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하늘이 흐린 오후에..

유유(游留) 2016. 12. 21. 16:06

하늘이 온통 흐립니다.
겨울 답지 않게 비는 내리고 구름 속에 있을 태양은 서쪽 하늘로 떨어지는 늦은 오후 입니다.

그저 망연히 창 밖 언덕 위 시든 풀들을 바라봅니다.
세월이 서로 자리를 바꿔 앉으려는 시간들이 몇 날 남지 않았습니다.
세월의 자리 바뀜은 바쁘지도 느리지도 않는, 억겁의 세월이 차례로 왔다가 서로 재촉하지 않고 아름답게 흐릅니다.


문득 지난 늦봄 부터 시작이 된 세월 속 힘든 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납니다.
평소 지병으로 몇 주간 입,퇴원을 번갈아 하셨던 부친이 저녁 식사후 산책을 나섰다가 넘어지셔서 크게 몸을 상하셨습니다. 막 여름으로 들어가려던 무렵 이었지요..
강가의 수양버들이 제법 흐드러졌을때니..


결국은 수술후 중환자실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두어달 긴 고통 속에서 옳은 정신 한 번 차리지 못하시고 지나온 세상을 두고 먼 여행의 길로 떠나셨습니다.

염천 더위에, 세상 남은 사람들 휴가를 시작한 정점에서 가지 않았던 길로 여행을 가셨습니다. 두께있는 나무 관을 불 속에 던지시고 홀가분 하게 그렇게 살얼음 같던 나이를 깨트리고  눈물 한 움큼 남기시고 가셨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  그 전 부터 수상했던 안사람이 병이 깊어져서 결국은 또 다른 병원에 입원을 하였고..부친 모신 병원에 며느리까지 가기가 뭔가 이상해서 부친은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에  안사람은 좀 더 멀리 떨어진 또 다른 대학병원에 두고 회사 마치고 아버지 병실에서 안사람 병실까지 .. 대단한 여름이었지요..

아직은 젊은? 사람이니 무던히 이겨내리라 생각을 하고 ..

달을 넘겨 충분히 약을 먹고 힘쓴 덕에 조금씩 차도를 보이면서 안정을 찾아 이제 한숨 돌리나 했더니 이제는 제가 문제입니다.


연초 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끔 몸이 굳어지는 경험을 하였으나 정신없이 지낸 세월속에 잠시 잊고 있었는데
.. 찬 바람 불어오려는 계절로 들어서면서 결국 쓰러졌습니다.
다행히 집 안 거실이라 .. 자식들의 빠른 행동으로 응급실에서 입원실로 옮겼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심장이 고장이 났다고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약을 입에 넣었더니 많이 안정이 되어 이제는 곧잘 산에도 갑니다.
어느정도 약으로 몸을 정리해서 몸에 칼을 대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아직은 부친따라 같이 여행 할 팔자는 아닌듯 합니다.


내년 봄까지 안사람의 약 먹는 시간이 정해지고.. 그때 쯤이면 안사람도 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리라 생각됩니다. 의사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으니..
저도 몇 달간 약을 먹고 의사에게 몸을 맡기면..


그래서 올해는 여느 해보다 세월이 빨리 지나길 바랍니다.
하지만 세월은 제 순서대로 움직이겠지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제 순서대로..

하늘은 여전히 흐리고 간간히 찬 비를 내립니다.   한얀 눈이 와도 좋은데..



2016년 12월 21일 하늘이 흐린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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