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2017년 7월 24일 아침 독후감

유유(游留) 2017. 7. 24. 11:45

뻐꾸기 소리

 

물새는
물새래서 바닷가 바위 틈에
알을 낳는다.
보얗게 하얀
물새알 .


산새는
산새래서 잎수풀 둥지 안에
알을 낳는다
알락달락 얼룩진
산새알.


물새알은
간간하고 짭쪼롬한
미역 냄새
바람 냄새


산새알은
달콤하고 향긋한
풀꽃 냄새
이슬 냄새

(후략)


                           - 박목월 동시(물새알 산새알 )일부


나는 새 중에서 뻐꾸기를 참 좋아합니다. 장자의 붕새는 너무 허황되어 싫고, 미당이 노래한 학은 고고함이 지나쳐 오히려 부담스럽고, 끊임없이 꿈꾸고 지독하게 도전하는 갈매기 조나단은 아무래도 영 내게 안 어울린다 싶지요. 앞산 마루에 동그마니 앉아 뻐꾹뻐꾹 울어대는 뻐꾸기 소리가 그저 듣기 좋습니다.

 
 뻐꾸기 소리는 늘 유년시절을 선연히 머리에 떠올리게 합니다. 아직 풋풋한 청춘의 부모님이 계시고, 아늑한 집 마당에 아카시아 꽃향기가 무성하고, 소꿉동무들과 거의 알몸으로 뛰놀며 오르던 마을 언덕 위에선 이맘때면 하루 종일 뻐꾸기가 울었었지요. 참으로 그리운 옛 시절입니다.

문득 "인생의 길이" 를 생각합니다. 한나절 울어대는 뻐꾸기 울음소리의 길이만큼도 안 남은 그 짧은 시간의 허허로움을 느낌니다. 다시 유년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세상은 아예 되돌릴 수 없고 거칠어진 몸도 마찬가지겠으나, 마음만은 얼마든지 천진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새벽 숲길에서 뻐꾸기 소리를 듣고, 갑자기 옛날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까만 표지로 된 박목월 님의 동시집을 상으로 받고 그 표제시(물새알 산새알)_이 너무 좋아 밤새워 외우던 생각이 났지요. 가슴이 뛰고 마음 설레던 그때를 회상하며 이제 좀 유치해지자. 단순해지자, 소박해지자, 이렇게 다짐해봅니다. 
 


출처 : 소중한 인연 (아버지서재에서 놀다) 김용균. 생각을 담는 집 (151-153 쪽) 발췌







글을 읽고...



   오늘도 참 많이 덥습니다. 실내 온도가 습도 80%에 30도를 넘어 아침 부터 에어컨을 할 수 없이 켭니다.

저 어릴 때 시골 할머니 집은 참 시원했습니다. 흙집이기도 했지만 할머니가 부쳐 주는 부채 바람은, 스위치만 넣으면 바로 냉기를 뿜어내는 저 기계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의 부채 바람은 너무나 평온한.. 그래서 저절로 잠이 스르륵 드는 그런 마법의 부채 바람이었습니다.  아득히 정신을 저기 꿈나라로 빠뜨릴 때 쯤 집 앞산 미루나무 가지에 앉은 뻐꾸기의 울음 소리는 천상의 자장가 였습니다.


또 어떤날..
백천에 나가 친구들과 신나게 물장구를 치고 놀다가 근처 참외 밭. 수박 밭에 들어가 몰래 서리를 하여 허기진 배를 잠간 달래고 잎이 너른 느티나무 등걸에 몸을 눕히면 먼 산 뻐꾸기 소리가 여름 땡볕 아래 놀다 지친 몸을 새록새록 잠들게 합니다. 그러다 소나기라도 한 줄기 쏴 하고 내리면 연 밭의 연 잎 하나 꺽어들어 머리에 얹고 쏜살같이 집으로 뛰어갑니다..
소나기 그칠 때 쯤 금방 가마솥을 나온 뽀얀 감자가 시장하던 뱃속을 채웁니다..


유년시절 부모님 떨어져 할머니 집에서 커면서 겪은 저의 유년의 여름입니다.

아침 일찍 작자의 글을 읽고 내 어린 시절 뻐꾸기를 그려봤습니다.
지금 그 뻐꾸기의 소리는 한결 같은데 벌써 수십년의 세월이 작가 가 말한데로 거친 몸을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가....  이 아침에 저는 수십년의 지난 세월들을 생각을 합니다.

작자는 황당한 장자의 큰 새를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장자의 그 큰새가 울음을 울었던가 하고 생각을 합니다. 장자의 책 어디에서도 그 붕새의 울음 소리를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날개의 크기 .. 하늘로 솓구치는 모습 붕새의 변화등은 이야기를 했지만 울음의 소리는 기억이 없습니다. 다시 장자 책을 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렇듯 기억력도 없어집니다.


동구 밖
백천 둑 방 옆의 조산백이 (제 고향의 큰 느티나무 이름) 등걸에 누워 아련하게 들었던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다시 그립습니다.
너 나 할 것없는 우리의 유년시절 하늘 친구들...
오랫동안 그 소리를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오늘 ...
시원한 소나기라도 한 줄기를 하려나 싶어서 하늘을 봅니다.
습기 가득 품은 휘뿌연 연무만 잔뜩 묻었습니다.
꼭 제 살아온 날들 같습니다.....



2017. 7. 24   일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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