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설說

세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4편

유유(游留) 2016. 3. 9. 15:24

4 새로운 NGO를 꿈꾸며



   공기업CEO가 된 후로 여러 시민단체의 요청을 받아 가입한 단체가 대여섯 개가 넘는다. 지금도 나는 한경운동연합의 지도위원과 희망포럼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또 환경재단 ,136포럼, 미래포럼 등 여러 단체에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시민단체 일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별 할 말이 없다.

지금은 그저 정기모임에 참석하여 남들이 하는 말을 묵묵히 듣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처음 내가 시민단체와 인연을 맺을 때에는 나름대로 청사진이 있었다. 가난한 시골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내가 공무원이 되어 명예도 누리고 공기업 CEO가되어 여한 없이 뛰어도 봤다. 근 36년 동안 국가의 녹을 먹으며 별 탈 없이 살았으니 나는 혜택을 받은 인생임이 분명하다. 이제 남은 인생은 내가 지금까지 받은 혜택을 남들에게 돌려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혜택을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환원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 방법 중 하나로 NGO,즉 시민단체 활동이 어떨까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민주화되고 투명해질 수 있었던 데에는 NGO의 역할이 지대했고, 앞으로 나눔과 봉사의 가치를 실천하는 데에도 NGO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안이 오는 대로 묵묵히 참여하고 귀를 기울여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기대는 해가 거듭될수록 꺽여 가고 있다. 시민단체도 주체만 다를 뿐 일종의 공익을 추구하는 집단인데, 진정성, 사명감 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NGO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독립성과 도덕성이다. 정부를 비판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거침없이 큰소리 칠 수 있는 당당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 이 부분에 있어서 자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NGO가 독립성을 지키기보다는 오히려 정부와 급속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둘 사이의 친밀함은 참여정부 들어서 극에 달했다고 본다. 시민단체사람들이 정부와 친하게 되니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바로 근년에 자주 볼 수 있었던 시민단체 지도자들의 정부 및 정계 진출이다. 한 마디로 출세의 길이 열린 것이다.


공직자가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일해야 하듯이, 나는 시민단체의 일원들 역시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 모두 공익을 위해 일하는 자리인 만큼 사익을 추구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시민단체의 지위를 통해 아예 정부로 들어가거나 그 연줄을 통해 정계에 진출한다. 이처럼 NGO의 지위를 통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는 것이다. 밑에서 일하는 젊은 후배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이 앞선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시민단체들의 운영내용을 들여다보면 점점 관료화, 형식화되어 가는 것 같다. 순수함과 사명감에 마음이 이끌려 들어갔는데 화려한 행사위주로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민주화를 거쳐 선진화로 나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나는 시민단체 역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민단체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과연 이들이 이 위기를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NGO들은 이제 투쟁하는 시민단체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 언제까지 반미, 반보수, 반재벌에 묶여 피켓 들고 데모만 할 것인가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지금 우리는 다른 차원의 시민운동을 서서히 시작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운동, 역사를 바로 세우는 운동, 한국인의 정체성을 바로 잡는 운동, 인간성을 회복하는 운동, 진정한 나눔의 운동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자(GO, Govemment Officer)와 시민단체 (NGO, Non-Gonemment Organization)를 놓고 인수분해를 하면 그 공통인수는 하나다. 바로 ‘Gonemment'이다. 공직자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고, 시민단체도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시민단체 역시 공직자는 아니더라도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정부에 쓴 소리를 하려면 정부보다 몇 배 더 떳떳해야 하지 않는가?


NGO는 정부가 하는 일이 옳은가 그른가를 항상 감시하면서 그른 길로 간다면 경종을 울려야 한다. 옳은 경우에라도 그늘진 곳은 없는지, 소외된 곳은 없는지, 부족한 곳은 없는지, 끊임없이 챙겨야 한다. GO와 NGO가 서로 거리를 두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중에서  /  서사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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