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14구간
(태안여고 - 퇴비산(159m) - 장재 - 근홍초교)
일시 : 2010년 12월 11일 토요일 맑음
행정 : 충남 태안군 소원면, 근흥면
구간 : 모래기재-(55)-퇴비산-(60)-유득재-(50)-각시탑-(15)-장재-(60)-매봉산-(60)-후동고개-(20)-근홍중,초교
거리 : 지도상 : 16.5 km gps 실거리 : 19.5 km
시간 : 08:52- 15:07(6시간15분)
출처 : http://cafe.daum.net/uusanbang
충남 태안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정신없이 곯아떨어진다. 전 날 오산의 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워크샵에서 많이 시달려서? 그런지.. 대구로 내려와서 같이 했던 직원들과 늦은 술자리에 늦게 잠들고..
결국 새벽에 일어날까 말까를 한참 망설이다 이제 두 구간 남은 것을 마저 해 치우자는 마음에 억지로 일어났다.
대충 도시락을 싸고 그리고 반찬으로 젓갈 두 가지를 넣어서 허둥지둥 버스를 만나고.. 그리고 이내 버스에서 곯아떨어진다.
거의 태안까지 3시간 정도를 가는데 계속 잠만 잤다. 덕분에 피로도 많이 풀린다.
태안여고.. ROSE HALL.. 돔 형식의 태안여고 강당을 옆으로 끼고 시멘트 길을 따라서 간다. 버스에서 내리니 찬 냉기와 함께 바람이 심하다. 땀이 많은 탓에 쟈켓을 버스에 놓고 왔더니 오전 내 추위로 떤다. 양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갈 만큼 길은 좋다. 산세라고 할 것도 없는 야산 자락을 따라서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골길을 간다.
붉은 황토 흙은 얕은 구릉과 함께 아침 햇살의 신선함을 받아서 혼탁스러운 마음에 잔잔한 평화를 가져다준다.
태안여고가 있는 모래기재에서 잠시 농로를 따라서 가니 예비군 훈련장이 나오고 얕은 야산으로 접어든다.
길이 편안해서 그런지 선두와 후미도 없이 이런저런 재미난 소리에 따라서 그냥 찬바람을 피해서 어깨를 잔뜩 움추린채 묵묵히 길을 간다.
입원을 하셨다가 다시 몸이 편찮으셔서 목요일 재입원을 하신 아버지와 번갈아 가며 입원을 하고 있는 마눌도 생각을 하고.. 며칠 전 팔 골절상을 당했다는 형님도 생각을 하고.. 나도 몸조심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고 길을 간다.. 하지만 잠시 ..찬바람에 다시 호주머니 속에 손을 깊이 찔러 넣고 어슬렁거리면서 간다.
이제 겨울 준비를 하여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해안으로 다가 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매섭다.
겨울..
파란 하늘에 두 줄 비행운이 길게 누워있다. 파란 하늘을 이불삼아 얕은 언덕위에 키가 큰 소나무가 맘껏 누워있다. 그 넘어로 구름 한 조각이 둥실 달려있다.
멀리 서해의 갯펄과 해의 빛을 받아 은빛을 만든 염전의 반듯함이 농지개량 한 들녘 같다.
붉은 황톳 빛 좋은 흙에는 마늘이 잔디처럼 파랗게 돋아있고 주황색 시골집 지붕은 그저 따뜻한 마음을 더 따습게 한다....
허름한 농가 뒤 안에는 겨울에 땔 장작들이 켜켜히 쌓여있어 지나는 이의 마음까지도 넉넉하게 한다. 개 짖는 소리마저 정겨운 시골의 편안한 길이다.
길모퉁이 내려서니 산꾼들의 표지기가 주렁주렁 매달린 작은 가게에서 태안 소원리 막걸리 한잔에 오늘길이 이렇게 행복하다.
사람 사는 일주일을 덧없이 보낸 마음을 금북의 길이 보듬어 쓰린 상처를 덮어준다. 시목마을.. 마을이름이 이쁘다.
작은 교회 하나 ...
어릴 적 고모 손에 이끌려 할머니댁 뒤편의 솔밭에 하얀 교회당이 있었다.. 촌 애들과 어울려 노래하며 교회 문을 나서면 고모와 다른 이모 고모들이 나누어주던 강냉이며 옥수수 빵들이 생각이 난다. 어린 마음에 한 봉지 받아들고 담 모퉁이 슬쩍 숨었다가 다시 살그머니 뒤돌아 줄을 서서 손을 내밀면 모른 척 한 봉지 더 주셨던 ...
어쩌다 애들과 저녁 늦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솔밭 언덕위에 하얗게 선 교회당이 섬뜩하게 느껴져서 정신없이 마구 내 달려서 할머니 집으로 들어갔던...
시목마을의 작은 교회당을 보고 어릴 적 내 고향의 교회당을 생각한다.
추억은 바로 엊그제인데 사람의 몸은 벌써 수십 년을 달려왔으니.. 길게 늘어선 시골의 시멘트 길을 바라본다. 예전에는 이 모든 것이 붉은 흙과 자갈길이 었을텐데..
시멘트가 많이 나는 나라이다 보니 온 나라의 길을 시멘트로 덮었나보다.. 이런 작은 시골의 얕은 산자락을 돌아서니 여기도 레미콘 공장이 있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허연 연기가 한 가득이다...
시목마을 편한 길을 따라서 우렁각시 탑이 있고... 영문 모르는 우렁각시 탑에서 나름데로 멋을 내며 사진을 찍는다..
우렁각시....
내 입장에선 지금 우렁각시 정도는 아니더라도 잠시 와서 일 해줄 도우미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이니... 빨래하고 밥하는 일이 이리 성가시고 맘데로 안 되는 일인 줄 새삼 또 깨우치고 있으니.....
뜬금없이, 돌로 쌓은 우렁각시 탑 앞에 홀로 앉은 무덤이 있다.. 잠시 미루어 짐작하건데..
혼자 살던 홀아비 불쌍해서 여기 우렁각시 탑을 만들어주었나... 저 세상에서는 이 각시를 만나 편히 살라고...
아니면 우렁각시처럼 그렇게 말없이 착하게 살다간 어느 여인네를 치하해서 이렇게 탑을 세워주었나..
이런저런 안내판이 없으니 사방팔방으로 다 물음표를 단다..
세 번째 32번 국도를 만나고 다시 잔잔한 산길로 들어선다...이후 수룡저수지의 철새들을 보면서 한가롭게 길을 간다. 매봉산에서 남산으로 가면서 서해안의 염전도 보고 갯벌의 은빛 눈부심도 그저 경북 내륙지방의 사람들에겐 이국적 풍경 같기만 하다. 동쪽의 끝머리에서 서쪽의 끝을 왔으니... 그저 보이는 모든 것이 정다워 보인다...
서쪽지방으로 여행을 꿈꾸며 별려 왔는데 십년이 넘도록 차일피일하고 있으니... 게으름으로 치면 올림픽 메달감이 아닌가.. 돌아오는 봄에는 이곳에 호젓하게 혼자 길을 걸을 수 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내 시절이 이리 하수상하니 어떻게 장담을 할 까 마는 그래도 마음속엔 수십 날이 지나면 다시 이 길 어딘가에 서 있을 내 모습을 맘껏 상상을 한다...
이런 저런 마음속 이야기 끝에 발아래 근홍중학교가 멋지게 자리를 틀고 앉아있다..
부연
자동차길:
고속도로 서산톨게이트를 이용하여 드나들었습니다.
태안시를 보고 가기에 대중교통도 충분합니다. 시내 태안여고 장미홀(강당) 앞에서 시작을 합니다. 날목은 근홍중학교 앞에서 끊으시면 됩니다.. 여기는 아마 지역버스를 이용하시면 될 듯합니다.. 어디서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많이 불편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산길
달리 산길이라 할 만한 산은 없습니다. 159미터의 퇴비산이 최고이고요 그냥 시골동네 뒤산을 거닌다 생각을 하시면 될 듯합니다. 전체적으로 얕은 구릉을 따라서 가는데 그중에 언덕을 마루금이라 생각을 하시면 거의 무난합니다. 전체 길에서 반 정도가 도로입니다. 원래는 안흥진까지 가는게 맞는데... 안내산악회이고 하다가 보니 편하게 두 번을 끊었나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루고개에서부터 거리 조정을 조금씩 하면 장재에서 안흥진까지 끊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이제 한 구간 남았습니다..
다음 구간은 4시간 반짜리 산행이 될것 같습니다.. 아마 이날은 많이 여유로울 것 같습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이네요.... 다녀와서 또 뵙겠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옵니다... 이제 바다가 많이 보입니다..
출발합니다..
참 평화스럽습니다.
저번구간인 백화산입니다.
소나무.. 구름.. 하늘..
곰바우님 표지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해서 다시 떼어서 다른곳에 붙였습니다... 유득재에서..
유득재..만리포가 12킬로미터 남았습니다..ㅎ 저기 등나무슈퍼에서 막걸리 한잔 하고 갑니다.
우렁각시 탑..
장재를 지나 수룡지 저수지가 있는 동네쪽으로 ..
너무 양지바른 곳이라.. 모두들 주저 앉습니다..
서해의 갯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퇴비산 레미콘 공장을 지나 도로에 섭니다.
유득재..
장재에서 매봉산방향으로 갑니다. 길 참 좋습니다.
평화..
마늘밭....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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