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人頭上雪
春風吹不消
늙은이 머리 위에 내린 흰 눈은
봄바람 불어와도 녹지를 않네
- 우홍적-
늦은 아침을 깨우고 일어나서 종일 책을 보려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넘기는 책장에 뜻은 없고 글자만 잔뜩이라...
책장 덮고 주섬주섬 겨울 산행 옷차림을 합니다..
책상에 앉으면 밥 때가 아니면 거실로 나오지 않는 습성이라..
마눌이 아침 책상에 앉는 것을 본 연후라 눈 동그랗게 뜨고 바라봅니다.
“ 마음이 안됐다.. 산에 갔다 오께..”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밥을 뽁아 김에 말아서 한 줄 담아 줍니다. 늦은 오전이니 점심을 하라고 하는 생각에서 이겠지만 그마저도 귀찮아합니다.
멀리 팔공산을 생각을 하다가 마음 상그러워 나선 참이라.. 멀리 갈 것 없다 생각하고 바로 앞에 보이는 대구의 대덕산을 갑니다. 우리는 그냥 앞산이라 하지요.. 맞습니다.
내 집 베란다에서 보면 바로 앞에 보이는 산 이니 제 입장에서는 앞산이 맞는 말입니다.
한창 숨 가쁘게 오릅니다.
첨 시작에 찬 공기가 폐부를 찌르니 가슴이 따갑습니다.
온갖 것들이 너무 편하고 안일하면 그것들의 뿌리가 약해진다는 진리가 내 폐를 통해서 진실하게 느껴집니다.
언젠가부터 잘 사는 우리나라가 되어 겨울에도 찬 기운 느낄 틈 없이 따뜻하게 지내다 보니 잠간 추위에도 사람들은 못 견뎌 합니다. 제 폐도 그런가 봅니다. 몸은 위에 글처럼 다 늙은 폐품으로 가는데 마음만은 그렇지 못 했는가 봅니다.
하얀 눈밭이 들어오고..
걸음은 점점 더 느려집니다. 마음속에 요즘 일을 하면서 앙금처럼 남아있는 일들이 떠오릅니다. 흘러 버리면 그만인데 늙은이 고집에 그렇게 할 수가 없어 괜히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성가시게 합니다. 흰 눈밭 길을 걷노라니 지난 주 일들이 수도 없이 지나갑니다. 쓸데없이 쏟아놓은 말들과 행동들.. 되풀이 되며 여러 사람들을 지겹게 만든 일들이 다 소용이 없다 란 생각이 문득 듭니다.
바람이 쌰 하게 지나갑니다. 물 그친 나무줄기에 메마른 겨울바람이 지나갑니다. 그제 내가 한 말이 저 메마른 가지에 하릴없이 지나가는 바람이지 않았는가.. 걸음마다 새록새록 지난 일들이 생각이 납니다. 쓸데없이 자꾸 지난 일들이 생각이 난다는 것은 그것이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내 마음속의 증거이겠지요..
오름길에 숨 가쁨 속에서 생각이 나지 않았던 일들이 내림 길 하얀 바탕의 그림자에서 하나 둘 떠오릅니다..
달비골 다 와가며 문득 떠오른 구절이 늙으니 눈이 봄 바람에도 녹지 않는다는...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산속에 오면 가끔 예전에 읽었던 책속에 눈에 띄었던 구절들이 종종 떠오르는데..
이번에는 지난주 찜찜했던 일들과 얽혀.. 이 구절이 문득 떠올라..
집으로 돌아와서 막걸리 한 잔하고 바로 빼어든 책을 펼쳐보니...
역시..그렇습니다.. 나이가 점점 더해가면서 왜 이렇게 고집이 세어지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세상을 구제 할 것도 아니고.. 내가 남 들처럼 똑똑하지도 않은데.. 왜 쓸데없는 고집이 늘어나나.. 하는 생각이 한참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늙은이 머리 위 흰 눈은 봄바람에도 녹지 않는다 란 말.. 늘 생각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이제부터..
저도 나이가 조금씩 더해 가는가 봅니다....
젊은이 머리위에 흰 눈은 금방 녹아 맑은 수정처럼 되는데... 부럽지요..
제 지나온 길인데.. 다시 갈 수 없는 길이니... 그저 부러워 할 수밖에요..
오랜만에 햇볕 속에 걸은 5시간이었습니다..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기도 하고요..
참 오랜만에 저 혼자의 길에 있었습니다.. 조금씩 사람다운 감성을 느꼈던 시간이고요..
늘 혼자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 목말라 했던 것도 오늘 길을 나서게 한 마음도 되었겠지요.. 진정 오랜만의 홀로 산길 이었습니다..
가끔은 정말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혼자 울고 웃고 싶은 때 가요.........
2015년 1월 마지막 날 대구 대덕산 산행 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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