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설說

세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2편

유유(游留) 2016. 3. 7. 00:02

2 우리의 국부는 없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88올림픽 이후일까? 2002월드컵 이후일까.? 우리 국민들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대한민국’을 외쳐댄다.

 

그 순간만은‘대한민국’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에게 ‘우리나라의 국부가 누구냐?’고 물으면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아마도‘국부가 뭔데요?’라는 대답이 가장 많을 것이다.

한나라가 지닌 경제력이란 의미의‘국부’國富는 들어봤어도 나라의 아버지란 의미의 ‘국부’國父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 아이들은 자신들의 국부가 누군지 다 안단다. ‘Who are the Father of Our Country?'라고 물으면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을 비롯하여 벤자민 플랭크린, 존 아담스 등의 이름이 줄줄 흘러나온다고 한다. 이들은 독립선언문 혹은 미합중국헌법 초안에 서명한 인물들로 모두 지금은 건국의 아버지, 건국의 영웅들로 평가 받고 있다.

 

우리에게도 치열한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의 건국의 과정이 있었고 이에 참여한 많은 애국자들이 있었다. 특히 대표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이승만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합법성과 정통성을 미국과 UN으로 하여금 승인하게 만들어 대한민국 건국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는 상해 임시정부의 대통령이었고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불렀다가는 수구꼴통 소리를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누가 그렇게 비난하는가? 바로 젊은 세대들이다. 젊은 세대에게 이승만은 독재자, 나쁜 사람이고 김구는 민족의 지도자, 의인이다. 이러한 구분은 너무나 단호해서 조금이라도 이의를 달면 가차 없이 수구꼴통이라며 달려든다.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분단의 원죄’ 등 이승만을 평가 하는 말들은 너무나 과격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나는 젊은이들이 과연 얼마나 그 시대의 논리에서 그 시대를 보았는지 묻고 싶다. 모든 일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설사 이승만이 분단에 책임이 있다 해도 그의 현실적 결단 덕분에 우리는 공산주의에서 벗어나 남한만의 정부를 세울 수 있었다.

 

그가 대한민국 건국을 그토록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과연 지금보다 나은 생활을 하고 있을까? 88올림픽과 2002월드컵에서 그토록 목이 터지도록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었을까?

 

 

얼마 전 5만 원 권과 10만 원 권 지폐에 누구 얼굴이 들어가느냐를 두고 여론이 분분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광개토대왕, 김구, 신사임당 등 많은 인물이 거론되었지만 이승만에 대한 이야기는 애초에 나오지도 않았다. 박정희도 마찬가지였다. 이승만과 박정희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순간 수구꼴통이 되어 젊은 세대의 온갖 공격을 받아야 하니, 골치가 아파서 그냥 포기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회에서 진보와 보수는 양팔저울의 두 손처럼 함께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진보가 없으면 보수가 없고, 보수가 없으면 진보도 없다. 또 극좌와 극우가 있다면 그 사이에 수없이 많은 온건과 강경의 노선이 있다. 건강한 사회일 수록 이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민주개혁세력 아니면 수구꼴통세력 딱 두 가지 뿐이다. 그것도 민주개혁세력은 정의이고 수구꼴통세력은 불의로 구분되어 있다. 민주개혁세력이 하는 말은 무조건 옳아서 그들의 말대로 이승만은 매국노이고 박정희는 독재자가 되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건국된 지 이제 겨우 60년 이 되었는데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땅에 떨어졌고 살아있는 전직대통령들도 모두 아무도 존경하려 하지 않는다. 국부라는 말만 들어도 서로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수구꼴통(?)들은 젊은이 눈치를 보느라 대한민국 초대대통령과 산업화를 이끈 박정희 대통령의 기념관 하나 짓지 못하고 있다. 이승만 과 박정희의 찬양 센터를 지으라는 것이 아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오늘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알게 해야 될 것이 아닌가? 그 결과가 무엇인가 과거를 다 부정하고 뒤집어엎은 결과, 요즘 젊은이들은 역사의식이 희미하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대한민국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것이다. 실리에 따라 국적도 마음대로 바꾸는 글로벌 사회에서 역사의식이 뭐 대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나라의 저력은 그 국민이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느냐에 달려 있다. 그 애정과 자부심의 원전이 바로 역사의식이 아닌가!

 

우리 젊은이들이 스스로 배달민족의 후예로 태어났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대한민국의 국민임에 자부심을 가질 때에 우리나라는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고 도전과 응전을 통해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자부심의 첫 상징으로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면 누구를 세우던 우리의 쓰러진 국부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썩었던 안 썩었던, 굵던 가늘던, 그 뿌리는 알게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중에서 / 서사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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