


급한 경사를 하나 넘고 고만고만 봉우리들이 차례로 지나간다. 숲속은 두터운 구름에 갇혀 깜깜하다. 모두들 하는 소리가 랜턴을 켜야 할 지경이라고 ... 


갑자기 천둥소리와 함께 나뭇잎을 두둘기는 빗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한다. 급히 우의를 꺼내 입지만 몸은 이내 다 젖는다. 얼마나 세차게 쏟아지던지..


이제 본격적으로 하려나보다.. 어차피 이래된 것 오늘 빗 속 산행 함해보자. 그렇게 맘먹고 편하게 비를 맞는다. 10여분도 되지 않아 신발 속은 홍수가 났고 속옷까지 다 젖는다. 오랫동안 산을 다녔지만 이렇게 많은 비를 산행시작하자 바로 맞기는 또 처음이다.  그나마 비만 오면 그런데로 괜찮겠는데 천둥번개는 바로 옆에서 번쩍 거린다.


같이 가던 산님은 천둥소리에 깜작 놀라 그 자리에서 몸을 낮춘다...   번쩍거리는 번개에서 몸을 낮추어야지.. 천둥소리는 그냥 개 방귀뀌는 소리라..  그렇게 생각하면서 번쩍일 때 마다 나도 몸을 낮춘다.. 그러다가 문득...  지금 번개하고 장난하나?..  피시식 웃음이 난다..

내가 지금 번개를 피하자고 번쩍일 때 마다 몸을 낮추나?..... ㅋㅋ


그냥 의연하게 봉수산 봉우리를 향해 오른다.. 천둥번개는 점점 더 심해진다. 앞선 사람들의 스틱이 걱정이 된다..  나도 gps 의 전원을 꺼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 생각도 하고..


이 나이 먹을때까지 그리 겁내지 않고 세상을 살았는데 봉수산 봉우리를 코앞에 두고 천둥번개에 가슴이 쿵닥거린다..  오늘 내가 번개를 맞고 무슨 일이 생기면 ...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 “미친놈 그 비 쏟아지는데 산에는 뭘라고 갔노...”  아니면 “그 자석 평소 죄 지은게 많은가보다.. 그러니 번개 맞지...”,  “그렇게 가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가더니 번개 맞고 죽을라고 갔냐..” 하면서 영정사진 앞에서 눈물 흘릴 마누라.... ㅎㅎㅎ  온갖 생각이 다 든다..


그러기나 말기나 번개는 연신 번쩍거리고...  대전기라 하나..  어느 번개 하나에 몸이 찌릿해진다.. 바로 옆에서 터진 번개인데..  좀 떨어진 곳에 고압선이 지나는 바람에 그쪽으로 번개가 간 모양이다.. 

98년도 뱀사골에서 태풍으로 번개가 요란할 때 등줄기에 이 대전기에 맞은 적이 있다. 그때는 등줄기가 참 따끔하게 아프더니 오늘은 어깨에서 손끝으로 찌릿하다. 

번개가 바로 옆에서 칠 때에는 대류전기라 해서 공중의 습기에 의한 전류가 흐른다고.. 그때 알았다.. 바로 정전기의 따끔함처럼 그렇게 몸으로 타고 들어온다..


나중에 알았는데 다른 산님은 스틱을 쥔 손에 대류전기를 타고 왔는지 스틱이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란 말을 한다. 하산주를 할 때.. 그러고 보니 뇌성이 바로 옆에서 많이 터졌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된다.


봉수산 정상을 피해서 정맥 길로 선다. 산대장은 봉수산으로 향한다. 그래서 번개 치는데 뭐 하러 가느냐고 그냥 바로가자며 정상을 피해서 얼른 내리막을 향한다.. 한참을 내려서니 천둥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신발이 미끄러워 그런다. 내림길에서 서너번을 엉덩방아를 찧는다. 두 번째 미끄러졌을 때는 결국 왼손을 잘 못 짚었는지.. 조그만 바위에 손목을 부딪치며 엄청 아프다.. 한동안 무거운 것은 못 들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뼈가 상하지 않았는지 한참 주물러 본다.


봉수산을 빠져나오면서 멀리 고압선 철탑을 보는데 번개가 그쪽에서 연신 번쩍 거린다. .. 저 속을 지나왔으니...  그래도 고압철탑 덕분에 잘 지나온 것 같다.  그쪽으로 번개를 몰아갔으니...


죄는 많았어되 아직까지는 불려 올라 갈 만큼은 짓지는 않았나 보구나.. 혼자 중얼거리며 우의 속의 몸을 한껏 웅크리며 걷는다..


부영산 종이 정상표지를 보면서 우의를 벗는다. 약하게 오는 비라 차라리 비를 맞으려고 벗었다. 이미 온몸은 젖은 상태이고 .. 배낭커버만 단단히 한 채 우의를 벗었다. 카메라는 비닐에 꽁꽁 싸서 집어넣었고 ..


얼려간 막걸리 두병을 꺼내어 비속에서 한잔씩 잔을 돌린다.  무슨 거대한 상륙작전을 하고 난 듯한 득의만만한 얼굴로 서로를 그 요란한 번개 속을 뚫고 지나왔다는 무용담? 을 이야기 하면서 그렇게 산행은 이어진다.


시장기를 느껴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에는 거짓말처럼 비가 그친다. 희뿌연 안개로 시야는 없지만 그래도 점심은 먹고 가라는 뜻인가.. 모두들 신기해하면서 도시락을 꺼내든다. 

극정봉을 넘어설 때는 비는 그치고 습기가 장난이 아니게 땅속에서 올라온다. 특히 벌목지대를 지날 때는 그 후끈한 열기와 습도.. 신발속의 불은 발은 너무나 답답하였다. 길을 걷다가 걸음을 멈추어서 양말을 짜고 다시 신고.. 서너번 정도는 그렇게 한 것 같다.


다른 산님의 맛난 간식을 얻어먹어 가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산언저리를 가슴은 신선처럼 몸은 비 맞은 생쥐처럼 그렇게 걷다가 보니 어느새 멀리 명곡 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저거 보이고 나서 한 시간 안에 차동고개에 선다고 하던데..   이제 다 와 가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이 드니 신발속의 불은 발은 더 크게 아우성이다.  빨리 가서 제발 신발 끈 좀 풀어라고....


돌아오는 버스 속.. 샌달 신은 발을 쳐다본다.. 불어 쪼글쪼글 해진 발 피부가 어느 정도 제 색깔로 돌아온 듯 하고.. 


너 참 고생이 많다... 주인을 바꾸던지.. 니가 더 무던해지던지...  오늘 고생 많았제?..  ㅎㅎ



http://cafe.daum.net/uusanbang






부연 


찻길 

대전 당진 간 고속도로 유구i/c로 나옵니다. 39번 지방도 아산시와 공주의 경계점인 각흘고개 휴게소에서 출발을 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차동고개 공주시와 예산군 경계인 고갯마루 차동휴게소에서 유구 I/c로 진입을 하여 왔습니다...  오늘 들머리 날머리는 예산군이나 공주시 아산시의 대중교통을 이용을 하시면 될 듯합니다.  ok mountain 사이트에 가시면 홀대모의 많은 산님들의 산행기 중에 대중교통에 필요한 정보들이 많이 있습니다.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자가 차량을 기준으로 말씀드립니다.



산길

각흘고개에서 들입의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들입을 들어서서 대략 20분정도 오름길이 시작을 합니다. 한 땀 흘리고 다리 근육도 풀어지면 첫 봉우리인 385 봉을 지납니다. 이후 380-90봉을 차례로 지나고 534봉인 봉수산으로 오릅니다. 저는 번개가 너무 내리는 바람에 봉수산 정상에 서지 않았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잘 못하면 땡 하고 번개 맞을 수가 있어서 일부러 가지 않고 계속 정맥 길을 갑니다. 


봉수산은 정맥 길에서 잠시 벗어납니다. 왕복 10정도 걸린다 합니다.  이후 400봉 전후의 봉우리들을 오르내립니다 만은  지난번 차령고개에서 각흘고개처럼 그렇게 심한 오르내림이 아니어서 그리 힘들이지는 않습니다. 비가 오지 않고 날이 좋으면 참 편안한 산행을 하였을것 같았는데 그리 쉽게 한 구간을 내 주기 싫었든가 봅니다. 하늘이.. ㅎㅎㅎ


하지만 우중산행도 나름대로의 별미라서..  해보지 않고는 짐작하시기 좀 그렇고...  미친 넘 소리 들어가면서 우중산행을 왜 하는지는 해 본 사람들이 잘 아실 것입니다. .  비 개인 산봉우리에서 보는 장관이란 또 다른 산행의 맛이지요..  구름이라는 파도가 일렁대면서 산봉우리들을 희롱하는 것을 보면 장관이란  단어를 이럴 때 쓰는구나 하고 생각도 하고 ...


하여튼 산세는 참 편안합니다..  다만 여름 햇볕아래서는 벌목지대를 지나려면 땡볕에 고생을 좀 할 것 같다 란 생각을 합니다. 같이간 산님들 중에는 차라리 비 오는게 낫다고 합니다. 지금 계절의 햇빛아래서 벌목 구간을 지난다면 과장을 좀 해서 죽음이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도 그럴 것 같다 란 생각을 해봅니다...


왼쪽으로 명곡저수지라고.. 유료 낚시터가 하나 나오더군요.. 이후 40분 정도 걸으니 차동고개에 도착을 합니다. 차동고개에는 휴게소가 있고요.. 휴게소 화장실에서 간단히 씻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비도 오고.. 날씨는 후텁지근하고... 하여튼 어려운 산행이었지만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각흘고개입니다..  렌즈가 습기가 많이 찹니다.

 

 

오전 9시 인데  밤처럼 컴컴합니다..

 

 

한줄기 하고 나니 날이 좀 밝아 집니다.

 

 

점심시간입니다. 벌써 먹고 일어나는 분들도 있고.. 이때는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습한 기운이 엄청납니다.

 

없던 계곡물이 생기고.. 엄청난 습도에 무덥습니다. 햇빛이 난다면 .. 엄두가 안납니다..ㅎ

 

 

이런 벌목지를 한시간 넘게 가야 합니다.

 

 

저멀리 낚시터인가 .. 명곡저수지라 하지요. 저거 보이고 대략 한시간 정도입니다. 차동고개까지.

 

 

차동고개입니다.

 

 

출처 : 유유산방
글쓴이 : 무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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