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설說

세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8편

유유(游留) 2016. 3. 9. 15:29

8 게임 밖에서 포옹하자!

 

 

60-70년대 대표적 미래학자 중 한사람 이었던 허먼 칸은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21세기에는 서구적 자본주의는 몰락하고 유교적 자본주의가 이 자리를 대신 할 것이다.”

 

여기서 서구적 자본주의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본주의를 뜻한다. 즉, 자본가가 노동자를 탄압하고 독점, 담합 등을 통해 소비자를 우롱하며, 소비와 향락의 조장, 물질 만능주의, 빈익빈 부익부 등 자본주의로 인한 모든 부작용을 다 가진 자본주의를 뜻한다.

 

20세기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폐해 때문에 자본주의가 몰락할 수 도 있다고 예견했었다.

하지만 허먼 칸은 자본주의는 몰락하지 않으며 오히려 ‘유교적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모델로 진화할 것이라 말했다. 유교적 자본주의란 말 그대로 유교가 중시하는 仁義禮智[인의예지], 즉 신뢰와 예의, 윤리와 도덕 등의 철학이 바탕에 깔린 자본주의이다.

 

이와 같은 허먼 칸의 예측은 자본주의가 성숙한 나라에서는 이미 실현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에서 측은지심이 발로되는 자본주의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적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동시에 행복한 기업문화 만들기, 환경, 교육, 빈부격차 등 사회 전반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마치 이러한 측은지심의 발로가 시장 안에서 일어날 것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기업들이 경쟁을 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도와 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윤이 목적인 기업이 과연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하겠는가.

 

빌 게이트를 생각해보자 그는 맨손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하여 지금의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키워낸 사람이다. 그는 자선재단을 만들어 교육, 환경, 질병퇴치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엄청난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시장 밖에서의 일이다. 시장 안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무섭게 경쟁한다. 운영 제재인 윈도를 시장에서 독점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 역시 독점 비판을 받으면서도 줄기차게 끼워 팔고 있다. 또 고용에 있어서도 계약직을 하루아침에 자르고 임시직을 차별대우하다가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빌게이츠를 비난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허먼 칸이 예견한 유교적 자본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가이다. 다시 말해서, 시장에서는 치열하게 싸워 승자가 되었고, 거기서 획득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 것이다.

 

측은지심의 발로는 시장 안이 아니라 시장 밖이다. 시장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한눈을 팔다가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코가 베이고 눈이 베인다.

 

게임은 게임이다. 측은지심을 원한다면 게임 밖에서 원하라 권투선수나 격투기 선수들은 게임이 끝난 후에 포옹한다. 게임하는 동안에는 넘어져도 절대로 일으켜주지 않는다.

 

 

 

[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 서사현 지음 중에서..]

 

[http://cafe.daum.net/uusanbang] 유유산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