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몸 따로 마음 따로
한 통신업체의 CEO 가 내게 직접 해준 말이다. 그는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에 면접시험에서 지원자들에게 딱 두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한다. 하나는 노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팀제에서 성과급이 나올 경우 어떻게 배분하면 좋겠느냐는 질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지원자들은 마치 어디서 모범답안이라도 들은 것처럼 똑같은 대답을 한다고 한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하여는 “노조는 필요하긴 하지만 과격하면 안 됩니다. 노사가 잘 화합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하여는 “공평하게 배부해야 합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 90%이상이라는 것이다. 과연 100% 솔직한 대답이었을까? 이 CEO는 이런 대답을 한 지원자들은 합격 후에 너나없이 노조의 강경노선 뒤에 숨어서 마치 보험 든 사람처럼 행동한다고 했다. 어쨌든 노조에 한 다리라도 걸치고 있어야 콩고물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성과급을 공평하게 배분하겠다는 말도 사실은 보험을 드는 것이다.
그래야 혹시라도 자신의 성과가 좋지 않을 때에는 남의 성과에 업혀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해서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펼쳐 보일 자신이 있다면 당연히 능력에 따라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야 옳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양다리를 걸치는 현상은 비단 면접장이나 기업 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나는 이런 양다리 현상이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한 현상처럼 느껴진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말 따로 행동 따로 등 총체적인 언행불일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젊은이들은 재벌을 욕하고 중소기업이 잘 살아야 나라가 잘 산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시장에 가서는 아무리 중소기업 제품을 사달라고 해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물건이 시원치 않다며 무시한다.
대형유통센터 때문에 재래시장이며 동네 상권이 무너졌다며 대형유통센터를 욕한다. 그런데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물건을 사는 사람이 드물다. 이왕이면 대형유통센터에서 가서 카트를 끌면서 쾌적하게 장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잘 살아야 나라가 잘 산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정작 취업을 할 때에는 너도 나도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나는 이런 언행불일치 현상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삶이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맞는데 몸은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몸은 본능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이성과 논리에 따라 행동한다고 생각하는가? 소비자는 그야말로 본능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싸고 품질 좋고 유명한 물건을 이왕이면 화려하고 쾌적한 곳에서 사고 싶어 한다.
국민들이 중소기업을 열렬히 사랑해주는 줄 알고‘중소기업유통센터 행복한세상백화점’을 만들어 문을 열고 기다렸지만 정작 찾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말로만 사랑한다고 할 뿐 행동으로는 그 사랑을 보여주지 않았다.
대기업 욕하고 중소기업 사랑한다고 큰소리치는 젊은이들,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자. 자본주의 세상에 사는 이상 우리는 모두자신의 본능에 따라, 몸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소비자이다. ‘몸 따로 마음 따로’임을 그냥 인정하자.
그리고 하나 더 바란다면 이러한 언행불일치 현상을 조금씩 줄여보자. 그렇게 하면 우리 사회를 괴롭히는 이 소모적인 논쟁과 시끄러운 잡음이 조금씩이나마 줄어들 것이다.
[세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 서사현 지음 중에서..]
[http://cafe.daum.net/uusanbang] 유유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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