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설說

세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6편

유유(游留) 2016. 3. 9. 15:27

6 대기업이 살아야 중소기업도 산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참 좋은 말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친 중소기업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소기업의 임금을 대기업의80%수준으로 올려주겠다.”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중소기업이 경제의 중심이 되는 사회.”


“중소기업이 웃는 사회”


이런 공약이 수없이 많았다.이 말은 부자보다는 없는 사람, 즉 서민의 편에 서겠다는 정의로운 말로 들렸을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은 300여만 개로 전체 사업체 수의 99%나 된다. 고용 인원은 1천 77만 명으로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한다. 이처럼 전체 국민의 압도적 대다수가 중소기업에 생계를 의지 하고 있으므로 중소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겠다는 말에 서민들은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3년 동안 사장으로서 일해 본 나는 이 말을 듣고 그냥 씁쓸하게 웃었다. 공염불에 불과한 말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중소기업 육성정책이 없다고 생각하는가? 산업자원부중소기업청과 각 시에 나가 있는 지방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그리고 중소기업지원센터 등의 공공기관이 각 지자체에서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년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용도로 쓰이는 예산은 중앙정부가 집행하는 돈만 수조원에 이르고, 서울시는 1조, 각 지자체들도 5-6천억 원에 이른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내가 직접CEO로서 이러한 지원금을 받아보았기에 잘 안다. 지원금이 성공적으로 쓰인 경우도 많겠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허무하게 쓰이는 경우도 많이 있다. 다시 말해서, 별로 가능성도 없는 기업에게 단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돈만 대주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다. ‘퍼주기식’ 보호정책이라는 비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 이유는 정부가 나서서 중소기업을 돕지 않으면 마치 정부가 서민의 삶을 외면하는 것처럼 오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소기업을 후하게 돕지 않으면 마치 ‘친 대기업정책’을 벌이는 것으로 오해받기 쉽기 때문이다.


과연 중소기업을 돕지 않으면 그것이 ‘친 대기업정책’인가? 여기서도 우리는 사회에 만연한 이분법적 사고와 만나게 된다. 이런 사고 뒤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대립하는 관계라는 시각이 있다. 즉, 파이가 하나 있는데 대기업이 다 먹어버려서 중소기업이 먹을 파이는 남아있지 않다는 시각이다.


과연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 대립하는 관계인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괴롭히는 악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 상생협력관계이다. 중소기업의 53%가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도 중소기업 수십 개가 창출해내는 매출이 단 하나의 대기업이 창출하는 매출에 못 미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한 마디로 우리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일에는 대기업의 역할이 결정적 이라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04년 펴낸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보고서 [MISSON$20000]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이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최소 7개 이상의 글로벌 Top10 기업과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글로벌 TOP 10 정부가 필요하다. ”


이 책은 글로벌 시대에서 막강한 국력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기업의 힘이 필요하며, 대기업이 살아야 중소기업도 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을 맹목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대기업은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대기업은 늘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기업도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으며, 때로는 패배해서 엄청난 손해를 보고, 심지어 하루아침에 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계약관행만큼은 법적 규제를 통해, 기업윤리를 통해 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이다. 그렇다고 대기업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사고는 곤란하다.  누가 뭐래도 밖에  나가 외화를 벌어오고 우리 경제의 파이를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글로벌 TOP 10에 드는 기업을 계속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내 세울만한 글로벌 기업 하나 없는 소득 2만불 이상의 선진국이 된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에 있는가?

 

우리 국민들이 중소기업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대기업도 지지하고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사랑하는 마음만큼 엄격한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도 함께 요구해야 할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 서사현  지음  중에서..]


[http://cafe.daum.net/uusanbang] 유유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