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기맥지맥/금북정맥(완료)

[스크랩] 금북정맥 15구간(근흥초교 - 지령산 - 안흥진(마무리))

유유(游留) 2016. 2. 14. 14:34

금북정맥 15구간

(마무리구간)

(근흥초등학교 - 죽림고개 - 지령산 - 갈물리해수욕장- 안흥진)




일시 : 2010년 12월 25일 토요일 눈옴                    

소재지 : 충남 태안군 근흥면                                          

구간 : 근흥초등학교 - 죽림고개 - 지령산 - 갈물리해수욕장- 안흥진

거리 : 도상 : 11.9km  gps 실거리 : 14.5 km 

시간 : 09:01 - 15:08 (4시간 07분) 


출처 : 유유산방  http://cafe.daum.net/uusanbang





금북의 끝.... 안흥진 바닷가 썰물로 물이 빠진 바닷가 모래밭에 서서 눈 내리는 서해의 바다를 바라다본다...


지난 몇 개월 같은 걸음을 한 사람들에게 서로 축하의 인사를 나눈다...


서로 안고 엉키다 보니 나는 여 회원 3분을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그리곤 눈 내리는 서해 바닷가 모래톱에 서서 이렇게 외쳤다..



[와.... 금북의 끝에서 여복이 터졌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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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층 아파트의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쩌다 밤새 잠을 뒤척이다 깜박 잠에 들었는데 어느새 알람은 일어나라고 아우성이다.


잠시 멍한 정신으로 앉았는데 바깥이 바람소리가 보통이 아니다...

대충 주워 입고 밖으로 나오는데 ...


아파트 현관을 열자마자 바로 콧구멍이 찡하고 얼어오는 것 같다.

도심의 한가운데가 이정도이면 오늘 바닷바람이 쌩쌩한 금북정맥의 마지막 구간은 보나마나 엄청 추울 것이라고 짐작을 한다.


어제 저녁에 한북을 하신 곰바우님의 전화가 생각이 난다. 밤에 전화가 와서 낮에 한북을 하다가 너무 추워서 탈출을 하셨다고 한다.. 내일 금북에 갈 때 채비를 단단히 하라고 하신다.


택시를 기다리는데 그 많던 택시들도 아침에 없다.. 집 앞에서 택시를 5분 넘게 기다려 본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그랬다.. 너무 추우니 손님도 없고 하니 택시도 많이 쉬는 모양이다.


약속장소로 가니 버스가 기다리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의 창문이 영화 닥터지바고의  한 장면 같다.. 창문에 어린 성에가 아침의 햇살을 받아서 다이어몬드처럼 아름답다..  사람들이 입김에 성에가 되어서 그 성에의 모습이 라라의 집안에서 본 유리창에 꼈던 성에처럼 그렇게 보였다.


공주 휴게소에서 잠시 점심 준비를 하려고 차에서 내리니...  기온이 보통이 아니다. 37년만의 한파라고 하더니만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잠시 휴게소에서 물과 점심으로 할 소세지 2개와 봉지 빵을 하나 사고 차에 돌아오는데 사시나무 떨리듯 몸이 떨린다.


다시 달리는 차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금북이 끝까지 그냥 보내 주지 않을 모양이구나..그런 생각을 한다.


오늘 마지막 날인데.. 칠장산의 칠장사 절 뒤로 난 좁은 길이 생각이 난다. 5월의 푸른 신록 속에서 호기롭게 시작을 하였다... 한남금북을 혼자 하면서 마지막 칠장산 구간에서 힘든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부터.. 그리고 금북의 첫걸음지인 칠장사에서 현재 안내산악회를 따라서 공짜처럼 정맥을 한다. 그게 꼴사나웠던지.. 내도록 정맥에서 비와 천둥과 바람을 몰아주었다.  15구간을 하면서 8번을 비를 내렸고 태풍을 몰아쳐서 가는 길의 모든 나무를 꺽어서 등로를 막고 이제 마지막 구간은 37년만의 한파를 보내서 마지막 걸음에 제동을 건다..


무슨 심보인지...


어째든 차는 근흥초등학교 앞에 서고 모두들 우루루 내린다. 단단히 중무장을 하였다. 안면모까지 둘둘 말아 쓰고 차에서 내린다. 모두들 모여서 사진을 한 장 찍고 길을 걷는데....

역시나 아무리 날이 추워도 몸에서는 땀이 난다.


입고 있던 옷들이 하나둘씩 벗겨지고... 길을 내 주지 않을듯하지만 금북에 안기면 그래도 포근히 안아주는 길이다. 얼굴은 차갑고 살갖은 에이지만 그래도 길은 편안하다.

오늘이 마지막 구간이라는 흥분에 회원들 모두 발걸음이 무지 가볍다..


그동안 술에 쩔은 몸이 허둥지둥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따라가지만 맨 꼴찌이다..

모두들 얼마나 잘 걷는지....


얕은 야산을 몇 개를 넘나드니 어느새 바닷가 모래밭에 선다.. 여기가 끝인가 생각을 했는데 한 고개를 더 넘는다고 한다. 몇 그루 나무가 쓰러져서 꺽여져 있다. 언제부터인가... 서너 구간 을 이렇게 꺽여진 소나무들을 보면서 걷는다.


오전에 내내 참았던 눈이 펄펄 내린다. 바람과 함께 서해의 파도가 허옇게 얼어붙었다. 바닷물이 얼 정도로 오늘 추운가보다. 물론 해변가 파도와 같이 얕은 물이 얼었지만 그래도 바다가 얼었다고 생각을 하니 더 추운 것 같다. 몸은 춥지만 마음은 이제 금북의 끝이라는 흥분으로 추운지 모르고 모두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짧지 않은 길...


첫 구간을 하고 두 번째 세 번째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길을 왔다.


6월쯤인가.. 어느 구간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를 할뻔 하였다. 그날의 컨디션도 문제였지만 6월의 초 여름더위가 이상하게 높아서 더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어느 구간인가....  군사시설로 해서 버스로 이동을 하여서 정맥을 한... 잠시 구간이었지만 걸어서 한 시간 정도인 거리를 버스를 이동을 하였다.

정맥을 하면서 유일무이하게 버스로 우회를 한 구간이 될 것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차동고개 구간에서는 천둥과 번개로 엉덩방아까지 찧어가며 혼이 났던 구간이다...  이 나이에 첨으로 천둥번개가 겁이 났었다.. 그 정도로 바로 머리위에서 번개를 만났다.. 죄짓고 살지 말자고 생각을 한 산행이었다... ㅋ


계속 몇 구간을 연속으로 비를 맞고 산행을 하고 나니 어느새 가을이었다. 넓고 푸른 목장을 지날 때는 주변의 푸른 잎들이 갈색으로 변하고 있었고 이내 태풍으로 쓰러진 등로를 이리저리 생채기를 입으면서 길을 갔었다.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집과 내 주변에 환경들로 산행을 잠시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마음도 몸도 피폐해지고 이제 그 후유증으로 이렇게 맨 꼴찌에서 생 땀을 비질비질 흘리면서 길을 간다..


그래도 좋다.. 길을 포기 하지 않았고 다시 몸은 좋아질 것이고 마음도 편해질 것이다.. 세상에는 내일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내일 일은 그저 내일에 맡겨두려고 마음을 먹었다. 해결도 할 수없는 내 힘 밖의 일들은 그저 흘러 가는데로 따라갈 뿐이라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난 뒤로 가는데로 가게 그저 바라볼 뿐... 더 이상 생각을 놔 버렸다.


잘 되면 다행이고 못되어도 할 수없는 일이다. 그저 오늘 하루 내 가는 이 길이 편하면 그뿐인걸.. 그리 생각을 하고선 다시 고개 들어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오랜만에 본 눈이라서 그런가.. 비운 마음처럼 깨끗하고 시원하다.  잿빛의 서해 바다는 바람을 안고 으르릉 거리지만 저 모든 것이 그저 눈에 보이는 하나의 형상일 뿐 바람이 잦아들면 순하디 순한 평온한 바다가 제 모습인 것을..


으르릉 거리는 바다의 앞에 백사장이 앉았다. 푸른 솔 한그루 외롭다...  그 푸른 솔 넘어로 하얀 포말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눈이다.... 그림이다...

잠시 멍하니 먼 바다를 푸른 솔과 함께 눈에 담는다...


안흥진... 

이곳이 안흥진인가...


물이 빠진 바닷가 단단한 모래톱에 선다..

물때가 썰물인가 보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정자가 앉았고 한쪽엔 사람이 만든 긴 다리가 늘어져 있다. 둑을 따라서 차가 있는 곳까지 내린 눈으로 하얀 길이 되어버린 시멘트 둑을 걸어간다...


끝인가 보다...


다시 정맥을 찾을 때는 어떤 마음이 내 속에 있을까...

잠시 생각이 들지만.... 내일 일은 내일에 생각하기로 한다....





부연 

자동차 길

태안군 근흥면 근흥초등학교를 목표로 갑니다. 고속도로 서산 I/C 를 나와서 32번 국도를이용을 하시면 됩니다.  안흥진까지는 603번 지방도로입니다. 일단 이번 구간의 출발점은 안흥초등학교 앞입니다.. 날목도 역시 서산 I/C를 기준을 합니다.


산길

산길이라 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근흥초등학교 앞 도로를 건너서 골목길로 접어듭니다. 이후 근흥 새마을지도자 협의회 건물 옆으로 돌아가면 좌측으로 좀 떨어진 곳에 교회가 보입니다. 교회 뒤로 가시면 됩니다. 앞으로 가셔도 별반 무리 없습니다. 그렇게 도로를 따라서 죽 갑니다.


그러다가 115미터짜리 산을 하나 넘습니다. 이후 도로와 고만고만한 야산을 넘나들다가 603번 도로와 만나는 죽림고개를 건너서 야산으로 들어가서 국가 시설물이 있는 지령산을 넘습니다.


이후 100미터대의 산을 두어개 더 넘으면 갈물리 해수욕장인가 자그마한 해수욕장을 지납니다.. 사실상 여기서 맥이 끝이 난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합니다.


이미 해수욕장이 나왔다는 것은 산의 맥은 다 한 것이라 생각을 하기에 그렇다는 겁니다.. 어째든 그 해수욕장을 가로 질러 다시 작은 봉우리 하나 넘으면 안흥진입니다...


헤매 일 길도 없고 그저 표지 리번을 따라서 죽 가시면 됩니다..


자동차 조심하시고 행복한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유유산방
글쓴이 : 무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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