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팔공기맥(완료)

[스크랩] 팔공기맥 5구간(효령재 - 곰재)

유유(游留) 2016. 2. 15. 10:43

팔공기맥5구간

(효령재 - 적라산 - 장구메기 - 곰재)

 

 

 

일시 : 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맑음

코스 : 효령재 - 적라산 - 장구메기 - 곰재

거리 : GPS 실거리 : 24 km

시간 : 07:54 - 16:58 [9시간]

 

(뱀 3마리 멧비둘기 한 마리 기러기 4마리)

 

   늘 하던 짓도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 사람이 어눌해지고 허둥지둥 하기가 초보와 같다.

오늘 그동안 미뤄뒀던 팔공지맥을 다시 시작을 하기로 하고 산행을 나선다.

어제 저녁에도 산행준비를 하는데 준비한 지도를 어디에 둔지 몰라 한참을 찾았다.

항상 놔뒀던 지도 통에는 없었고 여기 저기 부산하게 뒤진 탓에 책상이며 서가에는 온통 어지럽다.

 

도로교통지도 책에 산행 지도를 넣었으니 ...

종류가 다른 곳에 있는 것을 어떻게 쉽게 찾을 수가 있었겠는가..

 

어째든 아침 5시쯤에 일어났다. 항상 아침을 먹지 않는데 오늘따라 아침을 차려라해서 먹고 슬슬 나왔다. 어제 오후에 테니스 운동을 하고 와서 오토바이는 짐차에 실어놓은 상태라 출발만 하면 된다.

차를 주차면에서 빼고 다른 차에서 장갑을 꺼낸다고 가면서 나도 모르게 짐차의 시동키를 넣어두고 문을 잠겨버렸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잠긴 문 속에 키는 들었는지라.. 배 떠난 항구가 되었다.

사람이 당황이 되면 다른 것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더니... 이것을 어쩌나.. 창문을 깨고 가야되나 아니면 오늘 포기하고 다음 주에 가야하나... 지금새벽인데 카센터에 문도 열지 않았을건데... 혼자 잠시 멍하니 되지도 않은 생각만 잔뜩이다..

 

예비키도 없는 차라..

십 여분 결정을 하지 못하다가 포기를 하고 다음 주에 산행을 하기로 하고 낮에 시간이 되면 카센터 사람을 부르자고 생각하는 순간에 보험회사가 생각이 난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니 20여분이 지나고 사람이 왔다.

왜 진작 보험회사를 생각을 못했는지... 결국 까닥했으면 애꿎은 조수석 유리창을 깰 뻔했고 등신처럼 산행포기하고 낮에 카센터 사람에게 차문 좀 열어달라고 가서 사정을 해야 할 뻔했다.. 카센터 사람들 들었으면 나보고 바보라고 했을 거다..

 

혼자 멋쩍어서 실실 웃으면서 차를 출발 시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보람도 없이 한 시간이나 늦어졌다.

편의점에서 물과 이온음료 등을 사 넣고 효령재로 가는데...

 

톨게이트에서 내려서 한참을 가다가 보니 구미시가 나온다.. 이런 길을 놓쳤는가 보다.

잘 타지도 않는 트럭이라 네비도 없었다.

 

다시 지난봄에 하산을 한 효령재를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길을 놓친 것이 확실하다. 오던 길을 다시 되짚어 천천히 가니 낮이 익은 길 모습이 나온다. 그렇게 해서 또 30분을 잡아먹는다..

 

오늘은 이래저래 아침부터 자꾸 바보짓을 하고 있다. 역시 하던 짓은 달아서 죽 해야 하는가보다..g

겨우 곰재에 도착을 해서 오토바이를 하차를 한다. 오토바이를 내려놓고 다시 부리나케 효령재로 간다.

효령재 길가 모퉁이에 주차를 할 만한 공간이 있어서 주차를 해 놓고 산행 들머리에 서고 보니 아침 두시간을 뭘 했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다.

 

다시 한 번 이것저것 혹시나 빠트린 것은 없는지 챙겨보고 산길로 올라선다.

 

기분 좋은 시간이다. 아침에 정신이 있기나 없기나 간에 산길에 들어서니 노랫소리가 절로 나온다. 흥얼거리면서 한 시간 정도를 간다. 걸음도 가볍다.

단지 조금 떨어진 중앙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소리가 시끄러울 뿐..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뒤를 돌아보니 구미의 천생산이 보이고 뒤로는 금오산이 아스라하다. 빙둘러 뒤쪽으로 눈을 돌리면 유학산이 길게 누웠고 옆으로 가산이 보이고 그 뒤로 팔공산이 또한 흰 구름 속에 잔잔히 누웠다. 참 시원한 모습이다. 파도가 치듯 산마루의 도열이 장관이다. 아침 햇살이 구름과 함께 어우러진다. 아침의 소란스럽던 상념들이 한꺼번에 스러진다.

 

하늘에는 4마리 철새가 줄을 지어 날라간다.. 파란 하늘을 등에 없고 벌써 새들이 날라오고 있는가보다. 얼른 카메라를 들었다..

 

잔잔하게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한시간두시간 시간이 지나면서 땀과 거친 호흡으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을 하다가 보니 눈앞에 적라산이 들어온다.

내 사무실 책상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기만 하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적라산이다.

 

적라산 오름길에서 허기가 져서 도시락을 내서 먹고 다시 오른다.

서너번을 다리쉼을 하고 나니 정상이다. 정상에서는 조망이 나오지 않는다. 키 큰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볼 수가 없다.

 

그렇게 허전하게 적라산을 보고 내려서는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도무지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잡목과 잡풀과 온몸을 휘 감는 칡넝쿨과 잡다한 넝쿨들.. 결국에 온 몸에 생채기가 나고 피 맛을 본 잡풀들이 고속도로 변에 나를 토해 놓는다. 목덜미로 온갖 풀씨들과 나뭇잎들이 몸으로 들어오고 아래위 겉옷들은 가시넝쿨에 잡아 뜯겨서 엉망이다.

 

겨우 길 아닌 곳에서 빠져나와 고속도로 갓길로 잠시 걸어가니 경찰 순찰차가 득달같이 내 앞에 선다.

몇 걸음 가면 내려가는 길이 있으니 그리로 내려간다고 하니 이게 뭐하는 거지인가 하는 듯이 날 쳐다본다... 하긴 거지 중에 상거지가 되었으니... 잡목 속 빠져나오느라...

산길을 잘 못 들어서 이리로 나왔다니 이해를 하겠다는 표정으로 에스코트 할테니 저쪽까지 가자고 하다...

산행 중에 경찰차 뒤에 컨 보이 시키고 걸어본 사람은 아마 나 혼자 뿐일거라고 생각을 하니 이게 재미가 있는 일인지 창피한 일인지도 분간을 못하겠다..

 

뒤따라 천천히 차를 몰아 따라온 경찰에서 손을 들어 잘 가라고 인사를 하고 다시 가드레일을 넘어서 관리용 계단을 따라서 고속도로 법면을 내려왔다.

 

무량사 절 뒤쪽으로 올라갈까 하다가 공장건물 뒤 쪽으로 길을 잡았다.

시간을 보니 벌써 2시가 다되어 간다.

여기서 곰재 까지는 4시간 정도 잡아야 하는데.. 그러면 6시.. 해 질 건데.. 어두워지면. 랜턴은.?

 

여기까지 생각이 오니 랜턴이 없다란 결론에 밤길을 어찌 가나 캄캄할 텐데... 배낭 속에 넣어둔 전화기의 전원을 끊는다. 하다못해 전화기 비상플래쉬 기능을 간간히 써 가며 30분 정도 어둠을 치고 나갈 생각을 해서이다.

 

부지런히 걷는다. 한 시간 반 만에 장구메기 마을의 파란 시골집 지붕을 보고 다시 열심히 또 걷는다..

 

뭔가?

 

잡풀 속을 지나면서 발아래가 보이지 않아서 그냥 허겁지겁 걷는데 뚜꺼운 등산화 밑창에서 전해져 오는, 바이브레션 기계를 발바닥에 댄 듯한 느낌...

순간적인 본능으로 스틱으로 풀섭을 제끼니 제 등어리를 밟힌 뱀 한 마리가 신발 밑창에서 기를 쓰고 빠져나가고 있다..

 

혼비백산해서 발을 번쩍 들었고 그 틈에 뱀은 쏜살같이 달아난다..

저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오늘 적라산 가기 전에 잡풀을 빠져나오면서 발아래 뱀이 기어가는 것을 두 번이나 봤다..

하지만 뱀을 밟기는 처음이다. 아니 여지껏 산행을 하면서도 처음이다.

다행히 독사는 아니어서 한숨을 쓸어내렸지만 역시 뱀은 징그러운 놈이다...

 

풀섭을 걷다보니 또 한 번 놀랜다. 스틱을 짚는 순간에 푸드덕 날라 오르는 멧비둘기다..

꿩과 달리 이놈은 사람이 오면 멀리서 날라 가는데 어쩌다가 내 발밑에서 날라 오르는지..

이것들이 오늘 사람 곯리려고 작정을 했나... 놀람과 안도의 눈 흘김을 날리고 지겨운 잡풀 속을 빨리 빠져나가려고 온 힘을 다 한다..

 

덕분에 걸음이 빨라서 그랬는지.. 해가 넘어가기 전에 곰재에 닿을 수가 있었다.

오랜만에 빡빡한 산행을 한 듯하다. 좋은 조건을 하나도 가진 게 없는 팔공지맥 5번째 산행..

잡목과 간벌목이 전쟁터처럼 널려있고 잡풀과 가시넝쿨의 길이었다.

오늘 산길은 산 아래 사람 사는 세상과 많이 닮았다. 산에게 호되게 혼이 난 구간이다. 다음 구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넉달 만에 산행감각 마저 잃어버린 듯해서 나머지 두 구간이 걱정이 된다..

 

오늘 뱀 3마리 멧비둘기 한 마리 기러기 4마리 ...

 

인연을 맺은 산 속 친구들이었다... 종일.....

 

 

 

부연

자동차 길

가산 톨게이트를 빠져나와서 구미시로 가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10분쯤 가다가 우측으로 장천면으로 빠져나갑니다. 경원대학 간판이 있는 곳에서 다시 우회전을 해서 약 500미터 정도 가면 좌측으로 구미cc 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이쪽으로 10분쯤 올라서면 곰재입니다.

 

네비게이션에 곰재 또는 곰재농장을 입력을 하시면 될 듯합니다.

 

효령재는 가산톨게이트에서 나와서 효령면으로 갑니다. 효령 4거리 신호등에서 좌회전을 하셔서 약 1-2분 정도 가시면 구미시경계표지판 이 나오면서 효령재에 서게 됩니다. 통신 안테나 바로 앞입니다.

 

 

산길은 효령재에서 한 시간 정도는 산길에 무리가 없습니다. 이후 난잡하게 간벌을 한 구간과 잡목 잡풀로 길 형편 때문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300미터 내외의 산봉우리들이 잔잔하게 파도치듯 나타납니다. 오르내림이 심해서 역시 체력 소모가 많습니다. 적라산 에서도 맥이 난잡하게 처리된 간벌목 때문에 길을 잃어버려서 아주 혼이 났습니다..

 

간벌 때문에 표지기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지도와 나침반으로 방향을 잘 잡아서 진행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gps를 들고도 잔잔한 알바를 많이 했습니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원인은 난잡하게 처리를 한 간벌 잡목 때문이라 생각이 됩니다. 등로 여기저기에 흩뿌려 놓다 싶이 한 것이기에 방향을 잡기도 난감하고 길 찾아 가기도 난감했습니다...

 

중앙고속도를 건너서 장구메기 가는 길은 좋습니다. 장구메기 전에 임도가 나오는데 장구메기를 완전히 다 빠져나갈 때 까지 임도로 진행을 하셔도 무난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잡풀은 좀 있어도 간벌목이 없어 진행하기에 편했습니다.. 하지만 잔잔하게 오르내림은 계속 됩니다.

 

만만하게 보고 들어갔다가 아주 혼이 난 산행이었습니다....

 

 

 

 

 

 

 

 

 

 곰재에 도착을 해서 오토바이를 내리고 출발하기전에 사진을 찍습니다. 

 

 

 

곰재에서 다시 효령재로 옵니다... 효령재 등로 초입 10미터 아래에 이런 공터가 있습니다.

 

 

구미시 경계표지판 뒤로 등로입니다.

 

 

첨에 시작은 좋습니다.. 약 한시간 가량은 이런 등로입니다.  고속도로 소음이 귀에 거슬리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혼자 산속에 있다는 차제만으로 마음이 시원해 집니다.

 

 

벌써 철새가 날라옵니다... 오리 종류인가 봅니다..  생김이 오리모습입니다.

 

 

중간에 보이는 산이 천생산입니다.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 산이 금오산입니다.  언젠가 풍수 책에서 보니까 천생산 처럼 생긴 모습의 산이 왕자(王者)를 만든다는 명당 산이라 하던데...

 

 

유학산이 길어 늘어져 있습니다... 

 

 

천생산을 줌인했습니다..  금오산이 조금 더 뚜렷히 보입니다.

 

어느님이 자동차 실내등을 가져다 놓았네요.. 혼자 찍기 놀이 합니다.. ㅎㅎ

 

 

팔공산 방향을 봅니다. 가산이 보이고 산마루들이 파도처럼 널려있습니다.

 

 

홀대모 산님들 표지리번입니다.

 

 

고만고만 산들을 넘나듭니다.

 

 

적라산 가기전 고속도로 횡단 전에 오늘 오후에 가야할 산 마루금 들입니다...

 

 

이 밑으로내려가면 농장입구와 고속도로 지하통로로 내려섭니다. 건너서 적라산 방향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지하통로가 보이네요..  매일 출퇴근 하는 길이라 낮설지가 않습니다.

 

오로저수지가 보입니다. 저수지를 중심으로 반월 형식으로빙 돌아갑니다.

 

 

적라산 정상입니다. 아무 조망도 볼 수가 없어서 좀 아쉽습니다.

 

 

 

효령재에서 여기까지 5시간 ..  거의 12킬로미터..  잡목 잡풀 덕분에 걸음이 많이 느려집니다.

 

 

적라산에서 산길이 아닌 곳으로 잡목을 헤치고 나오니 고속도로 갓길이고 이백여미터 걸어서 이곳으로 내려옵니다.

 

무량사 절 위쪽 공장으로 해서 올라서서 장구메기 방향으로 시간 반 정도 부지런히 걷습니다.. 여기서 장구메기 까지 길이 좋습니다.  지나온 구간에 비해서 엄청 좋은 길입니다.

 

장구메기 입니다 임도를 따라서 죽 가면 편합니다.  임도 건너 바로 숲길로 들어가서 가면 맥 인데 임도를 따라서 가도 무방 할 것 같습니다. 장구메기 마을은 임도따라서 5분 정도 가면 됩니다. 여기서 식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탈출도 가능합니다. 물론 택시를 불러야 하겠지만..

 

 

장구메기 임도를 통과 해서 뒤돌아본 장구메기 마을입니다.

 

가야할 산맥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산을 넘습니다.

 

단풍이 짙어갑니다.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 인  가 봅니다...

 

진달래 인데... 도무지 철없는 놈들입니다. 지금이 어느때인데....ㅎㅎ

 

 

야간 산행이될까봐 후래쉬 걱정을 했는데 일단 해가 있을때 곰재에 도착을 합니다...

 

 

9시간 ...  24 킬로 미터가나오네요.  잡목, 잡풀. 간벌목 과의 전쟁을 치루고 난 느낌입니다..  특히 간벌목.. 산소 주변의 마구 베어진 나무들.. 없애버린 표지기 등등으로 참 힘든 산행이 됩니다.

출처 : 유유산방
글쓴이 : 무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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