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스크랩] 날씨 참 좋습니다......

유유(游留) 2017. 1. 15. 11:24


달이 뜨면 오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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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군께선 달 뜨면 오신다더니

달 떠도 낭군께선 아니 오신네

아마도 우리 낭군 계신 곳에는

산이 높아 달 뜨기 더딘가 보네

 

郎去月出來 月出郞不來

낭거월출래 월출랑부래

相應君在處 山高月出遲

상응군재처 산고월출지

 

- 능운(凌雲, 생몰년 미상). <낭군을 기다리며 [대랑(待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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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없던 옛날에는 약속 시간이 지금처럼 정확하지 않았다. 그러니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기다림은 상대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키우기 마련이다.

 

오지 않는 낭군을 기다리면서 그리워하다가 원망하다가 미워하다가 걱정하다가 체념한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그런 감정에 지쳐가다 오직 무사히 그대가 와주기만 고대하게 된다. 그러다가 기대했던 날짜가 훌쩍 지났다. 이제 어쩌면 낭군은 약속을 잊었을지도 다른 연인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끝내 인정할 수는 없다. 포기보다는 기다림을 선택하는 쪽이 마음이 더 편하다.

 

이제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려주지도 기다리지도 않는 세상이 돼버렸다. 언제나 실시간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보니, 상대방을 기다리는 동안 싹트던 애틋한 마음은 슬그머니 사라져갔다. 통신수단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더욱 더 외로워지고 소외되는 이 묘한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황지우의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일부다. 이러한 간절한 기다림과 그리움이 없어지면서 우리의 약속은 무게를 잃었다. 휴대폰은 약속을 정하는 애틋함보다는 손쉽게 약속을 취소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우리는 소중한 누군가의 연락이나 인연도 스팸 처리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능운은 담양 출신의 기생으로 자를 향학이라고 했다. 자세한 행적은 전하지 않는다. 다만 가객(歌客)이었던 안민영(安玟英)과 교분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안민영은 가집(歌集) 금옥총부(金玉叢部)180수의 시조를 남겼다. 그중에 기녀와 관련된 것으로는 8()19개소 42명의 기록이 나온다. 그들 모두와 사귀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일편단심 능운만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안민영은 능운의 죽음을 전해 듣고 담양의 능운이 이미 죽었으니 호남의 풍류는 이로 인해 끊어졌다.” 라고 한탄했다. 아마 뒤늦은 후회와 탄식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호기심으로 시작된 사랑이 누군가에는 운명이 될 수도 있다. 그에게는 그녀가 그녀들 중 하나였고, 그녀에게는 그 사람뿐이었다. 책임감 없는 감정은 호된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치정(癡情)이란 정에 어리석은 것이고 그 끝은 서로에게 불행을 초래한다.

 

볼프강 보르헤르트(Wolfgang Borchert)[이별 없는 세대]에서 우리 세대를 두고 진정한 존재끼리 만난 적이 없으니 이별초차 없는 세대라고 했다. 지금 우리는 상대를 향한 절실한 기다림이나 그리움도 없이 혼자 있기 두려워 그저 함께 있는 시간만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동욱 씀]

 

하루 한시 [샘터] 장유승외. 258-260p 사필 2017.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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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오늘은 하늘이 참 푸른 날입니다. 산방 정기 산행 날인데 ...

개인적으로 몸이 부실하게 되어 병원 갈 일이 있어서 산행을 참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종일 집에서 잔잔하게 쉬었습니다.

 

같이 살고 있는 강아지 목욕시키고 집 청소 조금 하고 앉았다 일어났다.. 누웠다가 앉았다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였습니다.

 

오전에 딸애가 서울 간다고 동대구역까지 태워달래서 태워다 준게 밖에 나간 전부 인 가 봅니다. 덕분에 밖이 추운지 더운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차가운 덕분에 하늘은 참 맑습니다. 눈이 시리고 새큼 돋아나는 눈물 한 조각이 열린 창문 밖 바람이 많이 차갑다고 전해 줍니다.

 

멀리 공단에 굴뚝 연기는 집 방향 반대로 길게 늘어뜨린 할아버지 수염처럼 옆으로 늘어집니다. 찬 공기 잔뜩 마시고 돌아섭니다.

 

아들은 아들 데로 딸은 딸 데로 서로의 짝을 찾아서 또 찾으러 놀러나가고 늘 못마땅한 한 사람은 애시당초 놀러갔고.. 혼자 이 책 저 책 뒤적이다.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어릴 때 초라한 연애보다는 요즘 사람들... 때깔나게 멋진 연애들 하지요..

우리 젊은 애들.. 때마다 철마다 무슨무슨 행사다 이벤트다.. 돈도 많이 들고 아이디어도 넘칩니다.. 하지만 옆에서 보고 있자면 과연 저 애들이 서로의 마음을 .. 진정한 마음을 서로 간절하고 애틋하게 느낄 수나 있을까 하는 의문도 가끔 듭니다. 세태가 다르고 어쩌고 하지만 늘상 시대의 세태는 똑 같습니다. 공 맹자 시절에도 그랬다니까요..

 

사람의 마음은 사람의 마음으로 문을 열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옛날에는 몰랐지요.. 이제 와서 안다고 아무 아지매나 찝적 거릴 수도 없고..

 

다시 해 보라면 잘하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덮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봅니다.

1월의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럽니다. 그래서 눈물 한 조각이 생겨납니다.

하늘빛에 걸린 그 눈물 속에는 제 어릴 때 철없던 가스나 머스마가 어른거립니다..

 

날씨 참 좋습니다......

 

 

2017114일 할 일 없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배경음악 : 베토벤 / 로망스 2번

출처 : 유유산방
글쓴이 : 유유(留遊)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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