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독후감.. 술을 생각하다

유유(游留) 2018. 1. 15. 15:59

음 . 양 . 바람 . 비 . 어둠 . 밝음은 하늘의 여섯 기운입니다.  사람이 기운을 과도하게 써서 병이 났는데, 만약 어떤 의사가 "여섯 기운이 병을 나게 하는 원인이니, 이를 없애면 병을 고칠 수 있다. "라고 말한다면, 그는 돌팔이에 가깝습니다. 몸을 지키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병은 몸을 지키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지(하늘의)여섯 기운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을 수양하는 것은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술의)피해는 마음을 수양하지 못해서 당하는 것이지, 술 때문에 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술만 탓하고 마음을 탓하지 않는 거나, 사물의폐단만 근심하고 정신의 폐단을 근심하지 않는다면, 결국 성품을 잃어버리고 몸을 망치며 병을 불러들여 재앙을 초래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 현명한 임금은 마음을 수양해 백성을 이끌고, 훌륭한 선비는 마음을 닦아 몸을 수양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명하지 못한 임금과 용렬한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해 나라를 잃고 집안을 망친 것입니다.

                        - 김태완 지음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중에서


청력 장애를 딛고 불멸의 인류문화유산을 만들어낸 악성 루드비히 반 베토벤이 1827년 오늘 (3월 26일) 안타까운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지요. "친구여, 갈채를 ! 희극은 끝났다." 그가 죽기 전 침대맡에서 노트에 써 놓은 마지막 말이라고 합니다.  그때 그이 나이는 쉰일곱 살이었으니까 꼭 지금의 내 또래지요. 그의 삶의 궤적을 바라보며 문득 술 생각을 했습니다.


베토벤은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내력 탓인지 그 자신도 모주망태였다고 알려졌지요. 식사 때마다 와인 한 병씩을 마셨다고 하니, 거의 중독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평생 동안 술 때문에 지독한 난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말년에는 만성 췌장염까지 앓았으며, 마지막 죽음의 원인도 알코올성 간경변증이었다고 합니다.  술이 곧 고질병이었지요.

그나저나 저도  술을 좀 삼가야할 텐데, 그게 마음 같질 않네요. 옛날에는 어느 술집 주인이 매일같이 술을 마셔대는 단골고객에게 "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느냐?"고 묻자, 그 술꾼이 고민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 고민인즉 "술을 끊지 못하는 것,  그게 바로 내 고민이다." 고 말 했다는 우스개 이야기도 있지요. 정말, 술을 절제하는 일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옛 조선조 중종 시대 과거시험장에서 "술의 폐해를 논하라"는 임금의 책문 策問에 명신 김구가 답한 글을 읽어 보니, 모두가 술로 인해 우리 몸이 병들고 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경계하지만, 기실 그 모든 피해는 마음을 수양하지 못한 탓이지 술탓이 아니라고 합니다. 너무 술 걱정에 매이지 말고 스스로 마음을 닦고 몸을 지켜야 할 일이지요.



아버지 서재에서 놀다 소중한 인연/ (125-127쪽) 김용균/ 2011.9.19/ 생각을 담는집



술...

책을 읽다가 술에 관한 글이 나왔습니다..

지난 일 년간 술을 잊고 살았습니다.  아니 잊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살았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지요..


저의 할아버지는 1900년생 이셨습니다.  1990년 돌아가셨으니.. 90년을 사시다가 돌아가셨네요..  장수 하셨지요. 벌써 27년 전 일입니다. 

할머니는 1910년 생이셨습니다. 2011년 생신 서너 달 전에 돌아가셨으니 100수는 아니셔도 100수나 다름이 없지요..  


제가 어릴 때 집 형편이 좋지 않아서 형님과 저는 조부모님의 양육으로 자랐습니다. 아주 어릴때 입니다. 학교를 들어오면서 다시 부모님 품으로 왔습니다 만은.. 

그래서 제 어릴때 추억은 조부모님 과 추억이 많습니다. 

학교를 들어갔지만  방학이면 꼭 방학기간 내내 시골 할머니 댁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등학교 때 까지요.. 


그렇게 고향 땅에서 도시 아들이 시골의 정을 먹고 자랐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아니 기억은 이렇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늘 책을 보셨습니다. 한자로 된 책인데 아주 누런색 한지 였고 손때가 반질 반질 하였으며 귀퉁이는 닳아서 모서리의 각이 없었습니다. 

긴 담배대를 입 가에 걸고 검은 테두리 동그란 안경을 쓰시고 늘 책을 읽으셨습니다. 손에서 책을 놓으시는 일이 거의 없으셨습니다.  

밭뙈기 농사는 그래서 할머니 몫이었습니다.


뭐..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네요..ㅎ


매 끼니 마다 반주로 약주를 드셨는데 쌀이 좀 있을 시기는 할머니께서 항아리에 막걸리를 빚으셨습니다. 놋 그릇 대접에 한 대접을 반주로 드셨습니다. 대접이 지금의 밥공기와는 차이가 많지요. 지금의 음식점 밥공기 한 서너개는 족히 들어가는 큰 밥사발 입니다.  그 큰 밥사발 수북이 고봉밥을 자시고 그 대접에 막걸리 한 대접을 숭늉 마시듯 그렇게 드셨습니다.  그리고 막걸리가 없을 때는 금복주 댓 병을 받아 놓으셨다가 지금 음식점 식당의 밥공기 정도의 크기인 놋그릇에 한 가득 부어 딱 한사발을 드셨습니다. 매 끼니 마다 그렇게 드셨는데 중독이라면 중독이지요 . 하지만 저는 그게 중독이라 한 번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살면서 술을 마셔보니 그렇더군요.. 요즘은 더 확실히 말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외의 시간에는 단 한 잔도 술을 드시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꼭 반주로 만 그렇게 드셨습니다.  담배는 늘 입에 물고 다니셨으니.. 장죽이라 재떨이에 땅땅 터는 장죽의 멋도 그때 알았습니다.  


덕분에 저와 장남인 형님은 술과 담배를 일찍 배우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촌동네 친구들에게 한모금씩 얻어 피운게 중학교 2학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피우게 되었습니다. 


형과 같이 대신동 대신 파출소 앞 중국음식점 에서 짬봉 국물 한그릇 시켜놓고 중국음식점 방에 앉아 빼갈 30도꾸리 (예전 중국 백주 병을 그렇게 불렀습니다)를 겁없이 마시고 정신 말짱히 집으로 온 게 고등학교 1학년때 였습니다. 형은 3학년이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의성에서 유학을 온 친구의 자취방에서 학기말 시험을 마치고 4명이서 막걸리 한말(20리터)을 통째 들고와 물 바가지로 돌아가면서 다 퍼 마시고 대구의 자갈마당에 있는 동아극장에서 상영한 대해적을 보러간 적도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극장안에서 거의 죽었다 싶이 자고 있었지만 저는 그 대해적이란 영화를 다 보고 나올 정도로 술 실력이 할아버지를 닮았다고 할까... 뭐 그랬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알콜 분해 능력이 다른 사람들과는 좀 달랐던 모양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두주불사 였습니다. 종류와 양을 가리지 않고 마셨습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마시는 양의 변화는 당연히 있었지만 그래도 평균 이상이었습니다. 저도 30대를 넘어가면서 할아버지를 닮아서 반주를 꼭꼭 마셨습니다. 아니 닮은 것은 아니었지요.. 반주는 반주데로 마시고 저녁에 또 친구들과 어울려 퍼마시고 .. 대 를 이어 발전을 ? 시켰다고 해야 하나...ㅋ  

그런데 희한하게 아버지는 술을 전혀 못하셨습니다. 소주 한 잔을 다 드시지 못했습니다.  참 신기하데요. 늘 .. 


형님 결혼식날 형님은 신혼여행을 하루 연기하고 군에서 어렵게 휴가외출을 나온 저와 제 밑에 동생.. 이렇게 3명이서 맥주를 8박스 반을 마셨습니다. 예식을 끝내고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그리고 다음날 신혼여행을 갔습니다. 

이렇게 형제가 술 고래들이 되었습니다... 


당연 중독이 되어야 정상입니다. 저도 중독이 되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손이 떨리고 눈이 침침할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코 끝도 빨갛게 변해 버린 루돌프 코가 될 줄 알았습니다. 


재작년 .. 아버지께서 세상과 이별을 하셨습니다. 곧 바로 제가 쓰려져서 병원에 갔고.. 그리고 작년 1월에 첫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의사의 말이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 이후로 아직까지 한 방울도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중독이 아닌 줄 알았습니다. 의사의 말이 1차 수술 후 와인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했을때 부터 아예 술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 동생과 형님도 가끔씩 술을 마시지 않을때가 있다고 합니다. 


중독이란.. 하루도 쉬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간혹 일주일 한달씩 마시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일부러 그런게 아니고 단지 마시고 싶지 않았기에 그렇게 하였습니다. 그래도 반주는 마셨습니다.  ㅎ


책에서 이야기를 한데로 술 의 탓이 아닙니다. 술은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할 뿐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닙니다. 단지 사람의 마음이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정말 공감이 됩니다.

술 생각을 해 볼 이유도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중독이 되었다고 한 들.  아무리 술을 많이 마시던.. 어쨋던 간에  모든 사물의 통제는 자신 스스로가 결정을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술탓에 사람탓에 환경탓으로 자기 모순에 대한 변명을 하는 것이라 저는 생각을 합니다. 


담배를 27년간 피웠고 그 담배를 피우지않은지가 22년입니다. 13살부터 피운 담배입니다.   술과 담배를 그렇게 일찍 배웠고 많이 먹고 했지만 마음이 결정이 되면 그만 둘 때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게 마음이 시켜서 그렇게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무리 죽을 병에 걸려서 술을 못 마신다고 해도 제가 마시고 싶으면 또 마실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마음이 없어졌다는 것 입니다.


2018년...다시 오지 않을 세월을 저는 아니 우리는 다시 선물 받았습니다. 각자의 운명의 신에게.. 여태까지는 선물처럼 받은 이 세월이란 운명을 아낌없이 물쓰듯 그렇게 없애버렸지만 이제는 참으로소중하게, 일분 일초를 아껴가며 뜻이 있게 쓰려고 합니다. 그 중심에 마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심이 잘 잡힌 마음을 따라서 나머지 소중한 운명을 맞이하자고 생각하고 또 생각을 드립니다.  책을 읽다가 보니 이런 생각이 불쑥 나서 두서없이 글자를 찍어 봤습니다...


2018년 1월 15일  오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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